플탐이 뭔 27시간 찍혀있더라


모든 NPC들에게 전부 다 말걸면서 진행했는데


모든 업적이랑 먹을거 다 먹지는 못했고 엔딩만 전부 다 봄


엔딩 보고 나서 후기좀 찾아보려고 하는데 한국어로는 후기가 없다시피 하네. 특히 에피3까지 다 깨고 나서 쓴 후기는 걍 없음


아무튼 일단 한줄로 말하자면, 스토리는 합격점 이상인데 게임성은 낙제점임.


스토리는 뭐 엄청나게 기발하거나 말도 안되게 감동적이고 감탄을 자아내는 그런건 아니지만 충분히 게임과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고 여운을 남겨주는 수준은 됨


다만 게임성이 ㅅㅂ 아무리 VR게임이라는걸 감안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네


이 게임은 몇 가지 파트로 나눠볼 수 있는데, 메인스토리, 퍼즐, 수집요소, 멘토링&아카이브, 심문, 기타(이동 및 NPC와의 대화 등 잡다한 것들) 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음


이 중 메인스토리의 진행은 크게 문제는 없다고 봄. 심문의 경우 몇 번 안 된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시스템 자체는 나름 VR의 시각적 요소와 상호작용을 살려서 꽤 흥미롭게 만들어놨음.


퍼즐의 경우 일반적인 퍼즐과 적을 피해서 이동하는 잠입 퍼즐 요소가 존재함. (잠입을 따로 뺄까 생각해봤는데 이것도 퍼즐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서 이쪽으로 묶음. 애초에 별로 긴박하거나 그런게 아니라 문제를 풀어서 다음 스테이지로 진입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됨) 


일반 퍼즐의 경우는 뭐 엄청나게 재밌진 않지만, 군데군데에서 게임의 특징인 시간을 넘나드는 요소를 사용해서 나름 괜찮게 만들어냈다고 보고


잠입 퍼즐의 경우 초반에는 그닥 등장하지 않아서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는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해서 후반에는 꽤 큰 비중을 차지함. 근데 이게 뭐 대단한 요소가 아니고, 그냥 적이 시야를 돌리면 이동하고 뭐 이정도에서 그침. 너무 단조로워서 맥이 빠진다고 해야 하나


중간에 전투 비스무리한 파트도 그렇고 생각해보면 그냥 단순 퍼즐로만 채우면 뭣해서 잠입요소를 섞어둔 거 같긴 한데, 개인적으로 크게 인상깊지는 않았고


수집요소는 사실상 딱 두 종류가 존재함. 기억과 관련된 아이템과 기념 동전 두 가지인데, 이 중 전자는 스토리와 관련이 있지만 후자의 경우 그냥 수집요소를 먹으면 도전과제 트로피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것 같음.


뭐 그런 식으로 별 볼일 없는 트로피를 위한 수집요소를 만들어서 넣어두는 게임들이 한두개가 아니긴 하지만, 여하튼 엔딩을 전부 다 보고 나니까 굳이 그거 먹으려고 돌아다니고 싶지가 않음. 게다가 이 게임은 스토리 감상 위주의 게임인데, 동전 수집요소의 경우 여기저기 숨겨져 있어서 은근 찾기 까다로움


그리고 멘토링&아카이브. 아카이브는 일종의 세계관 설명용 읽을거리들인데, 이걸 해금하기 위해서는 멘토링이라고 하는 미니게임을 거쳐야 함. 이 미니게임은 간단히 설명하면 눈 앞에 버튼들 몇개가 무작위로 나열되고, 이 중 무슨 버튼들을 어떤 순서대로 눌러야 하는지 쭉 보여줌. 그럼 그걸 외웠다가 똑같이 버튼을 누르면 클리어되는 게임임.


근데 해금해야 할 문서는 존나게 많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쭉 멘토링을 진행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절반 넘게 잠겨 있는 걸 보면 아마 반복노가다를 통해 문서를 해금해야 하는 거 같음. (이거 관련된 도전과제도 존재함) 똑같은 단순한 미니게임을 계속 반복해서 풀어야 하다보니 진짜 지루하고 짜증남. 


게다가 초반에는 쉬운데, 중반 이후엔 버튼의 갯수와 눌러야 하는 횟수가 6개 정도로 늘어나서 헷갈리고, 심지어 중반 이후부터는 일종의 심화 난이도로 목숨이 5개에서 3개로 줄어들고 시간제한까지 생기는 몬스터들이 나타나서, 별로 재미도 없는 똑같은 미니게임을 문서 해금하려고 반복해서 억지로 꾸역꾸역 하다보니 상당히 짜증났음. 


