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나 쎈 뱀파이어 얀순이에게서 도망치는 스폰 얀붕이 - 8 - 얀데레 채널 (arca.live)

ㄴ여기서 이어짐


•••


"우선 상황을 정리해 보자."


아이작과 마리는 나뭇가지로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기론 수도원은 제국 국경 끄트머리에 있어."


아이작이 기억하는 수도원의 위치,


"그리고 발데마르 성은 포타인과 말을 타고 세 시간 정도의 위치에 있지."


그리고 발데마르 성과, 그가 마리를 납치했던 대도시 포타인의 위치를 그렸다.


"포타인에서 꽤 멀리도 왔네. 말을 타고 한 달 정도 걸리겠어."


"맞아.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수도원에서 산길을 넘으면 북부 공국들이 나올 거야."


"공국이라... 여기라면 적어도 제국의 영향권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어."


마리는 허접하게 그려놓은 산맥과 여러 개의 동그라미로 표현한 도시 국가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이작을 바라보며 불현듯 질문했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하냐니?"


아이작이 꾸며낸 미소를 띄우며 반문했다.


"나야 제국에서 도망친다는 명목이라도 있지만, 넌 북부 공국으로 도망쳐서 뭘 할 건데?"


"글쎄? 하지만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작의 웃음은 곧 가식이 아닌 진심이 되었다.


"우흐흐, 뭐부터 할까? 공국에 사는 어줍잖은 뱀파이어의 피를 빨고 진짜 뱀파이어가 될 수도 있겠지. 어쩌면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갈 방법도 찾을 수 있을 테고, 아예 그 개년처럼 데이워커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 년도 해낸 걸 내가 못 할 리가 없지. 아!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네. 데이워커를 죽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알아볼 거야. 뭐가 가장 고통스러울까? 심장에 말뚝을 박는 건 당연할 테고, 땅에 산채로 파묻어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고..."


마리는 쉴 틈 없이 입을 놀리는 아이작을 보고 피식 웃었다.


"왜?"


상기된 표정의 아이작이 물었다.


"웃겨서 그런다."


"뭐가?"


"무슨 생일 선물 받은 꼬맹이마냥 주절대고 있잖아."


아이작이 내뿜는 기운은 방금까지 당장 목을 맬 것만 같았던 그 표정을 지은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그리고 언데드라 믿기 힘들 정도로 밝고 상쾌했다.


"어머, 당연하지! 내가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나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뭐였는지 알아? 그 썅년의 면전에다 '좆까'라고 말하는 거야."


아이작의 입에서 음흉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으흐흐, 생일을 다시 정할 수 있다면 오늘로 하고 싶어. 그럼 1년에 한 번씩 그 년에게 좆까라고 말할 수 있을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아니야아니야, 아니지, 1년에 한 번으론 부족해, 한 달에 한 번, 아니, 매일 한 번씩, 아침 운동 삼아서!!"


마지막에 가서는 거의 환호성에 가까운 목소리로, 아이작은 만세를 내지르듯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


그는 취한 사람처럼 정신없이 제자리를 돌고, 왈츠를 추듯 춤사위를 선보였다.


"아하하하!! 지금의 나는 뭐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야!!!"


"좋댄다."


"당연히 좋지! 너도 노예 신세에서 처음 탈출했을 때 이렇게 짜릿했을 거 아니야?"


헤실헤실 웃는 아이작을 향해 마리는 순간 얼굴을 굳혔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불타는 투기장이 떠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


산채로 불타는 귀족들.


그리고 그들을 등지고, 황급히 지나가는 행인을 밀쳐 강탈한 말을 타고 도망간 그 날을 떠올렸다.


"...이런, 내가 또 말실수한 건가?"


"아니."


마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흠, 흠."


아이작은 멋쩍은 듯 숨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뱀파이어 로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야. 아마 마리아가 직접 우리를 찾아오진 않을 거야. 자존심이 꽤 센 그 년이 직접 성 밖으로 기어나올 리가 없지."


"그럼 우릴 어떻게 쫓아온다는 거야?"


"추격자를 보낼 거야. 당장 마땅히 떠오르는 놈이 하나 있네."


그는 검은 갑주를 두른 데스 나이트를 떠올렸다.


'월터...'


혼자서 도시 국가의 경비대 정도는 가볍게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데스 나이트.


