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옥좌시여. 오, 옥좌와 별들이시여.” 그가 말했다.
기병전(騎兵戰)은 이제 봉건 행성이나 외계 행성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쓰이지 않는 전술이었다. 군사력이라는 것의 규모가 달랐던 시대의 아주 고전적인 전투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전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죽지 않고 발전해 오면서 현대 기술의 베일에 가려진 채로 그것의 진가를 숨기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 핵심이었다―기병전, 돌격. 기병전에는 인류가 우주에 발을 딛기도 전부터 간단한 규칙들이 존재했다.
첫째, 대형을 유지하라. 침착하게 달리면서 함께 달리는 전우를 앞지르려 하지 말라.
화이트 스카는 넓게 퍼져서 칼날처럼 연막을 가르며 돌격했다. 완벽한 대형이었다. 그들은 도끼의 움직임과도 같은 호를 그리며 북쪽을 휩쓸고 콜로시 관문 남동쪽에서 오고 있었다. 삼백삼십 대의 제트바이크가 화염을 뿜어댔다. 비명소리와도 같이 포효했다. 배기구에서는 연기가 천천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안쪽으로 기운 경사면을 타고 출력을 높이자 연기가 마구 흩날렸다. 곧 길게 띠를 만들며 회오리쳤다. 광환까지 형성되어 그들의 뒤에는 후광이 비쳤다. 진홍색 군기는 홍백(紅白)의 바이크들―불럭(Bullock), 시미터(Scimitar), 샴쉬르(Shamshir), 호넷(Hornet), 타이가(Taiga) 패턴 바이크―에 치여 꺾이고 부러졌다.
버(Burr)*는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째, 적군이 사정거리 내에 있을 때만 말에 박차를 가하라.
이미 눈부실 정도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던 기병대는 왠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버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엔진 수백 대가 한계에 치달아 내는 굉음이 점점 격렬해졌다. 방패벽과 증원된 돌격군을 내세운 데스 가드의 수비대는 기세를 잃는가 싶더니 전진 속도를 줄였다. 그들은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를 보았다. 화이트 스카의 병기가 그들의 코앞에 있었다. 데스 가드는 요동치는 이동 포대의 각도를 조정하고 회전축을 잠갔다.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호를 이룬 대형은 데스 가드를 압도해오고 있었다. 우직하고, 거침없이, 저고도를 유지하며, 그들은 조준을 마친 유도 미사일처럼 잔상을 만들어내면서 질주해왔다. 오르두의 마상창과 서슬 퍼런 기병도, 월도는 얼룩진 헤드라이트에 비쳐 번쩍였다. 진영의 중앙에서 달려 나오는 카간, ‘코르친**’이자 칸 중의 칸은 괴물과도 같은 그의 보이드바이크 위에서 대범히 도를 쳐들었다.
시간의 흐름이 느려졌다.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는 늘 그렇듯이. 적들이 총알을 미친 듯이 쏘아댔다. 대칸이 도를 휘둘렀다.
화이트 스카가 사격을 개시했다.
바이크에 장착된 볼터 및 헤비 볼터와 일부 쌍볼터***, 질주하는 화차들의 콧구멍과 아가리에 장착된 회전형 무기들, 플라즈마와 라스캐논, 볼카이트 컬버린의 파괴적인 폭풍우. 흑회색의 무기들이 만들어내는 연기―바이크의 뒤에서 배출된 매연은 깃발 같았다―와 비행운. 사격 개시와 함께 정신이 아득해졌다. 포효와도 같은 소리와 광란의 헤비 볼터들이, 버에게는 신의 경주마들이 전속력으로 달려 나오는 우렁찬 소리로 들렸다.
영점사격은 없었다. 화이트 스카는 이미 조준을 완료했다. 우선 이동 포대들이 폭발했다. 나머지 병기들도 박살나고, 찌그러지고, 그저 고철 덩어리가 되었다. 타오르는 불덩이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적진을 가로질렀다. 돌격군은 이제 오합지졸이었다. 일부는 맹공격에 격파되었다. 몇몇은 달아났다. 수비대의 흐트러진 틈 사이로 후퇴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일개 부대가 위치에서 이탈한 채 학살당했다. 시체들은 서로 엉킨 채 쌓여있었고 산산조각이 나 전화(戰火)에 휩싸인 지구의 구름 속으로 날아갔다. 아직 부상당하지 않은 소수만이 반격하려 끙끙댈 뿐이었다.
