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이는 바위산은 구름을 걸친 채 신비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고,

가까이 보이는 큰 성곽의. 정확히는 외성의 성곽의 성문 사이로 살짝 보이는 큰 도시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매우 활동적으로 느껴졌다.

도시의 전체적인 모습은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으나. 이제 막 새로 만들어진 도시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는 외성의 성곽을 가만 둘러보았다. 주변에 전체적으로 금색의 빛이 조금씩 일렁거리는 것을 보아 방어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이어서 그는 가운데에 크게 만들어져 있는 성문을 바라보았다. 햇빛이 반사되어 금색 빛과는 별개로 성문 자체의 색이 반사되면서 은색 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무기질적인 성문은 그의 신장의 몇 배는 더 큰 것 같았다.

그가 성문에 다가가 안으로 들어갈 방도를 찾으려고 기웃거리자 방금까지는 전혀 보이지 않던 돌로 만들어진 경비병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긴 창으로 그의 앞을 막았다.

 

이곳은 허락된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도시다. 네놈은 누구냐.”

 

낮게 깔린 목소리. 그 중후한 울림이 바람에 섞여 그에게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고. 조금 더 정확하게는 그 돌로 이루어진 경비병들이 말하는 자신의 정체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 머릿속에서 울렸던 그 목소리를 떠올려 보았다.

 

어디 보자. 몸이 바뀌거나, 기억이 사라진 건 아니니까 전투와 관련된 것들은 상관이 없다만. 문제는 깨져버린 영혼인데. 그걸 되찾으려면

 

그가. 투전승불이 멀뚱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돌로 된 경비병들은 쿵. . 소리를 내며 몇 번 돌로 된 창을 땅에 찧더니 그에게 다시 한 번 외쳤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네 놈은 누구냐.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는다면, 강제로 대답하게 만들어주겠다.”

 

이내, 꽤 무섭게 날이 서 있는 창이 투전승불의 목을 겨눴다. 돌이면서도 날이 깨끗하게 잘 선 창날에 햇빛이 반사되어 그의 눈을 자극했다.

그는 그 창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한 손으로 그 창을 잡은 채, 별로 힘을 들이지도 않고 강제로 치워내었다.

동시에 그의 완력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그 돌덩이들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스스로 창을 치워내며 말했다.

 

그대의 힘에서 매우 밝고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평범한 인간은 아닌 모양이군.. 설마, 그대는 세계의 세 번째 나라. 이곳. ‘옵타움으로 내려온 세크레투스라는 존재인가?”

 

? 세크 뭐? 옵타움은 또 뭐야? 그런 얘기는 그 목소리에게서 못 들었는데.”

 

처음 듣는 단어에 당황한 그가 대답을 못 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그 돌덩이들은 계속해서 그에게 알 수 없는 이야기만을 해댔다.

그렇게 의미 없는 몇 분이 지나가고. 문득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의 기척이 느껴져 그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또 어떤 이상한 놈이 온 거냐고 내심 속으로 불평을 한 그의 시선에 들어온 건 의외로 어려 보이는 소녀였다.

 

……? 이건 또 뭐 하는 꼬맹이야? 꼬맹이, 넌 누구냐?”

 

그의 질문에도 눈앞에 소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입을 뻥긋거리기는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아 말을 할 줄 모르는 소녀인 것 같았다. 투전승불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소녀를 살펴보았다.

 

리치 블론드 빛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내려 묶은 스타일.

앞머리는 눈을 약간 가리는 정도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입. 약간 보이는 툭 튀어나온 작은 송곳니가 매력 포인트인 귀여운 소녀.

체형은 어려 보이는 외모와 꽤나 잘 맞는 아담한 체형이었다.

그가 그녀를 살피고 있었을 때 뒤에서 한 명의 여성과 남성이 따라왔다.

