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일지(日誌).


첫 근무지로 배정되어 맡게 된 사카마타(범고래)의 상태가 좋지 않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눈동자엔 생기는커녕 빛도 보이지 않는다.

건강은 일단은 양호하지만, 식사량이 적다.

병적으로 목욕을 한다.

연신 몸을 밀고 있어서 몸에 생채기가 많다.

전임자와 사고가 있었던 듯 했다.

선임 근무자들에게 물어보니 전임자는 불의의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었다고 했다.


두 일지


2일차다.

사카마타는 여전히 좋지 않다.

있어야 할 자리에 없으면 목욕하러 갔을 것이라고, 내가 오기 전에 임시로 봐주던 근무자들이 이야기했다.

목욕탕에 있었다.

하염없이 울고, 병적으로 몸을 씻고 있다.

그쯤하면 되었다고 목욕을 그만두게 하려고 했지만 발작을 일으켰다.

밀려 넘어지니 넘어진 나를 보고 더 큰 발작을 일으켰다.

이런 때엔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달래려고 했지만,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결국 실신해서, 일단은 업어서 데려왔다.


삼 일지


사흘 차, 여전히 변화는 없다.

그냥 좋을대로 두는 편이 나을까?

씻는 것은 좋지만, 사카마타는 2시간마다 병적으로 목욕을 한다.

피부가 다 까졌다.

고민 끝에, 사카마타의 몸에 방수 밴드를 연고와 붙여준 뒤 오늘부터는 내가 씻겨주기로 했다.

두려워했다.

특히 욕조와 목욕 준비에 관한 얘기를 했을 땐 잘못했다며 싹싹 빌다가 오열하고 실신하기를 반복한다.

일단 진정시키고, 그렇다면 욕조도 목욕 준비도 하지는 않되 씻고 싶을 때 이야기하면 샤워룸에 함께 가겠다고 하니 별 반응은 없었다.


사 일지


여전히 좋지 않지만, 사카마타는 조금씩 내 손길을 받아들여주고 있다.

한정적인 상태일 때뿐이지만, 나흘 만에 이 정도로 가까워진 것에 감개가 무량하다.

사카마타는 여전히 시선을 놓치면 욕실에 홀로 들어간다.

따라 들어갔을 때 비누를 밟아 미끄러졌더니 눈이 충혈되고 비명을 지르다가 게거품을 물고 혼절했다.

결국 선임들을 추궁하여 전임자의 사망 원인을 들었다.


오 일지


사카마타를 따라 들어갈 때 방수 장화를 신고 안전 헬멧을 쓰고 했더니 처음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으로 안심했는지 사카마타는 머뭇거리며 내게 곁을 내주었다.


육 일지


사카마타와 조금씩 말을 텄다.

전임자와의 사고, 그 당시의 이야기와 그 이전 사카마타 자신의 성격이나 버릇, 습성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니 불행한 사고적 요소가 산재해있었다.

사카마타는 그 때 일을 악몽으로 꾼다고 했다.

병적으로 목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질타도 섣부른 위로도 할 수 없었기에, 나는 사카마타가 안심할 수 있는 쪽으로만 행동해주기로 결심했다.



백 일지


사카마타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 없었을 텐데.

창문을 마구 두드리며 포에포에포에 소리가……….


(이후 페이지는 백지이다. 100일 째 일지 때 내용이 끊겨있고 약간의 피가 묻어있다. 일지의 주인은 100일 째 다음날, 다른 곳으로 근무지를 옮겨 당시의 현 근무지를 떠날 예정이었다.)

(범고래의 담당 사육원이 담당하던 범고래와 행방불명된 보도가 끊긴 날 다음에 대대적으로 있었다. 지금도 그들의 행방은 알 수가 없다.)



소재 소스: https://twitter.com/KUTIDAKE__1/status/1712439336954994967

https://twitter.com/KUTIDAKE__1/status/1712776562087788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