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검게 타버려 재만 남은 날
나는 볕도 잘 들지 않는
가파른 절벽 위 내 무덤에
마른 사과 하나와
반만 남은 소주 하나를 들고 왔다


잔디도 하나 나지 아는
내 무덤에는
무성히 잡초만 나 있어
나는 그 풀을 뜯다
힘에 지쳐 뜯기를 멈춘다


그리고,


사과 하나와
소주 반 병과
향 몇 개와
내 뼈 하나를
무덤 앞에 두고
제사를 지낸다.


이제는 다 했듯이
내 마음 속 작은
하나의 향불도 꺼버릴
바람을 피해
나는 육신을 무덤 밑으로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