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긴 커피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없이 커피를 싱크에 붓고 컵을 내려놓았다.


(도대체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이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에게 호감이 없는것도 아니었다. 그의 얼굴은 봐줄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일면식도 없었던 카페의 손님이었을 뿐이었다. 


오늘따라 손님이 잘 오지 않았다. 그러나 한가로운 재즈 음악은 죽도록 삭막한 실내를 그나마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어느새 저녁이 되고 손님들이 여럿 왔다. 대학 동기사이로 보이는 여대생 두명과 중년 아저씨가 들어와서 커피를 마셨다. 나는 아침 생각이 계속 머리에서 빠져나오지 않아 샷을 몇번이나 추가했는지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렇게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카페 마감 정리를 시작했다. 의자를 하나하나 들어 올려 놓고, 걸레로 이곳저곳을 닦고 빨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일이 다 끝나고 짐을 챙기고 보안설정을 하려고 가게 문 앞에 섰다. 


"삐빅- 무장이 설정되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려 평소보다도 더 걸음을 빨리 재촉했다. 꽤나 늦은 시각 이었기에 길가에 사람은 적었고, 지나가는 차들 또한 적었다. 걷다보니 횡단보도가 나왔다. 난 기다리기 지쳐 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네이버 뉴스를 내려보며 푸념을 내뱉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니 누구 신경에 거슬릴 일도 없었다. 이윽고, 초록불이 켜지고 횡단보도를 걷기 시작했다. 한걸음, 두걸음. 횡단보도를 건너고 나니 집이 점점 더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100m 정도쯤 거리였다. 갑자기 뒤에서 차가 오더니 크락션을 울렸다. 난 비키란 신호인줄 알고 안그래도 골목길 바깥쪽에서 더 바깥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크락션은 계속 울렸고 난 뒤를 쳐다보았다.


어디가요? 아침에 본 그 남자가 말했다.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저 따라오신건가요? 내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럼에도 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태워줄까요?


그의 차는 외제차였다. 밤결에 정확히 어느 회산지는 모르지만 외제차 같아보였다. 난 당연히 거부했다.


아 그만 좀 따라오세요. 진짜 아침부터 뭐하는짓이야.


이 말을 듣고는 그는 차창을 닫고는 앞으로 쌩 달려갔다.

난 이젠 더이상 만날 일 없겠지 하며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