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










"허어, 허어...."

시야가 제한 된다.

"으윽...."

흐릿해져가는 눈앞은 점점 어둠 속으로 잠겨나고,

결국 마지막 싸움에서 패한 나는 추하고 불품 없는 최후가 기다리고 있었다.

"젠장...."

정의와 함께 무너져내리는 성

정의는 언제나 승리 한다는 말은.. 결국 비상한 어둠의 밑으로 곤두 박질 쳐지고 말았다.



"...."

정령 이것이 어둠이 맞선 자의 최후라는 것인가.

난생 처음으로 하늘을 원망하게 되는 최악의 말로였다.

"결국 그 꼴이구나."

허나 ㅡ

"크흑..! 너..!!"

현실은 이보다 더 끔찍했으니,

"날 막겠다 하니, 당연한 결과야. 그야 나는 꼭 이뤄야하는 염원이 있으니까."

이젠 진정한 '마왕'으로 거듭된 만악의 근원.

그 사악함과 뻔뻔함이 나를 치욕감과 비참함 속에 집어 던진다.

"후훗, 꼴이 좋아?"

신경을 곤두 서게 하는 조롱과 멸시.

"ㄴ.. 너..! 이리와...! 너만큼은...!!"

허나 그럼에도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사실이 처절한 생지옥이었다.

"워워, 무리하지 말라고? 어차피 죽을 테니까."

마음 같아선 저 승자의 미소를 당장이라도 뭉개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운명은 정해져 버렸다.

"그럼 잘 가라고, 자신이 정말 용사인 줄 알았던 범부야."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것이 사실이었다.

"디... 디아!!"

"후후후, 하하하핫!!"

결국 희열과 절정 그리고 깊은 광기가 섞인 웃음 소리를 마지막으로 희미한 빛을 향해, 모습을 감추는 죄악의 소녀.



쿠궁..! 쿠궁 ㅡ!!

그렇게 그녀가 사라지고 다시금 대지가 진동한다.


쿠구구궁....!!

건물의 잔재가 다시금 무너지기 시작한다.

"크윽...!!"

결국.. 이렇게 허무히 끝나는 건가.


"아아아아아아아아 ㅡㅡㅡ!!!!"

억울함과 비통함에 찬 마지막 비명을 내질러보았지만.


쿵 ㅡㅡㅡ!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할 의미 없는 통곡이었고.



 ㅡㅡㅡㅡㅡ!!

결국 무너져 내리는 잔해에 깔려, 눈을 감고야 말았다.





















-BAD ENDING-








"하아.. 제기랄..."

또 져버렸다.

"진짜 더럽게 쌔네."

밸런스 팀은 도대체가 게임은 해보고 출시를 한 것인지.


세상 불합리한 난이도에 괜한 생색만 내게 되었다.

"후우.."

방금 본건 최근 즐겨하던 게임 속의 베드 엔딩.

최후의 결전에서 최종 보스에게 지게 된다면 보게 될 이벤트 였다.

"...."

그리고 화면에 비춰졌던 검은 머리의 소녀는 모든 일의 원흉이자 게임 내에 최악의 악녀로 손꼽히는 악역, 디아 비포톨트.

게임에서나 현실에서나 욕을 한 바가지로 먹고 있는 캐릭터였다.

일단 그녀의 작중행적 부터가 마음에 안들었는데.

살펴본다면 과거 부터 싹수가 노란 아이였다.

공작가의 영애라서 그런지 어렸을적 부터 예의라는걸 모르고 자랐으며 오히려 권력을 이용하여 힘 없는 자를 괴롭혔다.

당연코 모두가 기피하는 폭군, 그 자체 였지만 권력의 위치 탓에 건들 수도 없는 밉상.


허나 옛말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 처럼.

결국 그녀는 반란으로 인해, 돈과 명예를 모두 잃고 몰락 귀족이 되버리고 마는데.

그 때 비참하고 쓸쓸히 퇴장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제작진들의 집착에 가까운 자캐 애정 탓에 게임 후반부에 재등장한다.

그것도 마왕에 버금가는 힘을 각성하고 복수라는 명목하에 깽판이란 깽판은 다 치고 다니면서.

그렇다고 마지막에 그녀를 이긴다면 걸맞는 최후를 맞이하는가?

그것도 아니었다.

