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 진짜 개 좆됐다.


일단 무슨 일이 터졌는지 말하기 전에 본인 직업은 '자택 경비원'임.


참고로 말해서 집에서 밥똥메하는 백수 뭐 그런거 아님.


그래, 그건 사실이야. 형은 진짜 직업이 홈 시큐리티야.


나도 내 직업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소개시켜줘야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생각해봤는데. 적당한 호칭이 없더라. 그냥 경비원이라고 말 하기에는 아파트나 그런데를 생각할 것 같고. 경호원이라고 말하면 하루종일 붙어서 졸졸 따라다니고, 총도 대신 맞아줘야 할 것 같잖아. 보안 요원이라고 말하면 마트에서 카트나 옮기면서 아줌마들이랑 싸워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용역 업체라고 하면 돼지국밥 육수충이 생각난단 말이지.


그래서 그냥 내가 호칭을 하나 만들었다. 자택 경비원이라고. 


처음에 만들때는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시발. 자택 경비원 관련해서 좆같은 밈 하나가 붙어 버려서.


주위에서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대답하기 뭣하더라.


시발, 진짜 집에서 일하는건데. 백수라고 생각하더라....


멕시코나 브라질 같은데는 진짜 주택을 경호하는 자택경비원이 있다는데, 뭐... 과장 하나 안 보태고 그 사람들이랑 내가 하는 일은 거의 비슷할 듯?


그 사람들이랑 다른 점은... 걔네들은 손에 자동 소총을 쥐고 있고. 나는 음...맨주먹으로 집을 지키는거? 그거 말고는 똑같음.


일정 시간마다 집 주위를 돌아보고, 이상한 사람 있는지 없는지 감시하고. 에, 또... 의뢰인 관련해서 케어를 좀 해주기만 하면 됨.


근무 조건은 솔직히 좀 꿀임.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고. 업무 강도가 힘든 것도 아니고. 월급 많이 주지. 성과금 잘 나와.


근데, 뭐...원래 직장이라는게 조건도 조건인데. 사람이 문제잖아.


일단 이 집에는 얀순이가 삼.


?얀순이가 누군데


구구절절...잡다한 이야기를 늘여놓는건.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냥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가 어렸을 때...같이 놀았던 친구였음. 그 당시에는 얀순이네 집 가정환경이 개판이라서, 제대로 된 케어를 못 받았음. 그래 가지고 애들한테 놀림도 많이 받고, 괴롭힘을 당하던걸 내가 옆에서 지켜주고... 좀 돌봐줬음.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보육원 출신이라. 그래서...동생들을 잘 돌봐줬는데. 그게 좀 도움이 됐던 것 같음. 


진짜 내가 옆에 붙어서 젓가락 쓰는 법이랑, 세수 하는 법이랑. 뭐...그런거 있잖아. 엄마, 아빠가 가르쳐줘야 하는 것들..? 그런걸 좀 가르쳐줬음.


그 당시에는 남매처럼 지냈고.... 중학교...시절부터는 얀순이는 좀 바뀌기 시작했음.


이혼하고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는지, 뭐 얀순이도 자세한 이야기는 안 해줘서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꾸미고 다니더라.


공부도 잘하고...화장도 하고, 옷도 예쁜걸로 입고 다니고.


...그러려니. 하고 뭐...그렇게 생각했지.


초딩때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놀고, 등,하교 하는 사이...? 


얘랑은 본격적으로 사이가 틀어지게 된 건. 고등학교때였음.


그 당시에 나는 사관학교를 생각하고 있어서, 체력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음. 그 날도 늦게까지 학교에서 운동을 하고 집에 가려고 교실에 갔는데. 여자애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얀순아. 얀붕이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거야..?


-뭣..! 하나도 안 좋아해..! 그런 땀내 나는...남자애...


-에이... 그런데, 왜 항상 수업 시간만 되면...뚫어지게 쳐다보는거야...?


-그건...그냥 내가 얀붕이를 챙겨줘야 하니까...


-왜..? 이유가 뭔데..?


-...그...그으...으으... 나는...그러니까...음...으...얀붕이네는.....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야, 너...뭐라고 말했냐?


구라 안치고 얀순이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까. 그때는 뒤통수를 누가 망치로 세게 후려친 것 같더라... 지금은 괜찮은데, 그 당시에는 그런 소리를 듣는게 나한테는 스트레스였거든. 그런거 있잖아.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한테 내 약점...을 말하는 얀순이에게 나는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지.


-너, 나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거야? 내가...너를 얼마나 잘 대해줬는데.


-아, 얀붕아...있었구나..! 화 내지말고, 기다려. 내가 다...설명할 수 있어...


-야, 다 필요 없고. 꺼져. 앞으로 나한테 말 걸지마.


얀순이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나한테 선물 해준 뱃지같은게 있단 말이야..?


나를 돌봐줘서 정말 고마웠고. 이건 우리의 우정을 상징하는- 뱃지를 받은적이 있었는데. 좀...좆같아서 그냥 얀순이가 보는 앞에서 밟아 으깨버림.


그래. 시발...지금 생각하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겠냐...? 그런 생각도 들긴 해.


그때 얀순이가 좀...서럽게 울기는 했음.


...그 날부터 얀순이는 나한테 말도 안 걸더라. 


그러다가, 나는 천벌을 받았는지 사관학교에 보기 좋게 떨어지고. ...재수 대신 군대에 입대했음. 내가 재수 할 여유가 어딨냐. 


어차피 장교나 부사관이나 똑같지. 그런 생각으로 군대에 입대했고...막상 306 보충대 앞에 있으니까. 마음이 뒤숭숭하더라.


