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gmstore.net/view/5bb0d0c7352039d22707bd61/%EA%B0%95%EC%B2%A0%EC%9D%98%20%EC%97%B0%EA%B8%88%EC%88%A0%EC%82%AC%20OST%202%20-%20Brotherhood%20~Postlude~%20(Akira%20Senju)

BGM-Full metal alchemist OST 2 -   Brotherhood ~Postlude~ (Akira Senju)

 

 

 

저는 폐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그 누구보다도 꽃을 닮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에 말이지요.

 

점점 식욕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기침을 하면서 피가 같이 섞여 나와, 제빨리 저는 부모님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폐암 4기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구요.

저는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이며 멍 하니 바닥을 몇 분간 쳐다보고 있었어요. 저희 어머니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셨고, 저희 아버지께서도 제 어깨를 손으로 어루만지셨는데 사시나무처럼 차갑고 떨리는 느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 같네요. 제가 뭐라고. 술, 담배도 하나 한 적 없고 그저 학교를 열심히 다니던 한 고등학생이었을 뿐이였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폐암이라는 것이 초기 증상이 아예 없다시피 해서,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천차만별이고 진짜로 아파오기 시작했을 때에는 늦은거라고 해요.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가 시한부, 8개월. 수술도 정말 힘들고, 제 몸 또한 암이 걸린 폐엽 부위를 도려낸다 하더라도 폐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바로 죽을 수도 있다네요.

 

그리고 이제 8개월이 막 지나게 된 지금이었습니다.

 

원래 시한부라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라고 하지만, 의사선생님께선 지금까지 버틴 것도 기적이라면서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하셨어요. 저 또한 기적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하지만 지금은 제 몸이 날이 갈수록 야위어지는 것이 느껴져요. 마치 촛농이 거의 다 녹아서 이리저리 흩날리며 팟 스러질 것만 같은 불빛처럼 말이죠. 그래서 저는 지금 대학병원의 한 볕이 잘 드는 창가가 있는 병실에서, 공기청정기를 틀어두고 가까스로 상체를 헐떡이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아, 물론 고통스러운 기침은 덤으로요.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립니다. 시각은 오후 7시. 이 시간 때 즈음에 오는 사람이라면 저는 눈으로 안 봐도 짐작이 갑니다. 바로 제 친구인 거겠죠.

 

"들어가도 돼?"

"응. 들어와."

 

문을 열고 친구가 들어왔습니다. 이 친구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를 같이 다녀 서로 친하게 지낸 친구였는데, 제가 병실로 자리를 옮긴 후 평일 날에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저를 찾아와 주었습니다. 물이라던가, 초콜릿이나 사탕같은 달달한 먹거리는 덤으로 챙겨왔었죠. 제가 생각하기에도 참 잘 사귄,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몸은 어때?"

"아직까진 괜찮을거야. 빨리 나아서 마음껏 뛰어야지."

 

친구는 저의 말을 듣곤 방긋 미소를 짓습니다. 어디엔가 불편해보이고, 씁쓸한 듯한 느낌은 들지 않아 있지만요. 이것 또한 나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니, 친구에게 오히려 짐만 안겨준 것만 같아 제 마음이 아려오곤 합니다. 항상 친구에겐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구요.

 

"...그래. 빨리 나아야지. 뭔가 치료에 진전은 있어? 그리고 또..."

 

친구가 말을 망설이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그것 때문인 것 같아요.

 

"아아, 시한부 때문에 그런거라면 걱정 마. 돌팔이 의사가 하는 말 어디 정확한 거 봤어? 봐봐, 버킷리스트라는 영화에서도 할아버지가..."

 

친구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눈에는 정말로 근심이 가득한 착잡함이 느껴집니다. 아. 나는 지금까지도 친구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는구나. 제 자신이 원망스러워집니다.

저는 지금도 숨을 헐떡이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페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가 없을 텐데. 제 심장이 쿵쿵 뛰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침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윙윙거리는 공기청정기의 소리만이 병실 안에서 들립니다.

 

이윽고 몇 분이 지나자, 친구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너는 니 병이 다 낫는다면, 뭐할거야?"

 

여태껏 친구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은 질문입니다. 아마도 이 질문엔 많은 뜻이 담겨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솔직하게 제가 하고싶은 말을 말하기로 했어요.

