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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원본 


드디어 약속한 당일이다. 운영이에게 태양언니라고 불리는 그 아이와 그녀의 주인되는 그 알 수 없는 여자와 만나기로 한 날. 오늘도 무난히 골프장알바를 끝내고 끝나자마자 운영이에게 외출복을 미리 갈아입으라고 톡을 날렸다. 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같이 출발하기로 했으니. 일단 오늘의 운영이의 코디는 흰색 얇은 머리띠(앞머리는 내리고 뒤는 포니테일로 묶음), 보라색 티셔츠, 분홍색 얇고 짧은 치마(허벅지를 거의 다 드러낼 정도로 짧다), 하얀 니삭스, 운동화로 정한 뒤 이 내용도 운영이에게 톡으로 전했다. 여자아이 노예가 있으니 옷입히기 게임을 해보는 것도 이렇게 재밌네. 

집에 와보니 운영이는 이미 옥탑방 밖 옥상마당에 나와있었다. 내가 전해준 대로 정말 예쁘게 입고 나왔다. 역시 운영이의 예쁘고 곱고 하얀 허벅지와 무릎과 귀여운 니삭스는 언제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각설하고 나도 최소한의 갈 준비는 하고 가야겠지. 크로스백을 챙기고 그 안에 언제부터 장만해놓은 삼단봉을 숨겨놓고 그 위에 큰 물티슈 한 봉으로 안보이게 덮어놓았다. 물티슈는 그냥 밖에 나가면 쓸 데가 있을것 같아서 챙기는 것도 있지만 삼단봉을 숨기는 용도로도 넣었다. 

참고로 삼단봉은 예전에 스토커 사건이 있던 이후로 산 것이다. 혹시라도 운영이나 나에게 또 그런일이 일어나거나 내 몸을 지켜야 할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호신용으로 마련했다. 그 미친년이 또 미쳐가지고 뭔 개짓거리를 나 또는 운영이에게 할지 예측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짧은 준비가 끝난 후 밖에서 기다리던 운영이와 같이 택시로 그녀의 주소로 갔다. 내리고나서 눈 앞에 보인 것은 딱봐도 좋아보이는 3층 집이다. 아직 들어가보지는 않았어도 안에 인테리어가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저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집, 이왕이면 나름 좋은 2층 집 정도는 사서 운영이와 단 둘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싶은 것이 현재 내 목표다. 

"와~ 주인님..... 집이 되게 예쁘네요....." 

운영이는 대놓고 감탄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럴 때 보면 역시 아무리 똑부러지고 예쁜 운영이라도 아직 애는 애다. 물론 그 점도 귀엽지만. 

"운영아, 심정은 이해하지만 여기 들어가서 부터는 적어도 그 여자 앞에선 이것 저것 보면서 놀라는 티 내는건 자제해." 

"네...., 근데 이유는요?" 

"그야 당연히 그 여자가 무시할까봐 그렇지. 아무튼 넌 그 태양인지 뭔지 하는 애랑 놀면 되겠다." 

"네! 그건 좋아요. 히히" 

운영이는 내 팔에 팔장을 끼면서 웃었다. 귀엽다. 

아무튼 대문 옆에 초인종을 눌렀다. 종 한번 울렸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긴장감이 든다. 예전에 면접봤을 때보다 더. 하지만 쫄리지 마라 주진혁. 나도 정상은 아닌것은 확실하니까 또라이에겐 또라이가 상대해 줘야지. 안그래? 

- "네, 누구세요?"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 목소리긴 한데 확실한건 내가 들었던 그 여자의 것은 아니다. 걔보다 톤이 좀 낮다. 

"여기 집주인 계시나요? 주인 분이랑 연락했던 사람입니다. 오늘 오후에 오기로 했던. 근데 이 주소가 맞나?" 

- "어머~ 드디어 왔네~ 오빠~ 그래 여기 맞아~ 흐흐흐 얼른 들어와~ 여자애도 같이 왔겠지?" 

- "아닛, 주인님..... 너무 앵기지 마십시오....." 

- "나 참.... 내가 뭘 앵겼다고? 얼른 문 열어주기나 해. 손님분 더워 죽겠다."

- "네, 주인님, 그럼..." 

삑! 하는 소리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허 참.... 이걸 쿨하다고 해야하나.... 처음보는 사람한테 너무 경계심이 없는 거 아냐? ㅋㅋ 그나저나 운영아, 아까 그 목소리 그 태양이 목소리야?"  

"아니요? 그 언니랑 (목소리가)달라요." 

"그래? 근데도 아까 '주인님'이라 하는걸 보면..... 뭐 들어가보면 알겠지. 가자." 

운영이는 내 손을 잡으며 나와 나란히 대문으로 걸어 들어왔다. 마당 정원도 나름대로 예쁘게 꾸며져있고 심지어 호수도 있다. 역시 부자의 집은 남다르긴 하구만. 