 

여자 쪽은 강인하고 강해 보이는 여기사였다. 청순해 보이는 검은색 긴 생머리를 하고 있는 그녀의 갑옷은 늠름하게 태양 빛을 받고 빛나고 있었다. 그 갑옷이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손질된 것으로 보아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장비를 소중히 여기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그 양 어깨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 보석은 마치 장인이 한 땀 한 땀 빚어 만들어 박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섬세한 기술로 만들어진 보석의 안쪽에 들어간 태양 빛 한 줄기는 그 안에서 이리저리 반사되며 그 보석이 더욱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허리에 차고 있는 검집 안에는 한손검치고는 제법 길이가 있는 검이 들어가 있었다.

또한, 그녀의 어깨에는 순백색 망토가 붉은 보석과 그 보석이 장식된 숄더가드에 고정되어 약하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듬직한 남성은 냉철하고 무뚝뚝하게 보이는 인상과 함께 오랜 전투에서 상당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 지휘관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여기사와 색감 적으로 완전히 대비되는 칠흑빛의 갑옷은 가슴팍에 사자의 얼굴처럼 생긴 조각이 되어있었으며, 갑옷 여기저기에 나 있는 수많은 흠집은 그가 얼마나 거친 전장에서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가 등에 메고 있던 대검은 검은색의 검집에 보관되어있었는데, 그 검집의 중앙에는 여기사와 마찬가지로 붉은색의 보석이 들어가 있었다.

전투에 편하도록 깔끔하게 깎은 진갈색의 머리카락과 얼굴에 난 작은 흉터가 조금은 그의 얼굴이 무서워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어깨에 차고 있는 검은 망토를 보아서 그 또한 여기사와 마찬가지로 낮은 지위는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듯했다.

 

투전승불이 그들에 대한 첫인상을 정리하고 먼저 말을 꺼내려는 찰나. 여기사 쪽에서 먼저 짧게 경례를 하더니 말을 건네 왔다.

 

제 이름은 리디아. 언젠가 찾아올 이곳의 주인을 대신해 그분이 오실 때까지 이곳을 잠시 맡고 있었습니다. 제 옆에 이 자는 브리욜프. 이 나라 옵타움의 전 군대를 통솔하고 있는 지휘관입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서 있던 흑기사를 가리키자. 그 기사, 브리욜프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그에게 경례했다.

그는 얼떨떨하게 브리욜프와 리디아의 경례를 받아주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갑자기 소개해줘도 잘 모르겠는데? 아니 뭐. 이곳의 문화가 곤란에 처한 사람이랑 갑작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라면 협조는 하겠다만.”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투전승불의 말에 리디아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아하하. 그렇군요. 듣고 보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드디어 우리의 주군께서 이곳에 오셨는데, 어서 성안으로 모셔야 예의지요.”

 

리디아는 그렇게 말한 뒤. 그를 지나쳐 그의 뒤에 있던 큰 성문 앞에 섰다. 그 뒤를 브리욜프와 그의 앞에 있던 금발의 여자아이가 따랐다.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투전승불은 이내, 잊고 있었던 한 존재를 떠올리며 리디아에게 말했다.

 

, 맞다. 리디아? 인가, . 그 돌덩이들 조심해라. 다짜고짜 공격부터 한다고.”

 

말을 하며 뒤돌아본 그는 어? 하고 얼빠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이상한 소리를 해대던 그 경비병들이 쥐 죽은 듯 조용했기 때문이다.

정황상, 리디아가 그 돌덩이들을 조용히 만든 것처럼 보였지만.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그 돌덩이들을 조용히 만든 건지 의문이 들어 투전승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힘으로 한 건가? 그렇게 안 생겨서는.’

 

그가 이 생각 저 생각 하는 사이 끼익하는 큰 소리가 들렸고,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열렸다. 이내, 리디아가 그에게 말했다.

 

주군의 거처로 모시겠습니다.”

 

짤막한 한마디. 투전승불은 그녀에게 긍정의 뜻으로 가볍게 고갯짓을 한 뒤, 그녀의 뒤를 따랐다.