착한 어린이병 걸린 주인공 탓에 결국 최후까지도 꾸역꾸역 살아남는다.

그렇다고 지게 된다면 방금 봤듯이 주인공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며

결국 디아가 나라를 지배하게 된다는 찝찝한 배드 엔딩을 맞이 한다.


"아오, 진짜..."

진짜 캐릭터 한번 잘 못 만들어도 너무 잘 못 만들었다니까.

아무래도 제작진들은 애매하게 미칠 바엔 제대로 미치는게 났다는 말을 잘 못 이해한 것 같은데.

그것도 적당히가 있지, 맛있는거에 맛있는거를 더해야 그나마 납득하는걸, 폐기물끼리 합쳐버리니 그냥 존재 자체가 혐오스러웠다.

"......"

생긴 것만 보면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이 생긴 가녀린 소녀가 얼마나 악랄하던지.


"진짜 뺨 한번 시원하게 때리면 소원이 없겠다.

내가 과몰입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불평불만을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





"... ㅡ"

그렇게 잠들어 버린 걸까?


"으음.."


".... ㅡ"

심연에 가라 앉은 의식 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 ㅡ!"

누굴까...

"....!!"

무슨 말을 정확하게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불만 가득한 목소리 같은데.

그리고... 이건 여자 목소리 잖아?

"..."

대체 누가....









"야!!"




"허엇..?!"

등에서 느껴지는 쓰라린 격통에 눈을 번뜩인다.

"감히 내 앞에서 졸아?! 너가 미쳤구나!"

분명 내 방에서 잠들었을 터인데.

"...."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

살아생전 처음 보는 낯설고 고급진 방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팍 ㅡ!

허나 그것보다도 경악스럽게 하는 것은.

"악..?!"

"어쭈? 이젠 내 말을 무시하겠다는 거냐?"

초면 처럼 느껴지지 않는 익숙한 얼굴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는데.

"차 내오라고! 몇 번을 말해?!"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불 같은 성격에,

"악?!"

"또 안 움직이면 이번엔 얼굴을 걷어 차 주겠어!"

마치 당연하다는듯이 행해지는 가혹한 폭력.



"으으.. 네..."

일단 머리가 상황을 따라가기도 전에 몸을 움직이게 된다.

"시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바쁘게 발걸음을 움직이면서도 나는 현세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는데.

"....?!"

잠깐.. 가만 보니 저 여자... 디아 잖아?!

"뭐해, 빨리 안 타오고?!"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라 했더니 ㅡ

"진짜 그냥 확 짤라줘?"


게임 속 악역이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


"아이고..."


아무래도 난 이세계 전이를 해버린 것 같았다.

"아~ 배고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전에 즐겨하던 게임 속의 세계인 것 같았는데.


퍽 ㅡ!

"악?!"

"뭐하고 있어, 마그? 빨리 안 움직이여?"

하필... 전이를 해도 저 싹퉁바가지의 하인으로서 빙의한 것 같았다.

여기서의 내 이름은 마그.

저 꼴도보기 싫은 디아의 하인 이자,

"주인이 배고프다잖아, 빨리 다과를 가져와."

정보를 수집해 보니... 여기 아니면 갈 곳도 없는 천민에 가까운 신분이었다.


"네엡.. 아가씨..."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 싫어?"

"아, 아닙니다!"

그래서 반 강제로 이 곳에 묶여, 그녀의 뒤치닥거리를 하게 되었는데.

"싫으면 관둬, 너를 대체 할 놈들은 차고 넘치니까."

왜 하필 이런 년의 종복이냐고...

하다 못해 반란 세력에 가담하는 인물이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분명 시원하게 뺨 한 대 후려치고 싶다고 했지, 내가 구타 당하고 싶다고는 말 안했다.


"우웁?! 켁켁..! 진짜 더럽게 맛없네."

"야, 제대로 못해?!"

맨날 그녀에게 시달리느라 하루하루 수명이 줄어가는 느낌이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타와!"

"앗 ㅡ 뜨거?!!"

"...."

내 언젠가... 기필코 한 대 지어박고 말리라...

어쩌다 이런 곳에 떨어지게 되었는진 모르지만.


"진짜 두고봐라..."

나는 마음 한편으론 복수의 날을 벼르며 훗날 찾아올 그녀의 '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









◇◇◇



"으음, 그래 바로 이 맛이야."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아가씨, 차는 입에 맞으십니까?"