심지어, 이걸 하는 내내 "멘토링을 시작합니다" 같은 대사를 내뱉고 눈 앞에 특수효과가 펼쳐지는데, 스킵 같은게 되지 않기 떄문에 나중에는 그저 시간만 잡아먹는 것 같아서 지루하고 짜증나게 느껴짐


그리고 기타인데, 이 게임을 진짜 대충 만든 거 아닐까 하고 생각되는게 바로 기타 파트임. 일단 게임을 해 보면 요즘 게임에 걸맞지 않게 진짜 맵이 텅텅 비어 있음. 사실 비주얼노벨이라고 생각해보면, 이동 파트는 사실상 없는 게 당연하니까 딱히 단점이 아닌데, 문제는 VR 게임이고 반쯤 오픈월드이기까지 하다보니까 맵이 완전히 텅텅 비어 있다는게 굉장히 무성의하게 느껴짐.


게다가 NPC는 실제 사람모양이 아니고, 반투명한 유령 모양임. 모델링을 짜고 텍스처를 만들기 귀찮았던 것 같음. (아니면 퀘스트 사양에 맞춰서 게임을 내느라 그랬을수도 있고..) 심지어 움직이지도 않고, 특정 포즈로 고정되어 있음. 보다 보면 실소가 나옴.


처음에는 뭔 꿈을 꾸는 중인 주민들이라고 해서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놨나 했는데 (세계관 설정중에 확장몽이라고 해서 주민들의 꿈을 서로 하나로 묶는 일종의 네트워크 같은 게 있음. 그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말하는거), 알고보니 그냥 일반 인간들도 다 반투명에 포즈 고정인 유령으로 만들어놨더라.


NPC에게 가까이 가면 말을 걸 수 있는데, 말을 걸어 보면 세계관이나 현재 상황에 걸맞는 대사들을 해 줘서 모든 NPC들에게 전부 다 말을 걸면서 다녔음. 근데 나처럼 그렇게 플레이하다 보니, 게임 세상 속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NPC가 아니라 단순 오브젝트/마네킹에 말을 거는 거 같아서 상당히 허접스럽게 느껴졌음.


그리고 맵 이동간에 로딩이 굉장히 심함. 진짜 뭐만 하면 화면이 암전되면서 로딩이 시작되고, 심지어 방문 하나 여는데도 화면이 암전된 다음 한참 기다렸다가 방 안 풍경이 나오는 식으로 로딩이 심함.


또한 인게임 컷씬의 경우 화면이 암전됐다가 돌아온 다음, 강제로 플레이어 캐릭터를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멈춰세우고서, 주변 캐릭터들이 눈앞에서 이동하면서 대사들을 내뱉고, 다시 화면이 암전됐다가 돌아온 다음 또 다른 컷씬이 이어지거나 혹은 컷씬이 끝나서 이동(조작)이 되거나 하는 식임. 진행이 턱 턱 끊기는 느낌이 나서 굉장히 답답했음.


그 외에 내가 플레이한 PSVR2 버전 기준으로, 맵/주변환경 텍스쳐의 해상도가 굉장히 낮고 전반적인 게임 그래픽이 PS5/PSVR2 게임 기준으로 별로 좋지 않다는 점까지 감안했을 때,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상당히 낮다고 느껴졌고, 이 게임이 VR게임이 아니었다면 아마 플레이하지 않았을 거임.


다만 VR 게임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보는 맛도 있고, 스토리와 캐릭터와 세계관에 좀 더 몰입하게 되는 점이 있는듯. 즉 VR이라는 점 때문에 붙는 가산점이 상당함. 


사족으로 맨날 얘기하지만, VR 개똥겜 개발자들이 맨날 뭔 VR 플레이어들은 눈이 쳐높니 징징거림이 심하다느니 어쩌면서 불평불만에 쌓여 있는데, 정작 지들이 만드는 똥겜들은 그나마 VR이니까 사람들이 관심이라도 가져준거지 VR이 아니었다면 진짜 아무도 안 했을 거라는걸 깨달아야 함. VR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경우 VR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산점을 주고, VR이라는 것만으로도 게임의 낮은 완성도에 대한 이해심과 인내심이 급상승한다는 점을 알아줘야 함




아무튼 이 게임을 스토리와 게임성으로 나눠서 10점 만점으로 평가하자면, 내 경우 "VR 게임 기준으로" 스토리는 8점, 게임성은 5점으로 평가하고 싶음. "일반 게임" 기준이라면, 게임성 3점임.


스토리 하나만 놓고 보면 추천하고 싶은데, 종합적으로 봤을 때 (VR 가산점까지 고려해도) 남에게 추천하기 다소 애매한 게임인듯.


그래도 직접 게임하는 동안엔, 특히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게임 내 세계관과 스토리에 몰입해서 플레이하게 만드는 그런 게임이었음.


도전과제는 크게 관심없고 아카이브만 다 보고 싶은데 노가다를 꼭 해야 하나 고민이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