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쓰레기죠, 언니는."

"그런 건……."

"착한 오빠조차도 부정하진 못하잖아요. 솔직히 가족인 제가 봐도 최악인 사람이었어요. 오빠와 사귄 이후론 뭐라도 된 냥 굴었고."


나와 부딪친, 내 집에서 커피를 손에 든 채 대화하고 있는 여자아이는 '나미래'.

여자친구, 아니 이젠 전 여자친구였던 그녀의 동생이다.


"그런데, 왜 넌 여기 있는 거야?"
"아 오빠 몰랐어요? 저 오빠랑 같은 대학에 다니게 됐어요."

"정말? 대단한 걸?"

"에이 아무것도 아니죠. 그 썩을 인, 아니 언니도 했으니 저라고 안 될게 있나요?"
"마, 맞아. 미래 너는 공부를 잘 했었지."


어릴 때부터 영특하다는 말을 들은 그녀다.

그런 그녀의 옆에 있을 땐, 나조차 그녀의 똑똑함에 놀라곤 했다.


한 가지 의문인 것이 있다면.


"그런데, 너라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거 아니야?"
"아하하, 그으게~."


그녀가 멋쩍은 웃음을 내비쳤다.

이건, 내가 확실하게 잘못 말한 것이다.


"미, 미안해. 그래 사정이란 게 있지."

"네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고.침묵이 책장 위에 먼지처럼 뽀얗게 내려앉았다.

잠시 손만 꼼지락거리던 그녀는, 내가 건네준 커피를 쭉 마시고는. 다 마신 컵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고.


립스틱을 발랐는지 선분홍 색이 얕게 감돌던 입술을 오물거리던 그녀는, 나를 향해 말을 꺼냈다.


"그러면, 오빠는 이제 솔로이신 거네요?"

"어? 아, 그, 그렇지."
"설마 언니한테 마음이라도 남아 계세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마냥 있냐고 묻는다면.


"그냥, 완전히 잊혀지는 건 아니지."

"……언니 때문에 괴로웠을 건 알아요. 그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인간하고 있느라, 오빠가 고생하셨어요."


그녀는 내게 다가와 옆에 앉았다.

부담을 느낀 내가 옆으로 몸을 움직이자, 더욱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내 팔을 잡아 끌어당겨선.

자신의 품 안으로 나를 감싸 안았다.


"괜찮아요, 그 년한테 받은 상처는 가족인 제가 메꿔드릴 테니까."

"괘, 괜찮아 난. 그냥 시간이 지나면."


꾸욱──!


숨이 막혀올 정도로, 미래는 날 강하게 안아왔다.


"아니에요. 상처는 확실하게 치료해야죠. 그리고 그 책임은 가족인 제가 져야만 할 테고요."

"커흑, 컥."

"아!"


내가 숨이 막힌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래는 놀라 나를 풀어주고.

나는 마른 기침을 하며, 옆에 있는 물을 쭉 들이켰다.


'푸하!' 소리를 내며, 물을 전부 마시곤. 잠시 쉬어지지 않은 숨을 몰아쉬는 날 보곤. 미래는 굉장히 미안하다는 투로.


"죄송해요──!! 제가 으~."

"괘, 괜찮아!! 나는 정말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필사적으로 사과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애써 괜찮다 답하였다.


"아, 아니에요. 그럼 일단 오빠를 상처 입힌 사람은 제 '혈연'이니까. 저는 그 빚을 갚아나갈 의무가 있어요……."
"빚이라니, 그리고 그걸 왜 네가 갚는다고 하는 거야. 나는 이제 정말로──."

"제가 언니 대신, 오빠랑 사귈게요!!"


잠시 정적.

내가, 내가 이해를 못했다.

그녀가 방금 무슨 말을 한 걸까? 황당무계한 말 같았는데?


"자, 잠깐 뭐?"

"제가 오빠랑 사귀어서 좋은 추억을 만드는 거에요! 그러면 언니로부터 입은 그 더럽고 거지 같은 추억 따위는 잊을 수 있는 거겠죠?!!"

"아, 아니 네가 그럴 필요는. 그리고 내가 갑자기 미래 너랑 어떻게."

"오빠는……, 혹시 제가 싫으세요?"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러면, 길지 않아도 좋아요. 1년! 아니, 반 년 만이라도. "


나를 따르던 작디 작던 여자아이의 똘망한 눈방울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 번 보면 미워할 수 없고, 싫어할 수 없는 그 눈.


나는, 그 눈에 홀리고 만 것이다.


##


언니는 정말 쓰레기였다.

소중한 것을 다루는 방법 따위는 모르는 인간이었고.


…감히 내가 얻을 것을 채간 좆같은 년이었다.


그런 주제에 상냥한 그의 행동에 자신이 뭐라도 되는 냥 구는 것도 좆같았다.


처음에는 그를 위해, 요리를 하네 뭐를 하네. 그저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꼴깝을 떨다가.

나중에는 곧 그를 자신의 하인이라도 되는 냥 부려 먹기 시작했다.


……뭐, 그런 버러지 년한테. 그런 상냥한 그가 떠나갈 수 있다 부채질을 하기도 했었지만.

결국은 그 년의 본성. 정말로 그를 사랑했다면, 시험하는 게 아닌. 떠날 수 없는 사랑으로 그를 잡았어야 했다.


그 년은 오빠가 군대에 가있는 동안 다른 남자랑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쉽게도 술자리가 끝나면 곧바로 집에 돌아갔고. 다른 남자랑 떡을 치지도 않아, 오빠에게 말할 수도 없었던 게 흠이었지만.


하여 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년.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오빠의 마음을 흔들고 빼앗은 시발년.


나는 그 년을 싫어한다.

영원히 싫어할 것이고, 영원히 증오할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평가를 좀 후하게 하고자 한다.


사람은, 절망에 빠질 수록 상냥한 것에 기대기 마련이니까.


나의 오빠, 나의 자기.

언제나 사랑스럽고,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알려주고. 나에게 첫 상상이 되어준 오빠.


앞으로 우리, 절대 떠나지 말아요.


일단은 반 년이지만…….


"아, 알겠어."

"네!!"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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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남들처럼 애들 이미지도 그려서 올리고 싶은데, 그림을 못 그려서 패스하고

암튼, 얼마나 쓸지 모르곘지만. 잼게 봐주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