나는 이 곳 생활에도 어느정도 적응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래, 다들 너 처럼만 하면 되는데 왜 못하는건지."

특히, 분하지만... 그녀에게 맞춰주는 것에도 어느정도 요령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마그, 요즘 너 잘하고 있는거 알아?"

그래서인지 요세는 처음과 비교하면 꽤나 지낼만 했는데.

".. 과찬이십니다."

그렇다고 계속 이러면서 살고 싶은건 절대 아니었다.

나는 그녀에게 복종하는 척, 밑에서 일을하며 착실히 돈을 모아 나갔다.

그 이유는 언젠가 이 딴 시종일을 그만두고 영영 떠나기 위해서인데.

한 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지만.. 아직 인내해야 되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는 돈이 조금 모자랐다.

나는 훗날 개판이 될 이 나라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떠나, 유유자적 살며 천천히 현세로 돌아갈 길을 찾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데.

아직 이 곳의 시세를 정확이 파악 못한 것도 있겠지만 이동 수단이나 이민 비용을 얼추 계산해 봤을 땐  아직 부족한 감이 있었다.


일단 여기에 있으면 의식주는 어느정도 해결이 되고, 봉급도 밀리지 않고 잘 나오긴 하니 고난해도 감내할 가치는 충분했다.

또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미래시도 알고 있기에 그녀 몰래 조금씩 소지금을 늘려 나갔다.

두 번째 이유로는 아직 때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디아는 폭군 그 자체다.

눈에 거슬렸다는 이유로 사람 한 명 '무심코'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년이란 말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자연스럽게 도주 할 수 있는 날은 정해져 있는데.

바로.. 스토리상으로 그녀가 몰락 귀족으로 떨이지게되는 혁명의 밤.


공작도 뭣도 아닌 떨거지가 되버리는 그 순간을 노려, 혼란의 시기에 야반도주 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적이었다.


그러니 지금으로선 천천히 때를 기다리며 자산을 부풀려 나가는 것이 최선으로 보였는데.


"에잇!"

가끔씩 위기가 찾아오기는 했다.

"아악?! 왜 때리십니까."

"뭔가 요즘들어서 일을 너무 잘하니까?"

"갑자기 멍청하게 일해주던 옛날의 마그가 그립더라고~"

내가 아무리 맡은 바를 충실히 행해도, 그녀가 심심하다면 장난감 처럼 다뤄져야 하니까.

"....."

진짜 이럴 때면 그냥 지금 도망가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후우.."

침자.. 지금으로선 괜히 서두르다 개죽음이야..

"응? 방금 한 숨 셨냐?"

"하.. 하핫..! 아닙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버티자... 이제 얼마 안 남았어.






◇◇◇









다시금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자나간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지출을 최소한으로 하며 자금을 모으고 도주를 위한 준비들을 착실히 해나갔는데.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때가 된건가..."

달이 멋구름에 가려져 음산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


저택 내에는 낮 부터 어수선 했고,

"오늘 따라 서민들이 이상하지 않아? 다들...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디아의 그 콧대가 유난히 오만해보이는 날.





덜컥 ㅡ!


"디아 비포톨트! 오늘 너는 여기까지다!"

드디어 '그 이벤트'가 시작되고 말았다.


"뭣..! 너희들이 지금 미쳤구나?!"

"이젠 널 위한 시민은 없어! 넌 오늘 지금까지 벌인 악행의 대가를 치루게 될 거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그녀를 위협하는 그녀의 하인들.

지금까지 억눌렀던 분노로서 벼려진 검이 그녀에게 겨누어 졌다.


"흥..! 헛 소리! 너희들 다 목을 쳐주겠어!"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디아는 이제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도 모르고 계속 입을 나불대는데.


"이봐! 거기 누구 없어?! 당장 이 녀석들을 내 눈앞에서 치워!"

나는 그런 혼돈을 틈타서 조용히 방 밖으로 빠져 나가려 했다.



"...흥."

"... 뭐야, ㅇ.. 왜 아무도 안와...."

뒤 늦게서야 현실을 깨달은 디아의 표정은 상당히 볼 만 했고.

"당장 저 년 끌어내!"

나는 그녀의 몰락을 조용히 지켜보며 오늘 이 곳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으읏...! 이거 놔!"