셋째, 충격, 그것이 기병전의 진짜 무기다.
방어구를 파고드는 총알세례를 버텨내면서 화이트 스카는 단 일초의 흐트러짐도 없이 맹공격을 퍼부었다. 제트바이크 한 대가 옆으로 전복됐다. 그 순간에도 불길을 내뿜었다. 기수는 실종되었다.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반중력 장치가 가동된 바이크들은 진즉에 검게 타죽어 땅을 뒤덮은 시체들을 넘나들었다. 잽싸게 질주해가는 곳마다 학살현장을 만드는 그들의 움직임은 춤과도 같아보였다.
충격. 오르두 제1기병대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적진으로 다가갔다. 그들의 총은 적군 대형을 걷어내고 있었다. 무너져 내리는 전열은 치고 들어갔다. 끝까지 버티는 이들은 짓이겨버렸다. 맹렬히 돌진해 적을 후려쳐 하늘로 날려 보냈다. 온 사방에서 공격당한 적군은 무참히 나가떨어져 와해되었다. 고속으로 질주하는 기수와 격돌한 이들은 복부에서 분무하는 피로 백색 연막을 붉게 물들였다. 그들의 마상창은 깊숙이 박혔다. 월도는 치명적인 자상을 남겼다. 검이 번쩍이더니 무언가에 걸리고 그대로 베어냈다. 그때 버는 화이트 스카 하나가 전복된 이동 포대 너머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반역자 한 명이 그 옆에서 볼카이트 피스톨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그의 주먹은 개조된 기병도를 맞이했다. 피스톨의 총구부터 탄창까지를 반으로 가르고 엄지손가락으로 파고들어 쭉 뻗은 팔을 어깨까지 세로로 완전히 갈랐다. 어깨까지 가르고도 남아 삐져나온 칼끝은 그 자의 머리 또한 반으로 갈랐다. 안장 위에서 이루어진 사살이었다. 그 과정이라고 해봤자 거침없는 칼질 한 번뿐이었다. 반역자가 썰린 상태로 축 쳐져 쓰러지는 와중에도 제트바이크는 앞으로 계속 가속했다. 그의 피스톨은 섬광탄처럼 터졌다.
화이트 스카가 방어선에 도달했다. 그들의 동선 상에는 시체만이 가득했다. 근거리에서 바이크의 무기들은 마지막 방패벽을 찌그러뜨리고 금을 가게 했지만 방패를 완전히 부수지는 못했다. 대신 그들은 대형 자체를 부쉈다. 방패들의 틈 사이를 뚫거나 방패벽 자체를 뛰어넘어버렸다.
그들은 전열 뒤에 착지했다.
넷째, 적진을 뚫었다면 이제 넌 그들의 심장에 다가선 것이다. 전투는 치고받는 난장판이 된다.
12호 포탑에서 버는 더 이상 화이트 스카를 볼 수 없었다. 방어벽과 연막이 그 너머의 난장판을 가려주었다. 그에게 시야가 확보되어 있지 않은 것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억제되지 않은 잔혹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보인 이들을 형제로서 신뢰하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욕망으로 가득 찬 5군단에게 벽 너머는 차원이 다른 곳이었다. 그들은 가공할 속력과 총알세례로 방어선 전체를 무참히 밀어버렸다. 그러나 방패벽을 넘자 속도를 잃었고 전투체계가 흐트러졌다. 상황이 역전되며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적들이 숨통을 죄여왔다. 화이트 스카는 바로 그 중앙에 있었다. 불과 1초 만에 기병들은 희뿌연 연기가 깔린 개활지가 아니라 보병들이 시커멓게 깔린 방진 한 가운데에 서있었다. 빗발이 거세져 자욱했던 연막이 쏟아지는 비에 개었다. 공격 주도권을 쥔 쪽의 머릿수는 어마어마했다. 빗방울을 헤치며 날아오는 수 천 자루의 돌격 장창은 숨통을 끊겠다는 목적 하나로 일제히 던져졌다. 방어구는 빈틈없이 정비되어 있었다. 엔진의 RPM은 끝없이 치솟았다. 공격 태세를 갖춘 데스 가드는 괴수 같았다.
