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편



2주째 같은 반 친구 한명이 등교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친구긴 했지만, 결석을 하거나 지각을 하는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애들 사이에서는 믿을 수 없는 소문 하나가 쫙 퍼져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그래서 등교하지 않는 거다. 라는 진위 불명의 말이었습니다.

 

 

그런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 저였기에, 믿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날 종례가 끝나고 담임 선생님께서 저를 따로 부르셨습니다. 선생님은 비어있는 교실로 저를 부르시더니, 그 결석을 하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 너도 소문은 들었지? 안타깝게도, 그 소문은 사실이야. 어떻게든 숨겨보려고 했는데, 왜 이야기가 퍼져나갔는지 모르겠구나. ”

 

 

저런... 소문이 사실이었네요. 이 소문에 대한 사실 여부를 굳이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입니다. 어릴 때는 나름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는데, 정말 불쌍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왜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왜 저한테 하는 걸까요?

 

 

“ 그 아이는 나를 만나는 것도 싫어하고 집 밖으로 나가려 하지도 않으려고 해. 수업에 관련된 프린트를 계속 우편으로 보내고 있는데, 어제 걔네 집에 가보니까 꺼내 보지도 않았는지 우편함에 우편물이 그대로 들어 있더구나. ”

 

 

겪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부모님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큰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 봤었던 그 친구의 부모님들은 정말 친절하고 좋으신 분들이었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있단다. ”

 

“ 무슨 부탁인데요? 

 

“ 오늘 프린트는 우편으로 보내지 않고 직접 전달해줄 생각인데, 네가 좀 전달 해줄 수 있겠니? 내가 가는 거보다는 같은 반 친구가 가는 게 나을 거 같구나. ”

 

 

선생님의 부탁은 너무 뜬금없었습니다. 왜 많고 많은 학생 중에서 저를 고르신 걸까요?

 

 

“ 원래는 반장한테 부탁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반장이 말하길, 네가 어릴 때 걔랑 친했다면서? 이런 거는 친한 사람한테 맡기는 게 맞다면서 너를 추천하더구나. ”

 

 

틀린 말이 아니긴 한데, 반장이 저한테 떠넘긴 게 확실했습니다. 초등학교 이후로 그 친구랑 같이 논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말이죠. 저도 거부하려고 했지만, 사정이 너무 딱해서 그 부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에게서 그 친구에게 전해줄 프린트를 받아들였고, 선생님이 알려주신 주소대로 길을 나섰습니다. 주소지를 보니,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 살던 그 집에 여전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 집의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몇 번 그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갈 때마다 그 친구의 부모님이 저를 반겨 주셨고. 그 친구의 부모님이 과자와 음료수를 주시면, 그걸 먹으며 그 친구와 같이 게임을 하곤 했습니다.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들이 줄줄이 이어진 곳을 지나며, 그 친구와 관련된 옛 기억을 회상했습니다. 

 

 

근데 아무리 회상해봐도 게임을 한 기억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까 그 친구랑 친해진 계기도, 우연히 그 친구 집에 최신형 게임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그 친구 집에 찾아갔던게 계기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친하게 지냈었는데, 왜 지금은 서로 뜸해진 걸까요? 

 

 

음... 아마 서로 다른 중학교에 진학하고 난 이후일 겁니다. 그때 이후로 그 친구 집에 찾아가는 일이 없었던 거 같네요. 고등학교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는,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가 어색한 나머지 같은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옛 생각에 빠진 상태로 문 앞에 섰습니다. 문 뒤로는 아무 기척도 소리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그 친구가 나쁜 생각을 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초인종이 울리고 1~2분쯤 기다려 봤지만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시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결과였습니다. 

 

 

지금 집에 없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아무도 만나고 싶지가 않은 걸까요? 오기가 생긴 나는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초인종에 있던 마이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누구세요...? ”

 

 

매우 힘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그 친구의 목소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 나야, 나 누군지 알지? 정말 오랜만이다, 그렇지? ”

 

 

그러자 문 뒤에서 뭔가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여... 여기는 무슨 일이야? ”

 

“ 선생님 부탁 때문에, 프린트 주러 왔어. ”

 

“ 그럼 문 앞에 두고 가. ”

 

“ 아니, 그럴 순 없어. 선생님이 너한테 전달해 달랬어. 문 좀 열어줄 수 있어? ”

 

 

귀를 긁는듯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마이크 너머로 들려왔습니다.

