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올곧고 착하게 살아온 얀순이에게 폭력은 언제부터 사용가능할까?


아무리 어필해도 얀붕이가 자기랑 사귈 마음이 전혀 생기질 않을 때부터일까



직접 얀붕이에게 고백해도 거절당했을 때부터일까



아니면 가스라이팅이나 협박을 아무리 시도해도 얀붕이가 끄떡도 하지 않을 때부터일까



아니면 울고불고 제발 사귀어 달라고 바짓가랑이 붙잡고 빌어도 얀붕이가 사귀어 주지 않을 때부터일까



그것도 아니면 얀붕이가 자기에게는 마음이 없고 오직 얀진이에게만 마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일까



그것도 아니면 얀붕이가 얀진이랑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일까



혹시 얀붕이가 얀진이랑 결혼하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일까





얀붕이 "아니 뭔 소리를 하는거니 얀순아. 애초에 폭력은 쓰면 안되는 거야. 내가 너랑 안 사귀고 얀진이랑 사귄다고 해서 무작정 힘으로 빼앗으려 들면 그게 진정한 사랑일까? 그냥 일방적인 집착이지. 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어. 그건 너 자신을 망치게 되는 행위야.


 우리 얀순이는 예쁜 눈동자만큼이나 예쁜 마음씨를 지닌 사람이잖아. 오랫동안 봐왔던 소꿉친구니까 알 수 있어. 비를 맞고 있는 새끼강아지를 보면 지나치지 못 할 정도로 마음이 여리면서도,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서는 용기, 그런 어질고 선한 너의 모습에 나는 (연애감정이 아닌 사람 그 자체의 됨됨이에) 반했던 거야. 너라는 참된 친구를 롤모델로 삼아서 나같은 녀석도 내성적이고 우유부단 하던 마음을 고쳐먹고, 동경하던 너처럼 무언가에 용기를 내서 결국 얀진이랑 사귈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올곧음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네가 설마 나를 얻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타락해서 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는 너를 믿으니까. 너가 그렇지 않을거라는 걸 말이야, 그렇지? 얀순이는 착하고 머리도 좋고 게다가 우리 얀진이 만큼이나 예쁘니까 나같은 녀석보다는 더 좋은 남자 만나서 좋은 사랑 할 수 있을거야. 자,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그것보다 얀순아. 다음 주에 나랑 얀진이 결혼할 건데 너도 꼭 와줄거지?"