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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날짜가 바뀔 때쯤일까.


문득 올려다본 창문에는 환상적인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은 모두 다른 빛으로 가득 했다. 그만큼 키보토스에서는 신비가 넘친다는 얘기겠지.

다음에 망원경을 샬레에 놓아볼까... 같은 생각을 하고 언제라도 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꽤 괜찮지 않은가 싶었다.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별들을 바라보다 보면 나 같은 티끌의 고민 따위는 아주 작게 느껴지겠지. 물론 학생들에게도 개방하고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주자. 우주의 불가사의를 접함으로써 좋은 자극이 될테니까.

...응, 나다운 좋은 아이디어. 다음에 노도카에게 좋은 모델이 있는지 물어보자. 그녀라면 기꺼이 가르쳐 주겠지. 이번 방학이 기대된다.


―그럼 정신 차리고 일하러 돌아가 볼까.


고동은 평상시보다 약간 높다. 몸이 납덩이처럼 느껴질 정도의 피로가 감돌고 있다. 어깨는 무겁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연이은 밤샘의 잔향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침대에서 잔 건 언제였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신체의 피로를 속이기 위해 벌써 몇 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컵을 씻지 않고 그대로 내려 안쪽에는 연갈색 얼룩이 져 있었다.

『선생님, 이제 주무시는 게...』

곁에 세워둔 태블릿 PC에서는 아로나가 걱정스럽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말도 오늘이 세 번째다.

"괜찮아. 아직 할 수 있어."

미안함을 느끼며 이번에도 거절했다.

위문보고서는 아직 다 쓰이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책상으로 향한다. 적어도 이것만은 끝내야지.

학생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서류를 작성해 나간다.


아비도스의 모두는 언제나 떠들썩했다. 이번에 레드윈터로 스키를 타러 간다는 듯하다.

게임개발부는 여전했다. 언제나 즐거운 듯이 게임의 화제로 들떠 있다.

세미나의 두 사람은 바쁜 것 같았다. 역시 회장이 빠진 구멍은 큰 거겠지.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나와의 시간을 가져준 노아와 유우카에게 감사했다.

아리우스 스쿼드의 모두는 씩씩하게 살고 있었다. 자신의 발로 조금씩 배워가는 그녀들을 지켜보고 싶다.

미카의 복학도 가깝다. 티파티의 재건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나날이 나기사와 세이아의 안색이 좋아지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RABBIT 소대에는 다음에 슈퍼의 반찬을 챙겨가자.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꽤 받아주게 되었다. 미야코의 기뻐하는 얼굴이 눈에 선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 깜짝할 사이의 매일이었다.

키보토스에 『선생님』으로 부임한 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둘도 없는 나날을 보냈다.

앞으로도 나는 학생들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게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유우카처럼 논리정연한 회계처리는 할 수 없다.

노아처럼 정확한 완전 기억 능력은 갖고 있지 않다.

히마리처럼 탁월한 해킹 스킬을 가진 것도 아니다.

사오리처럼 단련된 격투술도 익히지 않았다.

이즈나처럼 눈부신 쾌활함을 가지지도 못했다.


못하는 것투성이다. 하지만 어떤 천재도 처음부터 모든 걸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력이 없으면 천재도 태어나지 않는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실수 없이 해내는 것. 그리고 할 수 없는 것에 도전하고 조금씩 할 수 있게 되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를 서서히 넓혀 가는 것. 그것이 성장이다.

유우카를 본받아 계산기를 일에 사용하게 되었다.

노아처럼 될 수는 없지만 학생들과의 추억을 일기로 남기게 됐다.

히마리 정도는 아니지만 베리타스 부원들에게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

사오리에게는 한참 못 미치지만 몸을 단련하기 시작했다.

이즈나와 비교하면 아직 멀었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의식하고 있다.

학생들은 나날이 놀랄 만큼 빠르게 성장해 간다. 나도 그녀들에게 질 수 없다.

