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일단 여기서 적응하려면 좀 쉬어야지. 새 몸에 적응하기도 해야되니까."
말투는 뭐 할머니 말투 대충 따라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 뭐 내가 여수 사람이니까. 몸은 뭐, 다행히 내 몸이랑 비슷한 것 같다. 슬쩍 보니 복근도 있는 것 같고 팔 근육도 제대로 잡혀 있는 것 같다. 뱃일을 많이 하면 이렇게 되나보다. 그렇게 잡생각을 하면서 슬슬 잠이 들었다. 새로운 세계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다음날이었다. 이번에도 금수가 급히 들어왔다. 
"야야, 니 이제 괜찮제?"
"네, 괜잖헤요."
"글면, 빨리 좌수영으로 가자잉. 노량서 또 왜놈들이 쳐들어왔댄다."
"노량이요?"
"그려, 노량. 일단 빨리 가자잉."
그랬다. 내가 떨어진 시대는 임진왜란 막바지의 조선이었다. 왜 떨어져도 이딴 시간으로 떨어진거야.
덕수의 손에 이끌려서 온 좌수영은 참 컸다. 
"워메, 참말로 크구먼요"
"그제, 여그가 이짝에서 제일 클거여."
그때 어디선가 나와 금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자네 아들 다 나았나?"
"예, 다 나았지야잉."
"칼 쓰는 법 잊었을 수도 있으니 자네가 잘 가르쳐 주게나. 쓸 일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예이"
금수는 그러면서 저기 창고에서 칼을 하나 가지고 왔다. 퍼렇게 날이 선 게 시험 망치고 온 날 엄마 시선 같았다.
"칼은 말이여, 일단은 밑을 향해서 잡은 담시 목표물이 있는 쪽으로 휘두르면 되는겨. 일단 시간이 없응께 잘 휘두르는지만 볼게잉."
다행히 이 육체가 기억은 하고 있었는지 잘 휘둘러졌다.
"출격하라!"
누군지 모를 높은 사람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나 역시도 군복을 입고 배 안으로 갔다.
"하나 둘, 하나 둘."
노를 저어 여수에서 노량으로 갔다. 노량이라는 곳은 섬진강이 흘러드는 강 하구 근처라고 한다. 일단은 숨는다고 한다. 듣자하니 이순신 장군께서 먼저 순천을 공격하는 척 왜군을 유인했다고 한다. 곧 이쪽으로 일본 측 지원군들과 순천에 있던 왜군들이 온다고 한다. 오기만 해봐라, 내 검에 작살 내줄테다.
몇 분이 지났을까, 장군이 말했다.
"발포하라!"
퍼퍼펑! 퍼퍼펑! 함포소리가 울려퍼졌다. 
"한 놈도 살려보내서는 안될 것이다. 이 바다와 강산을 지켜내자!"
"와!!" 병사들과 함께 나는 함성을 질렀다. 어느새 여기에 동화되었던 걸까.
나는 배에서 화약을 날랐다. 함포에 맞은 왜군의 배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가 옮긴 함포로 저 배가 부서진다고 생각하니 더욱 더 힘이 났다. 

4편은 이번주 토요일 쯤에 올라올 예정
파일이 쓰다가 날아가서 예정 분량보다 짧아져서 상당히 죄송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