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다.


신발장에 들어오고 서야 들리는 소리.


"@*(&&)@!"


":@)@;#!"


매일 매일 우리 가족은 무너져만 간다.


하루도 빠짐없이 신발장에 들어오고 중문을 열려니 들리는 소리.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소리에 나는 숨이 턱 막힌다.

누군가 내 목을 조이듯 조금씩 공기가 무거워져 간다.  


이런 환경에 익숙한 나는 중문을 열고 바로 내 방으로 들어간다.

그 소리를 무시하고 그대로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또 내 신세 한탄을 한다. 


'나는 왜 이 집에 사는 거지?'


부모란 존재는 뭐지? 분명 초등학교 때까지는 화목한 가족이었다.


이대로면 우리 가족은 언젠가 진짜로 무너져 갈지 모른다.


아니, 이미 무너졌을 지도 모른다.


가출을 하고 싶었다.


차라리 이딴 집에 살 바엔 떠나는 게 나아 보였고 다신 보기 싫었다.


'내가 왜 이런 곳에 태어났을까.' 


콩가루 집안이라 생각해도 부정하진 않는다.


내 머릿속이 점점 아득히 어두워져 간다.


'나는 뭘 위해 살아가는가?'


그냥 아무나 날 잡아서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안겨줬으면 좋겠다.


그냥 사랑 받고 싶었다. 길가다 가족들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부럽다.

하지만 나는 꿈도 못 꾼다.


내 자신이 불쌍하고 처량한게 느껴져 눈에서 따가운 느낌이 뺨을 스쳐내러 간다.


오늘 따라 너무 힘들었다.


그 감정이 좀 진정되고 서야 현타가 오는 감정이 너무 싫다.

공허하고 나 혼자라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


나는 언제나 혼자인 걸 깨닫는다.


어떻게든 싸움을 말려 봤지만 전혀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불을 작은 불로 만들어도 다 꺼지지 않은 그 불은 다시 커지기 마련이다.


내가 매일 생각하는 건.. 매일이 집을 어떻게 벗어날까 밖에 없다.


'우리 가족은 답이 없다.'


'더 이상 내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아무 물건이나 집어 물건을 던지는 소리가 난다.


이게 어떻게 가족이고 내 부모일까.


지나가다 술에 취한 사람도 이 정도는 아닐 거다.


빨리 집을 벗어나고 싶다.

그냥 떠나고 싶다.


내 신세 한탄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친구들 사귈 때 깊게 사귀지 않은 나는.


어디가서 말하지도 못한다.


마음 먹고 상담소에 갔었다.


말했더니 사춘기냐며 이제 질풍노도의 시기가 왔다면서 비꼬는 듯한 목소리.


이게 상담소인가? 더 죽고 싶은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진지하고 깊게 내 고민을 들어준다고 말한 상담소는 더 이상 믿지 못한다.

나는 절대 사람에게 기대지 못한다.


다시 느끼기 싫은 뒤틀린 듯한 감정 그럼에도 나는 버티면서 살아왔다.

억지로 꾹꾹 참으면서 까지.


이제 이런 집에서 살기 싫다.


부모라고 하기에도 뭐한 그들은 본능만이 남아있다.

짐승같이 지들끼리 물어 뜯는 소리.


한낱 어린애들 보다 못한 본능.


매일 견뎌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 매일 견디다 보면 괜찮아지겠지라며 넘겼던 날 죽이고 싶다.


견딤은 완전히 사라지거나 완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계속 참고 끝없이 견디거나 끊임없이 무뎌질 뿐.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정말.. 정말 죽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사는데 지쳐 자꾸만 죽으려고만 한다. 


나 좀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행복하게.








*








소란스런 밤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


지금 시각은 6시 30분 정도.


하지만 아직 까지 소리 나는 짐승의 소리.


빨리 교복만 준비하고 학교로 향한다.


언제나 그렇듯.



매일.



항상.



이래도 학교에 등교하면 나는 항상 웃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그 전에 상황은 꿈이라고 언젠가 나는 그 꿈에서 깰 거라고 믿었다. 


나도 왜 내가 이렇게 되었는지 잘 모른다.


그 살아가는 환경에 맞춰줄 뿐.

악착같이 적응했다.


학교에 도착하니 7시가 지나가고 이제 짐승 소리가 안 들려서 좋았다.


곧바로 교실에 들어가 항상 그렇듯 웃는다.


집에 있던 기억은 뒤로 하고 새 삶을 사는 것처럼 웃는다.


교실에 들어가니 친구들이 있었다.



"청휘야! 야! 청휘!"


"왜?"


"계속 부르는데 못 듣냐?"


"어 그냥 안달 좀 나라고ㅎ."


대충 자잘한 이야기를 끝내고 내 자리에 앉아 고민에 빠진다.


그래 내 이름은 청휘. 맑은 날에 비치는 햇빛이란 이름이다.

지금은 맑은 날? 햇빛? 너무나도 우습다.


