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닭살 돋는 일은 아닌데, 일단 내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푸는거니까. 


비틱이려나...?


쨌든 그건 넘어가고. 썰 풀어봄.


나는 미대를 나왔고. 외국에 교환 학생으로 유학중임.


어디 나라라고 말하면, 신상이 털릴 수도 있으니까. 그냥 옛날에 미국이랑 사이가 안 좋은 나라고. 지금도 안 좋은 나라라고만 말할게.


하...시발... 어디서부터 썰을 풀어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내가 왜 여자친구랑 싸웠는지, 설명하려면. 내가 어떻게 여자친구를 만났는지. 그것부터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음.


이 나라에는 대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사회봉사를 해야함. 우리 말로 하면 하방운동이라고 지식인들은 시골에 가서 계몽운동을 해야하는.. 뭐 대충 그런게 있는데. 교환 학생도 해야하더라...


필수 교양이지만.


이게 P/F 과목이라서 그냥 하기만 하면 되는거라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을 했고. 


나는 거기서 벽화 그리는 작업을 했음.


나는 미대잖아. 아티스트.


나름 상상력을 발휘해서 아기자기한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는데, 공안이 걸어오더라.


좀, 개 쫄았지.


유학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건데. 그 나라는 경찰 대신에 공안이라고 조직이 따로 있는데.


경찰이랑은 비교 할 수 없는... 존나 빡센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됨. 범죄도시 마동석처럼 걔네들은 범죄자를 보면 무조건 두들겨패고 보더라.


거리에서 공안이 사람을 개처럼 잡는걸 몇번 봐가지고, 설마...내가 뭐 잘못했나..? 그런 생각도 들고. 나는 외국인인데, 때리지는 않겠지.


뭐 그런....걱정도 들었고... 하여튼 뭐...바짝 쫄아서, 가만히 있는데.


공안이 내가 그린 그림을 보더니. 딱 한마디 내뱉더라.


"이거 잘 그렸는데. 당신이 그렸냐고."


"네."


그렇게 말하니까, 공안이 나를 빤히 쳐다보더라.


나도 빤히 봤지.


한눈에 반했다. 그게 뭔지 몰랐는데, 그때 알겠더라.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이렇게 예쁜 사람도 있구나. 뭐... 그런 생각도 들고...


나중에 나한테 말하길 누나는 그게 어이 없었데.


보통 공안을 보면, 자기들은 그렇게 빤히 안 바라보거든. 근데, 나는 빤히 보고 있으니까.... 얘 외국인이네.


그런 생각도 들고, 누나 눈에는 그런 내 모습이 귀여워 보였나봐.


그때부터 조금씩 친해진것 같음.


원래는 남의 나라 깡촌에 가서 봉사하는게 귀찮고 그랬었는데 누나를 만난 이후로부터 그 봉사가 재밌어짐.


내가 쿨뷰티...한 미녀를 좋아하는데, 누나 얼굴이 완전 쿨뷰티 석빙고 스타일이거든. 누나 얼굴만 봐도 유잼이었음.


대쉬도 내가 먼저 함. 벽화 작업 하다 말고, 누나가 저 멀리서 업무를 보고 있으면 호다닥 뛰어가서 안녕하다고. 인사박고... 어떻게 말 한마디 붙여볼려고 노력하니까, 누나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더라.


시간이 지나서 이쪽에서 먼저 다가오지 않아도.


"얀붕이, 오늘도 왔네?"


하고....누나가 먼저 나한테 말을 거는데. 그... 시발...나한테만 보여주는 그 얼굴이 있음. 겉은 엄근진인데, 속은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은 표정..? 아, 누나의 그 표정을 볼 때마다 미칠 것 같아서. 그냥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 박고 그 날부터 1일이었음.


누나랑 어떻게 잘 해보고 싶어서 데이트 약속 잡았는데. 


내가 잡아 먹힘.


아니, 분명 술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눈 떠보니까. 무슨 호텔 천장 보이고. 누나가 옆에 누워서 나를 빤히 보고 있더라.


...알몸으로....


완전 화끈하더라...


나보다 연상이라서 그런지, 빨린다고 해야하나..? 잡아먹힌다고 하는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농담 안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허벅지가 다 풀려서 제대로 걷지도 못함...


누나는 그걸 보고 웃고 있었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나랑은 학기가 끝난 이후로도 계속 주기적으로 만났음.


누나랑 같이 어울리면서 알게 된건데. 누나는 공산당원임.


이 나라에서 공안 같은 공무원은 무조건 공산당원이어야 할 수 있으니까. 뭐 그렇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


조금...득 본것도 있음.


우리 학교에 어떤 늙다리 틀딱 교수가 있는데. 걔가 막 우리 학교 여자 동기들 성추행하고 그러거든...? 


그래서 누나한테 말하니까, 다음 날 그 교수 정직 먹었더라.


그거 말고...사소하게는 공과금이나 세금 같은거 낼때 절차가 안 복잡하다..? 별 이상한걸로 시비거는 사람이 없다. 


흔히... 빽이라고 하지? 당원을 빽으로 두니까, 생활이 편해지기는 편해지더라.


하루는 누나가 자기 가족들이랑 같이 밥먹자고 해서, 알겠다고 말했지.


