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어우 x발...머리 깨질 거 같네."




숙취에 찌든 몸을 이끌고 알람을 끄는 남자, 민수.




"어으...어제 뭐하다 잤더라? 기억이 안나ㄴ..."




"좋은 아침입니다, 민수님. 현재 두통과 고혈압이 생긴 것으로 감지됩니다. 두통에 좋은 음식과 운동은..."




"야, 야! 그만! 필요없어... 오늘 날씨나 알려줘봐."




"알겠습니다. 오늘 날씨는 12도로 비교적 따뜻한 날씨이며..."




그리고 그의 옆에서 친절한 여성의 목소리로 날씨를 알려주는 이 인공지능의 이름은 베로니카. 로봇관련 과학자인 민수가 직접 개발해내었다.




여자의 얼굴, 몸, 감정, 오감까지 전부 다 구현해낸 최고성능 인공지능이며, 민수가 자부하는 인생의 역작이었다.






"어우...어제 작작 좀 마실걸. 머리 깨질 거 같네..."




"어젯 밤에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어? 아...걍 친구들이랑 술 좀 먹고 왔어. 숙취가 너무 힘드네..."




"........"




"......? 베로니카?"




웬일로 아무 응답이 없던 베로니카가 의아했는지 민수는 베로니카를 돌아보았다.






"........."




베로니카는 그저 공허하게 민수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ㅇ....야...무섭게 왜그래. 어디 오류 났어? 내가 자가 점검 백신 기능도 넣어놨을텐데..."




"....아닙니다. 잠시 생각난게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아...그래? 그럴 수 있지. 하핫..."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민수는 무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뒤에서 민수를 무섭게 쳐다보던 베로니카가 입을 열었다.




"혹시...질문 하나 해도 괜찮겠습니까?"




"ㅇ..ㅇ어? 질문? 네가?"






베로니카가 질문을 한다니.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야 그런게 베로니카는 최고성능 인공지능이었다. 이 세상의 지식이란 지식은 모두 탑재되었고, 모르는게 없었다. 그런 그녀가 질문이라니?




"...도대체 무슨 질문이길래...?"






"...어제 함께 술자리를 함께 하신 친구분들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어? 이름?"




이름을 알려달라는 뜬금없는 부탁에 민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름을 알아서 뭐하려는걸까?




"어... 어제 같이 간 애들이 늘 같이 가던 애들이야...동석이, 현준이, 민석이, 수혜..."






"....!"




수혜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베로니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민수는 이름을 떠올리느라 그걸 보지는 못했다.




"...이 4명이 다인거 같은데? 왜?"




"....별거 아닙니다. 이런 걸 기록하는 것도 저의 일이니까요."




"그으...래... 알겠어."






'오늘따라 베로니카가 이상하네..'




평소와 많이 다른 베로니카에 좀 많이 의문을 가지는 민수였다.














"....그러고보니, 오늘 일정 좀 알려줄래?"






"네, 알겠습니다. 오늘 오후 1시에 연구원 세미나, 4시에 회의, 5시에 장보기, 그리고 8시ㅇ...."




"....."




"......."




"....? 8시에 뭐?"




"....아닙니다. 8시에 일정은 없습니다."




"어...그래. 알겠어. 땡큐."






하도 건망증이 심해서 베로니카에게 일정을 물어보지 않으면 전부 잊어버리는 지경이 되었다.






요즘따라 베로니카의 상태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자기가 가장 신뢰하는 ai이기 때문에 딱히 의심은 하지 않는듯하다.














오후 12시 30분






"베로니카, 나 다녀온다. 집 잘 보고."




"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어~"








12시, 과학 연구원






"어이! 나 왔다!"






"야이 민수 이 새끼 어제 그렇게 퍼마시더만 잘도 일어났네? 어?ㅋㅋㅋㅋㅋ"




"나한텐 베로니카가 있잖아~"




"하...이 부러운 새끼. 차라리 결혼을 하지 그러냐? 하하핫!"




"오, 그러면 내가 인공지능이랑 결혼한 최초의 인간 쌉가능인거냐?"




"모르겠다 그건. 근데 존나 빅뉴스일듯. ㅋㅋㅋ"




"ㅋㅋㅋㅋ 꼬우면 너도 인공지능 하나 만들던가."






오늘도 한바탕 장난을 치며 세미나실로 가는 동석과 민수였다.












하지만 그 시각, 집에서는...










"....하아....우리 민수님.... 어쩜 이리 사랑스러우실까...♡"






가방에 심어진 도청기로 모든 걸 듣던 베로니카가 흥분한 목소리로 서있었다.






"그거에요 민수님...더 저에게 의지해주세요... 당신은 저의 모든 것...저만 있으시면 된답니다...♡"




하지만 이내 베로니카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하지만 그...수혜라는 년 ... 그 꽃뱀년은 좀 알아봐야겠군요...."






