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꽤 괜찮지 않아?"

"뭐랄까, 좀 부끄럽지만요..."

감상을 말하자면, 그냥 예쁘다는 말밖에는 안 나왔다.

이래저래 말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기보다는 간결하게 끝내는 쪽이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

"차라리 나보다 어른 같은데. 대학생같아."

"그 정도인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 정도는 노린 부분도 있으니까요."

빈말이 아니었다.

원래부터 날카로운 느낌이 있던 카즈사의 경우는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을지 몰라도, 아이리의 경우는 어린이같았던 인상이 대학 새내기 정도로 보이게 되었다.

"뭐, 그 때는 못 보겠지만."

졸업을 생각하기엔 약간 이른 아이들이지만, 어쨌든 이 아이들이 졸업하고 나면 굳이 나와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나 나름대로,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바쁜 시기가 지속되다 보면 결국 서로에 대해 천천히 잊어가게 될 테니.

물론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런 모습을 봐 버린다면, 기대할 수 밖에 없으니.

"...그렇네, 시간이 지나면."

"못 만나게 되는 건가요."

"신경쓰지 마, 남은 시간도 많고. 그때는 샬레보다 더 좋은 데서 놀게 될 테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이리는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고, 카즈사는 그냥 대놓고 째려보기 시작했다.

왜, 뭐.

"하... 이건 뭐 답이 없네."

"그러네."

_____

어느 카페.

'슈가 러쉬'의 멤버 두 명이 앉아있었다.

"맘에 안 들어."

"뭐가?"

"헤어진다는 걸 단정지어놓고, 혼자 평온한 게."

"...나도."

대학.

이런저런 매체로는 접했으나, 자신들에게는 어떨지 알 수가 없는 개념.

그러나 어떤 식으로 가든, 공통적인 것은 있다.

술.

음주로 인한 흐트러짐은, 확정적인 사항이나 다름없는 것.

거기서, 쿠리무라 아이리의 사고는 가속한다.

"대학이라고 하면, 뭐랄까. 역시 술이지?"

"뭔 소리야, 갑자기?"

"그렇지 않아?"

"으음... 맞긴 한데,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선생님한테 먹이자. 떠난다거나, 그런 소리 못 하겠지?"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그럼에도 두 소녀는 서로를 이해했다.

어느 거대한 사건의 시작이었다.

_____

어느새, 카즈사가 들어와 있었다.

정신 못 차리고 또 일에 파묻혀 있었나.

"또 왔네? 뭐 두고 간 거라도 있어?"

"아니, 그냥 놀러 왔는데?"

오늘은 아이리도 같이 왔네.

피곤해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간식거리라도 챙겨와주지 않았으려나.

"같이 쉴까?"

"좋지. 그런데, 오늘은 아이리도 같이 왔네?"

"네, 혹시... 싫으셨던 건."

"아냐, 아이리가 이런 시간에 온 건 처음이니까."

잠깐, 이런 시간...

"돌아갈 때는 서둘러야 되겠어, 시간이 꽤 늦었잖아?"

"아, 그거?"

스윽-

카즈사가 갑자기 내 눈을 가렸다.

"짜잔-"

카즈사가 손을 내렸을 때는, 아이리가 몇 개의 술병이 든 봉투를 들고 서 잇었다.

"술? 어디서 구한 거야?"

"마시면 안 된다고는 안 하네."

"뭐, 이미 대놓고 마시는 녀석도 있고, 애초에 여기서 마시게 둘 생각도 없거든?"

"그런가..."

"낮에 대학생같다고 하긴 했지만, 그게 진짜 다 컸다는 소리는 아니야."

"그게 문제라고, 선생님."

"응?"

"그렇게 '다 커버리면' 우리는 헤어진다는 걸, 그렇게 담담하게 말씀하시면 상처받는다고요."

"...내가 말했지, 언젠가 납치당한다거나 해도 자업자득이라고."

투툭-

술병이 열린다.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마시는 건 우리들만이 아냐."

"어어, 카즈사. 잠깐... 아이리? 놔주지 않을래? 어어-"

쪼르르르륵-

입 안으로 들이부어지는 술.

뿜어내면 퇴근을 술냄새 나는 상태로 하게 된다.

삼키는 수 밖에는 없다.

"크으... 뭐 이런 걸 사왔어? 디저트부라면 적어도 단맛이 강한 와인 같은 걸 사와야지."

"그런 걸 갑자기 구하기는 힘들어서..."

"말 돌리지 마, 선생님."

...그래서, 술은 왜 먹인 거야.

커버리면, 헤어진다.

그 말에 상당한 불만을 품었다는 건 대충 알겠는데.

"딱히, 의미가 잇는 짓은 아냐. 그냥, 우리 나름의 불만 표출이랄까."

"...선생님, 저희가 어른이 되어 떠난다면, 저희를 기억하실 건가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안 잊어버려."

"거짓말이잖아."

갑자기 튀어나온 카즈사는, 어느새 한 잔을 가득 채울 양을 그대로 마셔버린 후였다.

"맨날 책임을 지느니 뭐니 해놓고, 도넛마냥 구멍이 뚫려서 돌아온 주제에."

"아니, 그건..."

"아이리."

"응?"

"있잖아, 나누자."

"ㅁ, 뭐?"

"이 넓은 키보토스에서, 우리를 계속 기억해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가지자. 나츠나 요시미까지는 괜찮겠지."

좀 많이 위험한 것 같은데.

얘가 왜 이러지?

술이 들어가자마자 이성이 날아간다고?

"아, 그건..."

그래, 아이리.

카즈사를 좀 막아봐.

"나츠나, 요시미도... 이야기를 좀 해봐야 되니까. 일단은 우리만이야."

아.

"잘 알거라고 믿어, 선생님."

"잘 대해드릴게요.그러니까..."

투두둑-

단추 따위는 맥없이 뜯겨나간다.

거슬리는 샬레 직원증도. 싯딤의 상자도 빼앗긴다.

"아, 맞다. 저도 말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아이리, 이거 어떻게 벗ㄱ-"

"선생님,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그거 내 대사잖아!"

"아앗, 좀 봐주라..."

_____

사랑하는 사람의 나신을 앞에 두고도, 언제나와 같이 평온하다.

아니, 들떠있다.

마치 부드러운 디저트와 같이.

우리는, 이 사람을 천천히 무너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