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내가 자살하려고 했던 때가 있었어.

그래서 수면제 약 사모으고 준비할 때
어쩌다 우연히 본 유튜버가 있었거든

그 사람이 만든 영상을 보고 내일도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고
그 사람 덕분에 살아갈 이유를 느껴서
약 모으던거 다 버리고
정신과에 가서 치료받아서
지금은 그래도 나름 내 역할은 하는 인간은 되었거든.



하지만 말이지.
세월이 지나면서 그 사람은 결국 변하더라고.
아니, 어쩌면 그건 내가 멋대로 규정지은 걸지도 몰라.

왜냐면 그 사람은 도무지 용서받을수 없는 과거의 악행에 더불어서, 유명해지고 돈을 벌기 시작하자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일을 너무 많이 저질렀거든.

그 업보로 결국은 쓸쓸히 은퇴를 선언했어.
자기에게 상처받은 어린아이들은 뒤로 한 채.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또 사건이 터졌어.




원래 좀 사람이 선량하고 아름다운데
사람이 너무 좋은 곳에서 살아온 탓인지
악질들에게 휘둘리고 박행해져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겪는 유튜버가 있었거든?

그럼에도 강인하고 착한 주변인들 덕분에 가진 굳은 심지 덕분인지, 사람들 앞에서는 그걸 티내지 않았고.


나는 그 모습이 마치
자살을 기도할만큼 고통스러웠던 시절에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면을 쓰고 악착같이 연기하고 살던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난 그 유튜버를 외면했어.
그 사람을 보는게 심정적으로 고통스럽고 또 내 정신머리는 너무 나약했기에 그를 외면해버렸는데....

그러던 사이에 그는 조용히 마음의 병이 커져버려서 자살기도까지 갔다가
지금은 가족들 품에서 현생을 정리하고 오느라 한동안 방송 쉰다고 하더라고




참 바보같은 소리지만
나는 그게 다 내가 그를 외면해버렸기 때문인 거 같아서 죄책감이 들더라

내가 과거의 나를 외면하면서 세상은 더러운 거라고 자기합리화 하면서 가면 쓰고 다니던 시절이 생각나서 괴롭고






최근 한달동안 가뜩이나 현생이슈도 바빴는데 그런 꼴들 보면서 뇌가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기분이었어


그 모든 고통의 과정에서 더러운 욕망을 뿜어대는 렉카들에,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의 뻔뻔함, 그 기회를 틈타 자신의 색욕을 채우려 드는 악마같은 것들, 아무렇지도 않게 남을 규정지어 잡아먹으려 드는 대중들.....



참으로 역겨워. 역겹지만
근데 원래 사람은 욕망하는 존재잖아?
나도 욕망 덩어리이고.

게다가 선과 악은 기준도 각자 다르고 사건을 해석하는 입장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 역하다고 해서 마냥 저주를 퍼붓는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어.

원래 뭐든간에 겉으로 드러나는 건 아주 일부일 뿐이고 뭐든간에 그 내면, 그 뒤를 봐야 하는 거잖아.

그런만큼 또 타인을 내 잣대라는 가위로 자를 수도 없고.


또 그렇기에 고통스러워.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끼친 경우를 제외하면,

가해자라 할지언정 죽어버리라고 하기보다는

잘못을 뉘우칠 시간과

인터넷 방송 복귀라는 오물이 가득한 길이 아닌
현생에서 자기 두 다리로 일어서서 직업을 가져 다시 인생을 잘 살아볼, 사람이 바뀔 기회 정돈 줘야하는 법이젆아.



하지만 정작 나는 그게 실제로 이루어질거란 믿음이 자주 흔들려.

"과연 반성할까?"
"그냥 집어치우고 사람은 바뀌지 않는 법이고 생각하먄 편하지 않나?"
"사람은 악랄한 존재니까 죄다 쓰레기새끼들이라고 생각하면 편해지지 않을까?"
"당장 지금의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마냥 부정할수만도 없어.






그냥... 내가 너무 쓸모없는 생각하고 다니는 걸지도 모르겠다

비틱새끼마냥 이딴거 고뇌하는 척 한들 내가 뭐 대단한 사상가 철학자 할것도 아닌데 싶기도 해.

근데 또 갖다 버릴수도 없는 생각이라 더 싫어.




오즘 인터넷 꼴을 봐.

엄마 아빠를 닮은 공허한 인형을 쥐고서 울분을 토해내는 남녀갈등과
"알파메일"이라는, 사람을 간단한 논리따위로 규정지을 수 있다는 어리석은 우월감들을 보면 정말이지 터무니없단 생각이 들거든

인간이란 그런 간단한 존재가 아닌데.

적어도, 그런 생각들로 남을 재단하고 다녀봐야 결국  그 사람을 깊게 알지도 못하면서 자르고 다닐 뿐이겠지.




간단하고 상냥한 냉소주의 따위가 현실을 살아가는 내 앞에 놓인 것들을 손쉽게 재봉해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해.

그걸 싫어하는 나 자신도 인터넷이 사람을 집어삼키는 더러운 굴레에 발을 담그는 거 같아서 두럽기도 하고.







난 그래서 너희가 부러워
무언가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이 있으면서도 세상과 사회의 풍파를 전부 알고있는 머리를 가진 채 누군가를 사랑하고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게

난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럴수가 없거든.

난 누구에게 내 약아빠지고 우월한척 하는 더러운 마음을 내주는 것도 두려워서
마지막으로 한 연애도 이제 언젠지 기억도 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