 

 

***

 

 

밖에서 보인 것과 같이 작지만은 않은 도시. 도시는 의외로 관리가 잘되어 도시라고 말하기에는 꽤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매우 큰 저택이 있는가 하면, 사람 하나 살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집도 있었고, 거리의 중간 중간마다 심겨 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은 거리를 걸으며 눈에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리디아는 투전승불을 이끌고 상인들이 손님들과 서로 흥정하려고 입씨름하느라 시끌벅적한 시장가를 지나서 큰 망치를 들고 날붙이를 다듬고 있는 한 대장장이의 대장간 앞에 나 있는 큰길을 따라 쭉 올라가며 안내했다.

그렇게 얼마 걷지 않고 도착한 회색빛으로 통일되어 만들어진 내성의 성벽과 그 안에 만들어져 있는 성채는 외성의 성곽에 둘려있는 마법보다 꽤 강한 마법이 걸려 있는 듯, 금색에 섞여 붉은색의 일렁거리는 느낌이 났다. 리디아는 그 늠름한 성채를 지나 조금 더 안쪽에 있는 웅장하게 만들어진 아성의 문 앞에 섰다. 이 성 역시 강력한 방어마법으로 방어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왕의 성입니다.”

 

리디아는 투전승불에게 가볍게 말한 뒤, 브리욜프를 시켜 성안으로 들어가려는 투전승불을 가로막고 경계하는 병사들을 진정시켰다. 이어서 한 줄 정도로 이루어진 짧은 영창을 중얼거리더니 그 안으로 투전승불을 안내하였다.

성안으로 들어오니 성의 안쪽 벽은 전부 세련된 벽장식으로 장식되어있었고. 성의 모든 복도에는 붉은색 카펫이 깔려있었다.

 

어느 정도 걸어가자 내내 조용했던 성의 안쪽에서 조금씩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리디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방의 입구로 보이는 나무문 앞에 서더니 투전승불에게 말했다.

 

여기 보이는 이 방이 주군의 거처입니다. 현재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주군이 오신 덕에 주군의 거처가 매우 시끄럽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방 안은 약간 시끌시끌했다. 아마도 이 왕의 성의 모든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은 이유도 이곳에 모든 이들이 다 모여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리디아가 방문 손잡이를 잡고 돌리자 시끌시끌하던 안이 금세 조용해졌다.

방의 크기는 대충 방 두 개를 합쳐 놓은 한 넓은 방이었다. 한쪽에는 혼자 자기에 약간은 큰 침대가 놓여있었고, 그 옆문을 열어보니 그곳은 음식을 담아놓는 찬장과 식사용 테이블이 있었다.

창문은 크게 침대 옆에 하나. 그리고 식사용 테이블 맞은편에 하나. 이렇게 큰 창으로 두 개가 있었고.

방은 전체적으로 다른 곳보다 넓고 화려한 장식이 많아 이곳의 왕이라는 것이 크게 실감이 났다.

투전승불은 방을 대충 훑어본 뒤, 자기 앞에서 돌아다니던 금발의 여자아이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일단, 열렬한 환영은 고맙지만 난 너희들이 누군지 하나도 몰라. 하지만, 너희들은 나를 아는 것 같으니까 내 소개는 패스하고. 너희들 소개만 해줘 봐. 여기. 이 거치적거리는 꼬맹이도 같이.”

 

그의 말을 듣고 그곳에 있던 일동은 서로 눈치를 보기라도 하듯, 다시금 순식간에 정적에 쌓이더니. 이내 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성이 천천히 걸어 나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제 이름은 톰보우. 이곳의 책사입니다. 이곳에서 제일 오래 있었던 것은 아마 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때문에 자잘한 지식이나 이야기들을 많이 알고 있으니, 수호기사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제게 물어봐 주십시오. 주군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내, 그는 예의 있게 고개를 살짝 숙여 그에게 경례했다.

