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추운 겨울이 지나 눈이 다 녹은 조금은 휑한 산. 

나무가 우거지고 새 한 마리도 없는 높고 깊은 산속에 6974번째 자연인이 살고 있습니다. 

 

 

“ 햐! 이제 날씨도 풀리고 참 좋다!  아니 그런데 이런 곳에 정말 사람이 산데요? ” 

 

 

어? 저 위에 뭔가 움직이는데요? 

 

 

“ 어? 저분이신가? ” 

 

 

인적 없는 산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한 사람. 오늘의 자연인인가요? 

 

 

“ 실례합니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나온 이얀돌이라고 합니다. ” 

 

 

“ 여긴 어떻게 아시고 오셨어요? ” 

 

 

“ 아 여기 산속에 혼자 살고 계시다는 분이 있다고 해서 왔어요. 아이고 안녕하세요. ” 

 

 

얀돌씨를 경계하는 자연인. 우리 나쁜 사람 아닙니다~ 

 

 

“ 지금 뭐 하시고 계셨어요? ”

 

 

“ 날씨도 풀려서 장독대 묻을 자리를 찾고 있었어요. ” 

 

 

“ 역시 자연인 답네요. 근데 나이가 되게 어려 보이시네요?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 

 

 

“ 저 26살입니다. ” 

 

 

“ 오 되게 빨리 산에 들어오셨네요? 가만 그럼 나보다 어리신데 호칭을 어떻게 해야 될까요? 맨날 어르신들만 보다가 젊은 청년은 처음 봐서 이거 정말 난감하네요. ” 

 

 

“ 편하신 대로 하세요. ” 

 

 

엄청 일찍 산에 들어온 오늘의 자연인. 젊은 그의 사연이 정말 궁금해집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 일단 제 집으로 가시죠. ” 

 

 

자 이제 자연인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 오 판잣집이네요? 혼자 지으셨나요? ” 

 

 

“ 예 맞아요. 제가 직접 지었습니다. ” 

 

 

“ 와 어떻게 혼자서 여기에다가 집을. ”

 

 

해발 800미터의 험한 산 정상에서 혼자 땅을 일구고 직접 나무를 벌목해서 1년 동안 자연인 혼자 만든 보금자리입니다. 겉보기에는 허름해 보일 수 있어도 자연인에게는 낙원이죠. 

 

 

“ 식사 안 하셨죠? ” 

 

 

“ 네. 좀 배고프네요. ” 

 

 

“ 기다려보세요. 작년에 담가놓은 김치가 있으니까 김치볶음밥이나 해 먹읍시다. ” 

 

 

“ 오 정말 좋죠! ” 

 

 

자연인은 집 앞에 흐르는 개울 물. 이걸 또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는데요

 

 

“ 천연 냉장고예요. ” 

 

 

“ 와 물에다가 김칫독을 담가 두셨네요? ” 

 

 

“ 네 여기 개울 물이 차갑게 흘러가니까요 보관에 용의 하죠. ” 

 

 

“ 와 김치 냄새가 지금! ” 

 

 

“ 한입 드셔보세요. ” 

 

 

“ 와아! 이것만 있어도 밥 다 먹겠는데요? ”

 

 

자연인이 작년에 담근 김치 정말 맛있어 보이는데요. 얀돌씨! 저도 한입 주세요! 

 

 

“ 볶음밥 하는 거는 김치를 잘게 썰어야 해요 ” 

 

 

“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볶음밥 말고 고기랑 같이 먹으면 더 좋을 거 같은데 아쉽네요. ” 

 

 

“ 산속에서는 어쩔 수 없어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먹고살아야죠. ” 

 

 

네 그래야죠 먹거리 하나하나가 귀한 산중인데 이거라도 감사해야죠. 얀돌씨. 

 

 

“ 자 이제 다 볶아진 거 같네요. ” 

 

 

“ 이제 먹어볼까요? ” 

 

 

야아 자연인이 손이 큰 건지, 아니면 얀돌씨 왔다고 양을 많이 하신 건지, 양이 정말 많네요. 든든하겠어요. 

 

 

“ 얀돌씨가 먹는 양이 많을 거 같아서 많이 했어요. ” 

 

 

“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먹을 때까지 먹어 보겠습니다! ” 

 

 

“ 음! 김치가 맛있어서 그런가 그냥 밥만 볶아도 맛있네요! ” 

 

 

“ 그래요? 다행이네요. 내놓을게 이거밖에 없어서 어제 먹다 남긴 생선 머리라도 대접해야 될까 생각했어요. ”

 

 

“ 아니요 제발 그건 삼가 주세요. ” 

 

 

그날의 악몽이 생각나는 얀돌씨. 그때는 제가 녹음하면서 봐도 영 아니긴 했습니다. 