 

"나는... 먼저 부모님께 다시 한 번 건강한 모습으로 안기고 싶어.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싶고. 한 번 코피나도록 공부나 해봤으면 좋겠어. 그리고 어디론가 너랑 여행도 가고 싶다."

 

그리고 계속해서, 줄줄이 나의 생각을 여과 없이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터지도록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고, 때론 적당히 먹고 헬스도 다니고 싶어. 지금까지 바다에서 수영도 한 번도 못해봤는데. 겨울이 되서 뭘 하지... 아! 같이 빙어낚시도 갔으면 좋겠다. 또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같이 사귀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네. 음, 하고 싶은 건 진짜 너무 많아."

 

"...그래. 하고 싶은 거 많지? 그래서 내가 진짜 부탁하는데, 먼저 가진 마. 먼저 갔다가는 진짜 나..."

 

"걱정 마. 절대로 먼저 가고싶지는 않으니까. 나아야지 암. 꼭 나아서 이 병원 언젠간 나갈거다."

 

저는 이때,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사실 친구도 다 알고 있었겠지만요. 현실과는 거리가 먼 비현실적인, 기적을 바라고자 하는 아름답게 포장된 말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이 병은 제가 생각하기에도 다시 낫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죠.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지만, 혹시 몰라요? 제 간절함을 아시는 신께서 나에게 기적을 내려주실지.

그리고, 멈출 것 같지 않는 시간들은 유한히 한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_ _ _

 

며칠 후, 저는 병원 복도를 천천히 걸어가던 도중 갑자기 눈 앞이 깜깜해지며 폐의 극심한 통증과 함께 쓰러졌습니다.

간호사들과 의사 선생님들이 저를 카트에 끌고 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만이 마지막 잔상에 남았는데요, 눈을 떠보니 제가 있었던 병실 침대에 저는 누워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주위를 둘러싸 모인 많은 사람들. 모두들 제가 깨어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쉽니다. 가장 가까이에 계셨던 저의 부모님께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시며 저의 손을 꽉 쥐고 있었습니다.

 

"...크읍! 우리 아들... 일어났어?"

"많이 걱정했잖니. 괜찮아? 어,어디. 아픈덴 없고?"

 

내 손을 꽉 쥐고 있던 부모님의 손에서 고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사실을 저는 알았어요. 저의 생명의 순간은 이제 몇 분도 채 남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지만

저의 부모님께선 지금 이 순간에도 간절히 보이지 않는 신님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나봐요. 두 눈을 질끈 감고 떨리는 목소리로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려 하는 마지막 잎새, 거의 녹아 없어진 뿌리만 남은 촛농, 저녁이 되기 전에 비치는 노을처럼.

모든 것의 마지막 숨결은 아름답고, 죽음을 앞둔 새는 유난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고 했는데...

 

'지금 죽기는 싫어요.'

 

'지금 모든 것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요.'

 

'조금만 더,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요.'

 

'하다 못해 하루라도, 아니, 몇 시간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내일. 내일까지만이라도 살고 싶어요."

 

 

 

 

 

 

...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는데 못했네요.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었다는 걸요.

 

 

-----------------------------------------------------------------------------------------------------

 

 

 

 

따르릉. 아침부터 차가 빵빵되어 시끄러운 도시 아침의 알람 소리를 나는 신경질적인 태도로 껐다.

 

오늘은 월요일. 지긋지긋하고 머리 아픈 일상의 시작이다. 도데체 월요일이란 것은 누가 만든거야? 귀찮게시리.

 

또 학교에 가야 하나? 학교 가서 징하게 공부나 하겠지 뭐. 이래서 사람들이 월요병인가? 뭐, 그런거에 걸린다잖아.

 

제발 이 학교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니아니, 이 세상 자체가 사라져서 제발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싶었다.

 

엄마라고 하는 것은 항상 잔소리만 해대니, 내 귀가 성할 날이 있을까? 젠장. 이 집도 언젠가는 떠나고 말아야지. 

 

그리고 난 매일같이 이런 생각을 해대곤 한다.

 

 

 

 

 

그냥 확 죽어버릴까.

 

 

 

-----------------------------------------------------------------------------------------------------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 소포클레스

 

이제야 두번 째 작품을 올리게 되었는데, 백일장응모작으로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런 간단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