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라이터가 두 개 있다.
하나는 가스가 다 떨어진 실험용 토치,
다른 하나는 가스만 나오는 사진기 모양 라이터.
편지를 쓸 일이 많아
꼭 그 편지에는 인장을 찍고 싶어
어쩌면 인장을 찍기 위해
나는 라이터를 켠다.
한 손으로 사진을 찍고
한 손으로 불꽃을 튀기면
화르륵
초에 불을 붙이고 밀랍을 다 녹이고
편지봉투에 붓고 인장을 찍는다.
그 사이에 나는
기억을 잃고
추억이 불타고
...
...
내 손에는 더 이상 라이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