그의 행동거지와 말투. 나긋한 얼굴을 보고 투전승불은 첫인상은 지혜롭고 예의 바른 어르신. 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이렇게 큰 성에 책사라는 사람이 어르신 한 분만 있는 건 아닐 것 같은데. 다른 책사들은 어디 있는지 물어봐도 되겠어, 톰보우 어르신?”

 

허허, 책사라는 자들은 그 이전에 학자들이고, 학자들은 자신의 학문을 닦는 것이 그 어떤 것들보다 중요시 되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의 앞을 지도해주실 주군을 만나 뵙는 자리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닌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성장이 넓게 보면 이 나라의 힘이 될 수도 있고, 또한 성 안의 책사들을 대표해 찾아온 이 늙은이의 얼굴을 봐서라도 넘어가주실 수 있으신지요?”

 

부드럽게 사정을 설명하는 톰보우의 말에 투전승불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한 말투로 손사래를 가볍게 치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그의 말에 대답하였다.

 

. 됐어, 됐어. 그렇게 말 안 해도 돼. 애초에 내가 말한 대로 책사가 한명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의문이 들어서 물어봤을 뿐이니까.”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군.”

 

짧은 대화가 오가고, 이내 톰보우의 인사가 끝나자 젊어 보이는 한 청년이 그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할아버지, 이 사람이 저희의 진짜 주군인지 확실하지도 않잖아요. 지난번에도 그런 사기를 쳤다가 체포된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예의 차려도 되는 거예요? 저 사람이 주군인지는커녕. 저 사람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대단한지 어떻게 알아.”

 

청년의 말을 듣고 톰보우는 껄껄 웃더니 그의 말에 아이를 타이르듯, 대답해주었다.

 

그렇게 의구심을 가지면 쓰나. 주군과의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는 그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실하지 않아도 예를 차려야 하는 게야. 그것은 신하와 군주의 관계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해야 할 도리일세. 그리고 그렇게 주군을 의심하다 만일 저분이 진짜 주군이시면 어쩌려고 그러나.”

 

톰보우의 말을 듣고 그 청년은 잠시 끙. 하며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더니 방금 막 인사를 마친 왕궁요리사 다음으로 투전승불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이 성 전체를 지키고 있는 수비대의 수비대장입니다. 이름은 렌트라고 합니다. 주군. 이 성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의 수는 제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으니 병사나 군대 상황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시다면 제게……?!”

 

청년이 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그의 정면으로 검이 날아왔다.

그것을 보고 그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검집으로 막아내고. 막은 반동을 이용해 그대로 뒤로 거리를 벌리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보이는 이해 할 수 없는 광경에 그는 멍하니 투전승불을 바라보았다.

투전승불의 주변은 엄청난 광경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는 성의 관계자들이 있었고.

그의 옆에 서 있던 리디아는 이상하게 허리에 차고 있던 검집에 들어있어야 하는 검이 보이지 않았다.

표정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놀란 한 표정이었고, 렌트의 옆에 서 있던 톰보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화끈하십니다. 주군. 이라고 말하였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다른 이들의 시선을 따라가 투전승불을 다시 살펴보았을 때, 렌트는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언제 뽑았는지 그의 왼손에는 리디아의 검이 들려있었다. 아마도 렌트가 막아낸 검은 투전승불이 휘두른 리디아의 검인 것 같았다.

모든 상황을 이해한 렌트의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투전승불은 이내 피식 웃더니 리디아에게 검을 다시 돌려주고, 렌트에게 말하였다.

 

주군인지 뭔지는 몰라도 실력인증은 됐지?”

 

이내, 조용해진 주변을 살펴본 투전승불은 박수를 짝. 치며 크게 외쳤다.

 

, 일단 이건 간단한 묘기였고, 그것보다 자기소개. 이제 누가 해야 하냐? , 그리고 소개 끝나면 바로 밥부터 먹자. 어우, 배고파 돌아가시겠어.”

 

무거워진 분위기를 깨기라도 하듯 투전승불은 과장된 몸짓으로 배고프다는 것을 표현했다.

