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도무지 제정상이 아닌 일이다.


…하지도 않을 거면서 하는 시덥지도 않는 농담. 다들 한번은 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타인이 믿든 말든. 그 말이 그리 큰 무게를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 따위는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마치, '내가 이 복권에 당첨된다면 너하고 해외여행 간다.'라 말하고. 꽝이나 4등 정도가 나오면 웃으면서 넘어가는.

그런 정도 말이다.


쿵, 쿵.


"문 열어. 시발 문 열어!!"


문 저 너머에서 날이 서있고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하게 내뱉는 목소리는 갈라지고 찢어져. 난폭하고 마구잡이였고.


연신 두드리는 쇠 문은. 집 안이 흔들거릴 정도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그 누구도 자신이 하는 말 따위에 그리 큰 무게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옛 말 중엔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시대에 와서 이 말이 얼마나 통용되는가?


모두가 거짓말이라는 가면을 쓴 세상 속에서. 나도 분명 그런 인간이었을 것이다.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농담 따위를 주고 받았고.

학창 시절엔 '담임 쌤이 너 찾아.'와 같은 농담이나 하고.

대학에 들어서도 '과제 어제까지였는데? 몰랐냐?ㅋㅋ'와 같은 가벼운 거짓말이나 치던.


그리고 그 따위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던 친구들을 보며 웃는 것이 전부인 사람이었는데.


덜─컹!


힘껏 두드리던 문의 진동이 멈췄다.

그리고 발소리와 함께 문 너머에서 기척이 사라졌다.


마음과 같아서는 밖으로 도주하고 싶었지만.

만약 간 척을 하고 나를 기다리는 거라면? 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다.


"난, 그냥 장난이었다고!!"


그렇게 부르짖으며. 머리를 감싸 매었을 때.

내 뒤에서 큰 그림자가 드리웠다.


"문 열라고 했지?"


챙강!


사정 없이 깨진 유리 창문과 그 파편에 맞는 나.

파편이 튄 손에선 피가 흐르고, 바닥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방바닥을 통이 높은 부츠를 신은 채 '으드득'거리는 유리 밟는 소리를 내며 들어왔고.

곧 셔츠가 뜯어질 듯. 내 멱살을 잡아 날 들어 올렸다.


"네가 결혼 하자면서, 왜 도망가는데?"

"그, 그냥 장난일 뿐이었어요!!"

"장난? 입 밖으로 내뱉고 장난이었다 한 마디면 다야?"


그녀가 내 머리채를 붙잡고. 이마와 이마를 맞대었다.


"이제부터 넌 내꺼야. 이 종이에 싸인하고, 같이 사는 거다."


도무지 제정상이 아닌 상황이다.

고작 말 한 마디 잘못한 것 따위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니.


고작 시덥잖은 농담 따위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