"어서오십시오, 손님. 저희 주인님이 얘기하신 다른 주인분과 고용인분 맞으십니까?"

아까 수화기 너머로 들렸던 목소리의 당사자가 나와서 맞이해 주었다. 키는 나보다 쪼오끔 작을 정도로 나랑 비슷하면서 정장 와이셔츠와 바지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멋있네. 선글라스까지 낀걸 보면 보디가드인가? 아무튼 쌔보이긴 하다. 

"네 맞아요, 저번에 저희 애랑 그 분의 애를 통해서 연락했어요. 얘가 저희 애고요. 들어가면.... 되나요?" 

"물론입니다. 따라 오시면 됩니다." 

"저 언니 멋있내요....." 

"운영아." 

"아, 네." 

운영이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휴 정말 바보같이..... 

여튼 들어와보니 현관에서 메이드로 보이는 두 예쁜 여자가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인사를 해주었고 그 두명이 가장자리로 자리를 비키자 또 다른 단발머리 여자가 팔짱을 끼며 서있었다. 이 여자가 그 여자인가 보다. 

"안녕, 오빠? 그리고 귀여운 노예친구? 당신 실제로 보니 의외로 멀쩡히 생겼네? 그냥 답없는 뚱뚱하고 못생긴 모습인줄 알았는데 ㅋㅋㅋ 암튼 들어와~ 이왕 왔으니 얘기를 나눠야지? 헤이 도그(dog)들? 이분들 방안으로 모셔줘라." 

"네, 주인님. 자, 손님분, 들어오시지요." 

처음보자마자 외모평가질은 뭐야 시발. 

일단 메이드복을 입은 두 여자는 나와 운영이를 데려다 주었다. 한명은 안경을 꼈고 표정변화가 딱히 없다면 다른 한명은 그나마 밝은 표정을 짓고있다. 

"그건 그렇고, 너 정말 귀엽고 예쁘다♡. 옷은 너네 주인이 입혀줬니? 보나마나 음탕한 생각하면서 그랬을게 뻔하지 뭐. 저딴 변태범죄자같은 놈은 버리고 언니한테 올 생각은 없니? 응? 같은 여자니까 언니가 더 같이살기 편하지 않겠어?" 

"에..... 그게......" 

그리고 이 여자는 내 옆에 운영이에게 들러붙어서 이 지랄을 하고있다. 운영이를 넘겨? 절대 어림도 없지 이 씨발년아. 

"얘는 내거니까 그만 찝적대고 그 태양인지 뭔지 하는 애나 오라고 해봐. 그쪽이랑 나랑 노가리깔때 운영이도 말동무가 있어야지. 안그래?" 

"아 우리 퍼피? 지금 내 방 청소하는 중일텐데 지금쯤이면 다 끝냈을지 싶은..... 어 저기 마침 나오네. 야 퍼피! 네 친구 왔다! 빨리 와바! 여기 변태주인도 있고!" 

아까부터 자꾸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라네 이 미친여자가. 진짜 삼단봉으로 개패고 싶다. 

"네 주인님, 제 친구라뇨?..... 아! 귀염아!!" 

"태양언니!!" 

윗방에서 내려온 그 아이는 쭈뼛거리다가 운영이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운영이를 껴안았다. 이 아이가 이 여자의 노예라.....얘도 운영이만큼은 아니지만 귀엽긴 한데 목에 개목줄이 채워진게 가관이다. 

각설하고 이 둘의 모습은 마치 이산가족 상봉같았다. 그래도 한 지붕아래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헤어지고 그리고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충분히 심정은 이해할 만 하다. 태양이는 운영이를 껴안으며 말했다. 

"귀염아♡ 너 향기 좋다♡ 히히 우리 귀염이 잘지냈어? 

껴안으면서 운영이의 옷냄새를 맡고있는 태양이다.

"헤헤 언니~ 나야 잘지냈지~ 언니도 건강해보여서 다행이야. 우리 어디가서 놀면 돼?" 

운영이는 태양이의 포옹을 받으며 헤맑게 말했다. 이것이 친한 언니동생의 아름다운 모습인가 보다. 그런데 이 광경을

"놀긴 뭘 놀아? 귀염인지 뭔지 넌 이 언니랑 같이 있어야지. 그리고 퍼피 너는 너방가서 짜져 있어라. 뒤지기 싫으면. 지금 이렇게 껴안고 냄새 맡아봤으면 충분히 접했잖아? 안그래? 꺼져." 

이렇게 이 썅년이 깨뜨려 버렸다. 

"끄응..... 네에..... 귀염아, 이따 봐....." 

