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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제 14회 실물 끝말잇기,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

 제 14회 실물 끝말잇기의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실물 끝말잇기는 4102년부터 시작된 유서 짧은 끝말잇기 세계 선수권 대회로, 3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다. 예선을 통해서 64개국의 대표단을 모은 다음, 예선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시드를 배치하여 전부 토너먼트제로 이루어진다. 이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끝말잇기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칼륨, 갈륨, 제라늄 같은 한 방 단어로 끝나더라도 낱말을 지어낸 다음 인정을 받으면 성공이다. 인정을 받는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실물을 들고 온다면 되는 것이다. 왜 한국어로 진행하는지는 중요치않다.

 가장 전설적인 경기는 제 9회 실물 끝말잇기 8강에서의 알제리와 호주의 경기였다. 알제리 측에서 참외를 외치며 미리 준비한 참외를 꺼내들자 호주 측에서는 외로 시작하는 낱말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외계인이라 외치고 기본 시간인 48시간 중 남은 34시간 51분과 날읽기(12시간) 4번을 모두 써버릴 각오를 하고 호주 천문연구회에 연락을 했다. 4번째 날읽기가 끝나버릴 때 쯤, 호주 천문학회에서 외계인과의 연락에 성공했다며 외계인을 보내왔다. 그리고 외계인의 정체를 확인한 심사위원측은 호주의 '외계인' 단어를 인정해주었고, 그 경기는 호주가 졌다.

 "결승전에서 대결할 국가는... 대한민국과 일본입니다!"

 

 "자, 그럼... 이 결승전에서 첫 낱말로 사용할 낱말은 저번 대회 결승전에서 끝에서 5번째로 사용된... 피자 입니다!"

 "우와아아! 피자! 핏짜!"

 "동전은 앞면입니다! 일본측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자두!"

 물건 가방에서 자두를 꺼냈다.

 "두리안!"

 물건 가방에서 두리안을 꺼냈다.

 "안약!"
 물건 가방에서 안약을 꺼냈다.

 "약국!"

 일본 대표는 웃음을 지었다. 약국을 가져올 수 있을 리가 없잖는가. 하지만 한국 쪽에서는 현대건설 팀을 섭외하여 순식간에 약국의 가건물을 지었다. 심사위원측은 실물 끝말잇기 룰 14조 1항의 거대한 건물의 경우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경우 허가한다를 적용해 약국을 인정했다.

 "국자!"

 일본 대표 중 하나가 급히 달려나가 국자를 사서 가져왔다. 약국을 정말 지을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자국!"

 한국 대표 중 한명은 도화지를 구기더니 펴서 이것이 자국이라고 주장했다. 심사위원은 사전을 펼쳐 이것이 자국이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정한 물체에 다른 물건이 닿거나 지나간 자리. 흔적.' 흔적이라고 봐야 하는건지 애매하여 기각처리 되었다. 기각처리가 되기 무섭게 한국 대표가 연필을 꺼내 도화지를 눌렀고, 자국이 인정되었다.

 "국..."

 국자를 써버렸기 때문에 국으로 시작하는 물체를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 갑자기 일본 대표들이 전화로 연락을 하더니 일본 대표 중 한명이 외쳤다.

 "국군!"

 일본 대표는 항공자위대를 긴급히 호출하여 경기장 상공으로 오라고 전했다. 항공자위대에는 긴급 출동명령이 떨어졌고, 40분만에 경기장 상공으로 항공자위대의 비행단이 지나갔다. 일본 대표단은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심사위원단은 국군단어를 인정했다.

 그러자 한국 대표는 군밤이라고 외치며 즉석에서 밤을 구워 내보냈다. 심사위원단은 밤을 까먹으면서 군밤을 인정했다.

 "밤나무!"

 일본 대표는 국립 식물원에 연락하여 밤나무를 긴급공수해왔다. 밤나무와 삽이 도착하자 대표단은 땅을 파고 밤나무를 심었다. 심사위원들은 심자마자 밤나무를 인정했다. 한국 대표는 무반동포라고 외치고 대한민국 육군을 불러 어서 무반동포를 보내라고 연락했다. 바로 수송기에 탑재된 무반동포는 1시간만에 경기장에 도착하여 가동되었다. 무반동포 다음의 단어는 포수였다. 일본은 경기가 진행중이지만 야구장에 연락을 했고, 야구장에서는 긴급히 경기를 중단하고 포수를 경기장으로 보냈다.