샬레의 운영, 총학생회에 보고, 학원 간의 절충, 학생 상담, 블랙마켓 순회, 전술 지휘.

학생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나도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간다.

밝게, 건강하게, 긍정적으로. 학생들의 지침이 될 수 있도록 이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집중한 보람이 있어서인지 위문보고서는 그럭저럭 쓸 수 있었다.

그럼, 다음은 지난달 실시한 총력전 경위서를...

― 선생님,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이런 화상 같은 거 금방 나을 거예요. 신경 쓰실 거 없어요.

―선생님 책임이 아니에요, 제 실수니까요.

―그러니... 얼굴을 들어주세요.

"......읏."

플래시백. 느닷없이 솟구치는 위액을 전력으로 눌렀다. 약간의 어지러움도 있다. 자지 않아서 그런가. 오른손 손가락 끝이 조금 경련하고 있었다. 속여넘기기 위해 컵에 남은 커피를 다 마셨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

『선생님, 무슨 일 있나요?』

"아냐, 역시 오늘은 그만두자. 슬슬 들어갈까?"

이 정도가 한계겠지. 어른이 되면 젊음이라는 무기는 해마다 칼날이 무뎌진다. 게다가 숫돌로 닦을 수도 없다.

더 이상 무리해서 일해도 성과는 똑같을 거라 느껴졌다.

책상 가득 펼쳐 놓은 서류들을 정리해 간다. 잘못 쓴 보고서는 분쇄기에 던져 넣고 품의서는 빠르게 읽은 후 승인 도장을 찍는다. 다 쓴 볼펜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다음에 편의점 들렀을 때 새 걸 사자. 싸구려라도 깔끔하게 나오면 그만이니까.

총학생회에 제출할 자료는 조심스레 책상 서랍 안에 넣어 잠갔다. 이것만 있으면 내일 일은 어떻게든 되겠지. 예전처럼 늦게 제출해 정좌하는 건 좀 봐줬으면 좋겠다.

그 기세로 컵을 씻으려고 했지만 게으름에 지고 만다. 이 정도는 넘어가 줘. 분명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선생님, 정말 괜찮으세요? 최근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안색도 좋지 않아요.』

"아로나, 괜찮아. 오늘은 침대에서 잘 거니까. 그 전에 잠깐 밤바람 좀 쐬고 싶으니... 산책 갔다 올게."

업무에 사용하는 데스크톱 PC의 전원을 끄고 중요 선반만 잠근다. 이것으로 최소한의 보안은 괜찮을 것이다. 치히로가 보면 졸도할지도 모르지만. 샬레는 키보토스 전역의 학생을 향해 문을 열어둔 상태다. 언제든지 학생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서.

...뭐, 정말 빼앗기면 위험한 데이터나 서류에는 아로나와 베리타스의 힘을 빌려 견고한 잠금장치를 마련해 놓았으니 괜찮겠지.

"오늘은 이제 일 안 할 테니 아로나도 슬립해줘."

『...알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해주세요.』

"응, 고마워."

태블릿PC에서 푸른 빛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 낡아빠진 검은 코트를 걸쳤다.

마지막으로 세탁을 맡긴 건 언제였을까. 잠시 생각해도 역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현자는 어리석은 자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어머..."

초현상특무부 메일함으로 기묘한 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밤의 교회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건가요."

트리니티 자치구 교외에 있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게 된 폐교회.

인적이 드문 곳에 서 있는 폐허 같지만, 최근 이곳에서 이상한 소문이 퍼지는 중이라고 합니다.

심야에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기묘한 목소리가 들린다는...

메일을 보낸 사람은 교회 근처에 살고 있는 트리니티 학생이었습니다.

매우 신앙심 깊은 분인 것 같아 아리우스와 얽힌 악령이 교회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자신의 고찰을 메일에 적어두었습니다.

확실히 교회라고 하면 유스티나 성도회가 연상되고, 에덴조약 조인식 때 출현한 성도회의 미메시스는 기억에 남겠죠.

