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제노스들이 유리 너머로 그를 지켜보고 있음을 알았다. 상처 위에 딱지가 생기고 점점 정신을 차릴 때쯤, 그들은 그가 죽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고 그는 그들이 자신에 대해 매우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살아야 했다. 그가 마지막이었고, 죽을 수는 없었다.


문이 열렸다. 레오나스의 멍든 한 쪽 눈은 감겨 있었다. 다른 한 쪽 눈은 방을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만 열려 있었다. 깔끔하고, 새하얗고, 부드럽고, 완벽할 정도로 외계인스러운 방이었다.


혹시 강제로 열어야 할 상황에 대비해, 그는 칸막이용 벽의 왼쪽이 열리는 것을 확인해두었다. 누군가 그에게로 걸어왔다. 키가 작고 통통한, 코에 피어싱을 한 긴 금발의 인간 여성이었다. 임페리얼 가드의 회색 방탄조끼 같이 생긴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제노스의 옷을 껴입고 있었다. 제국의 문장이 달려있었을 자리에는 타우 셉트의 둥근 흑백 상징이 있었다.


"말씀하실 수 있으신가요?" 그녀가 물었다. 그녀는 떨고 있었다. 그는 동족을 배반한 그녀를 죽이고 싶었고, 그 생각을 누르는데는 잠깐의 시간이 걸렸다.


"레오나스 경, 말씀하실 수 있으신가요?" 그녀가 재차 물었다.


그는 오랫동안 그대로 누워만 있었다.


"말씀을 하셔야,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그는 그녀가 그의 팔이 닿는 범위 밖에 서있는 것을 봤다. 그래도 그 정도 생각은 있는 여자로군.


"저는 제림(Jerym) 소령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보르칸(Borkan) 셉트 소속이지요." 그녀가 살짝 앞으로 나왔다.


그의 오른손이 칼 쪽으로 살짝 움직였다.


"당신은 무장해제된 상태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는 웃었다. "너가 조금만 가까이 있었더라면 네 목을 그대로 꺾어버렸을 거다."


"지금 다치셨어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다친 게 아니라 부상을 입은 거다. 둘은 엄연히 다르지."


"쉬세요. 나중에 오겠습니다. 다시 모셔다 드릴게요."


레오나스는 침을 뱉었다. 그녀의 얼굴에 산성 침이 튀었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다 달아났다.


잠시 뒤 타우 몇 명이 와서는 레오나스를 둘러싸고 흠씬 두들겨 팼고, 전기충격을 가했다. 격한 신음소리가 그의 꽉 깨문 이빨 사이로 새어나왔다.


그가 깨어났을 때는 피가 그의 얼굴과 귀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손은 묶여있었다. 그의 손과 코에 튜브가 이어져있었다. 그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치아 몇 개는 부러져있었고, 팔을 움직일 수 없었다. 멀쩡한 한 쪽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 이유를 알았다. 그들은 그의 혈관으로 무언가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진정제였다.


그는 눈을 감았다.


다 토해내고 싶었다. 잠을 자고 싶었다. 다 끝나길 바랬다.


안돼, 그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심문자는 번쩍거리는 빛과 요란한 사이렌이 울린 뒤에 들어왔다. 모든 걸 어둡게 해 놓고 들어왔다. 마치 그렇게 하면 스페이스 마린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듯이. 방으로 아주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마치 그렇게 하면 레오나스가 그가 들어왔는지도 모를거라는 듯이. 그리고 그는 말하기 시작했다. 약간 독특한 말투를 쓰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어느 종족인지는 알 수 없었다.


"스페이스 마린, 넌 여기서 죽을 거야." 그가 속삭였다. "이 꼴을 보라지. 넌 약해빠졌고 무너져내렸어. 그 무식한 힘만으로는 우리의 연대를 깨부술 수 없다. 넌 너가 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넌 약해. 우린 널 완전히 부술 거다. 하나씩, 너의 썩어빠진 제국을 부수듯이. 더 큰 대의를 위해서! 우린 승리하겠지. 너가 애지중지하던 것들은 죄다 휩쓸려 갈거야.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챕터도, 제국도, 썩어가는 황제가 앉아 있는 황금 옥좌도. 어둠을 광명으로 채울 것이야. 혼돈을 평화로. 전쟁은 우호로. 우린 대의를 위해 일한다."


