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KisvWoVUZz0&t=1732s&ab_channel=%EC%9D%BC%EC%83%81%EC%9D%98%ED%9A%A8%EC%A0%95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마오주석은 이런 말을 남겼다.


天要下雨 娘要嫁人


쳔요하우 낭요가인


사람의 힘으로 비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힘으로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있다. 


예를 들면 한번 뱉은 말을 주워 담는것처럼.


우리 아버지는 중화인민공산당의 상임상무위원. 할아버지는 마오주석과 대장정을 함께했고, 개혁개방이 이루어진 뒤에는 등소평 주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8대 원로중 하나였다. 


인민의 위대한 영웅. 


영원히 타오르는 태양.


어렸을 적에 나는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좋아하는 것 만큼 마오 주석을 좋아했다.


천자문을 뗄 무렵부터 당원이 되겠다 마음을 먹었다.


내가 처음 맡게 된 직책은 국가 안전부. 


하나의 중국.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그걸 지키기 위해 나는 수많은 소수 민족과 반 체제 인사를 죽였다.


총으로 쏴죽이고, 칼로 찌르고, 뇌사기로 뇌를 터트리고, 약물을 주사하고.


죄목도 다양하게 쿠데타,마약 사범, 부패, 이적, 뇌물 수수.


부모가 보는 앞에서 자식을 죽였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식을 잃은 티베트인이 내게 소리쳤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 당시의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유물론적 사고에 의하면 사후 세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위대한 공화국의 행보를 가로막는 자들의 말로는 죽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전부 공화국을 위한 일이라 굳게 믿고 있었던 수많은 열성 당원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내 손에 피를 묻히면 묻힐수록...내 어깨 위에 있는 별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1개에서 2개, 2개에서 3개.


3개에서 다시 1개.


그렇지만 하나의 줄이 더 추가가 됐고.


입지(立志-30)가 되었을 때는 이미 내 직책은 소교(少校-소령)였다.


나는 아무것도 무서울게 없었다.


집안의 후광과 나의 능력이 있으면 머지 않은 미래에 나는 당서기를 맡게 될테고. 


그 후에는 중앙 위원회의 위원. 국가 주석이 되었겠지.


출세의 꿈을 가득 안고, 소교(少校)로서의 첫 업무를 하고 있었을 때. 


나는 너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생긴건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공안에게 웃으면서 다가오는 사람이 어딨어.


나는 지금도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눈을 감으면 그 날의 풍경이 생생하게 떠오를 만큼.


그 당시에 나는 낙후된 농촌의 현황을 파악하고 중앙에 보고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얀붕이 너는 공화국의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다 무너진 돌담에 그림을 그리거나, 잡초를 뽑고 있었지. 그러다 우연히 길을 지나가던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림 좀 그려봤는데, 한 말씀 해주세요. 자꾸 동기애들이 지우라고, 욕을 하는데.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내가 봤을 때 당신이 여기서 제일 직책이 높아 보이는데, 당신이 보기에는 어떤지 한번 평가 해주세요"


"...하"


"공안이 뉘집 개도 아니고. 우리는 여기에 그림이나 평가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


내 보좌관 중 이걸 모욕이라고 느낀 것인지, 악을 지르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좋아. 내가 평가해보지"


내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이미 얀붕이 너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웃기지만. 그 당시의 나는 이미 너를 좋아했던 것 같다.


"...사후세계네"


"...천사네요. 지우라고 말 할까요?"


얀붕이가 그린 벽 담장에는 무지개와 천사가 그려져 있었다. 


유물론적 관점에서 사후 세계는 반동이나 다름 없는데. 내 뒤를 따르던 보좌관들이 웅성웅성...저들끼리 속닥거리고 있었고. 나는 얀붕이가 그린 그림을 그냥 바라봤다.


"...算了(됐어)"


"네..? 하지만... 당 교범에 의하면..."


"외국인이잖아"


외국인이니까. 굳이 대외적인 마찰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그렇게 작성할거고.


"이거 잘 그렸는데, 당신이 그린거야?"