 

 

“ 근데 자연인은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산으로 오게 되었어요? ” 

 

 

" ...... "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자연인. 어떤 사연을 품고 산으로 오게 된걸가요? 

 

 

“ 그러지 말고 말씀해 보세요. 계속 품고만 있으면 곪아 문드러질 수도 있어요. ” 

 

 

“ 제가 대학생 시절때 어떤 여 선배가 저를 쫓아다녔습니다. ” 

 

 

“ 오 여자문제? ” 

 

 

여자 때문에 산에 들어왔다는 자연인. 오늘 사연이 정말 기대되는데요? 

 

 

“ 처음에는 제가 막 좋다면서 저를 계속 따라 다니더라고요. 그러다가 제가 몇 번 거절하니까 그때부터는 강압적으로 나오더라고요. ” 

 

 

“ 어떤 식으로 말인가요? ” 

 

 

“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아냐. 나 하나쯤은 학교에서 퇴학시켜 버릴 수도 있다. 나만 받아주면 자기가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평생 힘든 일도 안 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해 주겠다면서 협박과 회유를 하더라고요. ”

 

 

대학생 시절 선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자연인.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 

 

 

“ 저도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죠. 그냥 하던 대로 무시하고, 거절하고, 모른척하고. 그런 태도로 일관했죠. 그렇게 생활하다가 여느때처럼 제 자취방에서 일어났는데 제 바지가 내려가 있었고 현관문이 부서져 있더라고요? ” 

 

 

“ 강도라도 당하신 거예요? ” 

 

 

“ 그날은 이상하게 너무 피곤해서 깊게 잠들었었는데 눈 떠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일단 경찰에 신고하긴 했는데 단서가 너무 없다면서 수사가 오래 걸릴 거라고 하더라고요. ” 

 

 

“ 그때 충격으로 사회를 등지고 산으로 들어오시게 되었나요? ” 

 

 

“ 아니요. 그 일이 있고 나서 2주 후 경찰 수사는 여전히 아무 진전이 없었는데 선배가 이상한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 

 

 

“ 어떤 문자요? ” 

 

 

“ 두줄 표시가 되어있는 임신테스트기 사진을 보내면서.  " 이거 너 아기야"  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본 저는 일단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쳐야겠다 마음먹고 여기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

 

 

엄청난 사연 가지고 산으로 들어온 오늘의 자연인. 이거 정말 역대급 사연인데요? 생선 대가리 카레 이후로 이런 큰 충격은 오랜만입니다! 

 

 

“ 혹시 그 선배한테 사과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 

 

 

“ 아니 그게 뭔 소리세요? ” 

 

 

“ 여자 임신 시키고 도망가신 거잖아요. ” 

 

 

“ 그게 왜 그렇게 되는데요. 그럴 생각 전혀 없습니다. ” 

 

 

“ 들으셨죠 사장님? 없다네요. ” 

 

 

갑자기 나를 찍던 카메라맨들 눈빛이 변하더니 카메라를 내려놓고 일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갑자기 내 몸을 붙잡아 나를 제압하기 시작했고, 뒤에서 촬영을 감독하고 있던 PD들은 미리 챙겨 왔던 것으로 보이는 밧줄을 들고 내 몸을 묶었다. 

 

 

“ 대체 이게 무슨 짓이에요! 당신들 방송국 사람들 아니지! ” 

 

 

“ 다 끝났습니다 사장님. ” 

 

 

저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는 한 여자가 보였다. 익숙한 실루엣인데 저건 설마? 

 

 

“ 이런데 숨어 있으면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

 

 

얀순이였다. 

 

 

“ 대체 저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저 선배 싫다고요! ” 

 

 

“ 어머. 얘가 지금 누구한테 큰소리야. 잘못한 사람이 누군데. ” 

 

 

“ 제발. 저를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는 거냐고요.... ” 

 

 

“ 얀붕아 나는 이미 한번 기회를 줬어. 사과할 생각이 있다고 했으면 그냥 얌전히 데려가기만 하려고 했는데 꼴이 이게 지금 뭐야? ” 

 

 

“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 미친년아ㅏㅏㅣ!! ” 

 

 

(파치치치칙) 

 

 

“ 일단 진정시켰습니다. ” 

 

 

“ 잘했어요 얀돌씨. 비밀만 지켜준다면 약속했던 금액은 매달 계좌로 들어올 거예요. ” 

 

 

“ 감사합니다. ” 







 

 

그럼 아기 아빠. 이제 우리 둘의 사랑의 결실. 우리 아기 보러 가자? 일단 아기 이름부터 정해보자. 아기도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