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엘







악몽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이었다.



"안녕~ 시엘쨩!"

평화롭던 어느 오후, 저택에 찾아온 기분 나쁜 남자.

"루시엘, 이 분은 트렌 삼촌이란다. 당분간은 이 곳에서 머물기로 했지."

아버지는 그를 삼촌이라 소개했다.


"헤헤~ 예쁘네~"

왠지 모를 꺼림직한 미소와

"...."

수상한 눈빛을 품은 삼촌이라는 남자는



나에게는 첫 인상부터가 수상적었다.

"으... 네.."

피부로부터 전해져 오는 이 거북함,

"그래~ 잘 지내보자~?"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더러운 욕망들..


처음 그 놈과 마주한 순간부터... 왠지 모를 소름과 혐오감이 물씬 풍겨져 왔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그래도 처음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야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는건 옳지 못하다고 배웠으니까.

당장은 삼촌이라는 존재를 신뢰해 보기로 했었다.







"좋은 아침이야, 시엘쨩~"

그리고 다행히도.... 처음엔 그런 선택이 현명했다고 생각했다.

섬뜩한 첫 인상과는 다르게 딱히 이렇다 할 위험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잘 잤어~?"

"...... 네.."

그저 단순하게 인사를 건내거나.


"이거 먹을레?"

".. 아뇨, 딱히..."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무언가를 권하려는 등.

생각보다 평범하게 접근하려 했으니까.








덜컥..!

하지만 ㅡ


"응..?"

"헤헤~ 시엘쨩."

녀석은 얼마 안가 본색을 드러냈다.


철컥..!

집안 사정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리를 비운 어느날,


"사.. 삼촌...?"

놈은 대뜸 내 방으로 찾아오더니... 밖에서 간섭 할 수 없도록 문을 잠가버렸다.


"우리.. 재밌는 놀이 할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서려 있는 색욕,

"히히..."

숨을 내쉴 때 마다 꿈뜰거리는 욕망들


".....?!"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 삼촌.. 오지 마요..."

그 역겨운 녀석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나 보다... 하고 ㅡ

"왜~ 같이 놀자니까? 우리 웃음 참기 놀이 할까? 내가 먼저 간지럽힐게."

그리고 그런 예상이 적중했던 건지, 놈은 내 거부에도 태연하게 거리를 좁혀왔다.


쿵 ㅡ

쿵 ㅡㅡ

한 걸음.. 한 걸음....

그 거대하고 퉁퉁한 발바닥에서 물씬 풍겨오는 불길한 징조,

"헛..?!"

악의가 담겨 있는 걸음 거리가 내 생존 본능을 따갑게 자극했다.


"오... 오지 말라고요..!!"

그래서 결국 목소리에 날을 세우며 적의를 나타냈지만

"에이, 왜 그래? 그냥 장난치자는 거라니까?"

그 탐욕스러운 돼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 진심이에요..?! 더 이상은 소리 지를테니까..!!"

나는 확고한 눈빛으로 그에게 경고하였고,

이 이상은 빈 말이 아니라는듯 두 손을 꽉 쥐며 입을 오므렸다.


쿵 ㅡ!

허나..

"아 ㅡ 으읍..?!"

그 더럽고 추한 덩치가.. 생각 외로 어찌나 날렵하던지...

"헤헤~ 잡았다."

녀석은 순식간에 나를 덮쳐들었고, 곧 바로 입을 틀어 막았다.


"흐흐.. 이제 아무 말도 못하겠지?"

내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는걸 확인한 놈은... 자신이 이겼다는듯 역겨운 미소와 함께 혐오스러운 본성을 드러낸다.


"자, 그럼 놀이 시~작!"

그 역겨운 녀석은... 악마와도 같은 웃음 소리와 함께 내 아랫 배를 이상하게 문질렀다.

"흐으...!!?"

그 순간 온 몸을 전율케 하는 소름끼치는 감촉이... 눈을 부릅뜨게 한다.

"으으음으음...!!"

"가만히 있어~"

수치스럽고

"음..?!!"

굴욕적이며

"헤에~ 필사적이네? 사실 즐기고 있는거 아니야, 시엘쨩?"

무섭고 역겨웠다.

"히히..!"

하지만.. 그럼에도 녀석은 멈추지 않았다.

"읍.. 으..!!"

오히려 더욱 더 심한 짓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자~"

아랫배 다음은 허벅지,

허벅지 다음으론 엉덩이.

