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휘관."


"416도 좋은 아침이에요. 아, 그런데 오늘 부관이셨어요?"


HK416은 404소대의 자칭 엘리트 인형이었다.

지금은 우리 기지에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만.

군수지원이나 특수임무에 투입되느라 서로 얼굴을 보는 날이 많지는 않지만, 명목상 내 휘하에 있기 때문에 서약까지 한 사이다. 


간혹 누나라고 불러주실래요? 라든지 이상한 부탁을 하지만...


"제가 지휘관을 만나는데, 자격이 필요하나요?"


HK416의 녹안이 가늘어진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반응.


HK416이 지휘부의 엘리트 인형이었던 만큼 나는 그녀를 대하기 조금 부담스럽다고나 할까...


"아뇨! 절대! 그런 이야기는 아니였어요... 아, 외출은 잘 다녀오셨나요?"


"네, 지휘관을 위한 작은 선물도 하나 사왔는걸요."


"...선물이요?"


그녀의 외출로 이야기의 화제를 돌려보려 했는데 내게 문득 선물을 주겠다고 한다. 그녀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것은 갈색 병이었다.


"아로마...?"


"분사형 아로마에요. 그린존에서 유행하던데, 주무실 때 침대 곁에 올려두시면 돼요."


조심스레 뚜껑을 열어 코에 갖다 대니 은은한 향이 흘러나와 기분 좋았다. 


"이런 거 진짜 비쌀 텐데... 정말 고마워요, HK416."


"별말씀을."


HK416이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달리 할 말은 없었는지 문 쪽으로 간다.


"아, 커피라도 안 들고 가세요?"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거든요."


그렇게 나는 HK416을 배웅하고 부관을 맞이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곧 종일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졸음이 쏟아졌다.


스프링필드가 손수 커피를 타 줬지만, 어째서인지 오늘 카페인은 소용이 없다시피 했기에 결국, 저녁도 거르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평온한 잠자리를 위해, HK416이 선물한 아로마를 잠자리에 둔 것은 당연하다.




•••



.....이제 슬슬.


끼익...


귀가 민감한 지휘관이니까... 빛에 민감한 지휘관이니까... 마비성분이 있는 약물로 그를 어둠속으로 뒤덮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려고 하면 눈을 피하는 지휘관의 잘못인걸.


응? 지휘관.


잠자는 숲속의 왕자를 만드는 마녀의 발걸음으로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어둠이 내려앉는다. 


명암필터가 적용된 시야 한가운데에 편히 주무시는 내 사랑스러운 지휘관이 있었다.


지휘관이 제대로 잠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귓가의 거리까지 다가간다. 지휘관이 꿈속에서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나는 속삭이기 시작한다.


"지휘관은 HK416을 사랑한다, 지휘관은 HK416을 누나로 생각한다, 지휘관은 HK416의 보호가 필요하다. 지휘관은..."


지휘관이 자고 있는 동안 암시를 건다. 당장은 효과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을 매일 낭독하다 보면 효과는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선물한 아로마는 본디 정신과 치료 소품이었으니까.


어쩌면 내일 당장 효과가 나타나면 모른다는 괜한 기대감마저 들었다. 빨리 누나로 불렸으면.


...그러나 내일도 스프링필드랑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았다.


"HK416만이 지휘관의 말을 들어준다. 다른 인형들은 지휘관의 뒷담을 깐다. HK416만큼은 의지할 수 있는 누나다..."


텍스트를 조금 바꿔 보기로 했다. 


...나에 대한 애정보다는 타인에 대한 불신을 우선적으로 심어서 자연스레 나에게 의지하도록.


"지휘관님...? 요즘 눈빛이 이상한데 괜찮으신 거 맞죠?"


"스, 스프링필드 씨...! 죄송한데 제 방에서 나가주실래요..!?"


그렇게 암시의 효과는 날이 지날수록 심화되어, 어느덧 지휘관이 다른 인형들의 친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


"지휘관, 문 좀 열어주겠어? 나 HK416이야."


"416누나...!"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 하루 종일 방문을 잠그고 있다가 노크를 한 상대가 비로서 나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열어준다.


"문까지 잠그고 많이 무서웠나 보네... 다른 인형들이 자꾸 말 걸어서 무서웠겠어."


"나... 나 말이야! 416 누나가 곁에 없으면 도무지 안심이 안 돼! 부탁이니까 앞으로는 나랑 같이 있어죠...!"


"어머,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 누나가 들어줘야겠지?"


마침내 나의 것이 된 지휘관, 내 품 안에 안긴 그는 따뜻했다.


비록 그가 지휘관의 일을 그만두었더라도... 


"지휘관님, 약 드실 시간이에요."


앞으로도 그는 나만의 지휘관으로 남을 것이다.


내가 만든 세계관 속에서,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