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과 같은 컵라면 취식 시간이 끝나고, 나는 리돌에게 주스를 한 잔 주었다. 아무래도 매운 것을 먹었으니 좀 혓바닥을 달래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리돌은 익숙한 마실거리가 나오자 입을 크게 벌리고 함지박만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 단 게 끌리는 거겠지. 허, 참 그렇게도 좋을까.

 

 리돌은 마치 주스를 맥주마시듯이 한 모금 입에 담을 때 마다 크으 하며 공사판 아저씨의 소리를 내었다. 그래, 오늘 하루의 일당인 셈 쳐라. 일단 지금은 그렇게 기분 좋게 먹고 있지만, 너는 이제 나가야 될 운명인 것인 게야. 이게 너의 최후의 만찬이란다. 어떻게 널 계속해서 데리고 살겠니. 내가 니 애인도 아니고, 자선사업가도 아닌데. 어저께야 그 보호자를 사칭한 여자가 도망가 버리는 바람에 이야기도 지지부진되고, 패닉에 휩싸여서 애를 갖다 버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되어 버렸고.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어제는 모르쇠로 그렇게 일관했지만, 오늘은 좀 다를 거다. 가장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길로 사람을 설득하여 다시는 나만의 유리의 성을 지켜내 보이고 말 것이다. 바야흐로 나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장본인과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나는 최대한 비장한 표정으로, 마치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외무부장관의 심정으로 리돌이 앉아 있는 밥상 반대편에 앉았다. 그녀는 지금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싱글싱글대며 계속해서 주스를 홀짝댈 뿐이었다. 

 

 "저기, 리돌아."

 

 "네, 민재."

 

 "그런데 말이다. 어제 못다한 얘기를 지금 좀 해야 할 것 같아."

 

 "무슨 이야기?"

 

 나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서는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말이다, 지금 니가 여기 있는게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지."

 

 리돌은 그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뭘 자꾸 모르는 척이여, 모르는 척은.

 

 "어제도 말했지만, 남자하고 여자하고 같은 방에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지금 뭐 네가 나하고 계약관계로 맺어진 룸메이트도 아니고, 아니면 애인도 아니고. 그런데 지금 이렇게 니가 쭉 이 방에 들러붙어 있으면, 나도 불편하고 너도 불편할 거란 말이지. 야,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여기서 편하게 옷이라도 갈아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아니면 화장실 갈때도 생각해 봤어? 물론 너가 지금 집밖에 나와서 오갈데 없는 처지라는 건 알아. 나도 너 도와주고 싶지. 근데 지금 우리 집이 이런 상황인 걸 어떻게 하냐. 내 생각에는 안타깝지만, 너 지금 나간다고 하면 찜질방이라든가 아니면 잘 곳 알아봐 줄 테니까,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아."

 

 나는 최대한, 리돌을 배려한다는 마음이 진심으로 묻어나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간곡한 퇴거를 요청했다. 


 사실 제대로 들어 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3일 전, 첫 만남에도 사람이 말을 하는데 제대로 들어먹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에 보았을 때는 그것이 단순한 거만함인줄 알았다. 자신이 더 우월한 문명의 사람이라고 믿는, 그런 느낌. 하지만 그런 생각 역시 지구의 중력에 발이 묶인 자들의 상식선이라는 것을, 어제 오늘 깨달았다. 그저 이 아이는 수준이 낮으면 그저 낮은가 보다 하는, 그런 마인드인 것이다. 딱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긴, 모든 것을 박살낼 수 있는 존재에게 딱히 높낮이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실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어떤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이야기를 들이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과, 나 자신의 절박함에 한 줄기 동아줄을 잡아 보는 거지.

 

 일단 내 논리에 헛점은 없다. 리돌은 내 말이 길어지자 잠시 고민하는 듯이 턱을 붙잡고 계속해서 번역기를 만졌다. 아무래도 내용이 내용이니 만큼 길어지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처리하는데 과정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아 하는 표정과 함께 리돌은 다시 나를 쳐다 보았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지붕에 거실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거기에서 살 수 있다."