하지만...


"이제 넌 불가축 천민이라고, 알아 들어?"

어째서인지 반군의 말들을 들을 수록...


"뭐라고? 내가 그럴리가...!"

"하핫, 아직도 못 믿겨지는 것 같은데.. 너에게 쌓인 남자들에게 둘러 쌓여도 같은 말이 나오나 보자.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싫엇..! 누가 도와줘..!!"

"포기해라, 오늘 얌전히 노예가 되는 거다. 이 악랄한 영애야."

나는 최소한 저들이 무고한 이들인줄 알았다.

나 못지않게 디아에게 휘둘렸지만 그래도 같은 더러운 인간들은 어니라고 생각했다.



"이봐.. 거기 진짜 누구 없어?! 나 좀 살려줘!"


허나 아무리 봐도 그들에게선...

"히히... 오늘 밤 볼만 하겠군."

"감옥에 끌고가면 우리부터 재미 보자고."

"당연하지, 우리가 1등 공신인데."

디아에게서 느꼈던 사악함 못지 않을 추악한 속내가 엿 보였다.

"....윽.."

그걸 깨닫자 도저히 내딛을 수 없게 되었다

"마그, 마그!!"

발걸음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혹시 너도 그런 거야?!"

왜 그녀에게서 동정심을 느끼는 거야.. 나...

그녀에게 숱한 부조리를 당해왔잖냐...

평소 그리도 싫어하며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렸으면서...

근데 왜 막상 때가 오니, 망설이는 건데.

"아니지?! 너 만큼은 아니라고 해줘.. 제발...!"

그녀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지금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될 수 있다면 여기서 끝장을 내는게 옳은 일이었다.

훗날... 그녀가 다시 가져올 멸망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맞는 상황이다.



"포기해, 이젠 너를 위한 시종도 하인도 없다니까."


그런데... 이 감정은 뭘까..

미운정도 정이라고... 이대로 둔다면 앞으로 그녀가 어떤 짓을 당할지, 상상을 해버리니 그녀를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다.


"..."

아냐, 정신 차려 마그... 지금 나 혼자 살아나가기도 벗 차다고....

그녀를 끌어내리고 다음은 영주를 포함한 혹시라도 남아있는 충신들의 숙청이다.


여기서 디아를 돕는다면 더 큰 적을 얻게 되니, 이대로 방치하는게 맞았다.


"으으.. 싫어!!"


허나 ㅡ


"으윽.. 이 녀석들!!"

정신을 차렸을 땐.. 난 이미 반군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 너..!"

"칫..! 뭐야, 끝 까지 충성하겠다는 거냐?"

"그렇다면 이 년의 개 인체로 죽어라!"


대체 왜 그랬을까.

이게 더 험악한 길이라는걸 안다.

오히려 대의와 미래를 망치는 지름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으윽.. 비켜!!"

이미 몸은 디아를 위해, 불구동이 속으로 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


"허어.. 허어..."

정신을 차렸을 땐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으으.. 마그!"

그녀의 팔을 붙잡고,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아가씨!"

그저 앞만을 내다보며 달려가고 있었다.


"크흑..."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아냐, 이젠 후회 하진 말자.

어차피 늦었으니까.

그저 앞으로만을 생각하는 거야.

"거의 다 왔습니다!"

지금 내가 향하는 곳은 우체국.

이 세계엔 아직 은행이라는 개념이 없기에 우체국에서 그 비슷한 역할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그곳에는 내가 지금까지 모은 금화들이 맡겨져 있었는데.

그걸 찾고 지금 당장 여기에서 떠나야 했다.

"으윽..!"

처음엔 오직 혼자만을 고려 했기에.. 둘이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아마 충분한 양은 아니겠지.. 그래도 당분간은 괜찮겠지.

"잠깐 어디로 가는 건데?!"

"제가 돈을 모아놨습니다, 어서 빨리 그걸 들고  밤에 떠나는 배를 찾아야 합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조금 늦어 버렸지만 이대로라면 충분히 야밤에 떠나는 이국행 배에 승선 할 수 있었다.

"뭐어?! 잠깐!"

그런데...


"이거 놔봐!"

갑자기 내 손을 뿌리치며 당당히 멈춰서는 디아.

"아가씨..?"

