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이


인형은 완벽하다. 하물며 길거리에 전시된 마네킹도 완벽한 신체 비율을 자랑한다. 인형처럼, 마네킹처럼 이쁘다는 관용구도 있지 않은가? 그래. 겉껍데기는 적어도 '완벽'하다.


민아는 갓난아이 일 때부터 인형처럼 완벽했다. 누구나 다 겪게 되는 신생아 때의 슬픔조차 없었다. 민아의 부모는 그때까지만 해도 조금 특이한 케이스라 여겼었다. 1년 내로 걸음마를 시작하고 3살 때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했을 때까진 말이다.

다른 평범한 부모라면 자기 자식이 천재라며 자랑을 하고 다녔겠지만 민아의 부모는 달랐다. 행여 딸이 훗날 천재성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지 못하거나, 자신들의 가난한 형편으로 공부를 제대로 시켜주지 못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노산으로 얻은 귀한 딸이기도 했고,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거란 의사의 말도 들었기 때문에 더욱 걱정만 앞섰다. 정작 민아는 그딴 시시콜콜한 일에 아무 관심도 없었다.


민아의 유년기는 별다른 잔병치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말수도 별로 없었고, 대게 그 나이 또래들이 그렇듯이 부모 속을 썩이는 일도 없었다. 부모는 오히려 그래서 더 불안했다. 커갈수록 민아는 점점 자신들의 세계에서 멀어져갔기 때문이다. 물론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가 없진 않았다. 처음부터 그런 시도가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우리 민아는 꿈이 뭐야?"


"생명"


"어, 우리 딸. 그런 단어도 아네? 생명을 구하는 게 꿈인 건가?"


"아니,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거."


민아의 대답에 아버지는 마땅한 말을 꺼내지 못하고 대충 얼버무렸다. 참 고리타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웃어넘겼다. 그게 딸과 아버지의 마지막 대화였다.


초등학생이 됐을 때도 별다른 건 없었다. 성적은 매번 전교 1등이었고, 신체 능력도 초인에 가까웠다. 한번은 장난기 많은 또래 아이가 민아에게 물뿌리개로 물을 뿌렸는데, 그 아이는 어깨가 탈구됐다. 유야무야 넘어가긴 했지만, 그 일 이후론 민아의 주변엔 또래 친구들도 없어졌다. 이맘때 쯤이 민아가 첫 번째로 자살을 시도한 날이었다.


처음은 그냥 궁금해서였다.


'나도 칼로 피부를 베면 피가 흘러나올까? 피는 따뜻할까? 아프긴 할까? 긋게 된다면 정맥이 나을까? 동맥이 나을까?'


민아는 동맥을 택했다. 처음에는 죽을 생각이 없이 손목을 그었다. 피가 화장실 바닥을 적셨다. 피가 흘러내릴수록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차갑다는 느낌도 따뜻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으며, 아프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기에 민아는 물었다.


"아빠, 내 피는 따뜻해?"


그때부터 민아의 아빠는 민아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