"...뭔가 거짓말 같아."

"그럴까요? 이런 흔한 의뢰야말로 진짜가 섞여 있는 법이에요."

"어딘가의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 녹음한 테이프를 틀어놓고 끝. 그 후엔 소문이 혼자서 돌아다니는 게 아닐까."

초현상특무부의 동지인 에이미도 자기 자리에서 같은 메일을 읽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추워 보이는 복장이네요. 보고 있는 이쪽이 감기에 걸릴 거 같아요.

좀 더 상의를 걸쳐도 좋을 거 같은데, 항상 그녀는 제 조언을 들어주지 않죠.

"그래도 재밌을 거 같지 않나요. 너무나 오컬트다운 느낌이 가득해서 설레요."

"믿을 수 없어. 히마리 부장은 무슨 일이든 적당한 이유를 대서 재미있을 거 같으니까 해버리자고 하잖아."

"그런가요? 확실히 채용률은 높은 거 같지만 제 나름대로 취사선택하고 있는데요."

에이미에게서 의심스럽다는 시선이 저에게 꽂히는 거 같지만 무시합니다. 대담무쌍하고 여유작작한 태도도 미스터리한 미소녀인 저에게 어울리는 행동이니까요.

그나저나 이번 건은 초현상특무부의 부장으로서 놓칠 수 없습니다. 한밤중에 울리는 수수께끼의 목소리. 전달자의 고찰은 차치하고, 이것은 폴터가이스트의 한 종류일까요. 최근에는 오래된 아파트나 가옥에서 랩이 들린다는 사건이 발생하는 모양입니다. 트리니티나 게헨나에서는 그런 불가사의한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는데 부러울 따름이네요.

게다가... 어쩌면 이 건은 데카그라마톤과 같은 초자연 현상의 전조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조사는 필요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저... 아케보시 히마리는 밀레니엄 최고의 학위 『전지』를 가진 병약 청초 미소녀 해커. 저에게 알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넘치는 탐구심이 이끄는 대로 지식을 갈구하죠.

"좋은 일은 서두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 에이미. 오늘 밤은 그 교회를 조사하러 갑시다."

파트너라고 해도 무방한 에이미는 분명 제 권유를 쾌히 승낙해줄 겁니다. 네, 알고 있어요. 그녀는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도 저에게는 무르다니까요.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어째서인가 하면 제가 전지전능 청렴결백 미목수려 초천재 해―

"미안, 못 가."

어라?

"어, 에이미? 어째서요?"

"토키랑 밥 먹으러 가니까."

"에에!? 저 초대받지 않았는데요!"

"초대했어. 하지만 거절했잖아. 그날은 빅시스터가 남긴 유산을 알아보고 싶다던가 뭐라면서."

"그, 그랬었나요..."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요."

"맞아. 토키의 환영회도 겸하고 있었는데..."

"미, 미안해요. 지금부터 참가해도..."

"무리야. 이미 가게에 2명으로 예약했어."

"그, 그럼 해킹으로 예약 시스템을..."

"가게에 피해가 가니까 절대 안 돼. 그런 일에 사용하지 마."

"죄송합니다..."

풀이 죽은 저를 지켜보며 에이미는 한숨 쉬고 있습니다.

우으... 그런 유기견을 보는 듯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지 마세요.

"하아... 히마리 부장, 토키에게는 잘 말해둘 테니까 환영회는 다음에 하자."

"에이미...!"

"그러니까 이 건은 부장만 갔다 와."

"에이미..."

"그럼 다녀올게. 바이바이."

"에이미씨...?"

"응... 또 뭔가 있어?"

"다, 다녀오세요. 선물 기대할게요."

"다녀오겠습니다. 기념품은 생각나면. 아마 안 사겠지만."

"에에..."

바람 같은 속도로 나가버렸어요.

뭐 괜찮겠죠. 환영회는 날을 다시 잡으면 되는 거고, 에이미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선물을 사 줄 거예요. 네, 분명 그럴 겁니다. 기대되네요.

