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이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쩐일로...

 혹시 우리 애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니에요. 갑자기 불러내서 죄송해요.

 아이도 별 일 없어요. 가끔 엄마가 보고싶다고 보채긴 하는데..."


"애가 얼마나 떼쟁이인지 모르겠어요.

 누굴 닮아서 그러는지."


"말씀만 하시면 언제든지 데리고 나올게요.

 저도 잠깐이나마 아이를 봐주시면, 한 숨 돌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애 키우는데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데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부르세요."


"고마워요. 그리고... 오늘 제가 부른 이유가 말이죠..."


"혹시 애 아빠한테 뭔 일이라도 있나요?"


"....아니요. 잘 있어요.

 오늘도 주말인데 계속 잠만 자려고 하는걸

 어거지로 깨워서 아이를 안겨주고 왔네요"


"그 사람은 어쩜 정말 변한게 하나도 없네요.

 손가락 하나를 까딱도 안하려고..."


"괜찮아요"


"어머. 미안해요.

 흉 보려던게 아니라.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괜찮아요.

 남편이 이혼한거랑, 아이가 있다는걸 모르고 결혼한 것도 아니고.

 아이 때문이라도 친엄마를 주기적으로 뵈야 하는것도... 알고 만난거니까요."


"혹시. 불편...해요?"


"괜찮아요. 그것 때문에 부른거에요."


"네?"


"우리 아이. 보고싶으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데리고 나올게요.

 기끔 제 앞에서 엄마 보고싶다고 울면... 가슴이 좀 아프긴 하지만 괜찮아요.

 어쨋든 우리 애 친엄마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니까요."


"있잖아요. 잠깐..."


"애 아빠... 우리 남편. 연락 하실 일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과거의 일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녀 양육에 대해서도 상담할 부분이 있을테니까.

 두 분이서 정리해야만 하는 것도 있잖아요?"


"왜 그래요. 무섭게. 그런거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요"


"오해하는거 아니에요.

 다 알고 만났으니까. 충분히 이해해요.

 그러니까. 저도 좀 이해 해줬으면 해요."


"네?"


"앞으로 연락은. 저한테만 하세요.

 지금처럼, 몰래 제 남편한테 문자 넣지 말고"


여자는 남편의 전 부인 앞에, 남편의 핸드폰을 집어 던진다.


[만날 수 있을까? 잠깐 할 이야기가 있는데...]


"오...오해라니까요?

 저랑 그이는 다 정리된 관계고. 

 애... 우리 애 관련해서 이야기할게..."


"오해 아니라구요. 

 그냥 제가 싫어서 그래요."


"...괜찮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속이 좁네요"


"뭐라구요??"


"영화도 안봐요? 애 키우는데 어른 손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몰라서 그래요?

 이혼 했어도. 다들 인사정돈 하고 살아요.

 외국에선 다 그래요.

 아무리 남남이 되었다지만. 완전히 연을 끊고 살 수는 없잖아요."


"하하... 그렇죠. 애도 있으니까"


"맞아요. 우리 애가 얼마나 엄마 보고 싶다고 보챌텐..."


"친양자 등록했어요. 이제 제가 아이 엄마에요."


"아니. 그런 중요한걸 왜 이제세야 말해요!

 애아빠는 뭐하는거야"


"우리 둘이서 결정했어요. 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에요"


"말씀이 심하신거 아니에요?

 나는 그 애 친엄마라구요!

 전 남편이랑 연락하는것도. 연애하기 전부터 친구이기도 했고. 아이때문에 연락하는 거라구요.


 어쩜 사람이 이렇게 이해심이 없고 야박하기만 해요?"


"아. 이해심. 그렇죠. 

 그럼 당신도 절 이해해주면 좋겠네요.


 꽤 괜찮은 사람 같더라구요. 당신의 남자...친구? 아니. 예비 남자친구?

 친하게 지낼 수 있겠어요."


여자는 두 번째로, 전 부인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준다.


 남편보다 너댓살은 어려보이는 남성.

 프로필 사진에 보정이 들어간건지, 아니면 진짜인지. 키가 훤칠하고 피부가 뽀얀 잘생긴 남성.


[저번에는 감사했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어떤 일인가요?]


말투도 겸손한 것이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것 같다.


"뭐야...이... 이 사람을 어떻게..."


"어 쩌 다 보 니. 알게 되었어요. 

 재밌더라구요. 당신이 애딸린 이혼녀라는것도 모르고. 

 저도 이 남성이랑 친하게 지내면 좋겠네요. 

 해줄 이야기도 많고."


"입 잘못 놀리다 죽고싶어?!"


"하하하하하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요.

 이혼한 전 남편이랑 친하게 지내는게 평범하면.

 전 부인의 남자친구랑 이야기정돈 나눌 수 있지 않겠어요?


 왜요? 외국 영화에선 이런 내용 안나오던가요?"


"주말에 손가락 까딱도 안하는 버러지 남정네가

 그렇게 좋으면 평생 물고 빠시던가!


 왜 남의 일에 참견이야!!"


"한 번만 입 더 잘못 놀리면 당신이 내손에 죽어.

 알겠어?!

 

 이제 그 애 엄마도 나고!

 그 사람 아내도 나야!


 난 내 가족을 너같은 쓰레기년한테서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어!


 한 번만 더 내 남편한테 연락하기만 해봐.

 그땐 모두 끝이야"


"..."


"애라도 보고 살아야지. 나도 그렇게까지 매몰차진 않다고. 

 우리 애도 친엄마 보고싶다고 하니까.

 이 정도로 봐주는거야."


"..."


"흠흠. 그러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알겟죠?


 아참. 다음주에 유치원 학예회에요!

 당신은 바쁠 것 같으니까. 제가 갈게요.


 매일같이 신나서 연습하던데. 얼마나 예쁠까요?

 나중에 영상으로 보여줄게요. 나중에."


한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한다.


다른 한 여성은. 주먹을 꽉 쥔채로 입술을 깨문다.

혀에서 쇠 맛과 비린 맛이 퍼지지만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