그의 그 행동을 보고 진지했던 분위기는 금세 바뀌어 오히려 처음보다 더 밝아졌다. 렌트는 그런 그의 행동을 보고 제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검을 다시 고쳐 맨 렌트가 소개를 마치고 돌아오자 톰보우는 그에게 다가와 인자한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그래, 이제 주군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지지 않았나. 다음부터 그런 의구심은 품지 말게.”

 

***

 

 

한참 동안 진행된 소개가 끝나고 모두가 거처에서 나가 요리사와 메이드. 수호기사 두 명만 있는 방에서 투전승불은 지쳤다는 듯이 앞에 있던 의자에 주저앉더니 계속 궁금했지만 풀리지 않았던 의문을 리디아에게 다시금 던졌다.

 

그래서, 끝까지 듣지 못했는데 얘는 뭐야?”

 

이곳에 그가 처음 왔을 때부터 쫓아다니던 금색 머리의 여자아이를 안아 올리고 보여주며 리디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리디아는 투전승불의 질문을 듣고 깜빡 잊었다는 듯, 아차. 라는 작은 소리를 내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그 아이는 주군께서 이곳으로 오기 전. 그러니까, 이곳에 전생하시기 전에 사용하셨던 무기입니다.”

 

아아, 내가 전생에 사용했던 무기. !? , 이 꼬맹이가 여의봉이라고?”

 

당황스러워하는 그의 모습과는 달리 리디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에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 주군. 주군께서 사용하셨던 이 여의봉뿐만이 아닌 다른 신들이 사용하던 무기나 방어구는 그렇게 영혼이 깃들고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모든 신이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하튼, 모습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그 생명체들 하나하나에는 자아가 있기에 재밌게도 성격과 개성도 전부 다릅니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잔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리디아는 검지를 세우며 말을 이었다.

 

성격은 대부분 그 장비의 주인이었던 자들의 성격을 따르지만, 극소수로 주인과 다른 성격을 지닌 도구들도 존재합니다. 또한, 그 도구들은 주인과 속박되어 있어 다른 이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것들이 인간의 형태. 그러니까 지금 주군이 안고 계신 그 아이처럼 변해있을 땐 주군이 아닌 다른 이들이 강제로 그 힘을 빼내어 다룰 수 있습니다.”

 

, 그래어째서 얘가 이런 꼬맹이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면, 얘가 이렇게 인간의 모습일 때는 나는 여의봉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가?”

 

리디아의 말을 듣고 이제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그는 안고 있던 노란 머리의 소녀를 풀어주며 말하였다.

그러자 리디아는 가볍게 웃더니 그렇지 않습니다. 라고 그의 질문을 부정하며 설명해주었다.

 

그 아이들이 인간인 형태에서도 그 원래 본 모습인 무기나 방어구는 사용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인 상태에서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사용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그런 장비가 없던 자들이라고 해도. 훗날, 후대에 전해질 때 후대의 사람들이 그자의 무기나 장비에 이름을 붙이고 숭배한다면, 그것이 전생하고 난 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바뀌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흐음뭐 대충 나중에 사람들이 그 녀석이 사용한 무기를 찬양하면 나중에 전생해서도 쓸 수 있게 변한다는 건 알겠는데. 인간인 형태에서 본 모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이해가 안 가는데.”

 

그녀의 이해 할 수 없는 말에 무언가 깊게 생각하던 투전승불은 역시 모르겠다는 듯이 한숨을 푸욱 쉬더니 리디아에게 추가 설명을 부탁했다.

그러자 리디아는 옆에 서 있던 브리욜프에게 손짓했다. 그 손짓을 보고 브리욜프는 그에게 다가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주군. 주군의 여의를 조금 빌려도 되겠습니까. 방금 그녀가 한 말의 뜻의 무엇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브리욜프는 투전승불에게 양해를 구한 뒤 여의라 부른 금발의 소녀를 자기 앞에 세웠다.