지금 이게 무슨 짓 일까.. 더 뛰어도 시원찮을 판에..

"떠난다고?! 절대 못해!"

그 때 순간 내 귀를 의심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네...?"

"너가 나를 구해준건 고맙지만... 지금 저택으로 돌아가야 해."

이게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까 눈으로 보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반란군들이 가문을 몰락시키고 있다고요!"

분명 자기도 당하기 직전까지 내몰렸으면서 아직도 정신을 모차린 모양이다.

"아니..! 분명 배신자가 있는건 사실이만.. 모두 그런건 아마 아닐거야...! 또 아버지께서 아직 저택에 남아있어, 그렇다면 나를 위한 충신도 남아 있을 거고!"

"그러니 어서 빨리 돌아가서, 그들을 없애야 해... 더 늦기 전에 반군을 진압해야 된다고!"

"아까 못들었습니까?! 이젠 비포톨트 가문을 위한 사람은 없다고요!"

"핫! 너 정말 순진 하구나, 마그? 그런 놈들의 말들을 진짜로 믿어?"

누가 할 소리...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일 잘 아는건 아마 나일 거다.

비포톨트 가문은 오늘 몰락한다, 내가 똑똑히 봤으니까.

가문 당사자들을 제외한 단 한 사람도 남지 않고 그 가문에 등을 돌렸다.

반군이 말한 것 처럼 이젠 그녀를 위한 하인이나 시종 따윈 더 이상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니 돌아갈거야. 내 손으로 그 새끼들 목을 직접 따줘야 분이 풀리겠어."

허나 이를 알리 없는 디아는.. 끝 까지 항전만을 외쳐댔는데.


"안됩니다! 지금 돌아가면 그 땐 진짜 노예 신세 입니다!"

"으읏.. 말리지마! 아버님께 돌아가서 반군을 모두 숙청해야 한다니까!"

결국 그런 답답함을 참지 못한 난 ㅡ



짝 ㅡ!!


"읏 ㅡ..?!"

결국.. 그녀의 뺨을 때리고야 말았다.


"마그.. 너.. 지금 미쳤 ㅡ"

순간 내 행동에 당황했는지, 말을 잃어버린 디아.

"내가 몇 번이나 말해?! 이미 늦었다니까?!!"

하지만 이를 막지 못할 시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이건 싸게 먹힌 거였다.

"나를 믿어! 지금 가봤자, 이미 늦었어! 당주는 이미 죽어 있을 거고 가문은 진작에나 몰락해서 호랑이 굴에 재발로 들어가는 꼴이라고!"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언제쯤 그 생 때 좀 그만 부릴레?!"

결국 답답함을 주체하지 못한 나는 그녀에게 현실을 쏟아냈는데.

"헛 소리 할 시간에 마저 가자, 아직 늦지 않았 ㅡ"


짝 ㅡ!

그 순간... 

"엇..?"

뺨에서 느껴지는 쓰라린 감촉 ㅡ

이윽고 뜨거운 열기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너.. 이게 감히!"

다름 아닌 그녀가 나의 뺨을 때 렸다.

"... 디아, 너..!"

아픈 부위를 쓰다듬으며 다시금 그녀를 보자, 열분에 울먹거리며 으르렁 거리는 디아가 있었는데.


"네이놈!!"

짝 ㅡ!

퍽!

그녀의 폭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게, 진짜 어따 대고 나에게 명령질이야?!"

"이미 늦었다고? 헛! 너나 그렇게 생각하겠지!"

바닥에 주저 앉은 나를 수 없이 구타하며 자신의 힘이 다할 때 까지 멈추지 않았는데.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흥.... 넌 오늘부터 해고야."

"내가 반군을 전부 제압하고 다시 평화를 되찾고 나서야 기어들어오지 말라고."

나를 흘씬 두들겨 팬 디아는 손벽을 털어내며 가소롭다는듯 콧 방귀를 뀌었다.

"각오해, 돌아가자 마자 너 부터 짤라 줄 테니까."

그녀는 내게 매도의 눈빛으로 노려보며.. 왔던 반향으로 되돌아 가기 시작하는데.

"크흑..."

그래, 나도 이제 그냥 될 때라 되라지...


기껏 애증이라며 구해줬더니만...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기나 하고 ㅡ

"그래! 가버려라! 너나 나중에 후회 하지 말고!"