차근차근 예민한 부위들을 희롱하기 시작했고


"으으...."

결국 나는 두려운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내었다.


"흐으..... 아으으....."

남들은 모르겠지, 그 당시에 느낀... 말로 표현 못할 공포감을 ㅡ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몸부림도 소용 없고, 비명도 지를 수 없는 답답함과 무서움이 얼마나 두렵고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인지 상상도 하기 힘들 것이다.



"으으...."

그렇게 결국.. 머리가 현실을 거부하는 지경까지 오게 되어, 의식이 희미해지던 철나에 ㅡ

"....!!"

나는 오직 살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정신줄을 꼭 붙들어 잡고 최후의 저항을 행했다.


"악..?! 아아악!!"

내 입을 막고 있는 손을 최대한 강하게 깨물었다.

"아아아?!!"

갑작스러운 통증에 녀석이 무의식적으로 힘을 빼는 순간 ㅡ


"이익...!"

나는 온 힘을 다해 품에서 벗어나, 내달렸다.


"사.. 살려주세요!!"

그리고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사.. 삼촌이 저에게 이상한 짓을 해요!!"

나는 밖에 있는 누구라도 좋으니 지금의 참극을 알아주길 바랬고

쿵쿵 ㅡ!

"아.. 아가씨?! 괜찮으신가요?!"

다행스럽게도 그 바램이 밖에 있는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었던건지, 고용인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문 넘어로 다급히 물어왔었다.




"살려주세요! 삼촌이 저에게 이상한 짓을 해요!"

나는 급한 나머지 일단 곤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만 고용인에게 전했고,

"네?! 으윽..! 문이 잠겼어..!!"

고용인은 내 대답에 기겁한 반응을 보이며 이 곳으로 들어오려 했으나.... 문이 잠겨있었다.

"으으..!!"

그래도 드디어 찾아온 희망에 잠긴 문을 열어주려 했으나 ㅡ

덜컥...

"엇..?!"

어째서인지 안에서도 잠겨 있는 문고리.

"여.. 여기서도 안 열려..!!"



"뭐라고요?! 윽.. ㅡ 이봐 거기 자네! 빨리 이 문 좀 같이 부숴주게나!"

"서둘러! 아가씨가 위험해!!"

하는 수 없이 고용인은 방문을 파괴하기로 결정한듯 했다.

덜컥 ㅡ! 덜컥 ㅡ!

이내 심하게 요동치는 방문은 금방이라도 나가 떨어질 것만 같았고,

"아가씨 물러나십쇼!"

문에게 멀어지라는 고용인의 말에


"으으.. 제발..."

한 시라도 빨리 열리길 바라며 한 발짝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ㅡ


"으욱..! 시엘쨩..!"

"헛?!"

뒤에서는 제발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목소리가 귓가를 강타했다.



"허엇?!"

나는 엄습해오는 공포에 다급히 고개를 돌렸고,


"시엘쨩.. 왜 그러는건데?!!"

그러자 그 곳엔... 어째서인지 자신이 가해자 임에도 울먹거리는 놈이 서있었다.

"그냥 장난이라고!! 윽... 이 년이 진짜 ㅡ!!"

이내 녀석은 이성을 잃은 울부짖음과 함께 내게 달려들었다.


"컥..! 컥..?!"

그는 있는 힘껏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는데.


"아.. 앗..!"

조여오는 숨통과 더불어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은 괴로움.


덜크럭! 덜컹!!


허나 점점 허술해지는 문짝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버텨야만 했다.


"그냥 장난인데 왜 그러는 거냐고?!!"

자기가 정말 억울한 줄 아는지, 뻔뻔하게 한탄하는 역겨운 새끼...

"죽어 ㅡ!!"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거,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생각인건지 더 강하게 목을 졸라온다.

"....?! 칵...! 칵...!!"

너무나도 아득한 고통이 나를 덮쳐 왔다.

숨이 막혀오는걸 넘어서, 질식 이전에 목이 꺾여 버릴 것만 같았다.


"ㅈ.. 제...... 발.....!"

언제까지고 버틸 수는 없는 상황에

"....... 으..!"

온갖 노력에도 결국 시야는  흐릿해져만 간다.


"............"


그렇게 결국.... 의식의 끈을 놓치려는 그 순간 ㅡ










쾅 ㅡㅡㅡ!!


"아가씨!"

