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야훈이 마그마에 부딪히자, 그의 파워팩은 엄청난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일순간 그곳이 통째로 진동하는 듯 했다. 화이트 스카는 믿기지 않는 광경에 굳어버렸고, 돌진하던 오크들마저도 멈칫했다. 칸이 잠시 전투를 중단한 채 솟구치는 화염을 바라보는 동안 그의 방어막은 폭발로부터의 충격에 부서질 듯 흔들렸다. 가야훈의 시체는 폭풍에 휩쓸려 타버렸고,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프라이마크는 고개를 들었다. 맹렬히 뿜어져 나오는 화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싸늘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어둡게 가라앉은 공허한 목소리로 그는 내뱉었다. "후퇴해."


그의 아들들은 아무 말 없이 명령에 따랐다. 적이라면 절대 살려두는 법이 없는 군단 출신의 병사인 세야누스와 루나 울프마저도 물러났다.


칸은 이제 혼자였다. 그의 표정에서 더 이상의 대담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는 힘없는 맹수와도 같은 모습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칼을 힘없이 휘둘렀다. 자신만만하던 오크들은 어느새 조용해져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는 죽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치고 나갔고, 감을 잡으며 묵직히 휘두르던 칼에는 점점 속도가 붙고 있었다. 이제 그는 초고리스의 현자들이 알라크 게흐라고 불렀던 경지에 이르렀다. 생각만으로 죽일 수 있는, 정신과 몸이 완전히 하나가 된, 복수심이 생명력을 얻고 안과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 솟구치는 복수심이 그를 가득 채웠을 때 쯤, 그들은 모두 죽어있었다. 이전까지의 그는 '편하게' 살상했지만, 이번 학살은 너무나도 처참해 그곳이 성전인지 지옥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전쟁이라면 진절머리가 나도록 경험해 수많은 끔찍한 것들을 보아왔던 아스타르테스들마저도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제노스들은 그를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칸은 소름 끼칠 정도의 완벽함을 보여주며 자리를 떴다. 그들은 그에게 덤볐고, 그대로 싹쓸이되었다. 그들은 막아보려 했지만, 그는 그들을 썰어버렸다. 그들은 똘똘 뭉쳐보려 했지만 이제 갈기갈기 찢겨져 한 줌 먼지가 되었다. 무리 사이로 춤추듯 들어가 바닥을 피로 적시는 모습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유령과도 같았고, 죽은 자보다 더 조용했으며, 한밤중의 울라브에 불어오는 돌풍보다도 싸늘했다.


루나 울프 중 한 명이 그런 그의 모습에 깊이 감명받아 그의 밑에서 그를 위해 싸우고자 한 순간, 친 사가 그를 말렸다.


"아니, 형제여." 케식 마스터가 조용히 제지했다. "봐두기만 하도록."


그런데 그때, 칸이 순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썰린 살들과 뿜어져 나온 피에 가려져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풍기는 경이로울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는 줄지어 서있던 제노스들을 압도했다. 전투 중 처음으로, 그린스킨들은 달아나고자 했다. 그들을 집어삼킬 듯 돌진해오는 굶주린 악마로부터 달아나고자 했다. 그러나 달아날 공간도, 시간도, 희망도 없었다. 대부분은 뒤돌아 뛰려는 순간 붙잡혀 등이 갈라지고 목이 부러졌다. 몇몇은 겨우 게이트로 돌아가 그 괴물로부터 몸을 숨겼다.


칸은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병사 중 누구도 그를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신경을 세우고 서있었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그들의 모든 감각을 곤두세웠다. 곧 게이트 속 어딘가에서 나오는 것은 비명소리였다. 들려오는 비명소리, 또 비명소리, 질식해 죽어가는 소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공포와 충격의 화음을 만들어 냈다.


제노스 중 단 한 명도 큰소리 칠 수가 없었다. 몇 초간의 학살이 이루어지고, 몇 분이 지나자, 비명소리는 더욱 처절해져 갔다. 모든 생명이 끊어져가는 끔찍한 상황을 알기라고 하듯, 이제 마그마의 화염은 막을 수 없이 새어나오는 공포를 머금은 채 사그라들었다.


이제 남은 건 메아리치는 비명소리 밖에 없었다.


전투가 끝나고, 자가타이는 친 사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경비병과 비행체들을 지나쳐 갔고 잠시 뒤, 둘만 있게 되었다. 칸은 그들이 왔던 길을 돌아봤고 처참해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Bloodmaw(뭔지 모르겠음 렉시카눔에도 안나옴)는 어둠 속에서 타들어 갔다. 오랫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수했군." 그가 입을 뗐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친 사가 평온하게 대답했다.


"이전에도 병사 몇을 잃었었습니다."


"기야훈은 처음부터 우리와 있었어."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습니다."


"그랬을까?"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지요."


"영원한 건 있지. 좋은 칼날, 피부를 스치는 바람, 맹세."


칸은 비딱한 미소를 흘렸다. "그렇다면 자네를 화나게 하는건 무엇인가, 사?" 그가 물었다.


"당신께서, 다른 사람들처럼," 케식 마스터가 말했다. "그가 죽는 걸 보고도 이러지 않으셨더라면, 그가 죽는 걸 보고도 그들 중 하나라도 살려두셨더라면. 그럼 화가 났을 것입니다."


"주변의 이들을 잃는 것.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지."


"그러시지 못하실 거, 이미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