그가 작게 영창을 하자 여의는 온몸이 밝은 빛에 휩싸였고, 다시 한 번 그가 영창을 하자 여의의 몸에서 금색의 봉이 나왔다.

그 봉은 갈색 바탕에 금장식으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양 끝에는 약간 단단해 보이고 크기가 작은 동그란 진주가 달려있었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그 봉을 잡은 브리욜프는 투전승불에게 그 봉을 건네주었고, 그걸 받아든 투전승불은 씨익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래, 이놈이 여의봉이지.”

 

. 그것이 바로 여의의 본모습입니다. 주군께서 전생에 사용하시던 여의봉말입니다.”

 

브리욜프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던 투전승불은 여의봉을 손가락으로 두세 번 돌리다가 말하였다.

 

, 지금은 마음대로 크기를 바꾸지를 못해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네가 방금 사용한 마법은 뭐야?”

 

방금 제가 한 마법은 저희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낸 마법입니다. 제가 이 마법을 쓴 이유는. 공유하고 있던 영혼의 손상으로 본래의 능력을 잃어버린 신들이 가진 도구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들을 복구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본래의 능력을 잃어버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신들의 도구, 이후에는 편의상 신구라고 부를 테니 이해를. 어쨌든 이 신구들은 그 주인과 영혼을 공유합니다. 따라서 전생에 주군이 사용하셨던 무기가 매우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인데, 주군의 신의 영혼이 깨지면서 그 영혼을 공유하던 신구인 이 여의봉마저도 본래의 능력을 잃게 되었던 겁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데. 거기에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포함이냐?”

 

여기까지 오면서 여의. 다시 말해 본인이 전생에 질리도록 사용해왔던 무기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 상대가 말을 못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런 말 저런 말 다 해본 아까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 투전승불은 한숨을 푸욱 쉬며 브리욜프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브리욜프는 당연한 것을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투전승불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 본래의 능력을 잃었기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다고 해도 말을 할 수도, 무기를 꺼낼 수도 없었던 겁니다.”

 

그렇습니까.

 

헛고생했다는 생각과 함께 브리욜프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던 투전승불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점들을 물어보았다.

 

방금 저희라고 했었지? 저희라니. 너 말고도 그런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이들이 또 있어?”

 

그의 질문을 들은 브리욜프는 메이드가 가져온 컵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요리사의 부름에 투전승불을 데리고 그 방과 이어진 바로 옆방으로 넘어갔다.

이내, 투전승불의 자리 바로 옆 의자에 앉았고, 그들을 따라 들어온 여의와 리디아가 투전승불의 오른쪽에 앉았다.

투전승불이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한 브리욜프는 그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이 성의 현자들도 그 마법과 신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왔습니다. 그들은 저와 함께 여러 번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전리품으로 구하거나, 고대 유적에서 입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얻게 된 신구들을 모아놓고 여러 가지 마법을 조합해 실험을 진행했고.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얻어내었습니다, 방금 제가 주군께 말씀해드린 그 사실들을.”

 

브리욜프의 말을 듣고 투전승불은 대단하다는 듯 박수를 짝짝. 쳐주었다. 이내, 앞쪽에 준비되어 있던 수프를 입에 대며 맛을 보고 요리사에게 말했다.

 

워우, 요리사 양반. 요리 좀 하는데? 꿀맛이야.”

 

투전승불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혹여 욕이라도 먹을까 잔뜩 움츠러든 요리사는 이내 방긋 웃으면서 예상외의 칭찬을 해준 투전승불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투전승불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고기 그릇에 들어온 손을 탁. 낚아채었다.

누구냐. 하고 그 손을 따라 주인을 살펴보니 그 주인은 다름 아닌 여의였다. 깜짝 놀란 한 소녀의 얼굴을 보고 그는 피식 웃더니 브리욜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하였다.

 

어이, 네가 아까 한 마법이 이런 애들 말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이라 했지? 그러면 이놈 지금 말할 수 있는 거냐? 맞다, 그리고 이 여의봉집어넣는 방법도 좀 알려달라고. 맨날 썼었는데 나는 왜 얘가 사람으로 변신 할 수 있다는 걸 몰랐을까? 나 원 참.”