"...네! 맞아요!"


나는 내 사상과는 별개로 얀붕이가 그린 그림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리얼리즘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는 그림.


이런건 공화국에는 없거든.


"어디 나라 사람?"


"한국이에요!"


"...흐음...교양 과목? 농활이구나."


"맞아요!"


"우리 공화국을 위해서, 이런 그림을 그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내가 그렇게 말을 하니, 얀붕이 너는 정말 바보같은 미소를 지었고.


"我们走吧!(뭐해 가자!)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얼굴에 피가 쏠리는 걸 느끼며,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그 이후로도 나는 종종 얀붕이가 있는 농촌으로 갔다.


반체제 인사를 죽이는 것 말고도.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나 더 찾았거든.


일자 무식의 농민공들을 대상으로 화 한번 안 내고. 아이들과 놀고, 벽화에 그림을 그리고,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얀붕이의 모습을 관찰하는 거.


"앗...누나 안녕하세요"


"안녕"


나를 보며 피하는 중국인들과는 다르게 너는 아무런 스스럼도 없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줬고.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이 정말 좋았다.


"저기, 누나. 저 오늘 하고 나면, 다음주부터는 여기로 못 올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기. 이거 제 휴대폰이에요! 저희 친구해요!"


"...친구"


내 앞에 내밀어진 휴대폰. 나는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거기에 내 연락처를 적어줬다. ...평소처럼. 냉정하게 침착하게 생각했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


혹시, 얘가 한국의 방첩 기관에서 파견 된 사람이면 어쩌지? 왜 나한테 접근하는 걸까?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오늘이 끝나면 더 이상 너를 못 볼까봐.


톡톡. 자판을 치는 손이 떨렸다.


"...누나는 이름이 뭐에요?"


"얀순"


"저는 얀붕이에요!"


"이번 주 주말에 뭐 해? 한국에 대해서 좀 궁금한게 있는데... 뭐...개인적으로 드라마나 아이돌을 좋아하니까, 한국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게 많이 있는데. 이야기 좀 할 수 있니?"


몇달전의 나였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말.


아이돌은 무슨, 아이를 돌로 찍어죽이기만 했지.


"...아니, 그러니까..음.. 얀붕 학생.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좋아요! 그리고...편하게 이름만 불러도 되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말이 튀어나왔고...뭉글뭉글하게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친구. 동생.


무남독녀의 소황녀로 자라왔고, 가정교사와 1대1 엘리트 수업을 받아온 나에게는 지금까지 없었던 존재들.


사랑이니 우정이니 하는 그런 형이상학적인 관념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쏟아지는 감정의 파도를 막을 수 없었다.


오늘은 얀붕이랑 밥을 먹었다. 근처 공원에서 얀붕이랑 같이 산책을 했다. 곧 있을 여름 휴가 때 얀붕이를 데리고 동방명주에 가기로 했고... 


또...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계속 얀붕이랑 만나고 싶고, 놀고 싶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머리 속은 이미 온통 너로 가득해져서...  


잔뜩 술에 취한 너를 데리고, 나는 근처 호텔로 갔고...


선을 넘었다.


아편을 해본적은 없지만.


아무것도 안 입은 몸으로 너를 꼭 끌어 안았을 때의 기분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싶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쉬고. 또 붙었다가...떨어지고.


"....눈나...."


"...하.."


처음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너의 눈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었고... 나는 기분 좋았다.


나는 얀붕이에게 내 모든 걸 줬고, 얀붕이도 내게 모든걸 줬다.


우리는 그 날 연인이 됐고. ... 더 깊은 사이가 됐다.


얀붕이와 나는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담백한 광둥요리를 좋아하고, 매운 사천 요리는 싫어한다는 점. 마블 같은 영화보다는 멜로나 로멘스 영화를 좋아하고, 또 옷을 입는 것도 비슷했다. 


...그래, 사실 음식만 취향에 맞고. 멜로나 로멘스...그리고 옷을 옷을 입는 것도 그냥 전부 다...지금까지는 흥미가 없었지만. 얀붕이가 그걸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나도 좋아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얀붕이랑 나는 다른 부분도 많이 있었는데.