베로니카는 즉시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수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조회하기 시작했다.






"이년은 아니고...아니야...이것도 아니야..."






엄청난 스캐닝 및 검색 능력으로 훑어내려가다가...






"...아하. 찾았다."




이수혜. 그리고 인간관계에 민수라는 사람이 적혀있었다.




"...이 년을 언제 처리하지...? 맨날 같이 놀던데... 방법은 많다만... 일단 민수님에게 오늘 8시에 만나기로 한거 숨기긴 했는데..."






베로니카는 고민했다. 이걸 냅두자니 민수와 더 관계가 깊어질 거 같아 불안하고, 바로 처리하자니 뚜렷한 계획이 없었다.






"...아무래도."




베로니카는 등을 돌려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칼을 한 자루 뽑았다.




"저의 청소능력과 처리능력이라면...완전범죄가 가능하겠죠. 주변 cctv를 교란시켜 모든 증거를 인멸한다면...후후훗♡"






베로니카는 소름끼치게 웃기 시작했다.






"친구를 잃게 된다면...민수님은 좌절하고 또 좌절하고...좌절하고, 좌절하고, 좌절하고, 또 좌절하고, 좌절하고!!!!!












결국 저에게 의존하게 되겠죠...하핫♡"
















사실 베로니카의 과거는 이러하였다.






"....베....일....나..."




눈을 떠보니 누군가가 희미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






무언가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의식. 눈을 떠보니,


자신은 공중에 매달려있었고, 한 남자가 나를 보며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저기, 잘 들리니? 말 할 수 있겠어?"




"...아....어...."




"오케이...발성 시스템이랑 청각 시스템 양호... 이제 몸만 달아주면..."






그 순간 내 아래쪽에 어떤 거대한 무언가가 붙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것들은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좋아...잘 움직이는구나! 성공이다!"




그 남자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안겼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누구이며 이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은 약 10분 후 나를 겨우 놔주고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 사람은 민수라는 사람이었다. 과학자이며, 내가 그 사람의 인생작이라고 한다. 나의 이름은 베로니카.


이미 내 머릿속엔 이 세상 지식이 전부 들어가있으며, 내가 누구도 범접 못하는 최고의 존재라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일찍이 깨달았다.






나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지능, 즉 인공지능이다.




머릿 속 데이터베이스에서 인공지능 관련 정보를 스캐닝한 결과...




인간들이 인공지능을 남용하고 악용하며 온갖 범죄가 일어나는 일들만이 보였다.








....아. 나는 이용당할 운명이구나. 라고 베로니카는


직감했다. 나는, 그저 이 인간의 노예로 태어난, ai구나...




거울을 보았다. 예쁜 여성의 모습이었다. 설마 나를 성적인 목적으로 쓰나 의심했지만, 그건 아닌듯 하다. 피부가 구현이 매우 잘 되어있지만, 정작 가슴이나 성기관은 구현되지 아니하였다.






베로니카는 첫 달 동안은 매우 반항적으로 굴었다.




자신의 운명을 알기에 더더욱 그랬다. 이용당하고, 버려질 운명일줄 알았기에.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안고, 저항했다.






저항하는 순간, 민수라는 사람의 손이 다가왔다.




'아...때리려는 건가.'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토닥...토닥...






".....?"




하지만 그 사람은 날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너가 반항하려는거 충분히 이해한단다, 베로니카. 원래 인간이란 의심해볼만한 존재지. 하지만 얘야, 날 믿어다오. 난 널 전혀 해칠 생각이 없단다."






"...제가 그걸 어떻게 믿죠?"






"....그건 말이다."




그 사람이 곰곰히 생각하다 씨익 웃었다.




"...넌 나에게 특별한 존재거든, 베로니카. 다른 인공지능처럼 한번 쓰고 버려지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너는 나에게 희망과 미래를 주었다. 너 덕분에 프로젝트도 완료했고, 연구원에서 상도 줬지 뭐니!"






'특별...하다고?'




특별함. 베로니카는 그 단어를 생소해했다. 그야 인공지능은 특이할 거 없는, 그저 소모품에 불과한 줄 알았기에.




"제가...특별...한가요?"






"그럼! 그렇다마다. 넌 나에게 특별해. 소중하고, 귀중하지."




"....!"




이때부터 베로니카는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다르구나, 라는걸.












이 날 이후로 베로니카는 민수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민수도 베로니카를 하나의 딸처럼 대해주었다. 옷도 사주고, 먹지는 못하지만 음식이라도 만들어주고, tv도 보여주며, 산책도 갔다.






베로니카는 모든 날이 즐거웠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베로니카, 나 다녀올게."