"우체국에 그냥 니가 줬던 돈 다 남기고 갈테니 나중에 울면서 쓰지나 말라고!"

나 역시 홧김에 그녀에게 마지막 욕설을 퍼부으며 자리를 떠난다.


"시발... 기껏 구해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나는 발을 절뚝 거리며 우체국으로 향했는데.


"..."

이제와서지만.. 내가 왜 그녀를 무시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살아남을 놈일 텐데...










.........

....








"네, 마그 씨. 맡겨났던 돈 모두 꺼내 드렸습니다."

그렇게 우체국에서 그 동안 저축해온 금자루들을 되찾은 나는 드디어 새 출발을 결심하는데.

".... 이것만 가져갈게요."

나는 저택에서 일하며 벌어들인 돈은 전부 제외한 체, 미래시를 이용하여 몰래 입수한 자금만을 들고 나간다.


"나머지는 혹시.... ㅡ"

미리 말하는대, 이런 짓을 당했으면서도 혹시 모를 그녀를 위한 돈을 남겨놨기 보다는... 그냥 더러워서 쓰기 싫은 것 뿐 이었다.

그냥 지금까지 머문 값이라 생각하고, 거기에서 받은 급여는 전부 남겨 놓았다.


"감사합니다..."

나는 일부의 돈은 일부로 가져가지 않는 체, 우체국을 떠난다.









....



부웅 ㅡ


뱃 고동 소리가 들린다.


"하아.."

나는 아직 입 속에 남아 있는 철 맛을 바다에 뱉어내며 난관에 몸을 걸텄는데.

결국은 혼자 배에 올라타는 구나.


"그래, 그냥 죽든지 말든지.. 노예가 되든 말든 이젠 내 살길만 찾자고.."

결국 디아는 버리고 오게 되었다.

뭐, 자기가 선택한 길인데 알아서 살겠지.

나중에 마왕급으로 각성한걸 보면 명줄은 확실히 길었다.

이제와서지만... 생각해보면 그냥 처음부터 버리고 올 걸 그랬나?

너무 죽을 것 같아서, 막상 구해주긴 했는데... 게임 속 스토리가 착오 없이 진행 된다면 어차피 그녀는 살아남는다.


"그냥 잊어버리자..."

허나 머릿 속은 이젠 더 이상 생각하기가 귀찮았고.


"일단 쉬고, 도착하고 나서 다시 생각하는거야."

나는 언젠가.. 현세로 돌아갈 날만을 조용히 꿈 꾸며 배가 이 곳을 떠나기만을 기다렸다.









◇◇◇





"흥... 별 꼴 이야."

처음엔 마그가 너무나 괘씸했다.

감히 주인을 때리다니...

주인을 문 개는 체벌이 필요했다.

"자기가 뭘 안다고.."

거기에다가... 뭐? 이미 늦었다고?


이미 아버님도 죽어 있을 거고 모두가 가문을 적대한다느니...


"흥 ㅡ"

말도 안되는 소리.

우리 가문에 충성을 맹세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저 시종 노릇이나 하는 이가 뭘 안다고.


물론 그 중에서 내게 칼을 겨눈이가 아까 있긴 했지만...

그가 확신하는 것 만큼 모두가 나를 배신한건 아닐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남아있겠지.

어쩌면 지금 저택에서 먼저 반군들과 싸우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빨리 돌아가서 내가 뭐라도 해야 해.

일단 아버님의 안위 부터 살펴야지...






덜컥...

"아버지.. 안에 계십니까?"

그렇게 저택에 도착한 나는 아버님의 방을 찾았다.

"오, 아가씨.. 무사하셨군요?"

그런데 아버님은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고, 어쩐 일로 경호대장이 그 안에 있었는데.

"그래, 너도 상황은 알고 있지?"

역시... 상황이 그리 심각한건 아닌 건가?

이미 우릴 지키는 경호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았는데.

그렇다면 그가 여기 있는건 아마 아버님을 지키기 위해서 겠지.

"네, 물론.. 그렇습니다... 지금 저택 안이 소란스럽다고요?"

그런데 무엇일까.. 이 위화감은.....

"그래, 당장 반군들을 처단해야 해, 그리고 아버님은 지금 어디 계시..."


그 순간...

"어...?"

나는... 시야 한 곳에서 보고야 말았다.