 

그의 첫 번째 의문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 브리욜프는 잡고 있던 고기를 마저 다 먹고 크흠. 하며 헛기침을 한번 한 뒤, 그에게 설명해주었다.

 

“‘신구에게서 꺼낸 무기를 돌려놓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것을 손에 쥐고 주군의 주머니에 넣는다는 이미지를 상상하십시오. 그게 끝입니다.”

 

네가 말한 대로 내 영혼이 박살나서 현재 마력이 단 1%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인데 그런 게 가능하냐?”

 

“‘여의봉은 주군이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셨던 주군의 전용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신구에게서 빼내거나 다시 집어넣는 것은 마력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의외로 너무나도 간단한 방법에 쓴웃음을 지은 투전승불은 여의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여의봉을 잡은 뒤, 마음속으로 브리욜프가 말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러자 여의봉은 하얀빛으로 흩어지더니 이내, 아름다운 은색 빛을 뿌리면서 공기 중으로 녹아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옆에서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이건 매우 간지럽구나. 그렇다고 나쁜 느낌은 아니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리자 투전승불은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뭔가 찝찝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의였다.

여의의 예상외의 말투에 잠깐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그는 이내,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여의에게 말하였다.

 

. 그게 네 말투냐? 딱 보기에도 어려 보이는 게 그렇게 말하니까 웃기네.”

 

그러자 리디아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맞장구쳤다.

 

후후, . 그래도 귀엽기만 한걸요.”

 

, 그래도 전생의 내 성격을 따른다기에 엄청 멋진 놈인 것 같아서 잔뜩 기대했는데. 너무 귀여운 이미지가 강한 거 아니야?”

 

리디아의 맞장구에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쓴웃음을 지은 투전승불은

그보다. 라고 말하며 말을 이었다.

 

신구가 인간일 때에 무기를 꺼낼 수 있다는 건 알았는데. 내가 여의의 본 모습인 여의봉을 꺼내어 사용하면 여의는 그대로 일단 돌아가는 거 아니야? 내가 여의봉을 꺼낸 상태에서 여의여의봉을 꺼내어 사용 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데.”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도 생각되는 그의 질문을 들은 리디아가 테이블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신구에게서 무기를 꺼낸다고 해도 그들이 본래 장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물론, 그들도 그들 자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지요. 그 말이랍니다.”

 

한 번의 설명을 마치고 뭔가를 생각하던 리디아는 다시금 그리고. 라며 말을 다시 이어갔다.

 

“‘신구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 드리자면. ‘신구는 주군과 같이 성장합니다. 주군께서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시면 그에 따라 신구도 같이 지혜로워지며, 주군께서 깨진 신의 영혼을 되찾아서 비범했던 과거의 능력들을 되찾게 되면, 그것은 신구에게도 전수되지요.”

 

리디아의 설명을 들은 투전승불은 흥미롭다는 듯이 호오. 라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완력도, 봉술도. 이 녀석이 같이 가지고 있다는 거네? 그건 좀 짱인데? 흠흠. 그렇다면…….”

 

, 주군께서 생각하신 그대로입니다. 여의와의 합동 공격도 가능하다는 소리지요. 아마, 이 옵타움의 어디를 찾아봐도 주군과 완벽하게 합을 맞출 수 있는 자는 그 아이밖에 없을 겁니다.”

 

투전승불이 현재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방 눈치 챈 리디아는 그에게 긍정의 표시를 해주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러자, 제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처럼 말한 그녀의 통찰력에 내심 감탄한 투전승불은 그다음 들려온 그녀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꼬맹이가 아니란 말이다. 바보 녀석아.”

 

? 아아. 깜짝이야. 너였냐?”

 

그때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여의의 목소리에 새삼 놀란 투전승불은 뾰로통해진 여의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 여의에게 말하였다.