데스 가드. 반역파 중에서도 데스 가드는 화이트 스카의 오르두가 제일 역겨워하는 부류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그렇게 역겨워했다. 5군단과 14군단 사이의 전쟁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반목이 되었다. 겨우 ‘증오’라는 가벼운 단어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런 역사의 벼랑 끝에서조차 화이트 스카는 야생의 사냥꾼의 모습을, 거침없는 살인마의 모습을, 불지옥 같은 전장의 포화 속에서 흥이 올라 웃음을 터뜨리는 전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웃음소리는 없었다.
대칸도, 그의 전사들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겪어본 일이었다. 사실 그들은 사격개시 명령이 떨어진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을. 그들의 돌격 대형이 적군의 사격에 무너지지 않는 한 이것이 돌격의 최종적인 목적이었다―적의 앞에 서서, 모든 힘을 끌어모아 맞부딪히고, 전력을 다해 싸운다. 그들은 무얼 해야 할지 알았다. 육체를 이끌 힘은 다했으나 영혼을 이끌 힘이 발휘될 차례였다.
그들은 각개 전투에 돌입했다. 가능한 최대 속력으로 움직였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열을 맞춘 적들 사이를 빠르게 비행해 꿰뚫거나 치고 빠졌다. 중무장한 기수, 바이크의 중량과 움직임, 양력 발생기의 파괴적인 힘, 즉 바이크 자체가 하나의 무기였다. 대칸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반역파는 ‘전투 준비’에 돌입해 있었지만 말 그대로 ‘전쟁을 할 모양새’를 갖추었을 뿐 전쟁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다. 전투에 대비해 줄지어 있었으므로 방패벽에 가려 시야 대부분이 차단된 상태였다. 무엇이 오고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들려오는 총성과 비명소리를 통해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화이트 스카 기병들은 그들을 찍어 내렸다. 앞머리를 쳐들고 달려와 수직비행 장치로 발밑의 적군을 찌그러뜨렸다. 회전식 총이 돌아가면 넘쳐나는 적군들은 줄줄이 찢겨나갔다. 몇몇 총탄은 두세 명을 동시에 뚫고 지나갔다. 그야말로 탐욕스럽게 살해했다. 무장은 했으나 허우적거리고 있는 적군 병사들이 사방에 있었다. 번호표를 붙이지 않는 이상 누구를 먼저 죽여야 할지 고민될 지경이었다. 모든 방향으로 죽일 거리들이 널려있었다.
공격이 한 번씩 들어올 때마다 적들은 단체로 움찔거렸다. 시커먼 것들이 움찔대는 모습은 마치 기름이 출렁이는 것 같았다. 살인마가 저희들의 위치로 밀고 들어올수록 그들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줄행랑치기 바빠졌다.
그러나 화이트 스카가 확실히 수적으로 열세였다. 그들의 앞에 전우가 있든 말든 일단 방아쇠부터 당기고 보는 반역자들이 아직도 전후좌우에서 그들을 에워오고 있었다. 기병들과 바이크는 난장판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안장 위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그들에게 다가오는 손과 머리와 긴 칼날을 쳐냈다. 덩굴처럼 얽혀서 날아오는 창은 바이크 두 대에 박히며 십여 개의 구멍을 냈다. 총알이 제트바이크 한 대의 엔진을 박살냈다. 기병은 곧바로 높이 뛰어올랐다. 불타는 상태로 운전자 없이 내던져진 육중한 바이크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적들 사이로 돌진해 꽤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잠시 뒤의 폭발로 추가 점수까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바이크의 주인이었던 케르타 칼(Kherta Kal)은 탈것도 없이 돌격병들에게 포위되어 적들의 물살에 휩쓸렸다.