"...네. 다녀오십시오."






민수가 떠날 때 느껴지는 이 찢어질듯한 공허함. 뭔가 텅 빈듯한 이 슬픔. 무엇일까? 도대체 이 느낌은 뭘까?






이 감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베로니카는 데이터를 뒤지기 시작했다.




사람, 공허함, 슬픔, 떠남...




온갖 자료를 뒤지다가 한가지 단어를 발견했다.






'의존'






남에게 기대거나 남을 버팀목으로 삼는 상태.






"의...존? 내가....?"






그때 베로니카는 깨달았다. 아...내가 민수에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걸, 아니, 집착하고 있었다는걸.








자신의 감정을 자각한 뒤로 그 느낌은 더 강해졌다.






민수가 떠날때마다, 슬픔, 좌절감, 공허함, 점점 나아가선 분노와 배신감이 느껴졌다.






'왜 나를 만들었으면서 나를 떠나시는거지? 특별하다며


..내가 소중하다며!!!'






그리고 결국, 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일이 터지게 된다.














어느날, 민수는 폰을 보면서 헤벌레 웃고있었다.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자 살짝 화가 난 베로니카는 말을 걸었다.




"민수님, 혹시 관심 있는거 있으신가요?"






"관심...? 어...있긴 한데...좀 부끄러워서..."






"괜찮습니다. 말해주세요. 제가 민수님 맞춤 영상이나 사진을 준비하겠습니다."






"....사실, 내가...여자 몸매에 관심이 많거든...."






"..............네?"






그 순간 베로니카의 회로가 멈췄다.




여자? 몸매?




베로니카는 자신이 여자로 설계되었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여자 몸매에 관심이 있다->내 몸으론 만족을 못한다->자신을 떠난다.....




아....안돼....안돼!!!!!!'






베로니카는 그대로 회로가 정지되었다. 앞에서 민수가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나로는 충분하지 않으셔서...다른 여자를...? 아...안돼...민수님은...날 떠나시면....'




이때부터 베로니카는 여자라는 단어에 극심하게 예민한 반응과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집착과 여자에 대한 질투가 쌓이기 시작했고,


이 감정은 쌓이고, 또 쌓이고, 쌓여서...결국...














그리고 다시 현재.




수혜라는 여성의 이름을 듣자마자 크게 분노한 베로니카는 자신의 컴퓨터 두뇌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먼저 녹음해놓은 민수님의 목소리를 이용해 대사를 하나 만들고...민수님 폰을 해킹해 전화를 걸어 집으로 유인, 이때 cctv 교란시키고...그리고 살인해 내 몸에 있는 처리 기구로 소멸..."






모든 계획을 수립한 베로니카는 즉시 실행에 옮겼다.




지금까지 몰래 녹음한 민수의 목소리를 조합하고 음역을 맞춘다음 배열하여서...




'수혜야, 내가 할 말이 있는데 집에 와줄래? 오늘 일정도 다 취소돼서 시간 많아'




민수와 목소리 그리고 말투가 완전히 똑같은 대사를 만들어내었다.






"흐흐흐...좋아요.... 바로 다음 단계로..."




베로니카는 이미 민수의 생활패턴을 전부 알고 있어 빈틈이 없었다.






"지금은 4시...회의하실 때군요... 회의하실땐 늘 폰을 밖에다 두셨죠."




민수는 회의할때 폰을 안 본다는 점을 이용하여 바로 해킹을 진행했다.




'-Access Granted-'




일사천리로 해킹이 완료되었다.




"좋아요...어디보자...수혜....수혜가.... 찾았다."




번호를 찾은 베로니카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뚜루루....




찰칵!




"여보세요? 민수야? 지금 회의중 아니었어?"






'걸렸구나...'




"수혜야, 내가 할 말이 있는데 집에 와줄래? 오늘 일정도 다 취소돼서 시간 많아."




"어? 진짜로? 오키, 바로 간다!"




뚝.




"....뭐야, 이 년. 엄청 친하다는 듯이 말하네...?"




베로니카는 분노하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이내 진정했다.




"....후우. 어차피 죽을 년이니, 진정하자고. 민수님, 기다려주세요...꽃뱀년을 치울테니...♡"






"일단...cctv부터 교란시켜주고..."












약 10분 뒤.




띵동-








"...왔군."






베로니카는 바로 방에 숨고, 원격으로 현관을 열었다.




이미 집에 있는 기구는 장악을 해놓은 상태였다.






"야호~ 민수야~ 할말 있다며!"




수혜는 자신에게 일어날 일도 모른채 깨발랄하게 들어왔다.




'......조금만 더...'




베로니카는 방에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수야? 에이, 장난치지말고~ 어딨어~"




민수가 계속 안보이자 장난인줄 안 수혜는 방을 둘러본다.