막...입구에서 담배 피면서 입소 날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그냥 얀순이 생각이 나더라고 ㅇㅇ.


그래도 나름...오랜 세월을 같이 보낸 친구기도 했으니까. 


군대 간다고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얀순이에게 먼저 전화가 오더라.


-왜?


-...저기...잘 지내?


-나, 시간 없어. 용건만 빨리 말해.


-영국 가... 나는. 저기 있지...예전에 있었던 일은... 나 정말 미안하게 생각...


"현역 장병 여러분! 연병장으로 전부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뭐...얀순이가 뭐라뭐라 말했는데, 시발 군대가야하잖아.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못 알아 들었음.


대충 알겠다. 그렇게 말하고...그냥 군대 갔다 왔음.


얀순이랑은 그 날 이후로 연락이 안 됐고. 


어...하사에 중사까지 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상사, 원사까지 쭉쭉 달리는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도중에 포기함. 


장기 지원이 안 된것도 있지만.


그리고 나서... 음. 군생활 경험을 살려서 철새처럼 직장을 몇군데 옮기다가...지금 있는 직장에 왔고. 오랜만에 얀순이를 만날 수 있었지.


고용주와 고용인의 입장으로.


재벌가더라. 얀순이는...


직계는 아니고 방계..?


어,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하여튼, 뭐...요즘에는 재벌가에서 사건, 사고 터지면. 회사 주가나 그런게 전부 나락가버리니까.


그런 의미에서 얀순이는... 감금당한거지. 


자기네들 말로는 그냥 요양이라고 말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건 감금임.. ㅇㅇ...  


애초에 얘가 자살할까봐 음식도 안에서 못 만들어먹고. 하루종일 cctv로 감시 당하는 삶을 사는데, 이게 감옥이지. 다른게 감옥이냐..?


오랜만에 본 얀순이는 좀 불쌍하더라. 


처음에 봤을 때는 손목이나 목에...자해 흔적도 있었고, 또...약물 주사 흔적이랑, 알코울 의존증도 있었음.


이게 시발 정신과 보건의 말로는 낯선 환경과 평소에 있던 우울증상, 스트레스. 뭐 그런게 복합적으로 엮여서 얘가 이 사단이 났다고 하던데. 


그래서, 뭐...좀 걱정을 많이 했음.


얘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거지...? 


이 정도면 자택 경비원이 아니라, 사회복지사가 필요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고.


근데, 생각보다. 금방 괜찮아지더라.


나는 경비 일 좀 하다가, 정원도 좀 가꾸고(시발, 이거 원래 정원사가 있는데 짬 때린거임). 마트가서 장도 좀 보고(원래 내가 밀착으로 얀순이가 허튼짓으로 감시해야하는데. 좀 상황이 괜찮아지니까, 나한테 장 보는 것도 시키더라). 하여튼 그런 일을 하고 있으면.


얀순이는 그냥 거실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아니면 그림을 그리거나, 꾸벅꾸벅 좀.


마약...이나 알코울 중독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좀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 가끔씩...이게, 자기도 주체 할 수 없는...강한 금단 증상이 터질때가 있는데. 그때만 내가 옆에서 조금...진정되게 안아주고 달래주면 회복 되니까. 


...그래서 나는 좀 그게 걱정임.


고용인이 건너지 말아야 할 선을 건널까봐.


이 사람들이 나를 신랑으로 고용한건 아닐거 아니야. 자택 경비원으로 고용했지. 


게다가 요즘은 성희롱이나 성추행 문제가 있으니까... 앞으로는 조심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발 야간에 잠을 자는데.


옆에서 뭐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들려서 눈을 딱 뜨니, 얀순이가 내 품에 안겨있더라.


...실시간 얀붕이 개 좆됐다.


그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 


"아니, 여기서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거야...? 옛날에 있었던 일은 언제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예전...? 예전이라면 대체 뭘 말하는거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거 말고는 없는거야. 


"악몽을 꿔, 너한테 했던 못된 말들이 아직도 기억 나. 그리고 그게 전부 비수가 되어서 내게로 다시 돌아와. 나, 너무 힘들었어. 미안하다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두번 다시 너를 만날 용기가 없었어.... 그래서 나는 꿈을 꿨어. 마음에도 없는... 너에게 상처 주는 말이 아니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언제나 같이 있고 싶다. 그렇게 말을 하는 꿈을..."


하...시발...이야기를 하는 걸 들어보니까. 얀순이가 망가진게 전부 내 탓이더라.


내가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얀순이가 한번 용기를 내서 나한테 전화를 한 적이 있었음.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미안하다. 잘못했다. 다시 너랑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다.

얀순이는 용기를 내서 고백을 했었고, 나는 그런 얀순이의 말을 잘 못 들었지.


...아니, 아... 시발 그 정도로 심각한 일일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거든.


얀순이는 내가 올까봐 공항에서 계속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내가 못 온 걸 확인하고.. 그때부터 얘가 좀 망가진거임.


"....그래, 일단 알겠으니까. 전화 좀 받자..."


시발...휴대폰을 보니까. 전화가 수백통씩 쌓여있더라. 톡은...수천통씩 쌓여있고.


직장 상사부터 시작해서, 얀순이네 할아버지... 뭐... 오만 사람들이 전부 다 지금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생겼냐고 물어보더라.


"얀붕이 이 개새끼야. 이 시발 새끼, 내가 사고 칠 줄 알았다..!!!"


하... 지금 팀장님 뛰어와서 당직실 문 두드리고 난리 났다...


이 와중에 얀순이는 내 품에 안겨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고.


실시간 자택 경비원 얀붕이 진짜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