데스 가드는 앞으로 나아갔다. 까마득히 멀리서부터 화이트 스카의 앞에 가기 위해 동료 보병들을 열심히 헤쳐 나갔다. 그들은 초인적인 반응속도, 뻔뻔스러운 공격자들에 대한 순수한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도 증오를 원동력 삼아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들 사이로 멍청히도 바이크를 타고 들어와 줄 그들의 주적(主敵)은 제대로 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데스 가드의 모습에서는 짐승 같은 괴이함이 보였다. 이는 기병들에게는 진심으로 애석한 일이었다. 그들은 한때는 형제였으나 지금은 개조된 자들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중무장한 녹회색 갑옷은 빗물에 녹슨데다 짓나오는 액체에 범벅이 되어 악취가 진동했다. 빵빵해진 방호복은 감염되어 부푼 염증 같았다. 제트팩과 투구마저도 울부짖는 짐승이나 야생의 포식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 개 군단이 충돌했다. 눈부신 백색이 거무튀튀한 물살에 둘러싸인 형세였다. 월도와 기병도가 안장 높이에서 내려쳐졌다. 썩은 호박 가르듯 시커먼 판때기를 갈랐다. 다가가기만 해도 역병을 옮길 듯한 누런 내용물이 흩뿌려졌다. 목탄색 창살이 난잡하게 날아가 번쩍 광이 나는 백색 세라마이트를 향해 낙하했다. 빗줄기 사이로 선혈이 뿜어져 나오더니 기병들이 낙마했다. 개중 몇몇은 진창에 처박히기 전에 여덟아홉 번의 치명타까지 입으며 몰매를 맞았다.
밑은 깊은 늪이었다. 검고 습한 늪지대는 장갑차 바퀴와 진격하는 병사들의 발길질로 한바탕 뒤집어져 있었다. 데스 가드의 군화와 다리는 진흙 범벅이 되었다. 축축한 제트바이크 옆면도 온통 더렵혀졌다.
생지옥이었다. 더 이상 바짝 붙을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근접전투가 이루어졌다. 규칙도 질서도 없었다. 광란의 전투였다. 총알과 포탄, 볼트가 빗발치고 여기저기서 엔진이 폭발하는 그 현장의 굉음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월도는 새머리 투구를 부수고 그 안의 머리까지도 박살냈다. 진흙이 말라붙은 망치는 흉갑을 부수고 뼈와 근육, 심장을 비롯한 장기를 완전히 분쇄했다. 한 화이트 스카는 안장에서 내려오는 순간 톱니 달린 흑색 창에 꽂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데스 가드의 한 분대장은 밀려드는 바이크에 치여 기절하고 반중력장에 휘말려 산산조각 났다. 갑옷 조각이나 떨어져나간 투구 챙 따위가 날아다녔다. 절단된 사지가 이리저리 휘날렸다. 개중 몇몇은 무기나 무기 잔해를 그대로 꼭 쥐고 있었다. 뿜어져 나온 핏덩이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흩어졌다.
그 한가운데에 대칸이 있었다. 그의 손아귀가 닿는 곳이라면 죽일 수 없는 것이 없었으나 반역자들의 분노는 그들을 각성하게 만들었다. 대칸은 용맹하게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갔다. 그는 잔혹하고 야만스럽게 학살했지만 그 행위에는 대가가 따랐다. 이제 그의 목 자체가 적들의 포상이자 1순위 목표였다. 그간 반역자들은 꿈도 꿀 수 없었던 뜻밖의 목표물이 눈앞에 있었다.
그들이 쇄도했다.
다만 그 ‘포상’의 조건은 그를 죽이는 것이었는데 자가타이 칸은 지금 죽을 기분이 아니었다. 이 난전은 영광스런 기병전을 끝내버릴 우발적 실수가 아니었다. 돌격을 시작할 때부터 의도했던 일이었다.
다섯째, 적진을 뚫고 지나갔다면 이제 기수를 돌려 뒤에서부터 다시 밀어붙여라.