 

 

“ 그냥 가라고! 나한테 신경 좀 꺼! ”

 

“ 문 안 열면, 그냥 내가 문 열고 들어간다? 비밀번호 그대로지? ”

 

“ 뭐? 아니, 야!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릴 때의 기억을 짜내어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문이 열리더군요. 집안 내부는 정말 참혹했습니다. 가재도구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어질러져 있었고, 부엌에는 언제 개봉한 건지 모르는 음식물들이 악취를 풍기며 곳곳에 놓여 있었습니다.

 

 

집안의 모든 방문은 열려 있었지만, 딱 한 방문은 열려있지 않았습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저 방은 그 친구의 방이었습니다.

 

 

“ 안 나올 거야? ”

 

“ 어떻게 들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나가! 경찰 부르기 전에! ”

 

“ 진정해. 난 그저 프린트를 주러 온 거 뿐이라고. ”

 

“ 그럼 문 앞에 놓고 가. 좀 가라고! ”

 

“ 알았어, 나갈게. ”

 

 

더 이상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린트를 문 앞에 두고 집을 나가려고 했는데. 현관문 앞에 그 친구의 가족사진이 걸려있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고 나니, 잊고 있었던 일 한가지가 떠올랐습니다.

 

 

“ 있잖아, 부탁이 있는데. 혹시 우리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우리 딸 좀 부탁해도 되겠니? ”

 

 

옛날에 그 친구의 부모님이 저에게 부탁한 것이었습니다. 은연중에 하신 말씀일 수도 있었지만, 제 기억이 맞는다면 저는 그 부탁을 수락했었습니다. 너무 오래전이라 그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그 기억이 갑자기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 집안의 상태를 둘러봤는데, 큰일이라면 딱 지금을 가리키는 거 같았습니다. 이래서 약속 같은 거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랬는데... 

 

 

 




 


 

“ 왜 또 온 거야? ”

 

“ 오늘도 방 밖으로 안 나올 거야? ”

 

 

그 다음날, 저는 또 그 친구 집에 찾아왔습니다.

 

 

“ 프린트 주려고 온 거면, 어제처럼 그냥 문 앞에 놓고 가. ”

 

“ 프린트 주려고 온 게 맞긴 한데, 오늘은 할 게 더 있어. ”

 

 

저는 자리를 잡고, 바닥에 앉아 방문에 등을 기대어 들고 온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습니다.

 

 

“ 오늘 수업내용 요약한 거 알려주려고. ”

 

“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냥 좀 나가라고! ”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제 할 일을 했습니다.

 

 

“ 2주 동안 수업에 빠져서 놓친 내용들이 많아, 그럼 복습부터 시작할까? ”

 

“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불쌍해서 동정심이라도 드는 거야? ”

 

“ 아니, 어렸을 때 너의 부모님이랑 약속한 게 있어. ”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서 그런가, 문 뒤로 조금씩 느껴지던 미동이 사라졌습니다.

 

 

“ 너희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내가 도와주기로 했었어. 아무래도 지금이 그때인 거 같아. 너는 인생에서 가장 듬직했던 버팀목이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잖아? 나는 지금 너의 편이 되어주고 싶어. ”

 

 

그 친구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부정의 뜻인지 긍정의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오늘 필기한 수업 내용을 계속 읊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오늘 준비해온 내용을 모두 읊었고. 노트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습니다.

 

 

“ 나 이제 갈게, 그리고 밥은 꼭 챙겨 먹어. 너 지금 그러고 있는거, 하늘에 있는 너희 부모님이 아시면 정말 슬퍼하실 거야. 그럼 내일 또 올게. ”

 

 

 




 

 

 

선생님에게 프린트를 받아서 들고, 오늘도 그 친구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늘도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들이 줄줄이 이어진 곳을 지나, 그 친구 집 앞에 도착해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바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 나왔어! 오늘도 수업을 시작해보자고! ”

 

 

집안으로 들어서자, 저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바닥에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던 가재도구들은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는 듯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고, 부엌에 있던 음식물쓰레기들도 모두 사라진 상태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온 집안에 풍기던 코를 찌르는듯한 악취가 사라지고 향기로운 디퓨저 냄새가 온 집안에 풍겨왔습니다.

 

 

“ 왔어? 기다리고 있었어. ”

 

 

여전히 그 친구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지만, 문 앞에는 과자와 음료수가 놓여 있었습니다.

 

 

“ 나 하나 온다고 이렇게 다 준비해 놓은 거야? ”

 

“ 그냥 더러워서 청소 좀 한 거야! 너 때문은 아니라고! ”

 

 

어제와 같이 방문에 등을 기대어 바닥에 앉았습니다.

 

 

“ 이거 나 먹으라고 놓은 거 맞지? 잘 먹을게. ”

 

 

상큼한 딸기주스와 달콤한 초코쿠키, 이 집에 놀러 오면 친구 부모님이 자주 내놓으시던 간식들이었습니다.