그는 레오나스를 향해 눈을 흘겼다.


"널 봐라! 괴물처럼 묶여있는 널. 넌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지. 넌 멍청해. 넌 무식하고 잔인하지. 너가 대의에 대해 뭘 알겠어? 넌 어둠 속에 있는 널 좋아하지. 양초가 발하는 빛은 그저 환영이라고 생각하고. 빛이 비추는 곳에서의 삶을 넌 몰라. 지식과 깨달음의 빛. 너의 제국은 죽었다. 가치를 잃었다는 말이다. 뿌리까지 썩어버렸지. 우리는 미래의..."


"아직 할 말이 남았나, 반역자?" 레오나스가 말했다. "헛소리는 집어치워. 난 너가 두렵지 않아! 넌 빛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어둠에 불과해. 네놈의 얼굴을 보니, 반드시 복수해야겠다는 의지가 굳혀지는군."


경광등이 다시 번쩍이고,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일주일 내내 때렸다.


여덟째 되는 날, 세 번째 사람이 들어왔다. 가슴팍에 천이 덧대인 노란 외투를 입은 사람이었는데, 엘리셔(Elsy'eir) 셉트의 문양이 새겨진 단추로 옷을 여미고 있었다. 그가 잠시 손을 들고 목을 가다듬자, 사이렌과 경광등이 멈췄다. 잔잔한 빛 한 줄기가 방 안을 비췄다. 레오나스는 띵한 머리를 흔들며 억지로 앉았다.


그들은 약물의 투여량을 늘렸고, 그는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의 손목부터 팔뚝까지, 팔 전체가 가죽 끈으로 묶여있었다. 그는 기절 직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박치기를 하려는 황소와도 같은 모습으로 머리를 천천히 흔들었다.


그 남자는 레오나스가 일어나 앉아 멀쩡한 한 쪽 눈을 뜨기 전까지 기다렸다. "반갑네." 그가 말했다. "난 로부테(Roboute)다."


"너가 로부테라고?"


그는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


레오나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브랜스토니오(Branstonio)에게 자기가 로부테라는 이름의 반역자를 만났다고 말해주는 것을 상상하고 있었고, 울트라마린의 분노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옅은 미소를 띠었다. "내가 마지막 기회다. 정확히는, 너의 마지막 기회지."


"무슨 기회?"


"삶."


레오나스는 한 번 더 웃음을 터뜨렸다. "내 삶은 나의 것이다. 너가 마음대로 뺏어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글쎄, 난 할 수 있는데." 그 남자는 스스로에 대해 놀라우리만치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봐, 내가 마지막이라고. 만약 너가 나한테 말을 하지 않겠다면, 가까운 에어락 아무데나 널 던져놓고 빨려나가게 두면 돼."


"그럼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군?"


"그래." 짤막히 답했다. "너가 주둥이를 열지 않으면, 그래. 내 과학자 형제들이 그렇게 이르시더군. 너가 계속 가만히 주둥이를 닫고 있는다면 너의 폐 속 산소는 너의 몸뚱아리를 찢어발길 정도로 팽창할거라고. 눈 깜짝할 사이에 죽겠지. 가슴을 어떻게든 닫아보려고 해봐. 어쨌든 터질테니. 말랑말랑한 쪽으로 터지지, 보통은. 배든, 목이든. 네 몸뚱아리는 다 헤집혀 있을거야, 부드러운 쪽이 찢기는 순간. 정확히는 1초."


레오나스는 팔뚝에 살짝 힘을 주고 근육을 팽창시켰다. 묶여있는 끈이 찢기려는 소리가 났다. 그를 묶고 있던 줄을 잡아당겼다. 한 손이 먼저 풀렸고, 그 다음 손이 풀렸다. 레오나스가 로부테에게 손을 뻗어 목을 조를수록 그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목이 얇아서 끊어내기 쉬웠다.


"내가 말했잖아." 레오나스가 시체를 손에서 툭 떨어뜨리며 말했다. "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원문: https://www.reddit.com/r/40kLore/comments/7rvbo4/book_excerptstorm_of_damocles_space_marine_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