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배경 창작 글 - 인민군의 편지



사랑하는 부모님께

 

이 편지가 살아있을 때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편지를 쓴 지 이틀 뒤인 15일 밤, 종전만을 기다리고 있던 저희에게 인천 부근에서 적군의 상륙작전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대부분의 인민군들은 낙동강 유역에 갇혀 어쩔 줄 모르고 있었고 저를 포함한 소수의 군부대만이 겨우 북쪽으로 올라와 북진하려는 적군들을 막으려 싸울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저는 총알에 살짝 스쳤을 뿐이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밥을 같이 먹던 사람이 적군의 총알에 맞아 진흙탕에 구르는 것을 보니 정신적으로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적에게 기운 전세를 뒤집기 위해 죽도록 기를 쓰고 싸웠습니다. 이 땅에 이루어질 공산주의를 위해서, 그리고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빌면서 목숨이 아깝지 않을 만큼 굳게 각오하며 전투에 임했습니다. 그러나 하늘은 저희의 편이 아닌가 봅니다. 더 많은 지원군이 오기 시작해 이쪽의 전세는 점점 불리해질 뿐이었습니다. 이젠 정말 한반도 전체가 미제의 식민지로 전락해버리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생각에 동조하듯이 지난 28일 서울에 이어서 강릉, 원산, 함흥, 이번 달 19일에는 평양마저 함락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압록강의 코앞까지 온 전선에서 미제와 남조선군에게 맞설 생각을 하니 앞길이 막막하고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은 중국 인민지원군이 참전한다는 소식입니다. 강대국인 중국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직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미제로부터 남조선을 해방시킬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야 하겠지만 만일 한 달 뒤에도 제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면 그 땐 제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쳤다고 생각해주십시오. 여태까지 저를 훌륭하게 키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버지. 날씨가 슬슬 쌀쌀해지니 두 분 다 건강하세요.



                                                                                                                  19501027

                                                                                                         부모님의 사랑스러운 장남 류춘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