...여기서부터가 중요함!! 진짜..!!


알고 보니까..! 우리 누나 핵 금수저였더라.


할아버지가 총 공산당 원로 위원.... 친척들 소개하는 거 들어보면 중앙정치국 상임 이사...지방 서기장... 인민 위원회 주석... 


이게... 아...진짜...엄청 대단한 사람들인거야. 우리나라로 치면 뭐...라고 비유를 해야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국가권력급임. 아니, 진짜 드립치는게 아니라 진짜 누나네 식구들은 진짜 국가권력임.


본가에 가니까, 람보르기니랑 부가티 같은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나는 지금까지 누나가 평범한 사람인줄 알았거든...?


맨날 나랑 같이 양고기 먹고, 길거리 음식 먹고 그랬는데... 


"딸! 니가 우리 애가 말한 그 남자야?"


나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벽을 느꼈는데, 그...누나네 식구들은 나한테 엄청 잘 대해주더라.


"우리 딸이 이렇게 남자 친구 소개하는건 처음이라고."


"평생 결혼 못 할 줄 알았는데. 손주는 언제 볼 수 있는거냐?"


그렇게 막 드립치고 그러더라.


앞으로 뭐... 내가 너의 양 아버지가 될 테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그렇게 말씀해주시기도 했고.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됐음.


그리고...뭐 학기가 다시 시작됐고. 문제는 그 다음부터임.


이 나라에 오기전에 소수민족 박해..? 종교 박해..? 인체의 신비전..? 뭐 그런거 있잖아. 그런 이야기를 좀 보고 왔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그게 진짜로 있는지 없는지.


평소처럼 누나랑 뜨밤을 보내고, 품에 안겨서 자려는데. 아무 생각없이 물어봤음.


"소수민족 박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없이 말했던 것처럼 누나도 생각없이 말했던 것 같다.


...근데, 이게...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이 나라는 진짜 존나 커서. 우리랑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도 이 공화국의 국민이거든. 재일 교포같은 그런 느낌..? 근데 그런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 누나..?"


"근데, 얀붕이는 그런 애들이랑은 다르니까. 왜..?"


평소처럼 내 머리를 쓰담쓰담해주면서, 나긋나긋하게 말 하는데 이유 모를 소름이 돋더라.


뭐가 됐건간에. 다른 민족을 괴롭히는것에 대해서 잘못 됐다는걸 못 느끼는 것 같더라구.


....근데, 나는 좀 희망을 가지고 싶었음. 흔히 외신에서 말하는 일들이 전부 다 사실이 아닐수도 있고. 누나는 자기 나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모를수도 있으니까.


"누나, 내가 우리 나라에 있었을 때. 그런 뉴스를 봤거든...? 막... 그...인체의 신비전...이라고 알아..?"


시발,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이야기를 꺼낸 것 같더라.


"...얀붕아, 그래서 뭐 어쩌라는거야? 어쩔 수 없잖아. 반동 분자잖아."


종교인의 배를 가르고, 소수 민족을 거세하고, 민주화 인사를 총살시키는 것에 대해서 누나는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더라.


"...얀붕아. 얀붕이는 아직 어려서 그러는데. 우리 나라만 그런게 아니라. 미국도 흑인을 대상으로 메독 실험도 하고, 인체 실험도 하고... 독일이랑 일본도 똑같은 짓을 저질렀고. 아직도 이스라엘은 팔렌스타인을 상대로..."


뭐, 그런 식으로 합리화를 하는데. 


"그렇다고, 그게 자기들도 해도 되는건. 아니잖아. ....누나는...그런 일이랑은 연관이 없지...? 누나 말대로 나는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상관 안 할게. 그러니까 누나도 나한테 한마디만 해줘. 나는 이 나라에서 있었던 어떠한 탄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내가 막...뭐라고 말을 하니까. 누나가 딱 한 마디 하더라.


"이 세상에는 알아도 모른척 해야되는게 있다고. 너는...그냥 나랑 같이 행복하게 지내면 된다고. 너는 그냥 학생이지. 체게바라같은 혁명가가 아니잖아. 무섭고, 힘든건 누나가 다 할테니까. 너는 지금처럼 나랑 같이 웃고 떠들면 된다고... "


여기서 입을 더 열면 진짜 큰일 날 것 같은...생각이 들더라.


좀 무섭더라.


그래서 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여권부터 챙겨서 본가로 돌아갈라고.


...내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고. 따랐던 그 누나가 이제는 사람 잡는 백정으로 보이더라.


아무래도 독재 국가에 있는 사람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것 같음.


사람을 인격체로 안보고 개돼지로 보는 것 같은 느낌...?


...공항에서 터미널 수속을 마치고, 여객선을 기다리는데. 누나한테 전화가 오더라.


-지금 당장 돌아오면, 있었던 일들 전부 다 용서해줄게. ...없던일로 해줄테니까. 내 옆에 있어줘.


아니...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옆에 붙어있냐고.


그냥 전화 끊고 비행기 타고 집으로 가야겠다. 시발... 두번 다시는 이 나라에 안 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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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은 實存하는 團體,人名,地名과 관련이 없는 虛構의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