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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관찰 일지 ]

 

 

• 학생명 : 서세현 (만 7세)

 

• 학년/반 : 1학년 / 2반

 

• 관찰자 : 한시훈(담임교사)

 

• 주 관찰장소 : 미우 초등학교

 

• 관찰 기간 : 20XX 년 3월 04일 ~ 진행 중

 

 

주요 관찰내용 : 학생의 학습, 또래 관계, 가족 사항, 학교생활, 행동이나 정서상의 변화, 보호자나 학생의 특별한 사항에 대해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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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4일>

 

 

유치원생이라는 지위가 초등학생으로 바뀌는 날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간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이다 보니 경직되어 있거나 쉽게 적응을 못 하는 학생들도 많다. 깊은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보통 입학식에는 보호자와 같이 등교를 하는데 ‘서세현’ 이 학생은 혼자서 학교에 왔다. 부모가 바쁜 사람들인가? 적응을 잘하게 많이 도와줘야겠다.

 

 

 

<3월 20일>

 

 

학부모 상담 주간이다. 세현이 어머님께 상담 전화를 걸었다. 상담은 아주 빠르게 끝이 났다. 세현이는 학교에서 잘 지낸다고 말하자, 세현이 어머님은 알겠다면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면서 전화를 끊으셨다. 보통 다른 학부모들은 자녀를 처음 학교에 보내서 그런지 많은 걸 물어보시는데. 이분은 자녀에게 별로 관심이 없으신가?

 

 

 

<4월 9일>

 

 

4월인데도 불구하고 태풍 예보가 떴다. 기상청에서는 태풍의 경로가 동남아 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여, 학생들은 정상 등교를 했는데, 갑자기 태풍이 한국 쪽으로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학생들을 긴급하교 시켰다. 

 

 

학생 혼자 보내기에는 위험해서 비상 연락망으로 학부모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하나둘 보호자 분들이 학교에 도착해서 학생들을 데리고 갔다. 어떤 보호자는 아버지분께서 학생을 데리러 왔는데. 세현이가 그 학생 아버님을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서는 친구 아빠가 집에서 탈출한 거 같다고 나한테 일러바쳤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세현이에게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세현이 어머님께서 학교에 도착하셔서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물어봐야겠다.

 

 

 

<4월 11일>

 

 

교무실에 앉아있었는데 우리 반 학생들이 나에게 헐레벌떡 뛰어왔다. 세현이가 돌에 걸려 넘어져 다리에서 피가 난다는 것이다. 나는 곧바로 보건실로 세현이를 보냈고.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였다. 앞으로는 앞을 똑바로 보고 걸으라고 세현이를 교육 시켰다.

 

 

 

<4월 12일>

 

 

세현이가 어제 옷차림 그대로 등교를 하였다. 어제 넘어진 것 때문인지 바지 밑단은 찢어져 있었고, 넘어져서 묻은 흙이 그대로 묻어져 있었다. 세현이 부모님들은 뭘 하는 걸까? 세현이에게 여분으로 있던 새 옷을 주었고, 세현이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다른 아이들이 안 좋게 볼 수도 있다며, 신경 좀 써달라고 말했다.

 

 

 

<4월 15일>

 

 

학교에서 주관하는 ‘아빠와 함께하는 예술 캠프’ 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 각 학생 아버지들께 전화들 돌렸다. 세현이 아버지께도 전화했는데, 세현이 어머님이 받으셨다. 세현이 아버님께서 캠프에 참여가 가능하냐고 묻자, 세현이 어머님은 우리 애기아빠는 그런거 못 나간다는 말을 하시고는 바로 전화를 끊으셨다. 세현이 인적 사항을 보니까 엄마는 회사원, 아빠는 주부라는데 집에서 부업이라도 하시나?

 

 

 

<4월 17일>

 

 

수요일은 다 먹는 날이다. 하지만 급식 반찬으로 아이들이 싫어하는 코다리 강정이 나와서 애들 급식 다 먹이려면 힘들겠구나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모두 음식을 남기지 않았다. 뭔가 수상해서 학생 한명을 불러내서 추궁했더니. 세현이가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모두 먹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날 학교가 끝나고 세현이를 교실에 남겼고, 그러면 안 된다고 세현이를 다그쳤는데, 세현이는 평소에는 이런 걸 못 먹는다며 울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이런 거를 못 먹는다니. 평소에는 뭘 먹냐고 묻자. 장어나 아스파라거스, 낙지 등을 먹는다고 했다. 수상한 음식 라인업이지만 일단 세현이가 굶고 다니는 거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친구들 음식을 대신 먹어주지는 말라고 하였고, 더 먹고 싶으면 급식을 더 받아먹으라고 교육 시켰다.