거칠게 부숴지는 문과 함께... 드디어 생지옥에서 탈출 할 수 있게 되었다.














....













"아무래도 정신적 장애가 생기신 것 같습니다."

결국 난... 남성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으으.. 어떡해..!"

어머니는 참담한 소식에 나를 꼭 붙들어 안으셨고

"큭..."

아버지 역시 나를 위로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입술을 깨무셨다.


그야 설령 부친이라 해도, 남성이는 이유로 다가오는 순간 공포감을 느껴야 했으니까.



"..........."


그 후... 나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얻게 되었다.


그 쓰레기 자식은 자신 보다 한참은 어린 여성.. 그것도 친족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살해 하려는 죄로 평생 동안 감옥에 쳐 박히게 되었지만...



"...으....."

그럼에도 나는 본능적으로 남자를 거부하는 병을 얻어 버리고 말았다.

"딸아.."

"아앗?!"

"..?! 미안..! 괜찮니?!"

가까워지는 것만으로도 불안 증세를 느끼며 몸이 추위 속에 있는 것 처럼 떨린다.

직접 접촉하게 된다면 불을 댄듯한 작열통이 느껴진다.

물론.. 모두 착각이겠지만은 ㅡ

내가 그렇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에서 부터 어떠한 위로도 되지 않았다.


".....으으.."

그 뿐만이 아니었다.


'시엘쨩~'

'어때, 기분 좋지~?'


"꺄아앗?!

매일마다 빌어먹을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녀석이 나를 노리던 그 때의 장면이,

'헤헤~ 우리 놀이 하나 할까~?'

"아으읏?!"

현실 보다도 더 생생한 악몽으로 나를 괴롭혀왔다.

결국 나는.. 그 날 부터 잠을 편히 잘 수가 없게 되었다.

자연스레 수면 장애 마저 동반되었고

그에 맞춰, 약이나 마법적 치료를 해보아도 마음 속 깊게 새겨진 골을 지울 순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라도 멈출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꺄앗..!"

"아가씨?!"

"어엇.. 분명 여성 분인데.. 설마..."

어느 순간부터... 성별을 불문하고 환각까지 보기 시작했다.

'시엘... 쨩.'

'죽어..!!'

결국 이성을 잃고 나에게 달려드는 그 놈의 환영이 나를 위협한다.

사유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병세 악화.

물론 대상이 여성이라면 남자 보다는 덜하지만

"으읏..."

죽도록 괴로운건 마찬가지였다.

"오지마."

"네?"

"내 말 못들었어?! 그 더러운 명상 치우라고, 여자라도 가끔씩 환영이 ㅡ 꺗..?!"

"아.. 아가씨?!"

결국... 나를 제외한 모두를 믿을 수 없게 되버렸다.









....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나는 어느세 성인이 되어 아카데미에 입학 할 나이가 되었지만



"저리 비켜."

"윽.. 이게 무슨 ㅡ"

"못 들었어? 비키라고.. 태워 버린다?"

"..?! 치.. 뭐하는 사람이야.."


물론 그 안에서의 인간 관계는 처참했다.

입학 초기 부터 원활한 생활을 내 스스로 걷어 찼고


"저 여자야..?"

"응응.. 인성이 파탄났다고.."

얼마 안가 주변에선 내 이름을 수근 거리며 안 좋은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오오, 너.. 좀 이쁜데? 혹시 ㅡ"

화륵 ㅡ

"아악?!"

아직도 아랫 도리에 미쳐, 환장한 놈들을 제외 한다면 모두가 나를 기피하였지만...


"... 후.."

뭐, 어차피 바라던 바야.

조금 외롭지만... 트라우마를 느끼는 것 보단 훨씬 나을 테니까.







하지만...

".... 그만"

그러던 어느날..

"윽.. 너 뭐야?!"

어떤 남자를 만나며 ㅡ

"..... 어?"

모든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편은 8편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루시엘의 과거를 다루곤 싶으나 전개상 매끄럽지가 못해서 이번 내용을 번외로 따로 빼오고 8편을 쓰려했음


그런데 요세 연속된 컨디션 부재로 만족스러운 내용을 쓰지 못해서 오늘 번외만 올리게 됨..

내일부터 일주일간 훈련이라 다음편은 더 늦게 올라올텐데 미안해.. 


그래도 훈련가간동안 생각정리 잘 하면서 8편은 역작으로 잘 써올테니 좀만 기다려줘 

항상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