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얀붕아 일어나!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야! ”

 

 

“ 아우... 벌써 점심시간이야? 몇시간을 잔 거지? ”

 

 

“ 너는 학교에 잠자러 오는 거야? 나는 엎드려서 자면 허리 아파서 못 자겠던데 재주도 좋아. 아무튼 우리 매점이나 가자. ”

 

 

“ 매점? 오늘 급식 뭔데? ”

 

 

“ 햄버거야. 근데 맛이 좀 그래... 매점에서 먹는 게 낫겠다 싶은데? ”

 

 

“ 햄버거면 괜찮지 않아? 그냥 급식 먹자. 돈도 아까운데. ”

 

 

“ 그래? 급식 맛 별로라는데.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뭐. 그럼 급식 먹으러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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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 비건 햄버거네. 이딴 걸 대체 왜 만드는 거야. ”

 

 

“ 다양한 식단을 제공하려는 학교의 노력이 아닐까. 그래도 채소니까 건강에는 좋겠네..... ”

 

 

“ 우리 세금이 이딴거 만드는 데에 쓰이는구나... ”

 

 

“ 와... 콜라 대신 당근 주스를 줬네. ”

 

 

“ 패티는 콩고기인가 봐 오래된 두부 맛이 나는데. ”

 

 

“ 얀순아 내가 미안하다. 오늘 급식이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네. ”

 

 

“ 뭐가 미안한데? 그래도 미안한 건 아나 봐? ”

 

 

“ 내가 너 그렇게 말하지 말랬지... 너 그렇게 말할 때마다 심장 떨려. 근데 너 오늘 저녁에 뭐 해? ”

 

 

“ 오늘 저녁? 아무런 계획 없는데? 왜? ”

 

 

“ 저녁에 뭐 먹으러 갈래? 오늘도 엄마 늦게 들어오신다는데, 혼자 밥 먹기 싫어서 그래. ”

 

 

“ 좋지. 근데 뭐 먹을 거야?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

 

 

“ 음... 아 아니다. 그냥 우리 집 와서 같이 먹을래? 어제 재워둔 닭고기 남았을 텐데. ”

 

 

“ 저번처럼 오븐구이 만들라고? 와! 그럼 당연히 가지! 그거 진짜 맛도리던데. ”

 

 

“ 그게 그렇게 맛있나? 아무튼 오늘 저녁에 우리 집으로 와. 같이 영화나 보면서 먹자. ” 

 

 

“ 좋아 좋아! 오늘 닭고기 다 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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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붕아 나왔어! ”

 

 

“ 아이 깜짝이야! 초인종도 안 누르고 그냥 막 들어오면 어떡해! ”

 

 

“ 어차피 비밀번호도 다 아는데 뭘 귀찮게 그렇게 해. 와 근데 냄새 죽인다. 다 된 거야? ”

 

 

“ 응 맞아. 딱 맞춰서 잘 왔네. 수저나 올려 이년아. ”

 

 

“ 뭔 수저야. 손으로 뜯어 먹어야지! 와... 역시 얀붕이 너 요리 하나는 인정이다. 진짜 맛있네. ”

 

 

“ 그렇게 맛있어? 하긴 뭐.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일 때문에 바빠서 혼자서 자주 요리해 먹었는데 요리 실력이 안 늘면 억울하지. ”

 

 

“ 진짜 맛있다니까? 평생 네가 해준 요리만 먹고 싶어, 너 나한테 시집오면 안 되냐? ”

 

 

“ 싫네요~ 또 얼마나 부려 먹으려고. 절대 안 가지. 내가 너한테 시집가는 경우는 위자료 타 먹으려고 가는 거 말고는 없어. ”

 

 

“ 얘는 또 농담을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네. 아 맞다. 내일 주말인데 뭐하냐? ”

 

 

“ 내일? 소개팅 나가기로 했는데? ”

 

 

“ 소개팅? 갑자기? 아니 왜? 너 여자 친구 만들라고? 너 연애 생각 없다며? 너 집에만 있는 거 좋아하잖아? 갑자기 여자에게 관심이라도 생겼어? 누구랑 가? 혼자 가는거야? ”

 

 

“ 야! 야! 침 튀긴다! 침 튀겨! 그런 게 아니고 이번에 얀돌이가 옆 학교랑 3대3 소개팅을 주최했는데. 갑자기 남자 쪽 인원이 한명 빈다고 나한테 나가달라고 부탁해서 가는 거야. ”