태양이는 시무룩해지며 운영이를 놔주고 가버렸다. 나랑 운영이가 보는 앞에서도 이런식이라면 평상시엔 얼마나 개같이 대한단 말인가. 

아무튼 여자의 방으로 들어온 뒤 식탁에서 나랑 운영이가 같이 앉았고 그 여자는 우리의 맞은편에 앉았다. 

"잘 왔어, 변태주인, 그리고 귀염이. 크큭. 설마설마 했는데 나말고 다른 노예주인이 이렇게 만나줄 줄은 몰랐는데. 암튼 내 이름은 배라희야. 나이는 22살이고 뭐 그럭저럭 사업하면서 살고있지. 그쪽은?" 

22살이라... 내가 오빠가 맞긴 맞구나. 

"이름은 주진혁이고 24살, 아직 특별한 직업은 없고 알바하면서 살고있어. 그래도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서 사는데 별 지장은 없고."

복권 당첨된 적이 있다는 얘기는 일부러 안했다. 

"상속을 받아? 벌써?" 

"부모님이 내가 학생일때 사고로 둘다 돌아가셨거든. 그래서 그렇게 된거야. 뭐 지금은 이렇게 운영이도 같이 데리고 살고있지." 

"안녕하세요. 주운영이에요.... 나이는 12살이고 이름은 제 주인님이 지어주셨어요....." 

"그래 안녕♡ 다시봐도 참 곱게 생겼단 말이야~ 이런 밤꽃냄새 날거같은 남자랑 같이있기 너~무 아까울 정도로." 

"에..... 말씀은.... 감사해요....." 

"아까부터 얼굴 첨보는 사람한테 꼭 그런말을 해야겠어? 심지어 어린애도 같이 있는곳에서. 그런말은 이제 그만하고 날 부른 이유라도 말해봐." 

"이유? 뭐 별거 있겠어? 그냥 오빠랑 얘랑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그렇지. 각각 노예를 평소에 어떻게 부려먹고 대하는지도 공유할 겸." 

"공유 안해봐도 한가지는 확실히 알거 같네. 적어도 난 그쪽이 태양이 대하는것 보다 운영이를 더 확실히 아낀다는거. 못믿겠으면 내 노예한테 직접 물어봐." 

"지랄, 그래봐야 어차피 벗기고 따먹으면서. 안그래? 귀염이? 언니한테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지 않을래?" 

"정말이에요. 저희 주인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에요. 물론 저한테 응큼한 스킨십도 많이 하기는 하시지만....." 

운영이는 내가 좋은거 먹여주고 좋은거 입혀주고 항상 상냥하게 껴안아주고 험한 말도 안한다는 등 평소에 나의 행동들을 술술 불었다. 물론 자기가 잘못한게 있으면 내가 체벌을 가하는 등 엄할때도 있다는 것도 얘기했지만 내 기분대로 이유없이 폭행을 하지는 않는다는것도 말했다. 역시 볼때마다 운영이는 빛이다. 

"체벌을 해? 어쨌든 그것도 폭행은 맞잖아? 이 오빠 깨끗한척 오지게 하더니 염병하고 있네. 안그래 귀염아?" 

"아 그건..... 그게....." 

"잘못한게 있어서 규칙에 맞게 한것 뿐이야. 우리가 서로 좋아하긴 해도 일단은 주인과 노예사이니까 그에 걸맞게 규정을 정한거고. 그리고 당신처럼 절대 심하게는 안해." 

"당신처럼? 나처럼? 나처럼이 뭔데?" 

"나도 다 들은 얘기가 있어. 운영이한테 들었거든." 

난 운영이가 태양이와 밖에서 만났을때의 이야기와 그때 태양이의 폭로에 대해 기억나는대로 다 말했다.(31화, 32화 참고) 배라희는 이걸 듣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년이 아주 집밖이라고 없는 얘기까지 지어냈었구만. 새끼가 뒤질라고..... 야, 운영인지 운영자인지 너, 우리 퍼피좀 놀아주러 가. 안그래도 걔랑 놀고 싶잖아? 안그래? 야 도그. 이 아가씨좀 모셔."

아까 그 메이드 중 한명이 운영이를 데리고 갔다. 지 고용인들을 평소에도 개같이 대하나 보다. 가관이다. 

"이제 우리 운영이가 좀 질리셨나? 그건 그렇고 퍼피니 도그니 사람 개취급 하는건 좀 그만하지 그래?" 

"오빠가 뭔데 오지랖이야? 그리고 내가 제안하고 싶은걸 말하려는데 옆에 걔가 있는데 말하기 좀 그런거라서 그래." 

"그게 뭐길래?" 

내가 묻자 배라희는 재수없는 썩소를 지으며 답했다. 

"우리 노예 며칠간만 서로 바꿔보지 않을래?" 


(대면 편은 다음 화에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