하지만, 이번엔 혼자인가요... 에이미와 조사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갑자기 혼자가 되자 왠지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그럼 선생님을 모시고 갈까요?"

콘솔에서 모모톡을 열자 마음에 드는 인물란 제일 위에 선생님의 이름이 떠 있었습니다.

선생님... 저에게 있어 가장 흥미를 끄는 분.

게마트리아의 거래를 뒤집고 밀레니엄의 빅시스터를 제압했으며 에덴의 존재를 증명하고 SRT 특수학원의 존속에 생명을 거는 분.

학생들을 가리지 않고 대하는 저의 장난에도 성실하게 어울려주시는 상냥함을 겸비한 분.

그야말로 수화폐월 가인박명의 미소녀인 제 옆에 서기에 적합한 분입니다.

자아, 그럼 선생님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요? 선생님을 만날 수 없다는 것만으로 저는 일일천추의 마음이 깊어집니다. 즉시 선생님 몸에 넣어둔 위치 정보를 살펴보도록 하죠. 오늘은 누구랑 계실까요?

바로 콘솔에서 추적 정보 앱을 띄우고...

"...어머."

앱을 보면 선생님은 그저께부터 계속 샬레 사무실에 있는 듯했습니다. 데스크 주변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네요. 계속 일에 매달리시는 것 같아요.

최근 선생님은 총력전 지휘와 각 학원의 위문 등으로 바빴던 것 같고, 분명 사무관련 일이 쌓여 있겠죠.

샬레가 가진 권한은 다양하지만 그 활동은 총학생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잡다한 일이라면 저도 도울 수 있지만 밀레니엄에 소속된 제가 총학생회에 제출할 서류에 손을 대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3대 학원 사이의 불필요한 알력을 낳는 계기가 되어 버리는 건 선생님도 원치 않으실 겁니다.

"...아무래도 선생님께 부탁드리는 건 그만둘까요."

여기서 선생님을 초대하면 분명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만큼 선생님의 부담이 커져 버립니다. 그건 제 본의가 아니에요.

선생님을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한 다음 옆에 선다. 그것이 밀레니엄의 정점에 선 용모단려 병약청초한 저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선생님이 혼자 힘써야 할 때는 멀리서 지켜봐야 합니다.

여기선 저 혼자서 이번 초현상을 해명하고 그것을 간단한 선물로 선생님의 흥미를 끌어봅시다.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한 명의 남성입니다. 『초현상』이라는 로망은 저에 필적할 정도의 매력이 숨어 있으니까요.

저의 성과를 보여드리면 선생님은 그 매력을 충분히 느끼시겠죠.

"가끔은 제가 얼마나 훌륭한 학생인지 선생님께 보여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베리타스 겸 초현상 특무부 부장으로서 실력을 보여줄 때로군요.

후훗, 선생님의 놀라는 얼굴이 기대돼요.



────

───

──




"흠, 아무래도 여기인가 보군요."

해당 건의 폐교회는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밀레니엄에서 버스로 반 시간 정도 걸릴까요? 시각은 벌써 해질녘이 지났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곳은 트리니티 교외이기에 원래 인적이 드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겠죠.

만약을 위해 주위에 정찰 드론을 날렸더니 헬멧단이나 카이저 PMC 같은 난폭한 자들의 거점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겉보기에는 다른 교회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조금 아름다움이 넘치는 느낌이 드네요. 입구 주위의 먼지만 유난히 적은 것으로 보아 누군가의 출입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직 에이미가 말하는 장난일 가능성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 건물에는 뭔가 있을 것 같네요.

어두컴컴한 건물 안을 한 바퀴 돌았지만 중앙 입구 이외에는 눈에 띄는 흔적이 없었습니다. 뭔가 있다면 아마 여기일 거 같은데요.

"...어라?"

입구 끝에 고즈넉하게 서 있는 방은 분명 고해실이었습니다.