 

 

 

<4월 22일>

 

 

결국 불안하던 세현이가 사고를 쳤다. 같은 반 남학생에게 다짜고짜 키스를 갈긴 것이다. 키스를 당한 남학생은 울면서 나에게 뛰어왔고, 세현이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성 관련 사건은 진짜 골치 아프다. 일단은 학교 선에서 덮는 게 제일 베스트다. 일단 남학생 부모님과 세현이 부모님을 학교로 불렀는데, 남학생 쪽 부모님은 노발대발하시며 그냥은 안 넘어갈 거라고. 법대로 할 거라고 교무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셨다. 세현이 부모님은 조금 늦게 오셨는데, 어머님 아버님 두 분 다 오신 남학생 부모님 쪽과는 달리, 세현이 부모님은 어머님 한 분만 오셨다.

 

 

남학생 부모님 쪽은 세현이 어머님을 보시자마자 화부터 내셨는데. 세현이 어머님은 품 안에서 두둑한 돈 봉투를 꺼내셨다. 거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액수였을까. 남학생 부모님 쪽은 그 돈을 받으셨고, 세현이 어머님은 “이제 된 거죠?” 라며 교무실 문 밖으로 나가셨다. 이걸로 합의는 끝이 났다.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되었지만. 나는 한가지 궁금증이 있어서 세현이를 남겼다. 세현이에게 왜 그랬냐고 묻자, 세현이는 

 

 

“ 걔가 좋아서 그랬어요. ”

 

 

라고 답변했다. 아무리 친구가 좋아도 그러면 안 된다고 다그치자.

 

 

“ 그렇지만 선생님, 엄마가 말했는데요. 좋아하는 게 생긴다면, 키스 마크 같은 걸 남겨서 확실하게 자기 것이라는 표시를 만들어 버리라고 했는데요? ”

 

 

라고 답변했다. 아니 세현이 부모님은 대체 집에서 뭘 가르치는 걸까. 초등학교 1학년이 키스 마크는 또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너무 골치가 아파서 일단 세현이를 돌려보냈다. 다음 주에 성교육 수업을 준비해야겠다.

 

 

 

< 4월 24일 >

 

 

학부모 한명에게 전화가 왔다. 세현이한테 너무 냄새가 나서 우리 애가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빠르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세현이한테 냄새가 나나? 오늘도 학교가 끝나고 세현이를 교실에 남겼다.

 

 

세현이에게 잘 안 씻냐고 묻자, 세현이는 맨날 자기 혼자 열심히 씻는다고 했다. 아직 혼자 씻기에는 이른 나이 이긴 한데, 언제부터 혼자 씻었냐고 물었더니 충격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 4살인가?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저 혼자 씻었어요! 저 대단하죠? ”

 

 

유치원도 안 들어간 아이를 혼자 씻게 내버려 두다니. 아니 대체 어떻게 된 부모들인가? 그러니 씻는 법도 잘 모를 테고 제대로 씻기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니까 냄새가 나지.

 

 

쭉 세현이를 관찰해보니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부모라는 인간들은 자기 자식한테 관심도 없는 거 같고, 사실상 세현이를 방치하는 거나 다름이 없는 거 같다. 안 되겠다. 내일 부장 교사님이랑 세현이에 대해서 의논을 해봐야겠다.

 

 

 

< 4월 25일 >

 

 

부장 교사님께 세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렸다. 아무래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했는데. 부장 교사님은 그냥 아이를 제대로 키울 줄 모르는 부모가 아니겠냐고, 유즘 MZ세대들은 그런 모지리 같은 부모들이 많다며 별일 아닐 거라고 했다. 내가 그래도 조사는 한번 해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자, 부장 교사님은 그러다가 무슨 무슨 법으로 역고소라도 당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유즘은 교직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 거 잘 알지 않냐고 하셨다. 별일이 아닐 거라고, 계속 그냥 넘어가자고만 하셨다.

 

 

하지만 의심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찢어진 옷을 그냥 입고 다니고. 집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는지 세현이는 급식을 2번이나 다시 받아먹는다. 세현이는 기본적인 의식주도 제공 받지 못하는 상황인 거 같고. 키스 사건을 보면 세현이는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을 보이고 너무 조숙한 성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건 필시 아동학대 정황이 확실하다. 모든 정황들이 아동학대를 가리키고 있다. 부장 교사님은 그냥 넘어가자고 했지만, 내가 왜 교사가 되었는가. 쓰레기 같은 부모들에게 학대받고 괴롭힘 받는 아이들을 구해주고 보호해주기 위해서 교사가 된 게 아닌가? 내가 겪었던 것처럼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한번 탈선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신고하자. 아동학대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교직을 박탈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아동학대라면? 세현이가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는 거라면? 세현이가 은연중에 나에게 구조신호를 보낸 거라면?

 

 

세현이를 구출해줘야 한다.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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