 한국 대표는 포수에 대한 대답으로 수르스트뢰밍을 외치고 스웨덴에서 긴급히 공수해왔다. 관객들은 질색을 했지만 제 4회 대회의 어린왕자 사건(중국 대표가 고질라를 외치고선 이 캔 안에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있지만 열면 큰일나기에 할 수 없습니다라고 변명한 사건) 이후로 반드시 캔을 개봉해야하기 때문에 한국 대표는 화생방보호의를 입고 개봉했다. 심사위원측은 안전 벙커에서 화면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며 인정했다.

 일본 대표는 긴급하게 작전회의를 하고, 밍크코트를 긴급히 공수했다. 하지만 긴급 공수 도중 동물 보호단체의 시위에 휘말려서 예상한 시간보다 조금 더 길어졌다. 밍크코트를 받아치는 단어는 트수였다. 한국의 방송을 보던 트수를 끌고와 경기장에 내려놓았다. 수로 시작하는 단어는 수리검이었다. 일본 대표는 수리검을 닌자박물관측에 요청하여 들고왔다.

 수리검-검사-사수-수리공-공사-사진-진사-사공-공수부대-대리-이장으로 이어지는 끝말잇기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한국 대표는 장대라고 외치며 긴 막대를 들고오자 일본 대표는 대장이라고 외쳤다. 일본 측의 특기인 -장으로 막아버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 대표는 당황하며 작전회의를 시작했다.

 장수-수장-장기-기장-장문복-복장-장미-미장-장독대-대대장-장로-노장-장시-시장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장돌림은 보는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로 치밀했다. 한국 대표는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장소-소장-장지-지장-장갑-갑장! 갑장이라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관객들은 술렁였다. 갑장이라는 단어가 있는가? 지어낸 것 아닌가?

 하지만 심사위원은 갑장이라는 단어를 인정했다. 갑옷과 창검 등의 병기를 이르는 말이었다. 한국 대표는 당황했다. 장갑이야말로 이 상황을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갑차-차장-장사꾼! 장사꾼이야말로 경기를 끝낼 단어라고 모두가 여겼지만 일본 대표는 당당히 꾼들이라고 외치며 줄에 공을 매달아 한번 크게 흔들었다. 북한말에 존재하는 단어였으므로 심사위원들도 깜짝 놀라 사전을 펴고 확인해보았다. 장자 돌림은 겨우 끝났지만 이번엔 들로 시작하는 단어를 말해야만 했다.

 "들판!" 들판이라고 외치며 인조 잔디를 공수해와 한국 대표는 경기장에 깔기 시작했다. 심사위원은 이것을 들판으로 인정했다. 판자-자판-판갑-갑판-판관-관짝-짝명태-태양-양파-파리-이수-수리-이리-이모... 한국 대표는 이모라고 외치고선 식당 주인 아주머니를 데려오셨다. 모자-자원-원자-자원봉사-사자! 일본 대표는 자로 끝나도록 단어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국 대표는 옷을 벗더니 외쳤다. 자○! 일본 대표도 당황할 정도의 단어였다.

 지표-표범-범인-인간-간수-수산화나트륨! 한국 대표는 수산화나트륨 병을 꺼내보이며 자랑스럽게 외쳤다. 륨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없을것이라고 자부했고, 관중들도 환호했다. 하지만 일본 대표는 당당하게 륨본드라고 외치며 바닥 장판용 본드를 보여줬다. 한국 대표들은 당황했고, 심사위원들은 당황스러워하며 사전을 찾아봤다. 하지만 륨본드라는 것은 존재했다.

 드릴! 릴낚시! 시안화칼륨! 륨장판! 판도! 도시! 시안화칼슘! 슘페터!

 일본 대표는 자신만만하게 슘페터의 무덤에서 일부를 채취하여 유골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경기는 일본의 패배로 끝났다.


 한국 대표는 당당하게 꺼내들었다. 

 "터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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