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50대가 될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나는, 아직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한 인간이다.
유우카에게 혼난다거나, 학생들에게 괜히 들이대본다거나.
아예 젊은 것 보다는 덜 추하다는 느낌도 든다.
못난 인간이 괜히 어린애들 건든다는 느낌보다는, 나잇값 못하고 장난이나 쳐대는 아저씨가 낫다.
뭐, 자칭 아저씨인 호시노와도 차이가 벌어져가는 나날이다.
...라는 걸 연출하는 나는 평범한 23세 청년이다.
전신을 감싼 건 일종의 슈트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능한 한 건전한 관계로 이곳의 선생으로서 살아가는 거다.
"선생님, 질문할 게 있다만."
"응? 카린, 무슨 일이니?"
"이거, 어떻게 풀어야 하지?"
"아, 이거? 여긴 일단 그래프를 직접 그리는 게-"
카린.
요즘, 뭐랄까, 굉장히 신경쓰이는 학생이다.
그다지 영화 주인공같은 느낌은 없는 내게 중년간지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하는 나츠라던가, 애초에 내가 몇 살이든 그냥 나 자체에 정체모를 감정을 품은 와카모와는 다르다.
그냥, 내가 나이들었다는 이미지 자체가, 이 녀석에겐 어째서인지 플러스 포인트로 작용한다.
"...카린, 너 이거 혼자서 풀 수 있는 거 아냐?"
"응? 눈치챘나."
"진작에. 너 요즘 이렇게 자주 찾아오는 거 안 좋아. 샬레는 평등한 대우를 모토로 한다고."
"내가 다른 학생들이 올 시간을 빼앗은 적이 있나?"
"엄청나게. 너 저번에 메이드의 일이랍시고 달려든 거 기억 안 나냐?"
"크흠."
이 녀석은, 메이드의 일 중엔 주인의 옷차림을 관리하는 것도 있다면서 내 멱살을 잡고 넘어뜨린 적이 있다.
그때 슈트가 더 흐트러졌다면 걸렸겠지.
"아니, 그건 정말 필요한-"
"카린, 아니. 카쿠다테."
"...선생님?"
"내가 나이가 있다는 건, 너희에게 쉽게 가까워져도 크게 불순한 의도가 없어 보이게 하는 요소였어. 그런데 카린, 너는 어째서인지 그걸 오히려 더 불순한 상황을 연출할 때 이용하는구나. 너의 행동이 주변에 어떤 착각을 불러일으키는지 모르냐?"
"...좋아한다."
"그래! 그거란 말이야. 네가 날, 응?"
"아니, 좋아한다고 말한 거다. 내가, 선생님을."
"...뭐?"
"내가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거다."
"하..."
머리가 아파왔다.
갑자기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나은 놈도 있을 거고, 애초에 객관적으로 나는 하자가 심각한 남자에 해당한다.
"왜?"
"나는 언젠가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그래."
"그걸 어떠한 다른 감정 없이, 순수하게 응원해준 건 선생님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로,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항상 선생님이 있었다."
"얌마 그거-"
"어쩌면, 그냥 나이가 있으니까. 늙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인간상이겠구나- 한 적도 있지. '너 왜 나 곤란하게 해' 라던가, '내 나이에 너 만나면...'이라던가,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대사들을 말하는 선생님을 상상하면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하려던 말도 대충 저거였는데.
그냥, 늙어서 거런 거지 응원같은 건 아니라고.
"그런데, 선생님."
"어."
"우리랑 나이차이 안 나잖아?"
"...?"
"목소리 변조는 꽤 정교했지만, 그 외모가 가짜라는 확신을 얻은 후엔 구별할 수 있었거든."
"욘석아, 무슨 헛소리를-"
"뭐, 까발릴 생각은 없어. 선생님은 그냥 중년으로 있어주면 되니까."
이미 들켰다.
누군가 더 알고 있진 않았으면 하는데.
"선생님."
"응?"
"지금부터, 내가 해달라는 대사들을 따라해라. 앞으로, 이런 간단한 부탁만 들어준다면 나는 입을 다물겠다."
대사라.
아까 말하던 그런 건가?
"카린, 나 곤란하게 하지 말아줘. 이런 나이에, 너랑 얽힌다고 생각하면, 하..."
"으읏...!?"
먹혀들었나.
원한다면 마음껏 연기해주마.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말야, 응? 곤란하다고."
"하?"
어라, 이게 아닌가.
"내 선생님인데, 가장이라니. 그런 건, 안돼."
"어라, 카린?"
"내 거니까, 안 돼. 그런 거, 소설에서랑은 달라도 좋으니까. 내 거여야만 해."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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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단편)
몰루) "나 곤란하게 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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