...일단 얀붕이는 20대고. 나는 이제 30대. 


그리고 얀붕이는 땀을 흘리는 걸 싫어하지만, 나는 운동 하는 걸 좋아해. 


또...학교도 얀붕이는 상하이에 있는 대학교에 유학중이지만, 나는 베이징에 있는 학교를 나왔고. 중등 교육도 얀붕이는 공교육을 받았고, 나는 가정교사를 통한 사교육을 받았지.


또... 얀붕이는 미대에 다니고 있고, 나는 정치외교학과를 나왔고.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 즐거움을 주는게 얀붕이의 일이라면, 나는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고, 괴롭히는것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누나! 누나는 공안에서 무슨 일을 해요?"


"...으음... 교통 정리...? 불법 주차 단속..?"


"...?소교...? 그거 내가 알아보니까, 엄청 높은 직책이던데. 불법 주차 단속이나 해요?"


"주차 단속은 중요한거야. 얀붕아."


아니야. 


사실 누나는 탱크로 사람을 깔아뭉게 죽이고, 수용소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어. 


얼마 전에 같이 여름 휴가를 못 보낸것도. 신장 위그르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나는 그걸 진압하러 갔기 때문에 너랑 놀 수 없었어.


얀붕이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난 끝장이었다.


"...주차 단속... 중요하지... 아 맞다. 누나 저 한국에 잠시 볼일이 있는데. 나랑 같이 가요"


"...한국...?"


"누나 아이돌 공연 좋아한다면서, 이번에 방탄 소년단 한국에서 공연한다는데, 짠..!"


너의 손에는 아이돌 티켓이 들려 있었다.


"진짜, 힘들게 구했는데. 맨날 얻어먹는것도 미안하니까! 이번에는 내가 전부 다 쏠게요! 이번에는 시간 안 된다고, 핑계 대는거 없어요?"


"...아"


...생각해보니까, 최근에 얀붕이랑 놀러간적이 없었다. 


저번 그리고 저저번에 약속한것도 내가 먼저 약속을 깨버렸다는 걸 기억해냈다. 


반동은...죽여야 하니까. 그리고 나는 아이를 돌로 찍어 죽인 적은 있지만...아이돌은 관심이 없었다. 방탄 소년단에 몇명이 있는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얀붕이의 나라. 가보고는 싶어. 왜냐하면 거기에는 얀붕이가 살고 있으니까.


"...미안해, 저기...요즘 일이 바빠서. 나는...못 갈 것 같아. 얀붕아... 이런건 누나한테 미리 말을 했어야지."


그렇지만 나는 갈 수 없었다. 한국. 정확하게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에는 나는 갈 수 없었다. 


CIA가 우리 공화국에 들어오면 내 손에 찢겨 죽듯. 나도 한국에 들어가면 정보원들에게 찢겨 죽고 말겠지. 


"아...죄송해요. 물어보고...표를 예매했어야 했는데. 괜한 짓을 했네요..."


"해외 여행은 힘들 것 같아. 자리를 오랫동안 비우면 안 되니까." 


공안이 아니라 평범한 직업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처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지금껏 내가 해왔던 것들은 무엇을 위한걸까? 


그냥 공화국을 위해서?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거야?


"저기..! 얀붕아! 그러면 홍콩... 홍콩은 어때? 거기라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생각해보니까, 홍콩에도 뭐 K-POP 행사..?한다고 들었는데. 한번 가보자! 너, 한국에서 금방 돌아올거잖아! 맞지?"


...나는 틀리지 않았다. 


내가 공화국의 공안이 된 건. 이런걸 할 수 있으니까.


평범한 사기업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을 나는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홍콩은 우리의 앞마당이나 다름 없다.


외국 문물이 많이 들어오는 곳이기 때문에...아이돌이나 그런 가수들이 공연을 하러 많이 오고.


거기에는 얀붕이가 원하는 K-POP가수들도 있었다.


"뉴진스...? 르세라핌..? 저는 좋은데... 음... 누나 여자 아이돌도 좋아해요?"