"느으...어....."

이미 피를 잔뜩 흘리며..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아버님을 ㅡ


그리고,


"경호대장... 너......"

이제서야 봤는데.. 날에 피가 흥건한 경호대장의 검.

뒤에 무엇을 숨기는가 했더니.

그 누구보다도 주인을 지켜한 칼에,

그 주인의 피가 묻어 있었다.

"이런.. 들켰군..."


그러자 사악한 목소리로 혀를 차며 내게 살기를 보내오기 시작한다.


"뭐야, 너... 왜 그래..?"

"도망갔다해서, 놓친 줄 알았더니만.. 재발로 돌아오다니."

"그래서, 상황을 모르겠거니하며 연기로 힘 안들이고 처리하려 했는데."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죽일 수 밖에."


"이봐.. 너.. 오지마...!"

허나 확실한건 ㅡ

"이건 명령이야..!"

지금 그는 적이라는 것이다.

잠깐 그렇다면 ㅡ

"마음대로 짖어, 어차피 넌 연약한 소녀에 불과하니까."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기사 마저 우릴 배신 했어..

그렇다는건 ㅡ

"그냥 투항한다면 목숨은 살려주지."

정말.. 마그에 말대로....


"으읏.. 싫어..!!"

"잠깐, 거기서!"

모두가 날 배신 했어...?



"크윽... 죽어라 ㅡ!!!"





촤악!






◇◇◇



".. 으읏..."

겨우 도망쳐 나왔다...

분명 내가 장담했던 거와는 다르게.

상황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정말 모두가 나의 적이야?

그렇다면.. 마그 만은 정말로 날 위해서...


"우욱 ㅡ"

뒤틀려가는 속에, 생각을 잠시 멈추며 숲을 헤쳐 나간다.

"......."

정말 모두가 반란에 가담했고

이미 저택은 점령 당했다.

이제... 우리 가문은 정말로 몰락했어.

"어라..?"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되자, 눈물이 흐른다.

이제 모든게 끝 이라는 슬픔?

"으.. 으으...."

아니었다.


"...."

죄책감

이건 죄책감이었다.

정말 날 위해 헌신해준 단 한 사람이 떠오른다.

항상 내 곁에 마물러 주고

아무리 부조리한 일이라도 꾹 참으며 미소를 지어주던 그를...

다름 아닌 내 손으로 관계를 망가뜨렸다는 죄악감이 가슴을 옥죄어 왔다.



결국 마그의 말이 옳았어.

정작 아무것도 몰랐던건 사실 난데.

나는.. 그런것도 모르고 그의 헌신과 믿음에 배반했어.

이제서야 그가 했던 행동들이 이해 되기 시작한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젠 섬길 이유도 가치도 없는 나를 구해주려 했는데.

막상 당사자는 세상 물정 모르고 뻔뻔한 소리를 하며 수 없이 상처를 입혔다.

얼마나 배신감이 들고 화가 났을까...

많이 괴로웠겠지.

".....으.."

나는 검의 상처를 겨우겨우 억누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뻔뻔한걸 알지만은...

"...."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향한 곳은.... 우체국이었다.

"......."

한심하고 추한 행동이란걸 안다.

그래도 이 곳은 찾은 이유는...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였다.


"혹시.. 마그라는 이름의...."

설마.. 아니겠지....

처음에는 차라리 없었으면 했다.


"네, 여기 남은 금액 입니다, 주인에게 드려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을 비웃듯...


"이건 지금까지 마그가 일하면서 벌어 온.. ㅡ"

그는 정말로.. 날 위해 금화 자루를 남겨 주었다.

".........."

무슨 말 부터 해야 할까.

"으읏.."

그저 어지럽기만 했다.

날 위해... 지금을 위해.. 위기의 상황을 대비하여 자신의 돈을 모아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절망 속에 한 줄기의 희망이 되어 줄 것을 모아놨던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월급으로...

정당한 대가 마저 자기가 아닌 나를 위해 저축해 왔다는 사실에 더욱 절망하게 되었다.

"......"

대체 얼마나 사람이 좋은 거야...

그렇게나 막대했는데.... 이런걸 정말로 남겨주다니.

"흐윽..."

더욱 더 가슴이 후벼 파인다.


사실 그에게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여도 모자를 판에...

그를 때리고 매도하며 상처 입혔다.


