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로 우리 엘프의 영역에서 벌목을 해서 생명을 해치다니... 그 댓가는 생명으로 갚아라!"





"어쩌라고! 나도 이 짓을 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판이었는데!

에에잇!! 부모도 아내도 자식도 없는 내 인생!! 한 점 후회없다! 죽여라!"





"망설임 없이 죽여달라고 하다니...!


내가 죽여달라는 녀석의 말을 들어줄것 같으냐?


죽여 시체를 만들어 양분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나와 서약을 해서 생명을 잉태하는 일을 도와라!"






"죽는게 더 나은 노예 생활을 권하다니...


거절하겠다! 죽여라!"






"오해다...! 엘프는 노예를 부리지 않는다!"





"노예주인도 노예를 노예라고 부르지 않지


넌 나를 뭐라고 부를건데?"





"낭군ㄴ... 


아니! 아까부터 계속 죽여라 죽여라 노예가 되지 않겠다 그냥 죽여라... 그렇게 내가 싫은가? 


내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자주 인간들로부터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니가 보기에 내 얼굴이 어떤가?"





"이쁘다"





"...♡


그렇다면 서약을 받아들여라 


여기 반지도 준비해두었다"





"음......."


남자는 길게 고민하더니 말했다




"죽여라!"






"아!!!!  왜?!!!"





"엘프같은 장생종과 인간의 인연은 가슴시린것이라고 하였다 50년 사랑하고 천 년을 무덤가를 지키게 하는 일... 나는 하지 않겠다!"



엘프는 속이 답답했는지 가슴을 두드렸다


"아니!!! 내가 괜찮다고요!!!


그리고 인간도 추억을 위해 돈을 모아서 여행이라던가 진미를 찾는다고 들었어


평생을 추억에 기대어 살아가는 나 같은 장생종은 무덤가 라이프 하는 녀석도 많고 그에 대한 대비도 다 해둔단말이야!!"





"수상할 정도로 인간에 대해서 잘 아는군 엘프...


인간에 대한 공부라도 했나?"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해두었지


여기 반지를 비롯해서 집과 돈을 준비하고 육아,집안일 등등을 공부했다


이제 결혼해줄 마음이 들었나?"




"미리 준비를...?


혹시 나를 오래전에 점찍어뒀다던가... 아니 너무 나갔군"



"부정하진 않겠다 하지만 점찍어둔건 최근 일이다"






"최근 일이라고?


인간 기준으로? 엘프 기준으로?"




"엘프기준이다 햇수로 따지면 20년 전쯤이겠지"





"어쩐지 어릴적에 어렴풋이 본 것 같이 안 면이 익숙하고 말하는게 편하더니... 이런 이유였군


어린시절 나랑 놀아줬었던 누나 요정이 너였나?"




"이제 전부 알았지?


이제 내 남편이 되어줄거지?"




"거절한다"




"거절하는걸 거절하겠다! 근데 왜?"




"인간과 엘프의 사랑은 금지되어있다


나와 결혼한다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지 않겠는가?"



"내가 집을 구해둔 곳은 인간과 엘프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곳이다


필요없는 걱정을 했구나"





"엘프와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곳?


그곳은 수간촌인가?"




"야 너 솔직히 이젠 알거 다 알면서 나 열받게 하려고 그런 말 하는거지?"



"들어라 엘프!


엘프와 인간의 사랑은 인간과 침팬치의 사랑과 동일한것으로 알고있다 


그런 문란한 동네는 내가 싫다"




"그럼 외딴대서 둘이서만 살자


난 엘프라서 딱히 뭘 먹지 않아도 괜찮으니 오로지 널 위해 먹을것을 구해오고 요리해줄께"



남자가 납득하자 엘프는 기쁜듯 활대를 내리고 남자를 꼬옥 안아주려는데 남자가 말했다




"그나저나 예전부터 나를 계속해서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인듯한데


내가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쭉 혼자였던것과 관련있는가?"



"읏 그건 미안해...!"




"내 삶에 너만 사라지면 


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인간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다 늙어서 죽는 삶을 살게되는건가?"




엘프는 남자의 얼굴을 슥 보고 남자의 성격과 주변환경 등등을 고민했다


인간들과 어울려지내지도 못한지라 대화능력도 모자르고


아무것도 없어서 굶어죽지 않으려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가 붙들렸다





생긴건 괜찮아서 인간 여자와 교제 자체는 하겠지만 그게 결혼 생활까지 이어지는건 어렵고


어렵게 결혼 했다고 하더라도 순탄한 결혼 생활은 힘겨울것이고 안정적인 노후 생활은 불가능할거라는게 엘프의 결론이었다




장생종의 지혜가 담긴 결론을 듣자 남자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엘프... 모든걸 니가 망쳐놓은건가?"




"난 그냥 보기만 했어


결혼 준비하는데 정신 팔려있었거든


방치한건 미안해... 하지만 바로잡아두면 다른 인간 여자에게 갈것같아서..."




"차라리 죽어서 양분이 되겠다 그 활로 날 쏴다오"



"싫어...!!


 나랑 결혼해준다면 다 해줄께 


넌 그냥 나한테 오기만 해


난 준비되었어"




"그래"




"드디어 내 남편이 되어 주는구나!"





"어릴적부터 장생종 하나가 인간 하나 집에다 기르겠다고 갖은 노력을 기울여줬는데 키워져줘야지


의외로 이런걸 원하는 녀석들도 있으니 대신해서 소원성취 해준다 셈치고"





"우리 이제부터 결혼할텐데 장생종 하나라니... 다정하게 레미♡  누나♡ 라고 불러주면 안될까?"



"그 나이에 누나라고 불리길 원한다니... 양심이 세월에 닳아 없어진건가?"




"내 나이를 인간식으로 바꾸면 난 너보다 네 살 많을거야 그러니 괜찮아"





"그런식으로 따지자면 5년 후에는 날더러 오빠라고 불러야할텐데"





"부르지 뭐... 오빠~♡"





"제정신이 아니군! 엘프 기준으로 젊다고 해도 수백살 먹은 노괴가...!"



"역시 넌 내가 싫은거지?"



"그저 내 미래를 위해 서약한것 뿐이니 많은걸 내게 기대하지 마라"



"... 성격은 오랜시간을 두고 차차 개선해나가면 될거 같네 사랑해 남편♡♡"




"오랜시간? 엘프기준이야 인간기준이야?"



남자는 등골에 서늘함을 느껴 물어보았지만 황홀하다는듯 표정을 짓는 엘프는 대답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