 

솔직히 네가 어딜 봐서 꼬맹이가 아니냐? 말이 되는 소리를…….”

 

그의 말을 들은 여의는 이내 혀를 쯧. 하고 차더니 한숨을 푹 쉬며 말하였다.

 

네 놈과 나는 전생에 영혼을 공유하고, 네놈이 바보같이 죽어버리기 전까지의 한평생을 살았었다. 비록 내가 이렇게 현신한 몸은 어려도 나이는 네 놈과 같단 말이다.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을 거야.”

 

여의의 말을 들은 투전승불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그가 여의의 말에 대꾸하려고 입을 연 순간, 밖에서 매우 다급하고도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났고, 이내 그와 다른 사람들이 있던 그 방의 방문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주군. 식사하시는 중에 죄송합니다만, 성문 밖에 이웃 나라 왕의 수호기사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이웃 나라라니. 그런 소리는 못 들었는데. 어이, 리디아. 저게 무슨 소리인지 아냐? 설명해줄 수 있지?”

 

투전승불은 밖에서 들려온 말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생전 처음 듣기라도 했다는 한 표정을 지으며 리디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부름에 리디아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주군께서 전생에 지내시던 세계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세계에는 우리나라, 옵타움이 있는 카이투스라는 대륙과 카이투스를 기준으로 북쪽에 있는 타이나리우스와 남서쪽에 있는 아이쿼르라는 대륙. 이렇게 세 개의 대륙이 있습니다.”

 

투전승불의 질문에 리디아는 식사 테이블 바로 옆에 있던 책장에서 조금은 낡아 보이는 지도 같은 것을 꺼냈다.

이내, 앞에 놓여있는 고기 그릇을 옆으로 살짝 치워두고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천천히 그에게 설명해주었다.

 

카이투스, 타이나리우스, 아이쿼르는 본래 서로 대륙 간의 교류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곳곳에서 이상 현상들이 일어나고, 지하에 봉인되어있던 악마들이 깨어남과 동시에 생겨나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각 영지가, 대륙이 위험에 처하자 그 교류는 끊기고, 이제는 서로의 땅을, 그리고 자원을 최대한 많이 얻기 위해 전쟁에 전쟁을 거듭할 뿐입니다.”

 

그 목소리에게 들었던 말이랑 일치하는군.’

 

그녀의 말을 듣고 투전승불은 손을 모아 제 턱을 바친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내, 씁쓸하게 말을 잇던 리디아는 표정을 바꾸며, 카이투스라고 멋들어진 필기체로 쓰여 있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었다.

 

이 나라, 옵타움이 존재하는 카이투스는 다시 그 안에서 세 개의 나라로 나뉘는데, 대륙 지도에서 남동쪽에 있는 마법이 발달한 나라인 우리 옵타움과 북서쪽에 있는 기사도의 상징인 에쿠에스, 서쪽에 있는 연금술이 발달한 아르헤미아가 그 세 나라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모든 나라는 현재 적대 관계에 있습니다.”

 

리디아는 밖에서 계속 그들을 재촉하는 소리에 지도를 살짝 접어 다시금 책장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은 밖에 귀인께서 오셨다고 하니 그곳으로 발을 옮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의 수호기사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 다른 자세한 설명은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주군, 저도 따라나서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 투전승불은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좋겠지? 라며 여의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브리욜프가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들을 따라나서려고 하자 투전승불은 그에게 말하였다.

 

워우, 나를 지켜주려는 생각은 고맙지만, 수호기사 두 명이 한꺼번에 나가버리면 이 성이 기습을 받았을 때 대처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잖냐. 그러니까 너는 나오지 않는 게 좋지 않겠어? 리디아도 실력이 있는 것 같고. 이것도 챙겨가니까.”

 

이것도. 라니! 나는 물건이 아니다! 이 바보 녀석아!”

 

투전승불의 말에 반박하려고 바동거리며 화를 내는 여의를 가볍게 무시하고 투전승불은 리디아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신들의 전쟁 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