"...아, 물론! 좋아하지! 콘서트 티켓은 걱정하지마! 누나가 구할테니까!"


"어..? 근데, 내가 알아보니까. 음... 티켓 예매 기간이 다 끝났는데..."


"그런건 상관없어. 얀붕아! 내가 친구 중에 공연 관련으로 일하는 얘가 있으니까. 걔한테 좀 도와달라고 말하면, 표 2장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표야 뭐. 행사 관계자들 몇명 불러서. 코로 마라탕 먹이면 나오는게 표다.


"...이번에는 못 간다. 그런 말 하지 마요."


"그래, 홍콩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한국에서 빨리 일 보내고 와 알겠지?"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못 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멍청한 생각이었는지, 방금 알게 됐고.


당장 옆나라도 마음대로 못 가는데. 


...아직, 얀붕이가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까. 교환 학생이니까 남아있는거지.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되는거지..? 


당장 교환학생이 끝나고 나면 얀붕이는 한국에 가야한다.


...그럼 내가 뭘 할 수 있지?


얀붕이가 한국에 놀러오라고 말을 한다고 해서, 나는 못 간다. 가는 순간 한국의 국정원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심문을 받겠지. 내가 그들에게 했던 것 처럼.


그리고 이 사실을 얀붕이한테 뭐라고 말을 해야해?


지금까지 누나는 사람을 죽이고 죽여서, 너네 나라에 들어갈 수 없어. 


...그렇게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언제까지 계속 일 핑계로...한국에는 못 간다. 그렇게 말을 할 수는 없고. 얀붕이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걸...막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방법은 한 가지.


...얀붕이가 중국에서 계속 살면 아무 문제 없는거 아닌가? 


마오주석이 권력은 총부리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 총부리는 공안이 쥐고 있다.


그리고 나는 공안이고.


"...누나... 저번에 공식 석상에서 애들한테 성희롱 하던 교수님..."


"어, 그거 누나가 다 해결했어"


지금 그 자는 형장의 이슬이 됐다.


"...세금 관련해서 문제가 좀 있는데. 누나는 이런거 잘 알아요?"


"얀붕아. 그런건 나 공무원인데, 그걸 내가 모르는게 말이 돼?"


전화로 당장 1시간내로 해결하지 않으면 나태죄로 심문을 받게 될거라고 말을 해줬다.


"...누나... 저기... 저 아저씨...뉴스에서 많이 봤는데... 저 사람 그 분이잖아... 상임 상무위원..."


"어, 맞아. 우리 아버지야! 미안, 소개가 좀... 늦었지?"


나랑 있으면 우리 공화국에서 너는 가장 최심부의 이너서클이 될 수 있다. 자유주의 국가로 갈 수는 없겠지만. 이 안에서 너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권력,명예,그리고 부까지.


내가 지금까지 얀붕이를 만나고 점점 얀붕이의 색으로 물들고 있는 것처럼. 얀붕이도 공화국에서의 삶.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에 점점...물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때만 해도. 나는 모든게 완벽하게 흘러갈 줄 알았고.


정말 사소한 곳에서 재앙은 찾아왔다.


평소처럼... 나는 얀붕이와 사랑을 나누고, 침대에 누워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얀붕이는 잠이 오는지, 내 품에 안겨서 반쯤 졸고 있다가... 내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누나 소수 민족 박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이때 내가 꺼냈어야 하는 대답은 '모른다'였다.


"...그건 어쩔 수 없지"


나를 바라보던 얀붕이의 시선이 달라지게 된 건 그때부터였고.


"...누나?"


나는 거기서 잘못 들었다. 한번만 다시 말해달라. 모른다고 잡아뗐어야 했다


"...근데, 얀붕이는 그런 애들과는 다르니까"


얀붕이가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사람들을 죽인거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중국.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지구를 도는 달. 얀붕이 옆에는 내가 있는 것처럼. 


중국이 하나라는 건 당연한 사실이고. 중국에서 벗어나려는 반동주의, 테러리스트, 분리주의자는 죽여야할 적이었으니까...


