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예쁘거나 잘생겼으면 태생이 찐따여도 사회성이 자동으로 박힌다고 생각하는데, 아닌 경우가 좀 있음. 직장 같은데선 보기 힘든데 학교에선 가끔씩 진짜 정신병있어서 고립되는 애가 나옴.


정신병이 있을 만 한 합당한 이유가 있는 여자애가 있다고 쳐보자. 좀 예쁘장하게 생겼어도 정신병이 있어서 말 하는 것도 좀 울적하고, 한 번 병 돋았을 때 말 잘못하면 애가 망가지니까 주위 사람들도 차츰 멀어졌겠지. 그 때 쓸데없이 친절한 얀붕이가 도와주려고 다가오는거야.


처음엔 여자애도 누가 또 다가왔다가 상처받고 도망가는걸 보기 싫으니까 피해다니겠지. 가끔 정신병이 심해진 척 어설프게 얀붕이에게 기분나쁜 짓도 하고 말이야.


근데도 얀붕이는 계속 끈질기게 들러붙고,  결국엔 여자애도 얀붕이라면 자신을 온전히 받아내 줄 수 있겠구나, 한거지. 그때부터 자기가 왜 이렇게 병들었는지 꾸역꾸역 설명하려들고 자기의 병든 부분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얀붕이에게 나름의 신뢰를 보였지만,


얀붕이는 엄청 강한 주인공 같은 인물이 아니었던 거야. 그도 그냥 그녀에게 상처받고 떠나가는 사람 중 하나였던 거지. 조금 끈질겼을 뿐이고. 서서히 그녀의 행동에 지쳐버린 그는 어느 순간 갑자기 연락을 끊고 하루 정도 잠수를 타다가 다음날 학교에 가.

의외로 그녀는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아서 어? 얘도 의외로 멀쩡한 구석이 있네 하고 넘어가려는 찰나, 그 애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걸 알게 돼. 최근에 그 애가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얀붕이 밖에 없었기에, 담임의 이유모를 딱딱하면서도 조금 머뭇거리는 말을 들으며 그 애의 집에 가는 부탁을 수락하게 돼.

여자애는 집에서 계속 자기 팔을 긋고 있었어. 심지어 얀붕이가 가자 웃으면서 방금까지 자기가 쓰던 커터칼을 쥐어주기도 하는 등, 기행을 보여.

그녀의 부모님은 이미 그녀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어. 부모님도 사실 그녀의 병 원인이 뭔지 몰라. 어쩌면 그녀만이 알고있는 원인일 수도 있지. 아니, 애초에 그녀가 말해줬던 원인이 과연 사실일까? 그녀의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그녀를 도와주는 척만 해서 그렇다는 결론에 도달한 얀붕이는 사실 그녀가 무서워 미칠 것 같았지만 애써 웃으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연락을 하면서 지내게 돼.

하지만 아까 얀붕이는 주인공이 아니라고 했지. 결국 얼마 못가 얀붕이의 멘탈은 붕괴해 도망치고, 그럼 또 반복되는 거야. 미련한 얀붕이는 계속 그녀와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도움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뇌에 깊이 새기며 지울 수 없는 책임감을 떠안고 살게 돼. 그러면서도 가끔 멘탈이 나가 도망치려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지.


그녀는 학교도 자퇴했어. 원래는 자신도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이제는 없어진 걸까? 아니, 그녀는 나아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거야. 그녀는 똑똑해서, 얀붕이가 자신에게 책임감을 느낀다는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녀는 그걸 이용하기로 마음먹은거지. 솔직히 여자애 입장에서는 우울할 때 팔만 그으면 구원이 찾아오는데, 굳이 지옥같은 세상을 더 낫게 살아갈 필요가 없잖아?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처음에는 조금 죄책감을 느끼지만, 결국엔 그것마저 사라져. 아무리 이 짓을 반복해도 얀붕이가 돌아오자, 결국 그녀 스스로 '얀붕이는 나를 사랑해'라는 결론을 새겨버리고 만거야.

오늘도 얀붕이는 도망쳤어. 하지만 그녀는 쫓지 않아.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픈데도, 구태여 연락하려 하지 않지. 얀붕이는 자신을 사랑하기에, 돌아올테니까. 하지만 하루 넘게 그녀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아.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는 광기에 빠져 미친듯이 팔을 그어. 손톱을 쑤시고.

부모님은 문 뒤에서 애원하지만, 그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해. 결국 얀붕이가 돌아오고, 그녀는 피투성이 인채로 그의 품에 안겨서 잠들어. 그리고 역시 얀붕이는 날 사랑해, 라고 생각하겠지.


약고어 피폐긴 한데 이정도는 허용 범위길래 써봄.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