칸은 그의 도를 휘둘러 고기의 지방층을 걷듯 적군의 갑옷을 썰어냈다. 그의 입술에서 초고리스의 전투 신호(war-call)가 울려 퍼졌으나 전투가 격렬한 탓에 그 소리가 묻힐 것이 뻔했다.
그러나 그 외침은 모두의 귀에 들어갔다.
제트바이크들이 신속하게 선회했다. 엔진들이 포효하기 시작했고 다른 엔진들 또한 그 소리에 힘입어 일제히 더욱 뜨겁게 열기를 내뿜었다. 바이크들은 회전해서 시체들을 들이 밀쳤다. 바이크의 측후면에 매달려 있는 나머지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몸체를 양옆으로 세차게 움직였다.
화이트 스카는 급각도로 머리를 틀었다. 칸의 지휘를 따라 한 명, 두 명이 브레이크를 풀고 가속했다. 곧 그들 전부가 왔던 길을 되돌아 벽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높이 치솟았다가 저고도로 찔러 내려왔다. 요동치는 포대와 갈퀴 모양 칼날은 전장 밖으로 도망치는 생존자나 뒤돌아 공격을 시도하는 멍청한 자들을 쳐 죽였다.
전방공격에서 발생한 데스 가드의 사상자 수치는 이어지는 후방공격으로 거의 두 배가 되었다.
화이트 스카는 방패벽의 후방으로 질주했다. 칸의 기병들은 방패벽에 접근할 때처럼 양옆으로 퍼져 횡대를 이뤘다. 방패를 단 거대한 차량의 후면을 박살냈다.
그 밑에 매설돼있던 지뢰는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대부분 칸의 기병들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몇 초 후에야 폭발했다. 거꾸로 데스 가드 차량들이 피해를 입었다. 지지대는 날아갔다. 산산이 부서진 채 화염에 휩싸였다. 차체와 프레임은 뒤틀렸다. 엔진이 터졌다. 차축은 쪼개졌다. 불길 속에서 멀쩡한 차량이 없었다.
방어선이 뚫렸다. 차량들의 뼈대 자체는 꽤 멀쩡했다. 하지만 지지대와 분리된 탓에 진창에 처박혔으므로 더 이상 벽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차량 8대가 파손됐다. 무너진 이동식 성벽, 그 뒤틀리고 벌어진 틈새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정말 볼품없었다. 연기가 자욱이 깔려있었지만 구역이 확보되어 있었다. 화이트 스카는 그 구역을 빠른 속도로 뚫고 나아갈 수 있었다. 칸의 전사들 중 몇몇은 도중에 멈춰 서서 넘어지거나 다친 형제들을 바이크 위로 부축하기도 했다. 칸의 예토는 아직 숨통이 붙어있는 케르타 칼을 발견했다. 피에 흠뻑 젖은 채 적군의 시체더미 사이에 홀로 있었다. 예토는 바이크 옆으로 그를 끌어내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버에게는 스멀스멀 피는 연막 속에서 나타난 기병 몇몇이 보였다. 그는 잔뜩 흥분해서는 숨죽여 소리 질렀지만 곧 목구멍에서 막혔다. 연막 속에서 나온 저들만이 겨우 살아남은 것이리라. 작전 수행의 영광 따위는 적군이 파놓은 구렁텅이 속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기병들이 더 나타났다. 또 조금 더. 꽤 많은 수였다. 열댓 명. 백여 명. 부상당한 데스 가드 몇몇이 끝까지 쏘는 총알을 피하며 복귀하는 그들에게서는 초반의 대형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형식적인 전술 같은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기병 중 일부는 부상당했고 나머지 인원은 부상자를 옆에서 부축하며 느린 속도로 같이 달리고 있었다.
‘제가 꿈을 꾸는 겁니까?’ 버가 중얼거렸다. 그는 랄도론을 쳐다봤다. ‘어떻게 살아남은 겁니까? 한두 명도 아니고, 저렇게나 많이?'
*: 배경인 콜로시 관문의 수비를 맡은 로드 밀리탄트. 렉시카눔 문서
**: 초고리스 어로 칸 중의 칸이라는 뜻임
***: some in pair. 트윈링크드 볼터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