 

 "...뭐?"

 

 리돌은 그렇게 이야기하고서는 천장을 가리켰다. 천장에는 나의 사랑 루비의 대형 포스터가...

 

 잠깐. 저게 왜 저기 달려있어?

 

 "잠시 기다리십시오."

 

 그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서는, 그대로 천장 위로 붕 뜨기 시작했다. 공중부양이야 어제 봤던 거니까 이젠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문제는 리돌이 천장에 붙어있는 루비의 포스터를 잡아서 아래로 뜯은 다음이었다. 분명히 동작은 아래로 잡아 뜯는 동작인데, 종이로 되어 있어야 할 포스터가 마치 나무판자로 된 문처럼 둥글게 돌면서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위에는 정상적인 집이라면 저 위치에 달려있지 않아야 할, 구멍이 천장에 달려있었다!

 

 “또 뭘 한거야아아아!”

 

 도대체 뭘, 얼마나 더 박살내고 싶은거야아아!! 아니, 아침에 문짝이 없고, 전자레인지가 박살났을 때 별 말 하지 않은 것은 충격에 졸도해 버렸으니까 더 할 말이 없어서 그런 거지, 익숙해지지 말아야 할 상황들이 당연해 지고, 어느 정도 감각이 무덤덤해진, 이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일반적인 상식인이 계속 납득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냐!

 리돌은 대답 없이, 아무 감정도 없는 표정으로 위에 떠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이리 와 봐요, 민재.”

 

 그녀는 공중에서 나에게 손을 뻗었다. 얘 또 사람 말 무시하네. 아니, 내가 지금 같은 걸로 화를 몇 번 내야 되냐. 말이 되는 짓을 해야 내가 받아들일 거 아니냐고!


 나는 그녀의 손을 탁 뿌리치고서는 다시 한 번 소리 질렀다.

 

 “아, 됐고, 이거 아까 문짝 돌려 놓았던 것 처럼 제대로 돌려 놔. 빨리! 그리고, 내 집에서 나가. 당장!”

 

 이제 더는 필요 없다. 문화적 상대성이고, 외계에서 온 소녀고 나발이고 로마에 오면 로마 법을 따르랬다고, 지금 이 아이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녀는 그런 내 악다구니는 철저히 무시하고서는, 내 손목을 잡아채고서는 구멍으로 날아들어갔다. 마치 피터팬이 웬디 보쌈하듯.

 

 “야! 야, 이거 안 놔!”

 

 “잠깐만 봐 주세요. 민재.”

 

 내 몸무게는 완벽하게 무시당한 듯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나는 구멍 속으로 빨려 날아갔다, 밖에서 볼 때는 어두운 구멍 밖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안에 들어가니까 사방이 훤히 보이는 것이, 나름 빛이 통하는 것 같다. 일단 사방은 벽으로 막혀 있고, 마치 사우나 의자 같이 한쪽 벽에 콘크리트를 뭉쳐둔 공간이 있다. 아마 침상으로 쓰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천장은... 없다.

 

 하, 나 진짜 미치겠네. 지금 천장에 구멍을 뚫은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예 건축법까지 위반한 겨? 이런 내 맘을 어떻게 알고 얘기한 건지 뭔지, 리돌은 자신이 완성한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민재. 이것은 현재의 단순한 벽이지만 외부에서는 투명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같은 원리로, 천장은 빛을 제어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그녀는 눈 앞에서 뒤집어지는 내 기분따위는 철저하게 무시한 채로 말을 이어갔다.

 

 "캐롤라인은 그녀가 이렇게 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뭐야, 그 아줌마가 또 무슨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나 없는 사이에 또 왔다갔어?!

 

 "야, 다 필요 없고, 그 총 꺼내봐. 그 파괴자인가 뭔가. 그걸로 빨리, 다 때려 부숴. 지금 당장. 원상복구 해 놓으라고."