 

 

“ 이거 먹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우리 이거 먹으면서 같이 게임 했었잖아. 그때가 그립네. ”

 

“ 게임기 아직 집에 있는데... ”

 

“ 어? 뭐라고? ”

 

“ 아직 그 게임기 집에 있는데, 그리우면 같이 할래? ”

 

 

등을 기대고 있던 문의 둥근 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방안의 창문이 열려있어서 그런 걸까요. 문틈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들이쳐 제 앞머리를 때렸습니다.

 

 

제 눈앞을 가리는 앞머리를 옆으로 넘겼더니, 눈앞에는 문틈 사이로 잔뜩 까치집이 지어져 있는 머리에, 한동안 세수를 안 했는지 다 무너져버린 피부를 한 친구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 할래...? ”

 

 

 




 

 

 

“ 와, 이 게임 진짜 오랜만이네. 우리 그때 보스까지 다 잡았었나? ”

 

“ 잡긴 했었는데, 계속 막혀서 치트 써가면서 깼었잖아. ”

 

“ 그랬나?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네. ”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그 친구와 티비 앞에 나란히 앉아 게임을 하려고 했습니다. 게임기에 게임팩을 꽂고, 전원을 켜자 티비 화면에 익숙한 캐릭터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 어? 야 이거 내가 키웠던 캐릭터 아니야? 이게 왜 아직도 있어? ”

 

“ 너가 언제 다시 와서 같이 게임을 할지 모르니까, 계속 남겨두고 있었어. ”

 

“ 아... 그렇구나. 마지막 접속일이 4년 전이네.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한 번도 같이 안 했나 보네. ”

 

“ 왜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우리 집에 오지 않은 거야? ”

 

“ 그야... 중학교 생활이 바쁘기도 했고, 중학교에서 사귄 친구들이랑 노느라 너희 집에 올 시간도 없기도 했고... ”

 

 

뭔가 공수가 역전된 상황인 거 같았습니다. 지금 상황이 좀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는 게임이나 하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닌데 말이죠. 저는 주도권을 잡아야만 했습니다.

 

 

“ 근데 말이야. 너는 왜 학교에 오지 않는 거야? ”

 

 

제가 말을 꺼내자, 그 친구는 손에 컨트롤러를 쥔 채 몸을 웅크리고 앉아 몹시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곁눈질로 쳐다봐서 자세히는 못 봤지만, 어쩌면 눈에서 조금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 학교에 가기 싫어. 이제 학교는 안 갈 거야. ”

 

“ 왜? 왜 안 가려고 하는 거야? ”

 

“ 학교에 가봤자 재밌는 일도 없고, 친구 한명도 없는걸. 아침마다 학교에 가라고 혼을 내시던 분들도 다 사라졌는데, 이제 갈 이유도 사라졌는걸. ”

 

 

아까는 친구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는지 안 흘리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확실해졌습니다. 그 친구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을 건드려버린 걸까요?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하나, 어떻게 해야 이 슬픔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멈칫멈칫 그 친구에게 다가가 컨트롤러를 짚고 있는 그 친구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그 친구는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그 친구도 제 손을 맞잡았습니다. 저는 그 친구가 눈물을 멈출 때까지 그 친구의 손을 붙잡아 주었고, 마침내 그 친구가 눈물을 멈추자. 저는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습니다.

 

 

“ 나랑 같이 학교에 가자. ”

 

 

저는 그 친구의 손을 더욱 세게 잡으며 말했습니다.

 

 

“ 학교에 친구가 없다고 그랬지?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

 

 

제가 한 말에 그 친구는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머릿속에서 바쁘게 할 대답을 찾는 것이겠지요. 저는 언제 까지나 그 친구의 답변을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 왜?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려고 하는 거야? ”

 

“ 어제 말했잖아. 너의 편이 되어주고 싶다고. ”

 

 

저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 너는 지금 인생에서의 가장 큰 기둥을 잃어버렸어, 그런 큰 기둥을 잃어버린 사람은 결국 무너져 내려버리고 말 거야. 나는 그걸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어, 한 사람의 인생이 비참하게 무너져 내려가는 걸 말이야. ”

 

 

그 친구의 눈을 강하게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그때만큼 강하게 무언가를 쳐다본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 너의 부모님이랑 한 약속 때문이 아니야. 너를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될 거 같아서 그래. 학교생활이 재미가 없으면 내가 재미있는 일만 생기도록 옆에서 도와줄게.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내가 옆에서 풀어줄게. 같이 급식을 먹을 친구가 없으면 내가 같이 먹어줄게. ”