확실히 신도들이 자신의 죄를 성직자에게 참회하고 용서를 얻는 자리라고 했었죠.

같은 형태의 고해실을 예전에 선생님과 함께 시스터후드의 교회를 방문했을 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은 마리씨라고 이름을 댄 시스터에게 시종일관 데레데레해서 매우 불쾌했습니다. 분명 그때도 둘이 고해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아, 그래요. 상대해주지 않아서 재미없었던 저는 선생님이 들어가신 쪽 문을 향해 억지로 들어가려고 했었죠. 그러자 선생님께서 『차례가 있으니까 히마리는 나중에』라고 호되게 꾸짖으셨어요.

선생님에게는 초천재 청초계 병약 미소녀인 제가 있는데도... 매우 불쾌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이 고해실에 들어가서 새벽까지 기다립시다. 초현상을 이 눈으로 관측하는 거에요.

이 안이라면 입구의 모습을 숨어서도 가까이서 감시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장소입니다. 만일 제가 있는 방을 덮치려는 불신자가 나타나더라도 이렇게 좁은 방이라면 사격이 서투른 저라도 총을 명중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바로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흐음."

문은 삐걱거리며 열렸습니다.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휠체어를 탄 저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해실 안은 상당히 중후하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조사해 보니 흑단으로 만들어진 칸막이에 방음 소재가 사용돼 참회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고안했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트리니티의 건축 양식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것 같네요.

거기에, 제가 조금 전에 들어온 곳은 아무래도 교회 측 사람들이 사용하는 입구인 것 같습니다. 칸막이 아래 설치된 선반에 먼지를 뒤집어쓴 성경책이 놓여 있었습니다.

"...어머."

신도의 방과 성직자의 방을 나누는 칸막이에는 본래 참회를 듣기 위한 작은 창문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것이 검게 칠해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도료는 오래전부터 칠해진 것 같아요. 그 증거로 작은 창문 끝에 칠해진 안료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참회의 내용은 신도들의 사생활을 지키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일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그렇고, 여긴 춥네요..."

갑자기 등에 한기가 느껴집니다. 전기도 통하지 않는 폐허 속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건 조금 무모했을까요? 에이미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요... 그녀는 체온이 높아서 난로 대용으로 사용했었는데...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조금 참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에게는 이러한 것을 상정하고 대비한 물건이 있으니까요.

네, 저는 『전지』니까요. 이 정도는 당연하죠.

짜잔, 엔지니어부 특제 전기담요입니다. 온도 조절 기능과 타이머 설정에 더해 무려 음이온도 방출하는 우수한 물건입니다.

이것을 항상 사용하는 담요에 걸치니 조금 전의 한기가 단번에 날아갔습니다.

"밖은 추우니 여기는 따뜻하게 해야..."

아아, 담요가 포근해서 기분좋아... 여기에 부실에서 가져온 핫코코아를 마시고... 으음, 맛있네요. 몸 안팎이 따스하고 포근해집니다. 후훗, 행복이네요...

안됩니다, 추위를 어떻게든 했다고 생각했더니 이번에는 몸이 졸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감시를 해야 하는데 뭘 푹 쉬려고 하는 걸까요. 생각이 점점 느슨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전기담요의 설정 온도를 조금 높여서 그런 걸까요? 안도감을 느낀 몸에 중력이 강해집니다. 아아, 제 몸은 잘 생각뿐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안 돼요. 자면 안 되는데. 자면...


".......zzz, zz..."


────

───

──



"......히약!"

저 정도 되는 사람이 어느새 잠들어 버렸습니다.

전기담요는 이미 차가워졌습니다. 아무래도 배터리가 다 된 것 같네요. 어쩔 수 없죠. 돌아가면 다시 충전합시다. 핫코코아도 조금 따뜻하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시각은 날짜가 바뀐 지 2시간 정도 된 것 같아요. 주변은 어둡고 괴현상이 일어나기에는 딱 좋은 환경이 갖추어진 것 같습니다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아니면 제가 자는 사이에 이미 일어나 버린 걸까요? 그게 제일 곤란하네요. 나중에 에이미에게 잘 먹힐 변명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때 끼익, 하고 맞은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읏."