 

 "파괴자... 말입니까?"

 

 리돌은 그렇게 반문하고서는 원피스 앞섶에서 그 예의 갈색 총을 꺼내 들었다.

 

 "빨리, 빨리 다 원래대로 만들어놔. 그리고 꺼져."

 

 나는 더 꼴도 보기 싫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에게 손사래를 쳤다. 제발, 이제 더 이상 보는 꼴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일도, 너도. 만나서 거지 같았고, 다시는 보지 말자. 제발.
 리돌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총의 다이얼을 돌렸다. 제대로 장치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서는, 그리고서는 총구를.... 내 쪽으로 향했다. 

 

 "으아악!!!"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총구에서 몸을 피하고서는 온몸을 움츠리고서 다시 악을 써 댔다. 지금 그 위험한 것을 어디다 갖다 대는거야아!!!

 

 "야, 치워, 치워! 아니, 치워 주세요, 리돌 양! 뭐 하는 거야 지금?! 부수라고 한 건 이 불법구조물이지 내가 아니라고!"

 

 그녀는 마치 감정없는 살인마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해서 총구를 내 쪽으로 겨누어 댔다. 아니, 지금 뭐하자는 거야, 엉?! 이제는 날 죽이고 이 집을 차지하겠다는 거냐!

 

 "캐롤라인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옳았다."

 

 그 아줌마는 또 왜! 

 ...라고 말하고 싶지만 도저히 그럴 짬이 나지 않는다. 나는 이미 눈 먼 총구의 끝선을 피해서 뚫린 구멍으로 뛰어 내려 다시 내 방으로 왔고, 하얀 머리카락의 사이코패스는 뚫린 구멍 천장 즈음에 유유히 공중부양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전히 나를 겨눈 채로, 손끝만을 까닥이며. 그리고 그 움직임에 따라서 나는 집 안에서 홀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식탁으로 은폐엄폐를 하고, 침대 밑으로 포복을 하고, 거울로 적군의 움직임을 사주경계하고...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리돌은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이 년이?!

 

 리돌은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민재에게 마지막으로 파괴자를 겨누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어디 만화에서 봤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는 그 정신나간 아줌마가 날 협박해서 이 집에서 살라고 했다는 거 아냐, 지금. 

 자, 정리를 다시 해 보자. 지금 일단 다행인 점은, 저 아이가 원하는 것은 나의 목숨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 생긴 것만 조그맣게 생긴 섬뜩한 흉기에 한 대만 맞으면 그대로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게 되는데, 만약에 날 없애고 이 집을 탈취할 생각이었으면 아예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되었으리라는 거다. 물론 이 아이가 내가 이 집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 및, 대한민국의 월세 시스템에 대해서 조금만 더 이해를 했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사실 거주가 필요한 부분이라면 나의 목숨을 갖고 협박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잠깐,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캐롤라인이라는 영어강사 양반이 오늘 다시 찾아와, 리돌에게 이 말도 안 되는 지식들을 가르쳐 준 것 같다. 방금 이야기한 내용에서도 유추가 되는 부분이고, 저 아이가 이렇게 하루만에 태도를 바꾼 것도 그렇고. 아니, 근데 그 아줌마는 왜 저 녀석 편을 들었던 거야? 그 아줌마도 저 총에 협상당한건가? 안 그래도 스톡홀름 신드롬 같은 증상을 보이기는 하던데. 아니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행인 것은 일단 원하는 것이 달마다 얼마를 상납하라든가, 아니면 내 시종이 되어라 같은 말도 안 되는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정황에서,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내 집 안에서의 주거권의 요구.

 

 이건 뭐, 목숨을 건 협상이기는 한데 굉장히 단가가 떨어지는 것 같다. 나는 침대 아래에서 다시 손거울을 들어 천장에 떠 있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언제 집어 넣었는지, 그녀의 손에 파괴자는 들려 있지 않았다. 다만 생글생글 웃으며 내가 있는 방향을 쳐다 볼 뿐이었다.