나의 병신같은 국뽕이 모든걸 망쳤고.


"...나 다 알아. 공안이 사람 죽이고, 고문하고, 괴롭히는거. 누나는 공안이잖아. ...근데...아니지? 누나는 주차 딱지 끊고...교통 정리하는 사람이니까"


...불안해 하는 너의 눈빛.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나에게 동앗줄을 내려줬다. 


언젠가 너가 나한테 해줬던 이야기처럼.


호랑이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달님이 내려준 동앗줄. 


나는 몰라, 누나는 교통 정리과라서... 그런건 잘 모르겠네.


너는 내게 그런 대답을 원했고...거짓말은 내 특기 중 하나였다.


늘 얀붕이에게 말했듯. 나는 불법 차량을 단속하는 일을 하지.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게 말 하면 문제는 없고. 앞으로 얀붕이도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지.


...근데...


씨발. 


좆 같은 애국심. 


거지같은 공화국. 


공안은 개새끼고, 나는 그 중에서도 제일 씨발년이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워왔던 모든것들이... 이제 내 앞길을 막아섰다.


"얀붕아. 미국도 흑인들을 대상으로 매독 실험을 하고, 프랑스도 알제리에서 베트남에서...학살을 저지르고, 영국은 보어인들을 가스실에 가두고 인도인을 굶겨죽였어. 당장...한국도 광주에서 부산에서 마산에서...얼마 전까지 그런 일이 터졌잖아. 문제라고 생각하면 문제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아니야."


파블로프의 개새끼처럼.


당원으로 지내면서, 툭하고 건드리면 자연스럽게 쏟아지던 말, 사상,행동들이 너의 귀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든게 끝이 났다.


"...누나...는 그러면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과 탄압에...동조하고 있다는거네...?"


내가 무슨 말을 한 걸까? ...이러면 안 되는거였는데.


후회로 가득찼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天要下雨 娘要嫁人


사람의 힘으로는 흐르는 비를 멈출 수 없는 노릇이고.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방법을 택했다.


뭐가 제일 최선의 선택인지. 


내게 그걸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으니까.


"얀붕아. 너는 체게바라 같은 혁명가가 아니잖아. 그냥...입 다물고 있으면 모든 걸 누릴 수 있는데. 그래...그 모든건 사실이야. 나는 사람을 죽였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그렇지만...미안해. 거짓말해서. 나는 교통정리를 하지 않아. 나는 인종...청소를 할 뿐이지. 하지만...얀붕아!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잖아. 그 사람들은 죽을 이유가 있어서 죽은거고. 얀붕이는 착하니까, 너는...언제나 내 곁에 있어주기로 약속했잖아. 나는...너를 위해서 뭐든지 다 줄 수 있어. 돈, 명예, 권력. 전부 다. 14억의 인민은 너를 위해 존재할거야. 그리고 너는...그냥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하고... 내 옆에서 지금처럼 행복하게 지내면 되는데."


"...미안...그럴 수는 없어..."


가지마.


너는 옷을 입고 내 곁을 떠나갔고. 다시는 공화국에 오지 않겠지.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야?


나도 내가 원해서 그랬던건 아니야. 나도...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공안이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했을거라고.


이번에 한국에 가면 절대로 너는 더 이상 공화국을 안 올거고, 너를 만날 수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를 붙잡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정말 마지막으로.... 최후의 방법을 쓰기 전에.


아직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너에게 전화를 했다.


-돌아와. 지금 돌아오면 있었던 일들은 전부...다 없던걸로 해줄테니까. 내 옆으로 돌아와.


-....잘 있어요. 행복했고, ....미안해. 거기로 두번 다시는 갈 생각이 없어요.


...이 상황에


무엇이든 움켜쥐고 내것으로 만들어라.


갑자기 마오주석의 어록이 생각나는건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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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yandere/101892615?target=all&keyword=%EA%B3%B5%EC%95%88&p=1


이거의 얀순이 시점;;; 


민주 국가의 얀순이로써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독재 얀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