누군가 있다. 그것도 눈앞에.

있었어. 초현상. 졸음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걸 느꼈습니다.

눈치채지 못하게 급히 엎드려 숨을 죽였지만 혹시 제가 이쪽에 있다는 걸 들켰을까요?

칸막이는 까맣게 칠해져 저쪽도 제가 있는지 모를 겁니다.

"――여기는 언제 와도 진정되질 않네."

"이 목소리는..."

제가 잘못 알아들을 리가 없어요.

"선, 생님...?"

단지 한 칸의 칸막이 너머에 선생님이 있다.

그 예상치 못한 사실은 제 가슴을 때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말을, 걸어볼까요?"

분명 놀라시겠죠. 평소의 조금 곤란한 듯한 쓴웃음으로 제 장난을 받아주실 겁니다. 저는 선생님의 그 얼굴이 보고 싶어요.

...아아, 제 머리에는 이미 떠오르고 있습니다.

―히마리, 어째서 여기에? 후훗, 저에게 걸리면 선생님의 목적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린애 장난이나 다름없어요. 선생님. 여기 온 건 샬레의 일이죠? 저 아케보시 히마리, 선생님을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오오, 고마워 히마리! 마침 너를 만나고 싶었어! 훌륭해 히마리! 그렇죠, 그렇죠! 그럼 특별히 선생님께는 밀레니엄의 지보인 저의 심오한 모습을 보여드리겠――

"......."

...망상은 여기까지 합시다.

조금 냉정해져서 상황을 지켜봐야 해요. 천천히 심호흡하고 날뛰는 기분을 억제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냉정하게. 그것이 해커의 기본입니다.

우선 상황 확인입니다. 여기에 선생님이 있다. 그건 맞는 것 같아요.

콘솔 추적 정보 앱에서도 선생님이 눈앞에 계신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령이나 도플갱어 같은 오컬트류는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선생님은 어째서 이런 곳에 계실까요.


간단한 의문이 뇌리에 떠오릅니다. 선생님은 여기서 무엇을 할 생각일까요?

샬레의 사무실에서 이 폐허까지의 거리는 나름대로 있을 텐데. 좀처럼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초현상 조사를 샬레에서 받았기에 오신 걸까요.


그렇다면 요행입니다. 밤의 교회에서 단둘이 초현상 해명 여행을 안내해드릴까요?

선생님은 행운아시군요. 저 같은 완전완벽 병약 미소녀와 데이트할 수 있다니. 제가 지닌 예지와 미모를 마음껏 즐기시길.


――아니면 여기서 비밀의 참회를 하는 걸까요.


후훗, 그것도 매력적이네요. 혹시 참회의 내용은 선생님의 지갑을 관리하는 유우카에게 비밀로 쇼핑을 한 일일까요?

저번에 샀던 건 분명 카이텐 로보 1/16 미니어처 프라모델이었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10만 크레딧이 넘는 그 쇼핑은 분명히 유우카에게 발견되면 큰일이겠죠.

네, 알고 있어요. 알고말고요. 선생님,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오늘 밤은 운 좋게도 초천재 청초계 미소녀 해커인 제가 선생님의 참회를 듣는 입장이니까요.

저에게 걸리면 영수증의 수정이나 계좌를 고쳐 쓰는 정도는 간단합니다.

내민 구원의 손길에 선생님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하겠죠. 안심하세요.


"여긴 아무도 없으니까 특별히 세세한 예의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마리에게 들은 지식밖에 없고. 으음... 주여, 어리석은 제 자신의 죄를 고백하겠습니다. 부디 들어주시길――"


아아, 역시 참회군요.

선생님은 무엇을 이야기해 주실까요?

듣고 싶어. 느끼고 싶어. 그리고... 알고 싶어.