 나는 항복의 뜻으로 양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서는 일어났다. 그리고서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다.

 

 "리돌 양, 우리 이야기 좀 할까요?"

 

 그러고서는 눈짓으로 식탁을 가리켰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땅바닥으로 내려왔다.

 

 


 "자, 그러니까 너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라는 거지? 이 집 윗층에서 사는 것." 

 

 리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를 식탁에 앉혀 놓고서는, 종이와 펜을 갖고 왔다. 그렇다. 이곳저곳에서 많이들 사인해 보았을, 계약서를 쓰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말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아이한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지만, 이런 증거라도 있어야 내 마음이 그나마 편할 것 같아서였다. 당연히 무슨 부동산에서 쓰는 것 처럼 금전적인 관계를 명확하게 하자는 건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다른 무언가가 또 다시 협박에 강탈당하지 않도록, 아니,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는 부탁 정도로만 알아들어도 좋겠다. 어차피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것이 내 생명인 이상 제대로 된 교섭은 힘들 것이다.

 

 "자, 여기 이렇게 써 있어. 어차피 세세하게 정해 봤자 너나 나나 서로 골치아프니까, 간단한 것만 이야기할게. 나 리돌은 성민재의 집 옥상에서 거주권을 받았으며, 목숨을 담보로 한 더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는다. 동의하면 여기다가 사인해." 

 

 리돌은 턱을 괴고서는 미간을 찌뿌리면서 날조된 계약서를 계속 내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내 얼굴을 한번 흘끗 쳐다 보고서는, 조금 뚱한 얼굴로 대답하였다.

 

 "필요 없습니다."

 

 뭐? 지금 이 말인 즉슨 계속 나를 협박하겠다는 말? 
 필요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그녀는 종이를 들어 찍찍 찢어버렸다. 도대체 뭐가 더 필요하다는 거야 지금. 나는 방금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을 입 밖으로 여과없이 내뱉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더 필요하다는 거야, 지금?"

 

 "나는 이 종이가 필요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약속이라는 단어는 또한 약속입니다. 이것은 의미가 더 쉽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달에서는 이렇게 약속을 맺습니다."

 

 그리고서는 리돌은 내 앞으로 손바닥을 펴서 내밀었다. 마치 이 손을 맞잡으라는 것 처럼. 그러니까... 이미 말로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에, 따로 이렇게 문서로 남길 필요까지는 없다는 말인가? 나 참, 무슨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리돌은 말을 이어갔다.

 

 "맹세합니다. 민재에게 다른 요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손을 맞대면, 약속되는겁니다."

 

 "하아..."

 

 한숨이 나온다. 지금 이 말을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나에게 거부권은 없는 선택지다. 나는 체념한 듯이 오른손을 내뻗어 맞내민 그녀의 손을 잡았다. 생각보다 훨씬 차가운 손끝이 닿았고, 그녀는 웃으면서 내 손바닥을 깍지끼듯 그러쥐었다. 그러고서는 번역기가 꺼진 목소리로, 무어라고 몇 마디를 덧붙였다.

 

 "방금 뭐라고 한거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리돌은 계약(?)을 체결하고서는,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만면에 띄우고서 그대로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날아들어갔다. 나는 온 몸에서 힘이 빠진 듯 털썩, 양팔을 다리 위로 아무렇게나 걸쳤다. 그렇게 내쫓으려고 해도 끊임없이 맴돌고, 몇 번이고 정신을 잃고, 생각해 보니 교통사고에서도 살아 남았다. 3일 동안 너무 많은 것을 겪었고, 이제 그 결과가 나왔다. 아니, 지금부터 시작하는 건가. 이제 저걸 데리고 어떻게 살지?

 

 답답한 마음에 쳐다본 창밖에는 검은 밤하늘만이 가로등 불빛에 슬며시 그 어둠이 깎여 있을 뿐이었다. 어제와 같은 달빛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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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끝!  내일 또 까먹을 것 같아서 미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