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그에게 영상을 보낸 지 5년이 지났다. 그 영상을 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분노했을까, 아니면 슬퍼했을까. 지금도 잘 모르겠다.


 가득 찼음에도, 공허한 탓일까. 어찌 되었든, 선배와의 정사 후에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할 만한 일은 아님이 분명했다.


"야, 질렸다. 너."


 선배가 그렇게 말했다.


"……어, 네?"


 얼빠진 소리를 내는 나에게 선배는 담배 연기를 뱉어냈다.


"못 들었어? 그만 만나자고."


 선배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방을 나갔다. 발가벗은 채로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일방적인 통보에 헛웃음만이 나왔다. 한바탕 정사를 마치고 나서야 그렇게 말한다니, 정말 선배답다면 선배다운 일이었다.


 멍하니 잠시, 이내 나는 괘념치 않고 옷을 주워입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분명 선배는 나밖에 없다며 다시 돌아올 것이다. 진심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나에겐 이제 선배밖에 남지 않았다.


 방을 정리하고 베란다로 나온 뒤 선배가 남겨둔 담배를 물었다. 이런 것과는 연이 없었던 인생이었지만, 어느샌가 나는 선배에게 많은 것이 물들어버렸다. 선배의 취향에 맞춘 헤어스타일, 향수, 속옷, 그리고 선배의 것에 맞추어 아로새겨진 모양까지도.


 연기가 밤하늘에 흩어지며 사라지는 가운데, 문득 그가 떠올랐다. 나의 첫사랑이자, 내가 배신해버린 사람. 


 마지막 데이트 날, 그는 나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때처럼 단단히 마음먹은 듯한 표정으로 영상을 들이밀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새하얘지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그는 나에게 담담히 헤어지자고 말했다. 나는 울음을 터트리며 미안하다고밖에 말하지 못했다.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내가 무슨 면목으로 그를 다시 떠올린단 말인가.


 핸드폰을 집어 선배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나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사라져있었다. 항상 바쁘게 핸드폰으로 두드리던 선배이니 지금쯤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겠지.


 쓰레기 새끼. 닿지도 않을 욕을 내뱉으며 괜스레 내려본 친구 목록에 그의 프로필이 보였다.


[저희 결혼합니다. 장소…]


 그 문구 위로,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한 걸음 계단을 내려오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찍혀있었다. 충동적으로 사진을 누르자, 미소로 가득한 두 사람의 얼굴이 확연했다. 풋풋함과 행복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사진이었다.


 가슴 속이 울렁거린다. 행복하구나, 다행이야. 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이 역겹기까지 했다. 그것보다는 먼저, 어째서 나는. 이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돈다.


 사진을 내리고 문구를 확인하자, 결혼식장의 주소와 시간, 그리고 날짜가 적혀있었다.


"내일, 이잖아?"





걍 삘 받고 써봄 2~3쯤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