선생님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아무도 볼 수 없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 자리에서.

아주 조금의 호기심.

선생님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한쪽 귀를 벽에 붙였습니다. 아아, 선생님의 말씀에 더해 숨결도 들릴 것 같아요.

자,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준비되어 있으니까. 들려주세요.

저라면 선생님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해드릴 수 있어요. 어서 의지하세요. 저라면 뭐든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요, 왜냐하면 저는 밀레니엄이 자랑하는 초천재 청초계 미소녀 해――

 







"――이젠, 한계야."







"......에?"

예상 밖의 한마디에 저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말았습니다.

"학생의 책임은 어른인 내가 진다. 모두 좋은 학생들이지. 우수한 아이도 있고 말썽만 피우는 아이도 있어. 하지만 나에게는 누구나 평등해. 모두 귀여운 내 학생들이야."

"그렇기에 학생의 잘못은 어떤 일이든 내가 전부 진다. 게마트리아 같은 나쁜 어른들에게 학생들이 속지 않도록 지킨다. 그건 분명 앞으로도 변하지 않아. 바꿀 생각도 없어."

선생님의 사명. 그 고결한 말과는 달리 그 음색은 제가 들은 선생님의 목소리 중 가장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지? 만약 내가 판단을 잘못했을 때나 학생에게 상처를 입혔을 때 누가 책임지지?"

폐교회의 탄식 소리, 그 정체는 선생님.

그런 사실이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탄식에는 어둠이 담겨 있었습니다.

작은 창문이 까맣게 칠해져 정말 다행이다. 선생님도 저도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을 테니.

"지난 총력전, 비나의 광선이 한 학생의 옆을 스쳐 지나가 그녀는 크게 다쳤어. 내 지시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아니야... 아니에요.

저는 이런 걸 듣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학생은 괜찮다고 했지만 화상 입은 오른팔이 애처로웠어. 나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말이 괴로웠어."

듣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귀를 막아도 탄식이 들려버려.

"나는 학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현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도 있어."

그만둬.

"두렵다... 내 어깨에 키보토스 전체 학생들의 중압이 가해진 것이. 그리고 내가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야,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은 훌륭하게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어요.

"가끔 꿈에서 보게 돼. 만약 아비도스가, 밀레니엄이, 트리니티가, 게헨나가... 내 잘못으로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지금 있는 일상은 종이 한 장의 균형으로 유지되고 있고 자칫 잘못하면 그 꿈대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워."

그러나 그런 말은 닫지 않는다.

"단 한 번 나의 잘못이... 학생들의 미래를 바꾼다. 가능성을 빼앗아 버린다. 하지만 그 벌은 누가 내려주지?"

자신의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이 한 장의 벽이 미웠다.

방음 소재 때문이겠죠. 내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선생님은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다른 어른이? 세간이? 아니, 세계가? 게마트리아인가? 아니면 내 학생들이?"

선생님은 혼자, 여기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장소에서 자신의 고독과 싸우고 있었다. 분명 샬레에서 이런 말을 하면 학생들로부터 실망을 사고 말테니까. 그게 무서워서 이런 곳까지 온 거겠죠.

"...한바탕 털어놓으니 조금 편해지네. 학생들 앞에서는 선생님으로서 이끌어야 하니까 여기서만 불안을 드러낼 수 있어. 이 방에서 나가면 다시 『선생님』이 된다."


―그러니 오늘의 약한 소리는 이것으로 끝.


그것을 마지막으로 맞은편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뼈가 삐걱거리는 듯한 불쾌감으로 귀에 남았다.


────

───

──




"......."

선생님이 나가신 지 몇 분이 지났는데도 저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뭐라도 말하자고, 뭔가 뱉으려고 입을 움직일 뿐. 몸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습니다.

"하, 하하..."

겨우 터져 나온 것은 공허한 헛웃음뿐이었습니다.

반 시간 전의 제가 한심하고, 지독하게 못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무엇이 『나라면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걸까요.