그리고 그의 양가족을 몰살한 장본인 중 하나.


'이 놈도 죽일 방법을 찾아 봐야겠어.'


예정 목록에 한 줄을 추가한 아이작은 다시 쭈그려 앉아 다시 조잡한 지도를 바라보았다.


"물론, 네 배에 그려진 그... 흉측한 문양을 지울 방법도 찾아 봐야겠지."


"문양을... 지운다고?"


"그럼! 아니면, 그 징그러운 걸 계속 놔둘 생각이었어?"


"아니..."


마리는 솔직한 심정을 입에 담았다.


"네가 그런 것까지 생각해줄 줄은 몰랐는데."


"...자기, 나 상처받았어."


그도 약간의 진심을 담았다.


"우리는 어찌 됐건 여행 동료잖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서로 노력해야지."


"지금까지 날 죽이려고 했으면서 혓바닥도 길어."


"그건 미안하다고 진심을 담아 사과했잖아."


"그리고 자꾸 자기라고 하지 마. 소름 끼쳐."


"...미안, 직업병이라서."


뱀파이어인 그가 주인에게 식량을 조달할 때 요긴하게 써먹은 요소는 외모였다.


귀족 청년에게 환상을 가진 어수룩한 아가씨, 그리고 얼핏 보면 중성적인 그의 외모를 십분 활용한 창부 연기.


그렇게 그에게 홀린 불운한 희생자들은 마리아의 뱃속으로 피를 헌납하고 말라붙은 시체가 되어 거름이 되었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느끼하고 능글맞은 말투는 그의 버릇이 되었다.


3백 년 동안 버릇이 된 말투를 하루 아침에 고쳐나가는 건 꽤 힘든 일일 것이다.


말투를 고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던 아이작은, 


"그러는 너도 무슨 공사판 남정네처럼 말하는데."


"...직업병이야. 땀내 나는 곳에서 구르느라."


가볍게 마리에게 딴지를 건 후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래? 뭐, 각설하고, 그럼 제일 가까운 곳은... 에스타니아가 되겠네."


아이작은 나뭇가지로 산맥과 가장 가까운 동그라미를 가리켰다.


"그럼 출발할 준비하자. 동이 트는 대로 출발해야 해."


"동이 트는 대로? 너 뱀파이어잖아."


"자ㄱ... 마리, 그건 걱정 안해도 돼."


아이작은 떠오르는 해를 등져 서며 말했다.


"데이워커에게 직접 블러드 키스를 받아서 그런지 나도 햇빛은 견딜 수 있거든. 자, 보라고."


서서히 그의 등 너머에서 태양은 서서히 떠오르고, 검은 청색의 하늘을 자줏빛으로, 그리고 주황빛으로 불태웠다.


마리의 눈이 올빼미처럼 커졌다.


그는 분명 햇빛을 받고 있었음에도, 재가 되지 않은 채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하아, 어때?"


"말도 안 돼..."


마리가 경탄과 경악에 찬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앗 뜨거어어ㅡ!!"


그 눈빛은 한심함으로 덧씌워졌다.


"자, 잠깐만!"


아이작은 허겁지겁 예배당으로 뛰쳐 들어갔다.


마리가 아이작을 따라 예배당으로 들어가자 얼마 안 있어, 그는 거적데기로 얼굴을 두르고 다시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휴, 좀 낫네."


그 모습을 마리는 주술적인 관점에서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흠, 확실히 여느 뱀파이어하고는 다르네. 평범한 뱀파이어라면 그렇게 차려 입어도 재가 됐을 텐데."


"주인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그런가? 햇빛이 좀 뜨거운걸."


아이작은 낡은 거적을 펄럭거리며 접었다.


로브 수준으로 그의 몸을 뒤덮고 있던 천은 어느 정도 햇빛을 가려주는 모자 정도로 그 몸집을 줄였다.


"그 정도로 괜찮아? 얼굴이랑 손은 햇빛을 받을 텐데."


"그래도 뜨거운 목욕물에 몸을 담구는 수준 정도야. 적응되면 견딜 만 하지."


"원래는 어떤데?"


"산채로 불구덩이 안에 던져진 느낌."


마리는 그 느낌을 떠올리며 몸을 살짝 떨었다.