내 이름과 내 가족과 사이는 정반대다.


나는 어디로 피해야 하고 도망쳐야 하는가.



-툭툭



날 건드리는 사람을 보니 같이 노는 친구들 중 한 명이다.


이채아. 여자애 저번에 나한테 고백했었다.


그 뒤로 안 보일 줄 알았는데 매일 쫓아다닌다.


얼굴은 대충 예쁘게 생겼다.

흰 피부에 오똑한 코 긴 쌍거풀까지.


그러면서 사랑 받고 싶다고?


저 이채아란 애는 착하지 않다.

적어도 착한 애랑 사귀고 싶었다.


뭐 바라는 게 많아 이럴 수 있지만. 저 애는.


매일 뒷담에 교복이고 화장도 담배도 선생님도 무서워하는 이사장 딸이라고 하면 믿겠는가?  


나도 안다 굴러 들어온 금을 찼다는 걸 하지만 딱히 내키지 않았던 것 뿐.


누구에게 받은 지 모르는 곱상한 외모 때문에 고백은 좀 받아봤다.


부럽다고?


내 상황을 이해해줬음 좋겠다,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하루하루가 지옥인 걸.


그리고 내 주제에 누구랑 사귀겠는가 지금 우리 가족을 신경 쓰기 싫어도 쓰이는 걸 어떡하라고 지금 집에 벗어나서 반지하라고 좋으니 제발 벗어나고 싶다고.    


"청휘야!"


"아, 어."


"계속 부르는데 대답이 없어서..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너."


이 말을 하니 그녀는 매운 거라도 먹은 거 마냥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아 이걸 지금 플러팅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급히 말을 수정했다.


"아 너가 그냥.. 불편해서. 고민이라고."


이 정도면 알아듣겠지.


"어.. 어? 말 돌릴 필요 없어 진짜야?"


"어."


"..진짜로?"


그 목소리는 매우 싸늘하고 차갑게 느껴졌다.


아까 내게 아양을 떨며 말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나에게 전혀 보여주지 않은 모습에 그대로 나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채아를 본 상태로.


"말해봐 진짜로 싫어? 그러면서 왜 잘해줘? 왜 신경 써주고 여지를 주냐고."


"그게 아니라.. 됐다 미안."


여지를 준 게 아니다. 그냥 바닥에 떨어진 틴트를 주워서 준거 밖엔..


갑자기 그녀가 내 손목을 잡았다.

다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알 수 없는 표정.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알 수 없는 속내, 그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계속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잡은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그만해 나는 널 좋아하지 않으니까."


"아니 내가 널 좋아하게 만들 거야. 꼭."


왜 인지 모르지만 확신에 찬 말투.


뭐 아무럼 백날천날 해봐라 난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


그런 그녀는 내 바로 옆자리다.


운이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안 좋은 편이겠지만.


이제 수업이 시작했다.






***






그녀의 방해 공작을 받으며 수업을 들으니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피곤했다.


칠판을 보다 시선이 느껴져 옆을 돌아보면 그녀는 계속 날 쳐다보고 있었다.


계속 의자를 내 쪽으로 당겨 어깨가 닿기도 했다.


왜 인지 모르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는 광기가 섞여 있었다.


기분 탓인가. 난 뒤로하고.


애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돈이 없어서.. 카페 가기에는 부담스럽다.


딱 마음 먹고 아이스 커피를 사들고 편의점을 나오니.


그녀가 내 앞에 서있었다.


언제 따라왔는 지도 모를 그녀는 내게 말을 붙였다.


날 어떻게 따라왔는지는 둘째치고 그녀는 내게 계속 고백을 해왔다.  


"좋아한다고. 진심으로.. 다시 생각 해보면 안될까?"


"정말 날 좋아해?"


"응, 물론 당연하지."


"아, 정말로 좋아하구나.. 그럼 한번 말해볼래? 날 위해서 뭘 해줄 수 있어?"


"모든걸 줄게 날 바쳐서라도 너라면 내 모든 걸 줄 수 있어."


다시 한번 그녀는 확신에 찬 말투.


그런 말투는 내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었고.

난 애써 고개를 돌리며 여기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아직 말 안 끝났는데-."


나는 바로 뛰었다.

아니 도망쳤다.


그녀를 따돌리려고 작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내 숨소리는 멈출 줄을 몰랐고.


어느새 날 따라오는 것 같은 발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틀림없이 그녀였다.


나는 바로 손으로 숨소리를 막았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계속 고개를 돌려본다.

마치 사냥감을 찾는 사냥꾼처럼.


이제 한 5분 정도 지나서 그런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갔다 싶어 고개를 내밀었다.


아니 잘못된 선택이었다.


고개를 내미는 순간 나는 그녀와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어디 가지 않고 계속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거다. 


그냥 골목길에서 계속 있을 걸.


나는 바로 바닥으로 넘어졌다.


그녀는 이제야 사냥감을 찾은 듯.

내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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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귀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