무엇이 『나라면 뭐든지 알고 있다』는 걸까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의 겉모습만 보고 좋아했을 뿐.

그래요... 자신은 그저 아이.

결국 자신은 자기 생각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몰랐어.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누구에게나 구분 없이 대해주는 선생님. 그 얇은 가죽 한 장 너머에 저런 고독을 가지고 있었다니.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이런 말을 누구에게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듣고 있던 걸 알고 가장 상처받는 건 선생님. 주위의 책임으로 인해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을 학생들에게는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고, 알리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나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선생님의 책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야.

말해도 행복할 리가 없어. 왜냐하면 선생님의 고통은 선생님만의 것.





――그 어둠은 선생님만의 것?

――정말로?

――아니, 그건 아니야.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정말 원했던 것.


"...아아... 그랬어요."


눈치채고 말았습니다.

복잡하게 뒤엉킨 방정식이 말끔히 풀렸을 때와 같은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녹아내리는 의혹.

그래요... 이 어둠은 저와 선생님만의 것입니다.

반 시간 전의 무지한 제가 아니에요. 선생님의 빛도 어둠도 알고, 이제서야 선생님 옆에 설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래, 이 살얼음 한 장의 비밀은 나와 선생님만의 것.

지금까지 나는 깨닫지 못했다.

...아니,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어째서 나는 선생님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에 초조해했을까?

어째서 나는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까?

어째서 나는 선생님이 상대해 주지 않으면 기분이 언짢아지는 걸까?

어째서 나는 선생님의 위치 정보를 항상 파악하고 있었을까?

어째서 나는 선생님이 의지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까?

어째서 나는 선생님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가?

깊은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참을 수 없는 검은 충동이 나의 내면을 파헤친다.

나의 외면이 이성에서 본능으로 변해간다.


――아아, 그래요. 저는 선생님의 모든 것을 원합니다.


선생님이 넘쳐흐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원한다.

선생님이 학생을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을 원한다.

선생님이 싱그러운 얼굴로 분발하는 모습을 원한다.

선생님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일그러지는 모습을 원한다.

선생님이 체면을 벗어던지고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을 원한다.

선생님이 자신의 책임감과 중압에 짓눌려가는 모습을 원한다.

선생님이 나만 봐주길 원한다.

나는 선생님의 모든 것을 원한다.


그리고 오늘 저는 선생님의 속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 앞에서는 깨끗함을 연기하고 있고, 그 뒤편에서는 터질 듯한 상태였다니... 멋지네요.

선생님, 절대로 그 어둠을 놓지 마세요.

보물처럼 꼭 껴안고 저희 학생들을 이끌어 주세요.

누구보다 밝고 청렴결백하게... 그 몸을 불꽃으로 태워 가며.

그 그릇이 부서질 것 같을 때, 제가 구해드리겠습니다. 당신의 공과 죄, 전부 제가 씻어드리겠어요.

저라면 선생님의 빛도 어둠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당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 그게 저입니다.

"괜찮아요. 왜냐하면 저는 『전지』 ――"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니까요.

















오늘은 제대로 잘 수 있었다. 밤 산책 덕분일까. 어제의 피로가 거짓말처럼 풀려 있었다.

아침 햇살이 따스해 기분 좋다. 역시 인간은 태양 아래서 일해야지.

업무 준비를 끝내고 어제의 컵도 씻었다. 훌륭해. 오늘도 사랑스러운 하루에 감사를.

책상에 앉아 힘내자고 마음먹던 그때, 방문객을 알리는 버저가 울렸다.


"...응? 누구지? 택배인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게 없으니 택배는 아니겠지. 카이텐 로보는 다음 달 발송 예정이고.

오늘 당번은 누구였더라? 분명히 아무도 넣지 않았을 텐데.

그럼 누굴까 생각하며 샬레의 현관을 열었다.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희대의 병약 미소녀 해커가 왔답니다."


그럼... 오늘의 일을 시작할까요?





【오늘도 소녀는 공범자를 사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