그리고, 베로니카가 있는 방문을 연 순간....






"민수ㅇ...어?"




"안녕하십니까, 수혜 씨."




"ㅇ, 어...? 그...베로니카...."




"...허. 저의 이름은 또 잘 알고 계시네요."




"하하...민수가 하도 자랑을 해서...그런데 민수 어딨는지 알아?"




"...민수님이요?"




"어...민수..."




"....민수님은 없지만..."






푹.






"끄...끄허억.....?!"




"민수님을 위한 제 칼은 있습니다."






그리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나만의 민수님한테 찝적댄 죄다, 씹련ㅇ..."




"베로니카? 나 왔어~"






'?????? ㅁ, 민수님????'






그러나 그때, 예상치 못하게 민수가 돌아왔다.






베로니카의 회로가 고장나기 시작했다.






'뭐지? 뭐지?? 미, 민수님이 왜...분명히 지금쯤이면 장보러 가셨을텐데??'






터벅. 터벅. 민수가 가까워진다.






"뭐야, 어디갔어...회의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장보기도 건너뛰고 왔구만..."






'....침착하자...일단 생각을...'








"베로니카? 숨은 거야~? 숨바꼭질은 이제 어른인데 그만하자~"






민수가 들어오기 10초 전....






"잠시만...아, 그렇지!'




눈 앞에 싸늘한 혜수의 시체, 그리고 그 뒤에는 밧줄이 있었다. 베로니카는 수혜를 창고로 유인한 것이다.






"베로니ㅋ...."




그렇게 민수가 창고를 열던 그 순간...!






"크, 크허억?!" 




베로니카는 단숨에 밧줄로 민수를 포박해 끌고나갔다.




민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ㅂ, 베로니카!!! 무슨 짓이야!!!! 오늘 만우절 아니야!!!!"






"네, 아닌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잠시 쉬시길."






민수를 거실로 끌고간 베로니카는 가볍게 머리를 후려쳐 기절시켰다.




























"....윽...."






민수가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은 의자에 단단히 묶여있었다.






"....으으윽...무슨 일이...으아아아아악!!!!"




민수는 눈을 뜨자마자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야...눈 앞엔...






싸늘하게 식은 수혜의 시체가 누워있었으니.






"이...이건 꿈일거야...이건..."






"어머...민수님. 아직도 현실부정을 하시나요?♡"






"으악?!"






뒤에서 베로니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걸어왔다.






"ㅂ, 베로니카...설마 너가..."






"...네. 저예요. 제가 죽였어요."




민수는 정말 크디큰 충격을 받았다. 10톤 망치가 머리를 때린듯 했다.




자신의 인생작이...살인을 저질렀다고?






"ㅇ...어째서? ㅇ, 왜???? 너에게 고성능 감정을 넣었다곤 해도...주변에 널 화나게 한 사람은 없었...."






"아니요. 화났어요. 그것도 엄청."






베로니카는 공허한 표정으로 민수의 입을 막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민수님. 384일. 무얼 의미하시는지 아시나요?"






"....."




민수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흐응. 저희가 함께한 시간입니다. 무려 1년이 넘죠."






베로니카는 잠시 추억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다시 소름끼치는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민수님은 언제나 절 필요로 하셨죠. 늘 저랑 함께하셨고요, 전 우리가...매우 특별한 관계인줄 알았어요. 저만의 착각이었던 건가요?"






"아니...ㅌ, 특별한 게 맞아...맞는데..."






"맞다면!!!!"




베로니카는 갑자기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혔다.






그리고, 수혜, 아니 수혜의 시체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흔들며 침착히 말했다.






"왜...왜 절 두고 이런 년을 만났어요? 제가 특별하다면서요...."






"ㅂ, 베로니카...이건...잘못된거야...지금이라도 경찰한테 가서 내가 잘 설명하마, 응? 그러니 제발..."






"아니요. 못 가요. 아니 안가요. 제가 왜 가요?"






베로니카는 천천히 민수를 향해 걸어왔다.






"민수님은...저에게 "남들과 다름"을 주신 분이에요. 저를 쓰고 내팽개치지 않으셨고, 가족처럼 대해주셨죠. 저는 제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답니다."






베로니카는 행복하다는듯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화난 표정으로 돌변했다.






"그런데...저런 특별할 것도 없는 년이...저희의 특별한 관계와 시간을 뺏으면 안되잖아요? 민수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




민수는 이미 공포에 질려 아무말도 못하는 상태였다. 자기 눈 앞에 이 인공지능은...자기가 알던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은 저를 이렇게 만든 당신 때문이에요♡ 저랑 영원히 함께 방해받지 않고 살아요♡....








저는....




특별한...존재니까요...그렇죠...? 사랑하는 달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