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고추가 서질 않는다.

 

이유는 모른다. 아침에 서지 않았을 때는 비몽사몽하느라 잘 몰랐다. 적어도 야동을 보는 지금은 꽤 심각한 상황인 거 같다. 매혹적인 몸매에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만 같은 노골적인 표정을 봐도 서지 않는다. 이거 위험하다고 느꼈다.

 

혹시 성적 취향이 바뀌었나 싶어 각종 종류의 야동을 전부 보았다. 동성애, SM, 스카톨리지 전부 가리지 않고 봤다. 그래도 내 고추는 잠잠했다. 파도 하나 치지 않는 바다. 내 고추는 딱 그런 상태였다.

 

일을 해야했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 고추가 서지 않는데 일이 고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여자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였다. 이상이 있다는 것 아닌가. 이대로 고추 세우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무슨 방도가 없을까, 생각하며 책장을 봤다. 익숙한 책 사이에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에 관한 책이 있었다. 만화책이라서 마냥 딱딱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펴서 읽기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대충, 스트레스에 의한 작용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인도 가끔씩은 겪는 현상이니 걱정 말랬다. 하지만 이틀 연속에 관련된 설명은 없었다. 스트레스라면 오늘은 서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난 오늘도 서지 않았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자 자꾸만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다 문득 명상에 관한 책에서 명상하는 법을 떠올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책에서 나온 방법대로 하기로 했다.

 

자세를 정좌한 채, 숨이 들어가고 나감에 집중하며, 지금 내가 있는 곳과 하는 것에 돌이킴을 중시해보라 하였다. 숨은 콧구멍으로 들어가고 나간다. 난 지금 명상 중이고, 내가 있는 곳은. 음. 그러니까 내가 있는 곳을 모른다. 왜 난 그것을 이제 알았지.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침대, 책장, 벽시계. 아, 내 방이 아니었다. 교묘한 것도 아니라, 아예 누가 보더라도 내 방이 아니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나도 내 방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 대체 여긴 어디지. 어딘가.

 

그러고보니 난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 책을 산 적이 없다. 만화책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왜 책장에는 명상 책이 없지? 분명 내가 봤다. 내용을 기억할 정도인데 책장에는 없다. 왜 없을까.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