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이제야 이 그림을 볼 수 있겠구나."

 

네로는 이제서야 자신이 원하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네로한테는 할아버지도 집도 없고, 그림 경연 대회에서의 1등을 이룰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루벤스의 그림을 볼 수 있었어요. 

 

"머엉."

 

"파트라슈. 내 소원은 이루어졌어... 루벤스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런데 내 눈이 점점 더 무거워지네..."

 

네로는 거세고 추운 날씨로 인해서 점점 더 체온이 내려가는 탓에 잠이 쏟아지고 있었어요. 이에 파트라슈는 네로를 감싸서 따뜻하게 하려했어요. 네로는 그런 파트라슈의 품속에 파묻으면서 중얼거렸어요.

 

"괜...찮아... 파트라슈... 이제 곧... 할아버지하고 엄마가 계신 천국에 갈 수 있어..."

 

"그래도... 마지막은 행복하게 소원을 이루고 갔잖아..."

 

 

'정말 행복한걸까? 아니? 내가 진심으로 행복했었나? 이게 내가 원하던 일이었나?'

 

'아니야. 할아버지와 난 지금껏 고생해왔는데도 보상을 받은 기억이 없었어. 마을 사람들은 내가 한 짓도 아닌데도 날 방화범으로 몰아갔어.'

 

그 순간 네로는 눈을 감으려던 순간 지난 날들을 떠올렸어요. 지독하게 가난하고 힘든 생활을 해왔는데도 자신들한테 돌아온 건 끝없는 불행과 마을 사람들의 외면, 그리고 서서히 자기한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뿐이었다는 걸.

 

'네로야. 생일 축하한다. 내가 너한테 주는 생일 선물이란다.'

 

네로는 추위로 얼어 죽어가던 중에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자신의 생일날에 준 선물을 떠올랐어요. 그리고는 자신의 품안에 지니던 그 목걸이를 꺼냈어요. 

 

네. 사람의 눈코입이 제멋대로 달린 붉은 목걸이를 꺼내들면서 말이죠.

 

그리고 네로의 머리 속에 무언가가 속삭였어요.

 

'바쳐라. 너의 소중한 모든 것을 바쳐라. 그러면 너의 소원이 이루어질터이니.'

 

차갑게 식어가던 네로는 자신의 머리 속에 들려오는 그 말을 듣자 꺼져가던 눈빛이 되살아났습니다. 그것도 모든 것을 태워버릴듯한 광기어린 눈빛을 하면서요. 그리고는 자신의 손에 든 붉은 알 형태의 목걸이를 들어올리며 말했습니다.

 

"정말로 네가 내 소원을 들어준다면..."

 

"내 모든 추억이 깃든 모든 것들을 가져가도 좋아. 그리고..."

 

"파트라슈도 가져가."

 

"멍! 멍!"

 

그렇게 네로가 소원을 빌었을 때 제멋대로 붙어져있던 목걸이의 눈코입이 서서히 정렬을 하였습니다. 이윽고 목걸이의 알은 눈을 부릅 뜨며 피눈물을 흘렀습니다. 

 

'찬양하라! 새로운 고드 핸드의 탄생이다!'

 

거짓말같이 네로가 소원을 빈 순간 하늘은 붉게 타오르고 한 밤중인데도 일식이 찾아왔습니다.

 

다음날 크리스마스의 아침은 축제가 한창이었습니다. 네로가 살던 마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연회를 벌이며 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했습니다.

 

그것도 사람의 피와 살을 먹으며 꼬챙이로 해먹거나 구워먹고 뜯어먹으며 말이죠. 그렇게 네로가 알던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게 

 

사도의 만찬거리가 되었습니다.

 

네로는 인생 최초로 호화로운 크리스마스 축제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는 캔버스 앞에 앉아서 사도들의 크리스마스 연회를 그렸어요.

 

그것도.

 

파트라슈와 알로아와 그녀의 부모님, 그리고 한스의 가족들이 남긴 피로 칠하면서요.

 

그렇게 네로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피로 그림을 그리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