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덕질에 제법 헌신적이었음

돈도 꽤 박아보고 오프행사도 가 보고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정모도 해 보고

정말로 이거 아니면 못 사는 수준으로 살아본 적도 많았던 거 같음


그렇게 덕질을 시작한 지 10년 되니까 깨달은 게 2가지인데

덕질을 할 IP도 사람이 만들어가는 거였고 나는 사람 대상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망상이 있다는 걸 배웠음


즐기는 건 좋은데 돈 쓰는 건 좀 아니지 않냐는 부모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는데

돌이켜 보니까 어차피 때려칠 운명이었던 물건에 뭐 하러 돈을 썼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도 또 그 때 잘 즐겼으면 됐지 하는 생각도 있음

물론 새로운 걸 찾으면 뇌 필터링은 거치게 되지. 지난번에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박았는데 이번에도 안 그럴까.

마치 킥스타터에 박아줬던 사람들이 마넘나 같은 걸 보고 킥스타터는 믿고 거르는 거랑 비슷하게 보면 됨.


그 과정도 아마 처음에는 K 컨텐츠에 돈을 박다가 아무래도 K 컨텐츠는 복잡한 과정 없이 바로바로 정보를 알 수 있으니까

폰지사기처럼 통수를 맞았다는 것도 바로 깨닫게 되고 그래서 K 컨텐츠는 믿고 걸러야 한다는 사대적인 스탠스를 취한 적도 있었고


그렇게 양붕 컨텐츠나 중국쪽도 해 보고 일본쪽도 해 본 결과

기대했던 거랑 정 반대로 사람은 모두 같고 통수는 공평하게 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제공자는 그저 숫자로만 보고 있었구나. 하다못해 포장이나 아가리술로 숨길 마음조차 없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거 같음.


그럼에도 이 바닥에 남아 있고 그것도 심연 중에 심연이라고 하는 버붕이가 된 건 별 거 없다

그냥 나는 아무것도 없이 일 잠 식사만 하면서 살 수는 없었던 생물인 거고

그 도피처로 버붕이라는 수단이 지금의 내게 잘 맞았던 거 뿐임


그래서 나는 지금 버붕이로 살면서도 100% 제공자를 신뢰하진 않음

K 컨텐츠만 지랄나는 것도 아니잖아. 하자마자 바로 20년 다 되어가는 유명 일본 ip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자기들 하던 대로 밀어붙이면 된다고 믿고 뛰어들었고

그 뒤엔 이 버튜버 업계에서 기업으로 좀 친다는 기업이 자기 애 이벤트조차 제대로 못 챙긴다는 공지가 나왔음

투탑으로 불리는 두 기업도 예외는 아니라

한 쪽은 사람 뽑는 주제에 인성조차 파악을 못 해서 쫒아냈고

다른 쪽은 무대를 중점으로 하는 주제에 사옥 이전+α가 겹쳐서 줄줄히 무대가 밀렸고 기약도 없게 되었음

이쯤되면 오히려 성공했다는 경험이 이 방법은 통한다는 자만을 낳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 위에 쓴 대로 100% 신뢰조차 하지 않으면서 뭐 하러 불안요소를 떠안고 불편하게 지내세요? 그냥 맘 편하게 내려놓는 게 어때요? 라고 물어본다면

내 답은 달리 맘에 드는 게 없어서 이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도인 거 같다.

물론 지금까지 이사를 여러 번 해 보면서 집에 뭔가 너무 잔뜩 사들이면 다음 이사할 때 고생한다는 걸 깨닫고

가구는 최소한 필요한 만큼만 소장하는 식으로 집에 사는 사람이 된 거 같음.


이게 대충 2년 정도 버붕이로 살면서+10여년 정도 덕질을 하면서 느낀 내 감상임

개인의 감상이니 진리는 될 수도 없고 나도 강요는 안 함. 애초에 나는 내 덕질하는 장르도 남들 시선 무서워서 포교는 커녕 남에게 알리지도 않는 사람이여...

아직도 여기 밖으로 나가면 버천지라면서 날 공격할 사람 수두룩한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옛날보다 더욱 꽁꽁 숨기는 사람임




아 그리고 덕질하면서 느끼는 건데 돈이랑 시간 때문에 인생 리셋 마렵긴 하더라

내 능력과 환경으로는 챙기는 건 최대한 챙기고 꼴아박는 건 최대한 꼴아박으면서 재기 불가능 수준으로 ip가 망할 때 떠나면서 미련이 안 남는 건 어렵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