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미친 거야!? 나는 벌 수인의 여왕이야! 너 따위가, 너 따위가 이렇게… 으아아악!”
“닥쳐, 기분나쁘니까.”
일벌은 여왕벌을 죽일 수 없다.
그런 금제가, 지금은 여왕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죽지 않으니까 버틴다.
아슬아슬하게.
인간 아종 특유의 풍부한 마력이 생명의 위기에 반응해 회복 마법으로 전환된다.
그렇게 회복되면, 다시 공격당한다.
“있잖아, 나는 네가 진심으로 그 애를 사랑했다면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야. 그냥 다신 다가오지 못하게 할 뿐이었지.”
휘익-
퍼억.
“우욱… 우웨엑…”
“더럽긴. 뭐, 네가 숨기고 있던 더러운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네.”
벌은 둥지를 지킨다.
벌 수인은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을 지킨다.
‘지킨다’는 개념 아래에, 벌 수인은 강해진다.
여왕의 금제를 부수고, 말벌을 갈기갈기 찢으며, 끝없이 성장한다.
그 궁극적인 형태가 이것이다.
“난 지금 그 애를 지키는 게 아냐. 너희가 그 애에게 한 짓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도망치는 게 꼬울 뿐이지. 그런데 나는 너를 이렇게 짓밟고 있어.”
왜인지 알아?
그렇게 말하고는, 벌 소녀는 여왕의 머리를 벽에 꽂아넣었다.
가장 강력한 금제에 의한 자동적인 힘 조절.
이번에도 여왕은 살아남았다.
“네가, 몇 번이고 그 아이를 괴롭혀서. 날 끔찍한 고통 속에 밀어넣어서. 나는 성장한 거야.”
“아… 으…”
“슬슬 그만할 때가 됐네. 얼마 안 가서 그 애가 깨어날 거야.”
“인…도자, 를… ㄴㅐ놓-”
쿵-
“아, 죽여버렸다.”
순간적인 분노는 이성을 마비시켰다.
끝내, 한계에 달한 여왕의 신체를 알아보지 못한 그녀는 여왕을 죽였다.
”뭐, 살아있어봐야 방해인걸.“
터벅, 터벅.
벌 수인들의 땅이자, 진정으로 꿀이 흐른다는 전설이 있던 땅.
토후의 수도에서, 벌 소녀는 천천히 멀어져갔다.
———
드르륵-
”안녕!“
”아, 왔어…?“
초췌한 안색.
몸 곳곳에 보이는 상처.
잔뜩 망가진 손.
여왕과 말벌의 대립이 문제였다.
모든 벌을 이끌 운명을 지닌 이가 태어난다는 예언.
그에 부합하는 남자.
그를 가진다면 권력을 가진다.
그 탓에, 그를 탐내는 벌 수인들이 가끔 보였다.
”오늘은 말야-”
“싸웠구나.”
남자는 이미 벌들의 투쟁을 이해했다.
그들이 싸운 뒤에는 언제나 잔향이 남았다.
마치 꿀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향과 완전히 반대되는 듯 기이한 향.
“있잖아, 내가 싫어?”
“아니.”
“무서워?”
“아니.”
“…그러면, 왜 예전과는 달라진 거야? 내가 말벌과 결투를 해서? 여왕의 친위대를 박살내서?”
“나는, 무서워. 네가… 변해간다는 게.”
”…아하“
벌 소녀는 미소지었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내가 다른 사람이 될까봐 무서웠구나.“
”…요놈의 주둥이를 그냥.“
”아하하하…“
억지로 끌어올린 밝은 분위기.
그것은 두 사람의 만남이 끝나감을 의미했다.
“가볼게.”
“응, 내일 보자.“
”…사랑하는 거 알지?”
“…”
“야.”
“좀 봐주라.”
“…흥“
드르륵-
문이 닫혔다.
남자는 잠을 청했다.
벌 소녀는 천천히 걸어나갔다.
넓은 곳.
더 넓은 곳으로.
그리고 저 멀리로.
남자가 알 수 없을 때 까지.
자신이 두려움을 사더라도-
그가 안심할 수 있게.
”대충 이 정도면 됐어.“
터벅, 터벅.
여러 개의 발소리가 여러 방향에서 다가오지만, 벌 소녀는 당황하지 않는다.
”첫 놈은 특별히 찢어발겨 줄 테니까, 다 덤벼.“
모든 것은 다만 그를 지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