 

 

“ 그냥 안 간다고 하지 왜. ”

 

 

“ 나도 가기 싫은데. 나가주면 자기 집에 있는 나 플스 준다는데 이걸 어떻게 안 나가. ”

 

 

“ 플스라.... ”

 

 

“ 그리고 혹시 알아? 나가봤는데 나랑 잘 맞는 사람을 만날지도? 이참에 여자친구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지. ”

 

 

“ 그래. 네가 가고 싶다는데, 가봐야지. 너 말대로 마음 잘 맞는 사람 만나면 좋겠네. 근데 옆 학교면 안챈고 말하는 거야? ”

 

 

“ 어 맞아. 얀챈고에서 여자 3명 우리 학교에서 남자 3명 이렇게 한다던데. 나랑 얀돌이랑 얀석이 이렇게 셋이서 나가기로 했어. ”

 

 

“ 얀챈고라... 얀붕아 밥 잘 먹었어! 나 그만 가볼게! ”

 

 

“ 어? 벌써? 좀 더 먹고 가지 그래? ”

 

 

“ 밀린 숙제 때문에 빨리 집에 가봐야 해. 나 간다! ”

 

 

“ 숙제? 그런 게 있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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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얀붕아. 너 왜 지금와! 너는 어떻게 소개팅도 늦냐? ”

 

 

최악이다. 별로 크게 기대를 안 하던 자리였지만. 그래도 첫 소개팅이라 맘이 떨렸는지 잠에 일찍 들지 못했고 결국은 늦어 버렸다. 

 

 

“ 미안! 아 안녕하세요! 얀붕이라고 해요! 제가 좀 늦었죠? ”

 

 

“ 아니요 괜찮아요. 저희도 아직 한명 안 왔어요. 쌤쌤이죠 뭐. ”

 

 

맞은편에는 여자 2명만이 앉아있었다. 다행이다. 나만 늦은 게 아니구나. 

 

 

일단 자리에 앉았는데. 앉자마자 얀돌이가 내 다리를 꼬집으면서 말했다.

 

 

“ 얘는 늦잠 자서 늦게 왔다는데. 아직 안 오신 분은 왜 늦는데요? ”

 

 

“ 아 그게요. 원래 오늘 나오기로 한 얘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못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급하게 대타 구했는데 괜찮나요? ”

 

 

“ 저희야 뭐 상관없죠! 그렇지 애들아? ”

 

 

“ 갑자기 구해서 그런가 좀 늦는다네요. 근데 급하게 구하느라 저희 학교가 아니라 그쪽 학교로 구했는데 괜찮나요? 어쩌면 아는 사람일 수도 있겠네요. ”

 

 

“ 저희 학교요? 혹시 이름이 뭔가요? ”

 

 

“ 이름이... 아! 저기 왔네요! ”

 

 

우리 학교라니. 누굴까? 우리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건데. 모두가 궁금해 하는 미지의 인물이 도착했다는 말에 나랑 얀돌이, 얀석이 모두 카페 출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와! 너희들이였어? 어떻게 여기서 만날 수가 있냐? ”

 

 

“ 얀순아 왔구나! 오늘 나와줘서 정말 고마워! 너밖에 없다 진짜! 근데 서로 다 아는 사이인가 봐? ”

 

 

“ 음... 그렇게 됐네.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냐. ”

 

 

대타로 나온다는 사람이 얀순이였어? 쟤가 왜 여기서 나오는 거지? 집에서 밀린 숙제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때 다리 쪽에서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얀돌이가 내 다리를 세게 꼬집으면서 귓속말로 조용히 말했다.

 

 

“ 야. 내가 이 자리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지? 나 오늘 이 자리 절대 포기 못하니까, 오늘 하루 동안 얀순이는 니가 계속 마크해라? ”

 

 

아니 이게 내 잘못인가? 얘는 왜 나한테 성질이지? 

 

 

귓속말을 마친 얀돌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자! 이제 다 모였으니까 짜두었던 데이트 코스대로 움직여 볼까요? ”

 

 

“ 네 좋아요! 빨리 움직여요! ”

 

 

얀순이가 제일 신난 것처럼 외쳤다. 그러고는 나를 보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오늘 하루 동안 서로 마음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아보자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