"..... 사과해야 해.."

그렇게 후회의 연속 끝에...

"잘 못 했다고... 고맙다고 말해야 해.."

나는 한 가지, 결심하게 되었다.

그에게 용서를 빌기로.

"하지만 지금은 안돼.."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으로선 그에게 사과를 할 처지가 되지 않았다.

이미 모든걸 잃고 가진게 없는 내가 무슨 낯짝으로 그에게 빌 수 있을까.

설령 그가 받아준다 하더라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강해지자."


그러니 훗날을 도모하는 거야.

그에게 모든 쥐어줄 수 있을 만큼 ㅡ

그래.. 기왕이면...

"반드시.."

사과의 의미로.. 이 나라를 정복해서 선물하는 거야 ㅡ

그 정도는 되야, 사과 할 수 있는 입장이 될 것 같으니까.











◇◇◇


그 후로 4년이 흘렀다.

"하아, 이것도 꽝 인가.."

나는 계획대로 최대한 먼 대륙으로 떠나, 자급자족 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으음..."

최근에는 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고대 전이 마법에 관한 연구.

게임 속에 있던 맥거핀 설정의 이 마법은 차원을 넘나 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혹시.. 이걸 발동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있던 현세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날며칠이고 연구실에 앉아, 머리를 싸맸는데.



똑똑똑 ㅡ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거처의 문을 두드렸다.


"응?"

누굴까.. 손님의 오기로 한 적은 없었는데.


"네에."

나는 그런 의아함을 가지고 현관으로 나섰다.

"누구신가요?"

처음에는 어제 주문한 마석들이 벌써 온 건가 싶었는데.


"마그 씨... 맞으시죠?"

어느 수상해보이는 건장한 남성들이, 성벽 처럼 현관을 가로 막고 있었다.

"누.. 누구시죠?"

나는 이름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정체를 말한 그들에게서 불안감을 느꼈지만..


"함께 가주시죠."

"서둘러야 합니다, 먼 곳을 가야하니까."

그들은 무어라 대응하기도 전에 내 팔목을 낚아 채 버린다.

"으윽.. 이거 놔요?! 누구신데요?!"

나는 저항하려 했지만...

"어서 가시죠, '새로운 국왕'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이며 ㅡ

툭 ㅡ


"엇..?"

내 의식을 앗아가 버린다.




◇◇◇


2년 전.


"크흑.. 허....."

용사라고 하더니.. 겨우 이 정도 인가?

"으윽.. 젠장..."

아님.. 그를 향한 나의 열망이 강한 탓 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 없었다.

이 녀석만 죽이면 이젠 거의 다 왔다는 뜻 이니까.

이제 국왕만 처리하면 돼.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 마그.

이 나라를 차지하고 내가 새로운 왕이 되어서.

있는 그대로를 너에게 선물 할게.

물론 지금은 멸망 직전의 상태다 보니.

실제로는 조금만 더 다듬고 너를 찾아갈게.

번영된 왕국을 다시 새우고

나만의 나라와 군대 거대한 성을 쌓는 거야.

우리 둘 만의 보금 자리, 또 무덤이 될 안식처.



거기서 너와의 사랑을 기르고 싶어.



"후후후, 하하하핫!!"

벌써 부어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나는 그런 행복한 상상을 그리며 이제 왕이 있는 곳으로 향했는데.


"아아아아 ㅡ!"

밖으로 나오자, 용사 있던 곳에서 어떤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뭐, 상관 없겠지.


어차피 저 건물은 곧 무너지고, 용사도 그 잔해에 깔려 죽을 테니까.


"이제.. 거의 다 됐어."

아무튼... 곧 찾아갈게 마그 ㅡ


꼭 내가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들길 바레.








◇◇◇







"......"


어둠 속의 잠겼던 시야가 점점 뚜렷해진다.


".. 엇?"

여긴 어디지?

뭔가... 성 같은 분위기인데....


"일어났어?"

허나 그것도 잠시 ㅡ


"...?!"

꽤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니, 그거보다도 칙칙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ㄴ.. 너엇..!"

나는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급하게 눈길을 돌리자, 한 소녀가 서있었는데.


"오랜만이야, 마그.. 나 알아보겠어?"


그 곳에는.... 감히 압도적이라 할 만큼 아득한 힘이 느껴지는 디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