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소챈러스 채널

그래, 약간 눈살 찌푸려지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는 게 보였지만, 게시판 글 다 읽을 기세도 아니고, 그냥 그 사람 취미겠거니 하고 넘겼었다. 사드가 쓴 '소돔의 120일'도 소설로 분류되어서 후세에 남을 괴롭히며 성적 희열을 느끼는 취미를 사디즘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게 할 만큼, 세상의 다른 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으니, 나름 의미가 있기도 한 행위이고. 표현의 자유를 통해 이전 사람들이 쓰지 않은 새로운 영역들을 개척한다면 그 자체로 이 조그만 동호회에 도움이 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을 거야.

 

그런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새로이 생기는 규제들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토픽이 될 수 있다는 페미니스트들의 구호처럼, 글을 쓰다보면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 그 인물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 그 모든 것에서 '정치적'이거나 '성적취향'을 배제한 채로 그리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나조차도 창작 동호회에 규제가 생기는 것이 좀 의아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그래도 뒤집어 생각해보면, 표현의 자유가 새로운 작품들을 이끌어낸 만큼, 표현의 제재도 나름 새로운 작품들을 이끌어냈고, 그런 작품들이 꼭 어용 소설처럼 나쁘게만 읽히지도 않는 것도 사실이야. 초기 만화책에서 사람 때려잡고, 인질극 벌이던 조커가, 한 때 만화책 수위 조절 규제를 맞고는 웃음 가스를 뿌리며 사람들을 웃다 지치게 만든느 귀요미로 탈바꿈한 적이 있었는데, 이게 또 나름 팀 버튼 감독처럼 여러 사람에게 영감을 주어 새로운 조커를 재창작하게 만들었지. 5공 시절 때 음반 내려면 '건전가요'라는 것을 카세트 테이프(그래, 심지어 5공 끝난 90년대까지만 해도 CD도 아니고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했다고!) B면 끄트머리에 녹음해 넣었어야 했는데, '우리 마을, 좋은 마을~' 같은 민요 비스무리한 평화로운 곡을 듣자면, 음반 만드는 사람은 '좆같은 규제 때문에 이런 곡도 넣어야 하나' 하고 녹음했을 지는 몰라도, 생각 없이 운전하면서 듣고 있으면 기분이 편안해지고 나름 좋은 곡들도 많다고. 전통민요 재창작의 열쇠가 될 수도 있었고.

 

표현의 자유를 장려해야만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 표현의 자유가 규제되어도 그 새로운 룰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더 옹기종기 재미나게 풀어나가는 재주를 연습할 기회를 얻겠지. (예를 들어, 나는 성애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으면서 너희들을 꼴리게 만드는 글을 쓰려고 노력해볼 거야.) 이 게시판의 변화가 꼭 양 극단으로 해석되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은 모임이지만 더 재미난 글도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짧게 적었다. 잘 자라. 건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