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는 모르고 있었다.
그저 별과 달을 친구라고 믿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 세상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 -
 
 
 
 
 
신은 나를 만들었다.
허나 왜 만들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왜 나를 이 어둠 속에 떨어뜨렸는지도 
말해주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나는 그저 당할 뿐이었다.
 
 
신에게 물어,
 
- 저는 그대에게 어떤 존재입니까? -
 
 
하지만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달은 구름속으로 모습을 감춰버렸고,
별은 빛나기만 할 뿐.
그 어떠한 답도 주지 않았다.
 
 
- 제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해서
그러시는 겁니까?! -
 
- 저의 죄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까?! -
 
 
< 너의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죄를 없애달라고 하다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
 
 
<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서는.
그대가 아무 잘못도 없다는 것이냐? >
 
 
- 저는 악마의 말을 절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악마를 사라지게 만들었다고요! -
 
< 그게 악마가 바라던 것이다.
넌 미래를 내다보지도 못하는 것이냐? >
 
 
네가 본 그 악마는 말이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세상을 악으로 물들이기 위해서라면
미래까지 다 내다보지.
네가 내다볼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과거?
그대는 과거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냐?
아직도 그대는 눈을 뜨지 못한 것이냐?
 
< 과거가 두려워 현재를 피한다. >
 
그게 네가 할 말이냐?
 
. . .
 
신이시여.
저는 그대에게 선택받지 못했습니까?
저는 영원히 이곳에 남아있는 것입니까..?
 
 
< 이 세상에서 선한 자는 많지 않다. >
 
< 아무리 나를 믿어도 악마에게 홀린 이상은
너를 구해줄 수 없다. >
 
넌 누구냐?
넌 너 자신을 알고 있는가?
 
....아니요. 기억나지 않습니다.
 
악마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버렸으니.
당연히 기억나지 않는 것이겠지.
냉정함으로 물들어가는 너를
더 이상 선으로 볼 수 없다.
너 또한 악이다.
 
난 더 이상 너를 믿지 않겠다.
너의 곁에 있는 자들까지
악으로 물들이지 마라.
나에게 그 결과에 대해 분노하지 마라.
죄는 네가 지은 것이니.
네가 결정한 운명은 네가 책임져라.
 
 
이게 너의 죄이며 벌이다.
난 너를 선택하지 않겠다.
 
 
 
.
 
 
 
.
 
 
 
.
 
 
 
 
암흑이 찾아왔다.
입을 막아버린 채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 빛을 볼 수 없어. -
 
- 악은 영원히 떨어질 뿐이야. -
 
 
선은 항상 악을 이긴다.
선은 정상에 다다르고, 악은 항상 밑바닥이다.
그래. 난 패배자야.
이런 패배자의 기억 같은건.
몽땅 잊어버리고 싶다.
진실을 알아내는게 아니었는데.
.
 
.
 
.
 
 
- 잊어버리고 싶다면 나와 함께해줘. -
 
나의 옆에 있던 작은 꽃이 속삭인다.
 
나는 너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어.
나와 함께해줘.
선에서 악으로 떨어진 이상
다시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아.
걱정마. 그래도 나는 너를 도와줄 수 있어.
 
작은 꽃은 마치 한 마리의 뱀 같이
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꽃의 줄기가 나를 감싼다.
 
- 선의 에메랄드. 악의 루비.
넌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구나. -
 
너는 특별한 녀석이야.
신이 너를 선택하지 않았다니.
너무 안타까운걸?
내가 널 더 특별한 녀석으로 만들어줄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나는 속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여기에 떨어진 이상 속아도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지.
더 좋아지지는 않을꺼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포기했고, 지쳤어.
움직일 수도 없어.
더 이상 바라는 것도 없어.
그저 시간이 멈춘 이곳에서
내가 겪었던 모든 것들을 다시 겪고 있을 뿐이야.
 
 
그럴 수록 죄와 벌은 커져만 가겠지.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로.







그래도 다시 빛을 볼 수 있다면. 
그때는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