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각류나 파충류는 탈피를 한다.


몸은 계속 성장하는데

두꺼운 피부나 외골격은 성장이 힘드니

안에서 새로 만들어버리고 탈피를 한다.


부속지의 결손, 탈락이 와도.

도마뱀 꼬리라는 말 처럼 새로 자라난다.


노화가 상대적으로 늦고, 이론상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수명이 길다.


https://arca.live/b/lovelove/104410829

이 만화처럼

너에게 탈피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가정하자.


너의 키는 계속 그대로인데, 늙어간다.

상대방은 노화가 늦고, 계속해서 자라난다.


처음엔 150정도의 작달막한 키라고 생각했다.

연애할 땐, 170정도의 좀 큰 키라고 생각했다.

신혼 초기엔 180즈음을 넘보더니.

너가 슬슬 아저씨로 불릴 무렵, 아내의 키가 2미터 가량이 된다.


생활이 불편해질 아슬아슬한 지점이다.

사람들은 힐끗힐끗 쳐다보고.

건물 안에선 구부정한 자세로 있으며

맞는 옷을 찾기 힘들고

침대도 새로 구매한다.


의사는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만 한다.


너는 계속해서 늙어가는데

아내의 얼굴만은 어린시절 그대로다.

아내의 성장을 막을 수 없다.


더이상 커지면, 같이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할까?

성장억제제 따위는 위험하다. 그런 약이 건강에 좋을리 없다.

아내의 키에 맞는 집을 새로 짓고, 귀농을 해볼까?

아직 당신은 젊고, 아내는 힘이 장사다.

먹고사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문제를 검색한 흔적을, 아내가 얼떨결에 발견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내의 꼬리와 팔 한쪽이 잘렸다.


...

아내는 탈피하는 과정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잘린건 다시 자랄것이고.

두 세번 탈피를 하고나면 다시 원래의 크기로 돌아올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에선 탈피과정중 부속지의 결손이 흔하다고 써져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임시 의수족이나 보조기구도 시장에서 판매된다. 당근에서 잦게 거래된다.



아내는 중심을 잡기가 힘들어 자주 넘어지게 되었다.

한쪽 팔로는 생활이 힘들어 많이 도와주어야 했다.


그래도, 사랑하니까 괜찮다.


데드풀의 영화장면처럼, 잘린 부속지가 조그맣게 돋아났다.


아내의 탈피주기가 빨라진다.

자연적으로 몸은 잘려나간 부속지를 급속성장시키고. 탈피주기가 빨라진다.


피부가 자주 벗겨져 나가 맨들맨들하지만.

강도가 약해 상처가 자주 났다.


탈피하다 죽은 개체도 있을정도로

탈피는 위험한 일이다. 

벗겨진 피부에 몸이 조여 괴사하거나, 

멀쩡한 부속지를 잘려나가게 만들기도 한다.


맨들맨들한 피부의 아내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몇개월 지나자, 꼬리와 팔이 정상치에 근접하게 자랐다.


탈피징후도 보이지 않고, 주기도 차츰 안정화된다.

몸의 회복이 빠르다. 

당신은 그런 아내가 놀랍다.


까치발을 들어, 고생한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당신은 출근을 한다.


"아차. 차키"

아내의 키에 맞춘 커다란 suv.

깜박하고 차키를 식탁에 두고나온것이 떠오른다.


당신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현관문을 열고나니, 화장실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끙끙 앎는 소리, 고통을 참아내는 신음소리.

비명이 새오나오는 소리.


"당신, 무슨 일 있어?"


"어..어? 아냐. 당신...왜 돌아왔어?"


"차키를 놔두고 가서. 무슨일인데 그래?"


별 생각없이. 화장실의 문을 연다.

애초에 잠겨져 있지도 않았다.


펼쳐진 광경은 꽤나 장관이다.

새롭게 겨우 자라난 꼬리가, 잘려져 바닥을 뒹군다.

새로운 오른팔 대신, 오래된 왼팔이 관절 부근이 너덜거린다. 


오른팔에 들고 있는 저...커다란 중식도로

한번만 더 스윽 그어낸다면 왼팔도 떨어질 것이다.


"그...그게...탈피가 잘 안돼서..."


혈관의 수축도 빠르고, 혈액의 응고상태도 좋다.

꼬리나 팔 한쪽이 잘려나간다 해도, 

과다출혈로 죽는 일 따위 없다.


"그러니까.. 아무런 일도 아냐.. 괜찮아."


부속지가 잘려나가면, 몇 개월 내로 재생한다.

1주일이면 회복을 시작하고. 두 달이면 기능을 할 수 있다. 움직인다.


대신, 대부분의 성장 에너지를 잘려나간 부속지의 회복에 쓰인다. 키가 자라지 않고, 몸집도 커지지 않는다.


쓸데없이 피부만 바꾸느라 몸이 허약해진다.


지금, 당신의 아내의 키는 2미터 5센치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라날 것이고.

성장을 멈출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탈피가... 탈피가 잘 안되서..."


아내는 당신에게 계속 변명한다.

탈피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피부는 아직도 아기처럼 맨들맨들하다.

다음 탈피주기는 한참이나 지나야한다.


아내가 울상인 얼굴과.

피칠갑이 된 욕실.

떨어진 꼬리와 덜렁거리는 팔.


당신은 아내의 변명을 믿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