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세리카를 미행하는 중이다.

나름 탐정 짓 비슷한 것에도 휘말려 본 몸인지라, 이런 것도 대충 하면 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세리카는 지금 블랙마켓으로 향하고 있다.

안그래도 호구같은 모습을 보이는 세리카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러는 건지.

최근 내게 달라붙는다거나 하는 행동이 늘어나는 급격한 변화를 보인지라 더욱 신경쓰인다.

"흐음... 이쪽인가?"

더 으슥한 곳으로 들어간다!?

젠장, 뭘 하려는 거야...

여기서 연락해버려도 스토킹을 했다고 시인하는 꼴이니, 저번처럼 혼나지나 않으면 다행일텐데.

"음..."

뭐지, 왜 멈춘 거야?

"응, 이쯤이면 되겠네."

응?

된다니?

뭐가?

이젠 어쩔 수 없다.

다 그렇다 치고, 궁금하잖아.

"세리ㅋ-"

쿵-

"우와악!?"

내 머리 위로, 알 수 없는 큰 통이 떨어졌다.
아니, 이거 박스인데?

위에서 떨군 건가?

아니, 그렇다면 세리카가 나를 유인했다는 거...

"...이유는 꼭 들어주겠어."

일단 나가야 되는데.

발차기라도 해봐야-

"이유? 지금 이 상황에서도 내가 선생님을 가둔 이유부터 찾는 거야?"

"어, 세리카!"

"안녕, 스토커 씨."

통 바깥에서, 조금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건 그..."

"됐어, 따라오도록 유도한 건 나니까."

"엥."

세리카, 성장했구나.

날 속일 줄도 알고.

"그래서진짜 왜 이러는 거야 세리카! 풀어줘!"

"으음... 싫어♡"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우리, 요즘 조금 서먹했지? 리조트에서 생고생을 한 뒤로는 말야. 거기서도 호시노 선배랑 노노미 선배가 기싸움이나 해대서, 나는 선생님과 그리 놀지도 못했다고?"

"그, 그건 맞지만..."

"나보고 공주님이라면서? 날 구해줘놓고, 내가 선생님한테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느낄 때가 되니까 온갖 사건에 휘말려서 그대로 사라져버렸잖아?"

"세리카?"

"있잖아, 선생님. 선생님이 오늘 날 쫒아온더는 걸 알았을 때 내 기분이 어땠게?"

"으음, 싫지 않았을까."

"전혀 아니거든!? 기분좋았어. 선생님이 아직 날 신경써주고, 또 이런 짓까지 할 만큼 걱정해주는구나 싶어서."

최근, 세리카와 같이 어느 정도 관심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있긴 했다.

그러나, 그것이 이렇게 나에 대한 의존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이쯤되면 알겠지? 좋아해, 선생님."

"그, 고백하기엔 장소가 나쁜 것 같은데."

"고백이라면 고백이지만, 미안하게도 일종의 통보야."

"응?"

"어떻게든, 앞으로 선생님은 나의 스토커가 되어줘야 한다는 거라고. 이해했지? 열어줄테니 나와. 나도, 선생님도 하루종일 이럴 만큼 한가하진 않잖아?

덜컥-

상자가 열리고, 세리카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배시시 웃는 모습은.

이런 짓을 했다고는 생각할 수도 없이 밝은데도.

약자의 위치에서 가지기 된 독기가.

이젠 광기가 된 것이 묻어나왔다.






세리카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