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자신이 갑이고 얀붕이를 철저히 을로 두며

자신의 손으로 맘대로 끌고 다니고 휘젓고 주무르던

재벌가의 유력자 얀순이


허나 얀붕이는 그런 얀순이에게 너라면 죽어도 좋다는 정도로 늘 따랐음


재벌들 사이의 이런저런의 사정으로, 상대 기업가 가문의 남자와 선보는 자리를 가지게 된 얀순이


비록 자신은 어디까지나 일을 위해 형식적으로 나가는 거였지만 얀붕이를 두고 다른 남자와 선을 보러 가는 것이

영 껄끄러워 투덜대면서도 눈 한번만 딱 감고 나가자 라는

심정으로 상대 남자 앞에 앉아 지극히 상투적인 미소를

생글생글 띄우고 있었음


그렇지만 아뿔싸, 얀순이가 빌려준 카드를 가지고서

얀순이와 같은 고급 식당으로 친구들과 밥을 먹으러 온

얀붕이가 그녀의 곁을 지나치고 말았음


작은 소리로 저기 니 여친 아니냐고 묻는 친구 얀돌이와

태연하게 너 사람 얼굴 잘 못 외우는구나 라고 답하며

저만치 테이블로 가 앉는 얀붕이


곁눈질과 밝은 귀로 그것들을 모두 보고 들어버린 얀순이는

그때부터 온 신경이 얀붕이에게로 쏠려, 상대에게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건성건성 대답하다 자리를 끝냈음


이러는 자신이 조금 비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얀붕이의 이후 반응을 보기 위해 먼저 연락하지 않고

얀붕이 쪽에서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감감무소식에

이후 얀붕이의 집으로 찾아간 얀순이


야, 김얀붕. 나와 봐.


....얀순이네. 카드 받으러 왔구나? 자, 여기. 잘 썼어.


카드를 돌려주고 문을 닫는 얀붕이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는 얀순이


그럼에도 화내지도, 당황하지도 않는 얀붕이를 보며

불안과 자책감에 얀순이는 되려 왜 연락이 없냐고, 왜 화라도 안 낸거냐고 자신이 화를 내버림


왜겠어, 속상한 게 없었으니 화낼 것도 없었지.


라며 평온한 목소리로 답하는 얀붕이


말문이 턱 막힌 얀순이와 얀붕이 사이에 적막이 흐를 때

아가씨, 죄송하지만.. 하며 나타나 보고사항을 보고하는

얀순이의 비서


아, 얀붕님도 계셨군요. 하며 목례하는 비서에게

특유의 미소로 친절하게 인사하는 얀붕이


그것을 보고 눈이 돌 것 같은 느낌을 간신히 참던 얀순이는

비서를 먼저 보낸 뒤 얀붕이를 거세게 집 안으로 밀어붙이며

바닥에 넘어뜨림


분명 육체적으로 자신을 떨쳐내거나 제압할 수 있을

것임에도 아무 저항도 하지 않는 얀붕이를 보고 더

돌아버릴 것 같은 얀순이는 그럼 어디 이것도? 이것도?

하는 식으로 얀붕이의 입술을 거칠게 취하고, 목과 어깨를

물며 몸 이곳저곳을 탐함


허나 요지부동인 얀붕이


그럴거면 차라리 웃어 김얀붕, 아까 저 새끼한테 그런 것처럼 나한테도!! 웃어달라고!!


.....


아무 말 없이 무미건조한 얀붕이는 그대로 한 줄기 눈물을

흘림


그것을 보고 철렁하는 얀순이의 가슴

무언가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음을 직감한 얀순이


허나 그 날부터 올바르게 다잡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이기적인 집착으로 얀붕이를 옭아매기만 할듯


자신의 재력으로 베풀수 있는 최고의 것들을 베풀지만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언제까지나 속박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