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형은 서른이고, 취준생임. 고등학교때 진짜 우연찮은 계기로 알았는데 수능 보고 나서는 연락 뜸해져서 가끔 체대 갔다느니, 영업 준비한다느니 뭐 그런 소식만 드문드문 들음. 어제 이 형이 오랜만에 나한테 전화를 함. 근데 걸자마자 하는 말이

"야 나 곧 결혼한다."임. 그래서 아직도 취업못한 개백수가 뭐라는거지? 이러면서 어지러워 하고 있는데 형이 상황을 더 설명해줌. 

일단 결혼할 상대분은 29임. 난 그분도 젊으시길래 실수로 안하고 했나 이러고 있는데 그건 아니고, (내가 물어본거 아니다) 그냥 여사친이 주선해서 만나게 됐는데 그 분이 원래부터 형한테 꽤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거 같음 여사친이 좋게 말해줘서.

 사실 체대생들이 입담은 다 평균은 치고, 그 형은 성격도 좋은 편이라 좋은 인상을 가지는건 이상하지 않음. 그 후에 걍 사귀게 됐고, 서로 1년 정도 만났는데 그러면서 알게 된 그 분 직업은 간호사임. 근데 그 분 집이 좀 잘사는 데라 20대에 자가용과 서울 내 자가를 소유한 분이셨음. 그래서 그 분은 형한테 몸만 오라면서 당장 결혼하자 하는데, 형은 남자가 가오가 있는데 어떻게 여자네 등에 업혀서 사냐면서 적어도 취직하기 전까진 하지 말자고 함. 근데? 이게 2년전이라더라. 그러니까 형이 27, 그분이 26때 만나서 3년째 결혼 안하고 끌고 있는 거였음.

나는 사실 친한 친구였으면 이쯤에서 나같으면 식기 세척기로 취직한다면서 당장 하라했을거 같은데,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고 나이차가 좀 나기도 해서 적당히 대응해줌.

근데 그 형이 하는 말이 좀 웃김. 우선 그 형은 영업 준비를 한다고 말했지? 지금까지 다양한데 박아봤는데 다 잘 안됨. 근데 그 여자분이 형한테 그냥 결혼하자면서 보낸 문자가 '오빤 개백수같이 살아도 내가 다 챙겨준다니까??' 였음. 보통 3년 만난 사람한테 저정도 애정이 생김? 심지어 결혼하자고 한 건 2년전이다ㅋㅋㅋ 그리고 형이 자취하면서 사는데 그 집은 또 처음엔 본인이 부모님 도움 받아서 내다가, 사귀게 된 뒤엔 여자가 그냥 거의 다 내준다는 거임; ㅅㅂ 이쯤되면 걍 형 하나 속여서 크게 한 탕 하려는거 아닌가 의심되고, 그걸 히히  내 여친 봐라 짱이지 이러면서 자랑하는 형도 좀 웃픔.

그래서 내가 막바지에 그냥 결혼하라고 서른 넘게 버티는것도 무리지 않냐고 하니까 이 형이 또 쓸데없이 착해서 가오 타령하는거지 실제론 그 분 고생안시키겠답시고 그렇게 버티고 있는거란다. 그러면서 걔 고생시키면서 살바엔 헤어진다 야ㅋㅋㅋ 이러는데 어휴 솔직히 슬슬 그 분이 얀끼 돌아서 형 어디 하나 자른 뒤에 납치감금순애해도 합법이라 봄.

조금 기질 있는거 같애서 기대되는데 앞으로 이 형 소식을 주의깊게 알아봐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