 

 

손에 들고 있던 컨트롤러를 바닥에 내려놓고, 저는 가져온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 나는 이만 가볼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 같아. 그리고 나는 이제부터 너희 집에 찾아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말이야, 너 이러고 있는 거 하늘에 있는 부모님이 보신다면 너는 부모님을 두 번 죽이는 행동을 하고 있는 거야. ”

 

 

그 친구의 집에서 나가며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 내일부터는 학교에서 봤으면 좋겠다. ”

 

 

 




 

 

 

등교시간이 훌쩍 지나고, 아침 조회 시간도 끝나고 1교시가 시작되었지만 그 친구는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 역시 오지 않는 건가... ”

 

 

1교시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그때였습니다. 모두가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교실 뒤쪽에서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오는 것입니다. 교실 안에 있던 애들은 모두 고개를 교실 뒤쪽으로 돌렸고,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두 교실 뒷문으로 시선을 던진 채로 모든 행동이 정지되었습니다.

 

 

그 정적을 깨주신 건, 마침 1교시 수업을 진행 중이시던 담임 선생님이었습니다.

 

 

“ 마침 잘 왔구나, 이제 막 중요한 부분을 나가려고 그랬어. 자, 어서 자리에 앉아. 다들 어딜 보는 거야? 앞에 봐! 지금은 수업 시간이야! 수업에 집중해! ”

 

 

제가 정말로, 그토록 원하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친구가 학교에 온 것입니다. 저는 그 친구를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눈으로는 윙크하며 조용히 인사를 했습니다. 그 친구도 저의 시선을 느꼈는지 저를 바라보며 지긋이 지은 미소를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그 친구는 원래 자기 자리에 앉지 않고, 제 옆자리로 책걸상을 옮기더니 저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는 겁니다. 원래 자리 배치를 따르지 않는 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 너 왜 내 옆으로 오는 거야? ”

 

“ 너가 말했잖아, 모르는 게 있으면 옆에서 알려주겠다고. 선생님도 허락해주셨어. ”

 

 

그러고 보니까, 수업 시간에 대놓고 자리를 옮기는 모습을 보고도 선생님은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선생님은 그 친구를 잘 부탁한다는 듯이 저에게 멋쩍은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제 옆에 자리를 잡은 그 친구는 메고 온 가방을 뒤지고 난 후, 난감한 표정을 짖더니 선생님에게 말했습니다.

 

 

“ 선생님, 교과서를 깜빡하고 안 가져왔어요. 옆자리 친구랑 교과서 같이 봐도 될까요? ”

 

 

선생님은 내일부터는 잊지 말고 꼭 챙겨 오라는 말씀을 하시고, 그렇게 하도록 허락했습니다. 허락이 떨어지자 그 친구는 제 책상 옆으로 자기 책상을 딱 붙이더니, 의자도 제 쪽으로 딱 붙이고는 제 바로 옆에 앉았습니다. 그 친구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 너무 가까이 붙은 거 아니야? 교과서가 잘 안 보여서 그런 거면, 나는 상관없으니까 너 쪽으로 더 가까이 놔줄까? ”

 

“ 아니 그럴 필요 없어. ”

 

 

그 친구는 저의 눈을 강하게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어제 제가 친구의 눈을 강하게 쳐다봤을 때, 친구가 이런 느낌이었을까요. 왠지 모를 부담감이 느껴졌습니다. 그 친구는 제 눈을 직시하며 말했습니다.

 

 

“ 내 편이 되어 주겠다는 거, 진짜지? ”

 

“ 맞아, 나는 언제까지나 너의 편이야. 나는 약속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고. ”

 

 

제가 말을 마치자, 그 친구는 책상 밑에 있던 제 손을 잡았습니다.

 

 

“ 고마워,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어. ”

 

 

그러고는 그 친구는 잡고 있던 제 손을 더 세게 붙잡았습니다. 저를 바라보던 시선도 아까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 다시 한번 고마워, 나를 그 수렁에서 꺼내줘서. 이제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앞으로도 많이 도와줘야 해? 약속한 거다? ”

 

 

그 친구는 제 손을 놓을 생각이 없는 것인지. 1교시 내내 제 손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간다고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계속 놓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저 한 편이 되어주겠다고 말했던 것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저에게 들러붙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제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다면, 나중에 가면 조금은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래서 약속 같은 거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랬는데. 어쩌면 저는 해서는 안 되는 약속을 해버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의 과거 이야기임 이렇게 과거 이야기 풀어나가면서 진행할 생각인데 천천히 푸는 게 좋음? 빨리 푸는 게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