"자, 그럼 해도 떴겠다, 출발해 볼까? 여기서 제일 가까운 마을이 아마... 쉐버빌이었지?"


"쉐버빌? 이 근처에 그런 마을은 없는데?"


"...응?"


아이작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여긴 몰락한 땅이야. 3백 년 전부터 아무도 살지 않고 도적들이랑 마물들만 득시글거리거든. 몰랐어?"


"...몰랐지."


그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움직임을 멈추었다.


"젠장. 강산도 10년이면 바뀐다는데 여긴 30번은 더 바뀌었겠네."


아이작은 입을 틀어막은 채로 중얼거리다, 곧 입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뭐 어때, 적어도 국경 근처로 가면 마을 하나는 나오겠지."


"나오...긴 나오지. 여기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아마 무트일 거야."


"여기서 멀어?"


"쉬지 않고 걸으면 2~3일 안엔 도착할 거야."


"그럼 지금 당장 출발하자고."


그는 근심을 훌훌 털어버린 얼굴로 예배당 밖으로 나왔다.


조금 뜨거운 햇살이 얼굴을 뜨겁게 달궜지만 견딜 만 했다.


'자유를 위한 작은 대가일 뿐이야.'


아이작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리에게 물었다.


"내가 여길 3백 년 동안 와 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국경 쪽으로 간다 친다면..."


머릿속으로 독도(讀道)를 한 마리가 동쪽 숲을 가리켰다.


"이 쪽이야."


마리가 우거진 숲을 향해 걸어나갔고, 아이작 역시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숲으로 돌아가기 전, 그는 잠시 뒤를 돌아 예배당을 바라보았다.


어렴풋이, 그가 만들어 놓은 작은 무덤과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조잡한 묘비가 보였다.


그는 그들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이고 숲으로 들어섰다.


•••


"아이작..."


마리아는 그녀의 침실에서 손톱을 물어 뜯었다.


최면을 통한 환상으로 아이작과 대화를 한 그녀였지만, 그녀를 향한 스폰의 불타는 증오만이 반겨줄 뿐이었다.


그의 빈 자리는 생각보다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녀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


상실감.


그것은 평생 고독하게 살아왔던, 아이작을 혈족으로 들인 후에는 한 번도 고독을 경험한 적이 없던 그녀에게는 낯설고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감정이었다.


그녀는 고깃조각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창자와 근육 위에 퍼즐을 맞추듯 올려 끼웠다.


뱀파이어 군주는 고기 인형을 신중하게 조립하고 있었다.


살점, 가죽, 근육, 창자, 뼈, 눈, 머리카락, 생식기,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주인으로부터 나왔다.


삐끗.


살점을 맞추던 와중 작은 조각이 인형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마리아의 얼굴에 핏줄이 곤두섰다.


갑자기 기분이 상한 그녀는 인형을 향해 신경질적인 발길질을 날렸다.


퍽,

푸화아악ㅡ!!


고기 인형은 살점이 짓이기고 내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폭발하듯 날아가, 그녀의 침실 벽을 터져 나온 피와 체액으로 물들였다.


"하아, 하아..."


충혈된 눈을 부릅 뜬 그녀는 자꾸만 꿈틀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파견을 떠난 그의 기사에게 전언을 보냈다.


'국경으로 가라.'


그녀와 정신이 연결된 데스 나이트의 모습이 보였다.


'국경으로 가서 아이작을 붙잡아. 그리고 그 옆의 개년의 머리도 베어서 내 앞에 가져와라.'


정신으로 이야기하던 그녀는 점점 격양되어, 종국에는 입과 정신으로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빨리!!!"


데스 나이트가 난폭하게 말을 달리는 모습을 본 뒤, 그녀는 월터와의 정신 연결을 끊었다.


어지러움을 느낀 채 데이워커는 침대 위로 몸을 던지듯 뉘었다.


"흐윽, 흑..."


평소에는 절대 흘리지 않던, 그리고 앞으로도 흘릴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눈물이 그녀의 창백한 뺨을 타고 흘렀다.


"아이작......"


그녀는 흐느끼며 스폰의 이름을 불렀다.


"돌아오렴."


도망친 스폰이 결코 들어줄 리 없는 말을 하며 그녀는 침대 깊숙히 얼굴을 묻었다.





다음화에 얀순이가 네핵의 기도 쓰면서 존나강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